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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찻길 옆 동네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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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은품(1)

    출판사 서평

    요즘 아이들에게 1970,80년대의 일은 마치 옛이야기처럼 들릴지 모른다. 특히 1977년 이리시 전체를 폐허로 만들었던 이리역 폭발 사건, 수많은 사람들의 목숨을 앗아가고 타 버린 가슴으로 반평생을 살아가게 만든 광주민중항쟁은 요즘의 아이들에게는 다른 나라의 일처럼 여겨질지 모른다. 하지만 김남중은 <기찻길 옆 동네>에서 굵직한 역사의 흐르힌 개인이 아니라, 그 시대를 꿋꿋하게 살아냈던 사람들을 정직하고 치밀한 시선으로 좇아 그들의 삶을 감동적으로 담아냈다. 광주민중항쟁과 정면 대결을 벌인 드물게 보는 성과 라는 심사평에서 볼 수 있듯이 인간과 사회에 대한 믿음에서 비롯된 치열한 작가 의식은 이 작품을 돋보이게 하는 이유 중의 하나다. 두 권으로 나눠진 이 작품은 장소는 다르지만 기찻길 주변 마을이라는 공통된 배경으로 전개된다. 1권은 1970년대 이리의 작은 마을 현내가 배경이며, 2권은 70년대 후반과 80년대 초반 광주가 배경이다. <기찻길 옆 동네>의 또 다른 장점은 안정된 짜임새다. 이 작품에는 다양한 인물들이 등장한다. 이 목사와 그의 딸 서경, 선학이네 가족, 이리역 폭발 사건으로 더욱 밑바닥으로 내려앉은 현내의 가난한 이웃들, 온 집안사람들을 따뜻한 품으로 감싸 안은 완도댁 할머니, 활기차게 야학을 꾸려간 용일을 비롯한 젊은이들, 용일을 오랫동안 마음에 둔 은성, 건강한 사회의식으로 똘똘 뭉친 대학생들 등 주요 인물들이 많이 등장하지만, 다들 자기 목소리를 내며 역사의 현장을 온몸으로 겪어낸다. 개개인의 삶이 모여 사회가 되고 그 사회가 지속되면서 역사가 되듯, 1970,80년대를 살아낸 등장인물들의 삶이 모인 이 작품 자체가 역사의 한 단락인 것이다.

    목차

    12. 매화 지면 봄이 오고

    13. 은성이

    14. 무등산의 이마가 푸르러지던 사월

    15. 학생의 본분

    16. 수상한 그림자

    17. 서경이를 포기하게!

    18. 총알 목걸이

    19. 작전 명령

    20. 총이다! 자유다!

    21. 소중한 사람

    22. 산 자여, 따르라!

    23. 다시 푸른 무등산

    본문중에서

    "철컥, 철컥, 철컥, 철컥."

    겨울에는 벌어지고 여름이면 좁아지는 레일 이음매 위로 육중한 기차 바퀴가 지날 때마다 신음 같은 쇳소리가 났다. 광주역을 떠나 순천으로 가는 완행 열차는 철로 양쪽으로 빼곡하게 들어선 집들 사이로 속도를 줄여 느릿느릿 움직였다. 기찻길 옆에서 놀고 있던 아이들이 놀이를 멈추고 손을 흔들었다. 기차 안의 사람들도 외면하지 않고 열에 두셋쯤은 아이들에게 손을 흔들어 주었다. 지루할 만큼 천천히 움직이는 기차였지만 한시도 쉬지 않은 덕에 곧 무등산을 뒤로한 채 남도의 나직한 산들 사이로 빠져 들어갈 수 있었다. 시가지를 벗어난 기차는 이제야 몸이 풀린다는 듯 긴 기적을 울리며 속도를 높였다.

    기차가 달리며 일으키는 거센 바람에 기찻길 옆 나뭇가지에 쌓여 있던 눈들이 풀썩풀썩 내려앉았다. 코앞에 다가온 봄에게 앙탈부리는 마지막 꽃샘추위가 불러온 눈이었다. 하루가 다르게 푸근해지는 햇살에 주체할 수 없이 녹아내리던 눈은 작은 바람에도 허물어지듯 철퍽 떨어져 내렸다. 마침 활짝 핀 매화나무에 얹혀 눈인지 꽃잎인지 흐벅지기만 하던 늦눈이 바람결에 힘없는 꽃잎 몇장을 안고 떨어져 내리기도 했다. 내일이면 햇빛 드는 곳에서 눈을 찾기 힘들 만큼 햇살이 정다운 오후였다. 먼 산의 북쪽 뒷덜미, 야산 골짜기, 외진 밭두렁에 희끗한 잔설도 곧 옛이야기처럼 자취도 없어질 터였다. 나무마다 꽃눈, 잎눈이 터질 듯 부풀어 있었다. 춥고 힘든 겨울을 지나온 사람들의 가슴도 왠지 모를 기대로 팽팽하게 부풀었다. 지나 버린 겨울에 대한 아쉬움마저 일으키며 화사하게 봄이 오고 있었다.

    (매화 지면 봄이 오고/ p.9~10)



    "승객 여러분께서는 안전한 지하도를 이용해 주십시오."

    안내 방송은 듣는 듯 마는 듯 철길을 건너는 사람들이 꽤 많았다. 선학이 어머니느 쯧쯧 혀를 차며 지하도를 향해 걷기 시작했다. 손에 든 묵직한 짐 탓에 걸음이 늦었다.

    "아줌마!"

    "누구?"

    "나예요. 쌀집!"

    시장 어귀의 호남 쌀집 배달원인 만석이였다. 성이 심씨인 까닭에 사람들 모두 '십만 석'이라고 놀려 댔지만 김제가 고향인 만석이는 오히려 싱글벙글이었다. '백씨면 백만 석인디'하며 놀리는 사람들을 도리어 노렬 주는 여유도 있었다. 약간 모자란 듯했지만 항상 웃는 얼굴에 모나지 않은 성격이라 시장 사람들에게 평이 좋은 스무 살 총각이었다.

    "어디 갔다 오세요?"

    "응, 서울에 좀."

    "저도 고향에 다녀오는 길이구만요. 아버지 환갑 잔치가 있어서요."

    어색한 새 와이셔츠에 짧은 듯한 양복 바지가 낯설어 보인다 싶었다.

    (총이다! 자유다!/ p.158~159)

    저자소개

    생년월일 1972~
    출생지 전북 익산
    출간도서 49종
    판매수 42,845권

    어릴 적 꿈은 탐험가였는데 읽고 놀고 쓰는 걸 좋아하다 보니 작가가 되었습니다. 자전거로 전국 일주를 하는 [불량한 자전거 여행] [바람처럼 달렸다], 배로 세계 일주를 하는 [나는 바람이다] [수평선 학교] 외에 [기찻길 옆 동네] [미소의 여왕] [싸움의 달인] 등을 쓰면서 작가와 탐험가가 같은 뜻이라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이 탐험의 끝에 무엇이 기다릴지 기대하며 오늘도 한 걸음씩 나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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