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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부에서 본 미국사를 부각시켜 미국사 전체와 관련되는 중요 사건에 대한 북부와 남부의 서로 다른 견해를 대비시킨다. 북부와 남부의 대응 차이가 분명하게 밝혀진 사건을 중심으로 기술하여 역사의 흐름을 전체적으로 조망하고 있다. 북부와 남부는 동시에 성립되어 4세기에 걸쳐 아메리카의 문제에 대해 서로 다른 입장을 견지하여 왔다. 이 책은 이같은 두 개의 근본적인 미국상의 차이를 개관하고 분석하여, 독자에게 현재 미국의 복잡성을 더욱 깊이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1. 왜 남부인가? 2000년 4월 세계적인 테니스 스타 세레나 윌리엄스는 사우스케롤라이나에서 있었던 한 대회를 보이콧했다. 사우스케롤라이나 주의 의사당 정면에 걸려 있던 ‘남부연합기’가 보이콧의 이유 중 하나였다. 이 남부연합기는 남북전쟁 때 미연방을 탈퇴한 남부의 여러 주들이 사용한 깃발로 이전에도 심심치 않게 문제를 일으키곤 했다. 1990년에는 하버드 대학의 기숙사에서 남부 버지니아 출신의 한 여학생이 이 남부연합기를 내걸었다가 다른 학생들로부터 거센 항의를 받았는데, 켄터키 출신의 한 흑인 여학생은 이 남부연합기에 대응해 아예 갈고리 십자(###) 깃발을 내 걸기도 했다. 이런 문제 때문에 미시시피 주에서는 2001년에 남부연합기를 연상시키는 주기를 바꾸고자 주민투표를 실시한 바 있다. 그러나 주민들은 압도적으로 남부연합기의 디자인이 들어 있는 본래의 주기를 지지했다. 남부연합기를 옹호하는 것과 유사한 맥락에서, 해마다 남북전쟁을 재현하는 남부인들도 있다. 당시의 천과 염료로 그때와 똑같은 옷을 만들어 입을 뿐만 아니라, 당시에 사용하던 무기를 들고, 남부와 북부의 역할을 나누어 맡아 남북전쟁 때의 여러 전투를 빈틈없이 재현해 내는 것이다. 시대착오적인 인종차별주의자들이라는 욕을 먹으면서도 말이다. 그러나 그들은 자신의 행위에 자부심을 느낀다. “개중에는 남북전쟁 같은 것은 듣고 싶지도 않다는 사람도 있겠지만, 거꾸로 우리는 어째서 관심을 갖지 않는지 이상하게 생각될 뿐입니다. 이는 역사와 전통의 문제입니다. 남성이나 여성이나, 목숨을 내던진 사람들은 모두 일종의 ‘고귀함’을 갖고 있었습니다. 명예를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희생할 수 있었던 것이죠. 자신의 생명조차도. 즉, 자신의 일보다는 다른 사람의 일을 언제나 중요시한 것입니다. ……” (본문 223쪽) 남부연합기와 남북전쟁 재현자의 예에서 알 수 있듯, 미국의 많은 남부인들은 남부의 역사와 전통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심지어 북부에서 가정을 꾸리며 살다가도 아이를 낳을 때가 되면, 자신의 아이가 진정한 남부인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 무거운 몸을 이끌고 남부로의 멀고먼 여행을 감행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그렇다면 남부에는 어떤 역사와 전통이 있는 걸까? 남부인들의 자부심이란 도대체 어떤 것일까? 그러나 남북전쟁 당시의 남부는 우리에게 매우 부정적인 이미지로 각인되어 있다. 남부인들이란 노예해방이라는 저 ‘숭고한’ 이념을 이해하지 못해 링컨이 이끄는 북부에 대항한 비인간적이고, 비상식적인 인종주의자들이 아니었던가? 그렇다면 남부인들은 담배 플랜테이션에서, 면화 농장에서 아프리카 노예들을 인간 이하로 취급했던 자신들의 선조들을 존경한다는 것일까? 그들은 유색인종에 대한 억압과 착취의 역사를 높이 기리고 싶어 한단 말인가? ------------------------------------------------------------------------------------------------ 2. 두 개의 미국, 그 진실을 알기 위하여 ?두 개의 미국사?의 저자 제임스 M. 바더맨은 지금까지 우리가 알고 있는 미국사는 북부인의 시각에서 씌어진 것일 뿐 미국의 역사를 온전히 기술한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아메리카 대륙에 영국인들이 식민지를 건설할 당시부터 미국은 하나의 동질적인 공동체가 아니었으며, 특히 북부와 남부는 매우 다른 종교적 신념과 문화 및 세계관을 가지고 있었고, 계층?계급적 구성과 산업 형태도 크게 달랐다. 게다가 남북전쟁과 재건기를 거치면서 이런 차이는 더욱 커졌다. 따라서 이렇게 서로 다른 이질적 집단의 역사를 한쪽의 시각으로만 바라보는 것은 큰 문제라는 것이다. 물론 저자가 남부의 입장을 옹호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남부에 엄연히 존재했고 아직도 지속되고 있는 유색인종에 대한 차별과 편견에 눈을 감자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저자는 남부의 치부를 낱낱이 들춰낸다. 다만 저자는 그런 차별과 편견을 단순히 남부인들의 덜떨어진 인간성에서 찾는 유치한 짓은 하지 말자는 것이다. 저자에 따르면 최근까지도 각종 매스컴과 할리우드 영화, 소설 등에서는 다음과 같이 정형화된 남부인의 이미지가 재생산되고 있다고 한다. ‘보수적인 백인우월주의를 신념으로 삼으며, 흰색 기둥이 있는 플랜테이션식 저택에 산다. 남자들은 게으르고 상식이 부족한 데다가, 눈앞의 일에만 급급하다. 여성들은 항상 남성의 눈을 의식하여 꾸미기에 바쁘고 남성 의존적이다.’ 이런 관점을 바탕으로 기술된 미국사, 즉 북부인의 시각에서 씌어진 미국사로는 미국의 여러 문제를 제대로 파악할 수가 없다는 것이 저자의 입장이다. 예를 들어 1960년대 남부에서는 학교나 대중교통, 식당 등에서 백인과 흑인을 분리하는 법에 반대하는 격리철폐 운동이 벌어졌는데 반해, 북부에서는 왜 외형상 이와 정반대로 보이는 흑인분리주의 운동이 벌어졌는가 하는 문제 역시, ‘인종차별주의자 남부인’과 같은 단순 논리로는 이해할 수가 없는 것이다. 북부와 남부가 각각 뿌리를 두고 있는 문화적 배경은 어떻게 다른지, 또 이것들이 어떻게 서로 영향을 주며 성숙해 갔는지, 따라서 각자의 입장은 어떻게 다를 수밖에 없는지 등을 제대로 이해할 때만이 미국의 문제를 적확하게 짚어 낼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한때 ‘반전반핵 양키 고 홈!’이라는 구호를 외쳤었다. 그러나 ‘양키’는 미국 북부인, 그 중에서도 특히 북부 문화를 대표하는 뉴잉글랜드인을 가리키는 말이다. 이와 같이 우리는 미국인을 양키로, 미국 문화를 양키 문화로, 미국의 역사를 양키의 역사로 알아 왔다. 그러나 미국을 구성하는 집단은 양키 하나가 아니다. 미국은 하나가 아니라 여럿이다. ?두 개의 미국사?는 그 여러 개의 미국 중 남부와 북부라는 두 개의 미국을 우리에게 소개해 주고 있는 셈이다. ------------------------------------------------------------------------------------------------ 3. 남부인의 시각으로 본, 또 다른 미국사 ― 주요 내용 이 책의 전반부에서 설명하고 있는 것은 남부와 북부는 하나의 국가라고 하기에는 태생적으로 너무나도 달랐고, 경제 체제나 문화 그리고 일상적인 삶의 방식에서 대단히 이질적이었다는 사실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영국으로부터 독립하여 하나의 국가를 만들어 나가게 된 것은 어찌 보면 하나의 국가로 통합되기 위한 것이었다기보다는 서로 다른 체제를 주 단위로 보존하기 위한 방편이었던 셈이다. 그리고 이런 불안정한 공존은 서로간에 아슬아슬한 타협점을 찾아가며 남북전쟁 시기까지 이끌고 가게 된다. 사실 노예제도는 미국이라는 국가가 성립될 당시부터 폭발적인 갈등을 내포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 노예제도라는 뇌관을 건드리는 순간 미국은 두 개의 국가로 갈라질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은 이러한 내용을 단순히 정치?경제적인 차원의 문제로만 해석하지는 않는다. 이 책이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는 화두는 남부인의 정체성 문제이다. 생존과 신앙의 자유를 위해 미국으로 이주한 북부인과는 달리, 남부는 애초부터 번영과 출세를 위해 영국의 신사계급이 진출하여 세운 식민지였다. 여기서 출발한 남부인의 정체성은 그 후 미국이 벌이는 모든 전쟁에서 미국적 애국주의를 발휘하는 남부인의 모습으로 발현되기도 한다. 이 책은 남부인의 정체성과 일상적인 삶 그리고 경제체제에 영향을 주는 주요한 역사적 전기를 하나씩 짚어 나가는 방식으로 서술되어 있다. 식민지 건설과 영국으로부터의 독립, 남북전쟁과 그 재건기, 1?2차 세계대전 등에 이어서 1960년대의 흑인 공민권운동을 다룬 후 마지막으로 군수산업의 발전에 따른 남부의 경제적 부흥을 짚어보고 있다. 남북전쟁에서의 패배는 남부의 가치관과 경제체계의 몰락을 의미했다. 그리고 그 패배가 남부인의 일상적인 삶과 심리 상태에 미친 영향은 엄청났다. 그러나 남북전쟁은 형식적으로 노예를 해방시켰을 뿐, 사실 아무런 문제도 해결해 주지 못했다. 결국 2차대전을 전후한 인구이동과 흑인의 경제생활 참여로 새로운 국면이 전개되기 시작했고, 1960년대에 이르러서는 대대적인 공민권운동으로 표출되었다. 하지만 지은이가 분명히 밝히고 있듯이, 인종문제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의 문제로 남아 있다. t

서문 - 북부에서의 출산을 피한 어머니

1. '식민지 아메리카'로 가는 길
아일랜드 침략 │ 미국을 건설한 4개의 이주민 그룹 │ '양키'의 탄생 － 청교도들의 뉴잉글랜드 이주 │ '수치'와 '명예' │ 퀘이커의 델라웨어 계곡 이주 │ 그리스도 아래에서의 평등 │ '자유
'의 의미 │ '낙원' 남부로의 이주 － 버지니아 엘리트 │ 버지니아의 '가족' │ 버지니아 엘리트의 생활 │ 남부인의 '자유' │ 제4의 이민 － 변경 사람들

2. 두 개의 국가
아메리카의 분할 │ 아메리카 담배의 '발견' │ 아프리카 노예 │ 노예의 반란과 억압 │ 북부와 남부, 각각의 발달 │ 불안을 내포한 독립과 헌법 │ 다양한 대립 │ 노예 문제를 뒤로 미루다

3. 남북전쟁
노예와 인구 │ 인구 증가와 인구 이동 │ 미국을 바꿔놓은 발명 │ 남북 경제의 변화 │ 북부로의 이민 증대 │ 남북의 분열 │ 반란과 관리 │ 문화적 충돌 │ '악마' 링컨 │ 자신들의 토지를 위한 전쟁 │ 초토화 작전 │ 전쟁 후의 남북 │ 진압과 처벌 │ '해방'은 되었는가

4. 새로운 남부
새로운 신화 │ 노예에서 소작인으로 │ 새로운 식민지 │ '반(反)진화론'과의 투쟁 │ '목가적인 지역'과 '부패한 사회' │ 농업주의자들 │ 북부의 '기준' │ 뉴딜과 테네시 강 유역 개발 공사(TVA) │ 뉴딜이 초래한 것

5. 미국의 '평등'
최초의 사건 │ 전쟁과 차별 │ 남부에서의 공민권운동 │ 남부의 학교 │ 버스 보이콧 │ 모든 시가지에서 │ 공격과 암살 │ '우리는 할 수 있다' │ 남부의 백인들 │ 북부의 공민권운동 │ 북부의 흑인들 │ 강제적 평등 │ '평등'은 달성되었는가

6. 현재의 남부와 북부
군사시설과 군수산업 │ 전쟁 후의 변화 │ 선벨트 사우스 │ 남부연합기(旗) │ 남북전쟁 '재현자'의 출현

7. 남부인과 북부인
남부인 │ 살아남는 '남부인다움' │ 블루스와 컨트리 │ 앞으로의 남부와 북부

주

“북부(적어도 급진파와 그 지지자)의 견지에서 보면, 이런 남부 문화의 전복 방침은 의심의 여지없이 올바른 선택이었다. 반란으로 치달았던 남부 주는 진압당하고 처벌받았다. 노예는 해방되었지만, 그들은 자신들의 권리를 보장해 줄 승리자의 비호를 필요로 했다. 남부의 입장에서 보면, 재건기는 점령기라고 해도 좋았다. 다만, 이는 적어도 전쟁 전의 남부는 평화롭고 목가적인 사회였다는 신화를 신봉하는 사람들의 견해다. 그런 신화에서는 남북전쟁 후의 재건기가 사상 최악의 시기였던 것으로 기억되고 있다. 이 ‘신화’에 따르면 북부인들은 남부를 이용했고, 부역자들이라고 불린 남부의 배신자들은 무지한 흑인을 조종하려고 북부와 공모했으며, ‘당연히’ 지배자이어야 할 남부 백인은 거기에서 배제되어 있다고 생각되었다. 이런 비참한 상황은 용감한 백인 반란군이 전후 남부의 군사독재를 전복시키는 데 성공할 때까지 지속된다. 이 북부 주도의 독재 통치는 연방 점령군에 의해 보호받고 있다. ― 이상이 일반적인 남부 신화의 줄거리다. 이러한 남부 신화는, D. W. 그리피스 감독의 영화 <국가의 탄생>(1915)에 의해 일반에게 널리 알려지게 된다. 이 작품 속에서 남부인은 신사숙녀로, 양키는 탐욕스럽고 제멋대로인 인물로, 흑인은 바보 또는 공모자로 묘사되어 있다. 또한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소설 1936년, 영화 1939년)에서는 남부 귀족이 영웅적이고 로맨틱하며, 고귀하게 묘사된다. 이 작품 속의 흑인노예는 친절한 대우를 받으면서 상냥한 주인에게 봉사하는 데 행복을 느끼고 있다.” (132-133쪽) “테네시 주 내슈빌에 있는 밴더빌트 대학에 어떤 그룹이 출현했는데, 이들은 농업문화에서 산업문화로 변화해 가는 남부를 떳떳하게 여기지 않았다. 그 그룹은 1920년대 초에 활약한 ‘도망자’(Fugitive)라는 문학 서클에서 발전한 것이었다. 1930년 이들 중 12명의 남부인은 ?나는 지키리라: 남부와 농업 전통?(I'll Take My Stand: The South and the Agrarian Tradition)을 출판하여 남부의 전통적인 농업사회, 그리고 그 경제와 정치, 문화를 옹호했다. 이 책의 목적은 농업을 기반으로 한 남부의 경제체제를 근대적인 도시 산업사회의 위협으로부터 지키고, 북부 주도의 중앙집권화된 근대적인 대중사회를 비판하려는 것이었다. 12명의 집필진은 산업화의 진전에 따라 인간은 기계의 톱니바퀴의 일부로까지 전락하게 되었다고 주장했다. 또한 무자비할 정도로 자연을 파괴하고, 사람과 사람의 상업관계가 단순한 현금의 교환으로 변모된 것도 산업화의 탓이라고 했다. 그리고 남부인, 나아가서는 미국인 전체에게 궁극적인 선택은 산업사회냐 농업사회냐인데, 그들은 후자야말로 더 인간적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이러한 이른바 ‘농업주의자’(Agrarians)들에 대해서, 그들은 단지 로맨틱한 낡은 남부(올드 사우스)를 회고하고 있을 뿐이라는 비판도 당초에는 있었다. 다만 중요한 것은 남부의 문제는 필연적으로 미국의 문제이며, 미국을 이해하려면 우선 남부를 이해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점을 처음으로 깨달은 것이 그들이었다는 점이다.” (156-157쪽) “뮈르달은 이처럼 사태의 본질을 훌륭하게 지적하고 있다. 해외에서는 파시스트나 인종차별 국가와 싸우고 있는 합중국이지만, 정작 미군 내부나 국내에서는 흑인과 백인이 완전히 격리되어 있다는 사실을 흑인들은 분명히 인식한 것이다. 흑인 병사는 격리된 시설에서 식사를 하는데, 독일인 포로는 미국 백인과 같은 시설에서 식사를 하고 있었다. 흑인과 백인의 관계는 전쟁이라는 긴급사태에도 불구하고 악화일로를 걸었다. 1943년에는 할렘과 디트로이트 등 북부 도시에서 인종간 폭동이 일어났다. 대다수의 흑인 퇴역 군인이 ‘더블 V’, 즉 해외에서는 히틀러에 대한 승리, 국내에서는 짐 크로 법에 대한 승리를 촉구했는데, 이런 폭동은 향후 불안을 초래하는 계기가 되었다.” (176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