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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중문학상 수상작품집(2012 제1회)』은 '민중의 소리'에서 제정한 문학상 '민중문학상' 수상작품집을 수록한 책이다. 본문은 본상 수상 작가 이경자의 대표작＜언니를 놓치다＞를 비롯하여, 우리 사회의 진보적인 가치를 발견하고, 참다운 인간상과 현대문학의 개혁을 실감나게 구현한 소설과 시 등이 수록되어 있다.

민중문학상 제정의 의미
민중문학상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진보언론 <민중의소리>가 제정한 문학상으로, 한국작가회의의 창립정신(‘표현의 자유’ 및 ‘사회 민주화’)을 구현하고 있는 작품을 중심으로 수상작을 선정한다.
민중문학상은 우리 사회의 진보적인 가치를 발굴해낸 작품, 참다운 인간상과 현대문학의 개혁을 실감나게 구현한 작품, 공동체적 삶의 가치와 시대정신을 심미적으로 담아낸 작품을 시상의 대상으로 삼는다.
민중문학상은 당대 최고 문인들의 심사와 그에 걸맞는 시상을 통해 최첨단의 문학상으로 발전해 나갈 것이다.
민중문학상은 한국문학의 세계적인 위상을 강화시키는 일, 이 나라 국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 일, 민족통일을 일궈내는 일, 문학의 진보적 가치를 바로 세우는 일, 한국을 대표하는 문인을 배출하는 일에 적극 기여할 것이다.

민중문학상 본상 수상자, 이경자
이경자 소설가는 민중문학상 본상에서 요구하는 각종 정신에 매우 투철할 뿐만 아니라 줄곧 세련된 언어로 자기 세계를 개척해온 우리 문단의 중진 작가이다. 수상작인 그의 장편 ≪순이≫는 6ㆍ25전쟁 직후 온갖 아픔 속에서도 해맑게 자신의 꿈을 키워나가는 여섯살 소녀 ‘순이’의 눈을 통해 당대 사회의 풍물과 풍속을 매우 섬세하고 꼼꼼하게 그려낸 작품이다. 이경자의 소설은 어린 아이인 순이의 시각을 빌리고 있다는 점에서 얼핏 청소년 소설로 분류될 수 있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이 소설에서 이른바 ‘순이의 눈’은 수복지구 강원도 양양 주변의 풍물과 풍속, 그것이 포괄하고 있는 삶의 진실을 가감 없이 그려내기 위해 차용한 일종의 소설적 장치이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보면 소설 ≪순이≫는 이지역 출신의 작가인 이경자 자신의 자전적 경험을 토대로 하고 있는 것처럼 이해되기도한다.

본상 수상자 이경자 소설가의 말
제1회 민중문학상을 받게 되어 한없이 기쁘다. 여러 가지로 완숙해야 할 시기에 접어들어 첫 번째로 선보인 장편소설 ≪순이≫가 그 대상인 것도 행복하다. 평생 쉬지 않고 소설을 써오면서, 내가 무슨 염치로 소설을 팔아 밥을 먹는가, 고민해왔다. 고민 끝에 찾아낸 것이 <밥과 같은 소설>을 쓴다는 것이었다. 밥과 같은 소설은, 살아가는데 보탬이 되는 소설이다. 아직 미흡하다면, 그렇게 되도록 더욱 노력하겠다.

민중문학상 수상작품에 실린 이경자 소설가의 신작 ‘언니를 놓치다’
민중문학상 수상작품집에 실린 이경자 소설가의 신작 ≪언니를 놓치다≫는 한국전쟁 이후 남과 북에 살던 두 자매가 55년 만에 남북이산가족상봉장에서 만나는 이야기이다. 하지만 이 소설은 눈물의 상봉을 주제로 다루기보다 사회과학적 시선으로 분단의 아픔을 밀도 있게 성찰한 작품이다.

민중문학상 신인상 소설 부문 평
다른 문학전문지와 비교해 민중문학상에 대한 편견을 조금쯤 지녔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심사를 하는 도중 그런 편견은 보기 좋게 깨져 나갔다. 예선을 거쳐 올라온 작품들은 문학적으로 일정한 수준을 유지하는 것은 물론 대부분의 경우 민중문학상이 요구하는 전제조건(가치기준)을 십분 충족시키고 있었다. 투고된 작품의 수도 엄청나게 많아 2명의 젊은 소설가가 꼬박 이틀에 걸쳐 예심을 했을 정도였다. 행여 ‘민중문학상’이라는 이름이 문학적인 품위와 자유로운 상상력에 부담으로 작용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기우로 드러난 것이다. 다른 문학전문지의 심사 경험에 비추어 볼 때 상대적으로 건강성이 돋보이는 것이 오히려 이번 ‘민중문학상’응모작들이 지니고 있는 특징이라고 할 수 있었다.
김남일, 김재영, 이재웅 소설가

민중문학상 신인상 시 부문 평
시 부문에 응모된 작품은 우선 숫자의 면에서 굉장했다. 여타의 문예지나 신춘문예의 경우와 비교해보더라도 그 심미적 수준이 뒤지지 않았다. 예심에 적용한 일차적인 기준은 현실성에 기초한 완미성이었다. 아무리 ‘민중문학상’이라고 하더라도 시라고 하는 언어예술 형식이 갖고 있는 기본적인 특징을 성취하지 못하면 예심에 넣기가 어려웠다. 물론 작품성, 예술성이라는 일차적인 기준이 충족되었다고 하더라도 ‘민중’이라는 가치와 어긋나면 당연히 예심작으로 선정되기가 쉽지 않았다. 오늘의 한국사회가 안고 있는 다양한 문제들에 깊이 철해 있으면서도 좀 더 차원 높은 언어의식, 심미의식이 반영된 작품을 예심의 일차적인 대상으로 선정하려고 했다는 것이다.
이은봉, 도종환, 황규관 시인

민중문학상 본상 수상작가 이경자 인터뷰
이경자 소설가와의 만남은 정성스러운 차담(茶啖)을 떠올리게 했다. 정확하게 무엇 때문인지 얘기할 수 없지만 요즘처럼 각박한 현실에서는 좀처럼 느낄 수 없는 따뜻한 마음을 받았다고나 할까.
굳이 그 이유를 듣고 싶다고 으른다면 그의 자전적 소설, ≪순이≫ 때문이라고 말하고 싶다. 여섯 살 순이와 그 가족들이 전해주는 아름다운 감성이 그에게도 느껴졌기 때문이다.
이 소설은 한국전쟁 직후 수복지역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그러나 동네 사람들은 밤낮없이 수시로 바뀌는 이데올로기와는 무관하게 살아가면서 삶의 진정한 가치와 평화의 소중함을 독자들에게 일깨워 준다.
이 소설은 묵직하다. 그의 존재 자체가 한국 문단의 한 축을 든든하게 받쳐주는 커다란 나무와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그는 듬성듬성 갈라진 땅을 단단하게 지탱해주는 커다란 나무를 닮았다. 어둡고 눅눅한 곳에서 따뜻한 꽃을 피우고, 거센 회오리가 몰아칠 때면 잔가지를 늘어뜨려 바람을 막아주며, 작은 새가 홀로 날아와 구슬프게 지저귀면 한결 뜨거운 색채로 화답해주는 나무. 그는 밝고 윤기 있는 글로 일상에 지친 이들의 마음을 어루만져주는 팔 넓은 나무다.
“나는 소설가로 태어난 것 같다. 무엇이 무엇에 딱 맞아떨어진다는 말처럼 나는 소설을 쓰기 위해 태어났다. 육체적으로 힘들어도 행복하다. 딸은 나에게 불만이다. 자신보다 소설을 사랑한다고 생각해서다. 그러나 나는 딸도 사랑하고 소설도 사랑한다. 딸이나 소설이나 똑같다. 단지 나이가 들어서 노쇠해지는 것이 걱정이다. 더 이상 글을 쓸 수 없을까봐.”

역사성, 스토리, 주제의식을 문학적으로 관철시키는 실력
이경자 소설가는 약간 들떠 있었다. 민중문학상 수상 소식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뒷골목에 늘어지는 그림자처럼 무거워보였다. 창작에 대한 고뇌 때문인지 지쳐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지나치게 일에 열중하다보면 얼굴에는 피곤이 깃들지만 눈빛은 더욱 맑고 투명해 보이기 마련. 그가 꼭 그런 경우였다.
제1회 민중문학상 본상에는 이경자 소설가의 ≪순이≫가 당선됐다. 그는 자신의 문학적 지향성과 딱 맞은 상을 받았다는 기쁨도 있지만 우리 시대의 중요한 문제를 부드럽고 편안하게 풀어낸 자신의 소설이 심사 위원에게 인정받고, 대중에게도 다시 알려질 기회를 얻은 것에 감사했다.
그는 스스로 소설 ≪순이≫가 민중문학상을 받게 된 이유를 무엇이라고 생각할까. 그는 우선 ≪순이≫가 담고 있는 역사성과 스토리에 주목했다.
“이 소설은 근현대사의 가장 큰 비극인 분단과 전쟁, 휴전의 이야기를 다 담았다. 소설의 배경이 되는 곳은 수복지구, 한국전쟁 시 전쟁이 파도처럼 왔다갔다하면서 남다른 상처를 남긴 곳이다. 하지만 나는 이러한 내용을 무겁거나 참혹하게 그리는 것이 아니라 편안하게 풀어냈다. 이런 점에 대해 긍지와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또 극단적인 풍요와 과잉소비 때문인지 요즘 사람들은 행복하지 않아 보인다. 풍요롭다고 해서 꼭 행복한 것은 아니지 않은가. 오히려 불안하고 외로움을 겪는 이들이 많다. 하지만 가난했던 시대에는 반대였다. 먹을 것이 없고 놀만 한 게 나무, 돌, 풀밖에 없어도 행복했다. 전쟁만 아니었다면 아름다운 가난이었다. 이 소설에는 서로 돕고, 나눠 먹었던 그런 심성의 근원이 담겨있다. 우리 시대가 돌아봐야할 진정한 가치라고 생각한다. 이 소설 속에 일자무식한 할머니가 나오는데, 이 할머니가 가지고 있는 사람에 대한 태도는 주목할 만하다. 이런 점 때문에 ≪순이≫가 상을 받게 된 것 같다.”
또한 그는 이 소설이 갖는 주제의식을 문학적으로 관철시킨 실력과 함께 빈틈없는 강원도 수복지구의 사투리 구사에서도 그 이유를 찾았다.
“강원도 북부 사투리는 독자들에게 굉장히 낯설 것이다. 강원도는 삼팔선을 경계로 사투리가 다르다. 삼팔선 위쪽은 원산어권으로 함경도 사투리를 쓰고 그 밑으로는 경상북도 사투리를 쓴다. 탈북자들이 ≪순이≫를 읽고 매우 익숙하게 생각했던 이유도 거기에 있다.”

절반의 실패, 역사와 현실에 대한 끊임없는 질문
이경자 소설가는 1988년 ≪절반은 실패≫라는 작품으로 우리 사회에 금기시돼 왔던 여성문제를 본격적으로 의제화 했다. 그리고 ≪가면≫, ≪할미소에서 생긴 일≫, ≪사랑과 상처≫, ≪남자를 묻는다≫ 등을 통해 여성이 제도, 관습, 고정관념 등에 얽매이지 않고 한 인간으로서 온전하게 살아가야 하는 정당성을 그려냈다. 그래서 어떤 이들은 그를 ‘페미니즘’ 작가로 불렀다. 하지만 그가 탐구한 여성의 근원성은 페미니즘보다 한 차원 더 높다. 그것은 ‘인류애’다.
“여성은 인류의 절반이다. 그런데 인류의 절반이 관습, 문화, 풍속에 의해 차별을 받았다. 그래서 나는 왜 그래야하는지 의문을 가졌다. 문학가는 그래야 한다. 문학가는 역사와 현실에 대해 끝없이 질문하는 사람이다. ‘왜’로부터 주제를 만들고 소재를 찾아서 문학으로 형상화하는 사람이다. ≪절반의 실패≫는 일제시대 ‘신여성’이래 한 번도 도전 받지 않았던 여성 문제를 건드린 소설이다.”
그러나 그가 여성의 삶에 대해 깊이 관여하게 된 이유는 어렸을 때부터 자신이 겪었던 ‘남존여비’에 대한 반항심도 있었다.
“나는 태어나서 딸이라는 이유로 차별을 받았다. 딸은 떠나는 존재, 남의 자식이라고 생각해서 돌보지 않았다. 어머니로부터 소외되고, 집안에서 왕따가 됐다는 것을 생각해봐라. 남자들은 정서적으로 모른다. 소설 ≪순이≫에서도 제사장면이 나온다. 집안 어른들은 자는 순이를 제사 때 깨우지 않는다. 조상에게 절 할 필요도 없는 존재인 것이다. 나는 딸로서 받는 차별을 참을 수가 없었다. 그 모든 것으로부터의 소외를 본능적으로 강렬하게 느꼈다.”
아직도 우리 사회에서 여성에 대한 차별은 유효하다. 겉으로만 그렇게 보일 뿐, 본질적으로 해결되지 않는 문제가 산적해 있다. 하지만 그는 좀더 앞선 관점에서 사회를 읽고 있었다.
“시대가 변하듯이 문제도 변한다. 고정돼 있는 문제는 존재하지 않는다. 남북문제도 계속해서 변했듯이 여성문제도, 차별의 양상도 변했다. 다른 의미에서 보면 남성이 우리 사회에서 차별을 받는 것에 대해서도 살펴보는 것이 성숙한 시선이다.”
그의 소설을 읽다보면 푹 빠진다. 엊그제도 일 때문에 잠을 자지 못해 제정신이 아니었을 때, 그의 소설은 지긋지긋한 피로를 말끔하게 씻어주었다.
이슬에 젖은 나무나 형체가 불분명한 그림자를 볼 때 왠지 모르게 외로움이 느껴져 시를 찾는 것처럼, 괜히 초초하고 피곤한 마음이 생기면 소설을 찾게 된다. 더군다나 진한 향기를 발산하는 소설이라면 이리 저리 흔들리는 마음을 바로잡아 주기 충분하다.

민중문학상 작품집, 신작 ≪언니를 놓치다≫발표
이경자 소설가는 올 여름부터 한 문예지에 장편소설 ≪눈사람≫을 연재할 계획이다. 지금은 탈북여성을 주인공으로 한 소설, ≪성옥이네 집은 어디인가≫을 <여성신문>에 연재하고 있다. 그는 이 소설을 쓰기 위해 홋가이도에도 갔다 왔고, 압록강 인근의 장백현도 다녀왔다. 그가 이 소설에 이렇게까지 공을 들이는 이유는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한 여성을 통해 첨예한 남북문제를 건드려 보고자 함이다.
“강제징용으로 일본에 끌려간 할아버지 때문에 일본에서 태어난 한 여성은 일본 사회에서 ‘재일조선인’으로 살아간다. 그러다 북한으로 가는 귀국선을 탔지만 북한 사람들에게는 다시 ‘귀국자’로 불린다. 그리고 북을 탈출해 남으로 넘어와서는 다시 ‘탈북자’가 된다. 재일조선인, 귀국자, 탈북자는 어느 한 곳에서도 환영받지 못하고 살아왔던 차별의 역사, 난민의 역사다. 한국은 반공교육에 찌들었고, 북한은 한국을 미제 앞잡이로 가르친다. 이 소설을 통해 이 두 간극을 좁혀보고 싶다. 이것이 나의 숙제다. 반세기동안 내면화된 반공과 반자본주의 사이의 적개심을 잘 녹여내는 것.”
그의 목소리 뒤로 어디에선가 한줄기 애달픈 목소리가 들린다. 반세기동안 외세의 침략을 겪고, 남과 북으로 갈라진 채 살아왔던 우리 민족의 슬픔이 허공을 가득 채우는 듯해서다.
우리는 너무도 자신을, 타인을 괴롭히면서 살아왔던 것 같다.

민중문학상 수상작
민중문학상 본상 수상 작가 이경자-자선 대표작 ‘언니를 놓치다’
신인상 소설 부문 당선작 송하경-가족의 힘
우기가 지나는 동안
신인상 소설 부문 우수작 김대현-길상훈傳
노인
희 정-지구 멸망 하루 전 ..... 185
악마의 연애 ..... 209
신인상 시 부문 당선작 정지윤-나는 아픈 부위를 수정했다외 5편
신인상 시 부문 우수작 송정섭-패스트푸드외 4편
이병철-맨발로 오는 신부외 4편
이인성-쪽방 해바라기외 4편

민중문학상 수상작을 말하다
심사평-한국 여성의 삶을 다양한 각도에서 실감나게 조명한 소설
이경자-인터뷰 문학은 역사와 현실에 대한 끝없는 질문
심사평-소설에 대해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는 작가, 송하경 ..... 318
심사평-알레고리와 풍자의 기법을 들이미는 솜씨가 있는 작가, 정지윤 ..... 324
민중문학상 본상, 신인상 응모 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