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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파리에서 일주일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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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 서평

    대도시 문화에 함몰되지 않고 "시퍼런 개인"으로 살아가는 파리지앵들의 이야기

    파리에 관한 책이 "또" 나왔다. [에든버러에서 일주일을]의 저자이자 사회학자인 유승호 교수가 파리에 다녀와서 쓴 책이다. 아직도 파리에 대해 더 할 말이 있을까? '예술과 낭만의 도시'라는 수식어가 진부할 정도로 이미 우린 파리에 대해 너무 많이 알고 있다. 파리를 배경으로 한 수많은 영화 속에서, 그리고 미술관은 물론 뒷골목에 숨어 있는 카페, 와인과 음식, 파리지앵의 사랑과 일상을 다룬 수백 권의 책 속에서 우린 이미 파리를 만나 왔다. 이제 파리는 직접 가보지 않아도 누구나 다 아는 도시가 됐다. 그런데, 또 파리에 대한 책이다.
    심지어 저자가 찾은 곳은 파리에서도 가장 '흔한' 명소들이다. 몽마르트르 언덕과 오페라 거리, 샹젤리제, 루브르 박물관, 센 강을 거쳐 생텍쥐페리와 뤼미에르 형제가 태어난 도시 리옹을 다녀왔다. 하지만 사회학자인 그는 여행자의 여유를 누리면서도 인문학적 성찰과 우리 문화와 전통에 대한 고민의 끈을 한시도 놓지 않았다.

    이번 여행의 키워드는 '쁘띠'다. 작고 귀여운, 사랑스러운 것을 의미하는 '쁘띠'란 단어 하나로 저자는 프랑스 문화를 분석하고, 대량생산과 무차별한 소비로 일관된 자본주의의 폐해를 지적한다. 그리고 결국은 우리가 지금 서 있는 위치를 돌아보고 반성하고 있다. 그런데 저자가 다녀온 곳은 그냥 파리가 아니다. '작은 파리', 심지어 두 개의 파리다.

    "'작은 파리'는 이번 여행에서 내가 머문 두 도시, 파리와 리옹이다. 이유는 좀 궁색하다. 짧은 여행객으로서 파리의 유명하다는 중심부만 봐서 파리의 작은 부분이란 뜻이고, 또 리옹은 프랑스의 두 번째 큰 도시이지만 쁘띠 에펠탑이 상징하듯이 작은 파리라고도 불리니까 그렇게 이름 붙일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저자의 변명과 달리 '작은 파리'라는 표현은 궁색하지 않다. 프랑스 역사와 문화 전반에 대한 심도 깊은 이해를 전제로 두 개의 작은 파리를 보고 느낀 기록을 담은 이 책은 저자의 전작 '에든버러'편에서 발단이 되었던 그의 사고가, 여행을 대하는 자세와 사회학적 촉수가 진보하고 있음을 느끼게 해준다. 짧은 기간 동안 익히 알려진 장소들밖에 돌아볼 수 없었다고 하지만 같은 장소를 다녀와도 이토록 다른 이야기를 풀어놓을 수 있는 건 사회학자로서의 본분을 잊지 않는 저자의 천성 덕분이다.

    그렇다고 해서 이 책이 마냥 진지하게만 읽히는 건 아니다. 인문학적 성찰과 우리 문화에 대한 고민을 잔뜩 끌어안고 있으면서도 저자의 태도는 늘 긍정적이다. 파리의 지하철 문을 가로막고 닭살 애정행각을 벌이는 연인에게 떠밀리는 수모를 겪으면서도 그는 아직 낭만이 살아 있는 파리의 모습에 허허 웃으며 양보하고 만다. 리옹의 길거리에서 싸움박질하는 꼬마들을 말릴 도리가 없어서 그저 카메라를 들이대자 머쓱해진 아이들은 싸움을 멈춘다. 작은 파리를 여행하는 그의 모습 역시 참 '쁘띠' 하다.

    목차

    입구 - 게이트웨이에서
    첫째 날 - 쁘띠에 대하여
    둘째 날 - 수다에 대하여
    셋째 날 - 명성과 명품에 대하여
    넷째 날 - 거리와 인상에 대하여
    파리를 떠나며 - 실존에 대하여
    파리에서 - 리옹으로 가는 길목에서
    다섯째 날 - 전통에 대하여
    여섯째 날 - 팝아트에 대하여
    일곱째 날 - 소통에 대하여
    마지막 날 - 어린왕자에 대하여
    출구 - 게이트웨이에서

    본문중에서

    "파리나 리옹에서 오래 산 주민과 여행객들에게 도시는 각각 다르게 다가온다. 그러나 정주하는 사람보다는 여행객에게 도시는 더 멋지다. 왜냐하면 도시가 인상파의 그림처럼 빛에 반사된 첫인상으로 어렴풋하게 다가오기 때문이다. 나의 파리에 대한 기록에 파리의 주민은 말한다. "아니, 파리에 6년을 산 나도 파리를 잘 모르겠는데, 며칠 파리에 있다고, 파리를 어떻게 알아요? 그냥 관광이나 하세요." 리옹을 잘 아는 한 지인은 여행객으로서의 내가 리옹에 대해 알 자격이 없다고 한다. 하지만 여행객이기 때문에 알 수 있는 것도 많다. 물론 여행객이 어찌 파리나 리옹의 세세함을 알겠는가. 그러나 도시의 분위기, 전체적 윤곽, 첫인상은 그 도시에 며칠을 묵어가는 여행객에게는 더 오래 남는다. 오래 그 지역에 뿌리박은 사람에게 그 지역은 생활의 공간이지, 첫인상의 공간은 아니다.
    우리는 왜 인상파 그림에 열광하는가? 그들은 화가의 독점력을 거부하고 화가로부터 관람객에게로 권력을 이전했기 때문이다. 인상파의 그림은 관람객의 생각과 쉽게 섞인다. 인상파 그림을 찍으면서 그 사진에 내가 살짝 비춰 함께 찍혀진다 해도 전혀 어색하지 않다. 그건 인상파의 그림이 정보를 꽉 채워 빈틈없는 뜨거운 미디어가 아니라 여백과 개입이 자유로운 쿨한 미디어이기 때문이다. 도시도 그렇다. 여행객에게 도시는 더 낭만적으로 다가온다. 첫인상으로 쉽게 규정되고 동시에 그 도시에 나를 투영하기 쉽기 때문이다. 그래서 여행객에게도 파리의 도시를, 리옹의 도시를 해석하고 채워가는 권리를 부여할 수 있고, 부여해야 한다."

    "지하철은 연인에게 임시 점유된 사적공간인가? 파리의 씨떼역에서 복잡한 지하철을 타려고 하는데 서로 껴안은 젊은 남녀가 나를 밀친다. 이쪽으로 타지 말라는 뜻이다. 다른 문으로 타라고 손가락으로 '지시'한다. 서로 껴안은 공간을 내가 직접 침입한 것도 아닌데 타려고 하니 나를 밀친다. 건장한 프랑스 젊은 남녀의 공력에 나는 쉽게 밀렸다. 한국의 옛날 푸시맨이 그리울 정도로 두 사람의 역푸쉬는 강했다. 바깥으로 밀려나는 역푸쉬는 여기서 처음 당한 듯하다. 생을 통틀어 복잡한 지하철을 타본 횟수가 족히 5000번은 되었을 터인데 그 중 5000분의 1의 확률로 물리적 법칙이 뒤바뀐, 바로 그 역푸쉬가 파리에서 벌어졌다....
    한편, 이런 생각도 해본다. 내가 그들이었다면 어땠을까. 관계란 신뢰에 기반을 둔 유대이며, 신뢰는 이미 주어진 것이 아니라 노력에 의해 획득되는 것이며, 그 작업에는 자아 개방의 과정이 포함된다. 상호 자아 개방을 하는 최상의 것은 이성 관계다. 낭만적 사랑의 사회 풍조가 형성된 것은 로렌스 스톤도 지칭했듯이, 정서적 개인주의이며, 이는 개방성과 밀접하게 관련된다. 낭만적 사랑의 이상은 인생이 낭만으로 전환될 수 있다는 것이다....
    ...정말 현대는 낭만적 사랑이 살아 있는가. 그런 것 같다. 적어도 프랑스에서는 아직까지 그렇다. 지하철에서 나는 그 커플로부터 거세게 튕겨 나갔지만, 그건 아마도 자신들 둘만의 개방성을 위해 내가 배타적으로 희생된 것이리라."

    "리옹역은 파리에 있고, 리옹에는 리옹역이 없다. 파리에 리옹역이 있다는 것은 파리의 기차역에 도착하는 순간, 리옹에 있는 것과 같다. 이곳에서는 수많은 TGV가 파리를 떠난다. 그리고 괴력의 속도로 2시간이면 리옹에 도착한다. 우리는 파리의 리옹역에서 괴력의 속도를 탑승 전 미리 체감한다. 이미 리옹에 와 있는데, 굳이 서두를 필요가 없다. 파리에 역을 두고 리옹역이라 명명한 이유를 알 듯하다. 당신은 이곳에서 기다림과 권태를 느낄 틈도 없이 유체를 이탈하고 잠깐 눈 감고 일어나면 그곳 또한 리옹이다. 파리는 이미 가상의 메트릭스 세계가 또 다른 현실 세계임을 알았던 듯하다."

    "사실 성형문제도 그렇다. 한국에서 성형이 유행하는 이유를 사람들은 외모중심주의에 두지만, 표정에 대한 한국인의 관념도 한몫을 한다. 한국인은 표정을 중시하지 않는다. 어떤 상황에서도 자기의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포커페이스를 사회적 예절로 요구하기 때문이다. 상사 앞에서 싫다고 하기보단 일단은 긍정하고 싫지 않은 표정을 보여야 한다. 기회를 봐서 다시 얘기해야 하는 것이 예법으로 통한다. 감정에 솔직한 표정을 담는 것은 불이익을 각오하고 하는 일이다. 이러니 성형과 양악수술로 로봇 같은 부자연스런 표정이어도 크게 문제될게 없다. 다양한 표정을 원하지 않는 사회이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의 성형은 그런 문화적 배경을 깔고 있다. 단순히 외모의 문제만이 아니라 의사소통에서의 표정문제도 성형중독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나는 표정이 다양한 사회였으면 한다. 그래서 외모미인이 아니라 표정미인이란 새로운 개념이 생겼으면 좋겠다. 프랑스에서 보고 느낀 그런 표정의 다양함과 솔직함이 부럽다. 그로 인해 언성은 좀 높아지고 작은 갈등들은 둘레둘레 보이지만, 사람과 사람 사이의 오해가 줄어들고, 갈등의 골도 깊어지지 않으며, 그래서 평등도 더 쉽게 이루어질 것이다."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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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소개

    생년월일 -
    출생지 -
    출간도서 23종
    판매수 1,496권

    현재 강원대학교 영상문화학과 교수다.
    저서로 [스타벅스화- 스타벅스는 어떻게 낭만적 소비자들의 진지가 되었나], [서열중독], [아르티장- 자신의 나라를 만들다] 등이 있다.

    언론사 추천 및 수상내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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