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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작가 이은주를 사로잡은 77인과의 인연을 고스란히 담은 『인연의 향기』. 저자가 사진가로서 살아온 30년 동안 사진을 매개로 맺어온 인연 가운데 문화ㆍ예술ㆍ경제계의 리더 77인과의 만남을 소개한다. 이제는 고인이 된 법정스님, 강원용 목사, 비디오 아티스트 백남준, 연극인 손숙, 국악인 황병기, 방송인 김세원 등을 응시하는 따스하고 깊은 시선을 만날 수 있다.

사진작가 이은주를 사로잡은
77인의 오피니언리더를 만나다!

비디오 아티스트 故백남준에게
유일하게 초상권 판권을 인정받은 백남준 초상 사진가

진실한 모습 앞에서만 셔터막은 열린다
만남은 인간사 인연의 시작이다. 지속적인 만남은 또한 곧 필연적인 인연을 말한다. 사람들의 삶에서 인연이란 대체로 사람들의 진실한 속내가 얼마만큼 서로에게 드러나는가에 따라 지속여부가 결정되곤 한다. 이은주는 그 지점을 한눈에 잡아내는 탁월함이 있다. 진실한 내면을 접하게 되면 그녀의 카메라는 비로소 시동이 걸린다. 그리고 셔터막이 열린다. 그 필름 속에는 빛과 형태가 담기지만, 그녀가 찍어내는 것은 빛과 형태 이전의 원초적인 인간이다. 일생 동안 문화예술 사진에 매진했던 이은주가 이제 그 평범하고 소탈한 사진들을 세상 앞에 내놓는다. 한결같은 순박함, 꾸미지 않은 어색한 미소들을 접하면서 우리도 함께 웃을 수 있는 것이다.

사진 인생 30년, 사진은 이은주의 인생 그 자체다
많은 사람을 만났다. 평소에 동경하던 인물을 우연한 기회에 만나기도 했고, 그 우연이 인연이 되어 또 다른 인연을 만나게 되었다. 사진이 아니었다면 경험해보지 못했을 놀라운 세상이 그녀의 카메라 앞에 펼쳐졌다. 그렇게 어느새 30년이 흘렀다.
국내외 수많은 유명 예술가들의 공연사진을 찍어온 저자는 세계적인 비디오 아티스트 故 백남준에게 초상권 판권을 인정받은 유일한 사진작가이다. 어머니의 뒤를 이어 딸 최시내 씨도 발레리나 강수진의 공연 사진을 거의 독점 촬영하는 사진작가의 길을 걷고 있으며, 2011년에는 한국 최초로 모녀 사진전을 열기도 했다. 황무지 같던 한국의 문화예술사진계에 이들 모녀가 있다는 것은 크나큰 축복이 아닐 수 없다.
시대의 지성 이어령 이화여대 명예석좌교수가 《인연의 향기》 서문에 쓴 글은 이 책의 의미를 다시 한 번 새기게 한다. “소중한 인연들을 기록하고 보여주고 엮어가는 이은주님의 ‘인연 만들기’는 메마르고 시들어가는 현대인들의 인간관계에 큰 경종과 교훈이 되리라 생각된다.”

각 분야 오피니언리더의 소탈한 모습들
《인연의 향기: 사진작가 이은주를 사로잡은 77인》을 통해 이제는 고인이 된 법정 스님, 강원용 목사, 비디오 아티스트 백남준과 연재 중 세상을 떠난 김창실 선화랑 대표, 소설가 박완서의 생생하고 반가운 생전 모습들을 다시 만날 수 있다.
이어령 이화여대 명예석좌교수,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대사인 이인호 전 대사는 물론 소설가 조정래, 화가 천경자, 이종상과 이왈종, 피아니스트 백건우, 국악인 황병기, 연극인 손숙, 영화감독 임권택,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 송자 명지학원 이사장, SBS-TV 『짝』에서 나레이션을 맡고 있는 방송인 김세원, 젊은 국회의원 조윤선과 성공한 사업가들까지, 이은주가 사진가로서 살아온 30년 동안 사진으로 인연을 맺은 우리나라 문화예술경제계의 리더 77인의 사진은 작가가 가꾸어온 인연의 폭과 깊이를 일러주고 있다. 특히 사진 속 인물들에 대한 ‘귓속말’ 에피소드들은 읽는 재미도 쏠쏠하다. 이은주라는 ‘따뜻한’ 필터를 통해 묘사되는 각 인물들의 이야기는 어떤 매체나 공시적인 라인에서는 결코 잡아낼 수 없는 것이기에 신선하고 상큼하며 더 뭉클한 감동을 자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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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17쪽
강우현(남이섬 대표이사, 디자이너)
5년 전 남이섬에서 6개월간 사진전을 가진 적이 있다. 유니세프를 돕기 위한 아프리카 난민촌 어린이들의 모습을 담은 사진전이었다. 그때 강우현 사장을 만났다. 우리 기억에 유원지였던 남이섬을 최고의 관광지로 탈바꿈시킨 그의 독창적 발상과 경영능력에 나는 크게 놀라고 감동했다. (…) 제2의 남이섬을 구상하고 있다는 그는 거기에 우리나라에 산재한 수많은 컬렉터들의 컬렉션을 전시하는 박물관을 만들 계획이란다. 아이디어에서부터 구체적인 세부계획, 몸으로 뛰는 일까지 부지런히 챙기는 타고난 일꾼, 그가 새롭게 탄생시킬 또 하나의 신화가 기대된다.

82~83쪽
백남준(비디오 아티스트)
한국이 낳은 세계적인 천재 비디오 아티스트 백남준 선생이 돌아가신 지 벌써 6년이다. 작년 일본과 미국에서 5주기 추모전을 하기 위해 선생님 사진을 정리하다가 울컥 눈시울이 뜨거워졌던 기억이 난다. 오르간을 치던 사진 앞에서였다. 당시 선생님은 나를 옆에 앉히고 〈봉선화〉를 들려주셨다. 고국에 대한 사랑과 향수가 전해졌다. 예술적 카리스마로 범접하기 어려울 것만 같은 백 선생님은 이렇게 소년 같은 순수함과 따뜻한 가슴이 있는 ‘오빠’ 같은 분이었다. (…) 선생님은 장례식 때도 나를 놀라게 하셨다. 장례식 자체가 하나의 공연이었기 때문이다. “은주, 사진 예쁘게 찍어 줘” 하시던 목소리와 웃음이 아직도 들려오는 듯하다.

98~99쪽
안성기(영화배우)
‘국민배우’ 안성기 씨는 여섯 살 때부터 50년 넘게 수많은 영화에 출연했으며 앞으로 출연할 영화까지 치면 우리 영화 사상 최장수 배우가 될 것임에 틀림없다. 내가 안성기 씨를 처음 만난 것은 20여 년쯤 전, 유니세프 문화예술인 클럽에서다. 한창 잘나가는 최고의 인기배우였지만 늘 겸손한 태도로 입가 가득 함박웃음을 띠고 사람을 대하는 참으로 ‘오랜 친구’ 같은 사람이었다. 우리 팀이 모이는 날이면 그는 언제나 약속시간 10분 전에 먼저 와서 기다리고 있었다. 바로 이런 모범적 삶의 태도가 오늘날 그를 우리 영화계의 거목으로 키운 저력이 되었을 것이다. (…) 요즘도 부산국제영화제 브리핑위원장, 신영균예술문화재단의 대표 등 배우 이외의 활동도 많이 하고 있는 안성기 씨는 그 바쁜 와중에도 ‘모범 가장’으로 유명하다. “참 가정적인 배우”라고 했더니 “한눈은 영화에서 파니까요”라며 웃는 그와의 만남은 언제나 즐겁고 따뜻하다.

122~123쪽
이어령(이화여자대학교 명예석좌교수)
이어령 교수는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한국이 낳은 세계적 지성이다. 사진작가를 만나면 사진에 대한 얘기 보따리를 줄줄이 풀어내놓는 이 교수. 아무리 전문가라도 그 거대한 지식의 산 앞에 서면 자신의 초라한 밑천이 부끄러워진다. 서가 앞에서 찍는 사진은 너무 흔해서 싫다며 사진배경까지 ‘독창성’을 요구하는 이 교수는 만날 때마다 이렇듯 신선한 가르침을 준다. (…) 금년 팔순을 맞는 이 교수가 말하는 팔순의 팔八 자 해석이 참으로 경이롭다. 팔자가 내려오면서 넓어지는 것처럼 더 큰 인문학을 해 나가겠다고 전하는 이 교수는 하루 80초의 중요함을 일깨우면서 나이 80을 담대하게 맞이한다. 대부분의 직업은 20대부터 40대까지 꽃피우고 말지만 인문학을 했기에 죽을 때까지 다함이 없다는 이 교수는 만나는 사람들에게 그 푸르른 에너지를 전파하는 영원한 우리들의 스승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