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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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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 서평

    1990년 '창작과비평' 겨울호에 [冬至] 외 6편을 발표하며 작품활동을 시작한 시인 김영산이 두 번째 시집[벽화]를 창비에서 간행하였다. 첫 시집 [평일]에서 단순한 사물들의 이름을 빌려 강인한 인간 정신을 노래했던 시인은 두번째 시집에서 뭇 생명을 보고 느낀 연민의 정을 슬픈 벽화로 그려내고 있다.


    [벽화] 연작은 이 시집의 한가운데 놓여 있다. 시인은 고분이나 박물관에서나 볼 수 있는 벽화를 아파트 벽에서, 불빛 일렁이는 부엌에서, 공단 앞 목욕탕에서 본다. 벽은 김영산 시인의 캔버스와 같다. 그 캔버스에는 꾸벅꾸벅 졸며 상점을 지키는 여자('벽화 1') 오래 머무르며 바라본 사람의 등 (벽화 4')서로의 등을 밀어주는 아버지와 눈먼 아이의 모습 (벽화 6')같이 응달진 삶을 사는 사람들의 슬픈 모습이 그려진다. 또한 벽을 바라보는 시적 화자가 생각에 잠겨 떠올리는 추억들도 새겨진다. 가령 '벽화 3'은 마치 슬라이드 필름처럼 그 추억들을 차례로 비춰내는데, 그 주인공들은 십여년 전 이 도시의 안개 부두를 보여준 사람, 목각인형을 깎던 반벙어리 친구, 친구 결혼식에 모인 실업계 동창생들, 변해버린 아내의 모습에까지 이어진다. 이처럼 시인에게 벽은 세상에서 떨어져 있어 외로운 존재들을 불러내는 공간이며 그들에게 따뜻한 연민의 정을 느끼게 하는 아름다운 화폭이다.

    이 시집을 다른 젊은 시인들의 시집과 구별되게 하는 것은 김영산 시인이 가진 독특한 시적 어법 때문이다. 시인의 어법은 화려한 수사와 정갈한 문법이 지배하는 요즘 시답지 않게 대단하다. 가령 '변산 편지'에서 '납작납작 포개진 검은 책장'이 쌓이고 쌓여 '검은 돌상여'가 되었다고 시인은 적고 있는데, 변산 앞바다의 층층 절벽을 책장이라고 본 상상력도 뛰어나지만 마지막 연에서 '내가 인정 못한 책들이 얼마나 무거운지'라는 시구는 의미의 연결을 뛰어넘는 시적 울림을 느끼게 해준다. 여기서 왜 그 책들을 화자가 인정하지 못하게 됐는지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없지만, 책장-죽음-인정 못한 책들로 이어지는 이미지들이 스파크를 일으키며 강렬한 느낌을 전해준다.

    이처럼 김영산의 시짐 [벽화]는 툭툭 끊어지는 어법에 따뜻한 휴머니즘을 담아내고 있다. 평론가 이승하는 '도시인의 고독이 이 시집에 그려진 가장 뚜렷한 벽화'라고 평하고 이 벽화는 슬픔을 넘어 '비극적인 인식을 담고 있다'고 말한다. 또한 세속도시에서 마치 수도하듯 시를 쓰는 시인의 태도를 바라보면서 깨달음의 경지를 감히 설하려 들지 않고 모든 죽어가는 것들을 안타까운 마음으로 그리고 있는 연민의 정이 이런 슬픈 벽화를 그리게 했다고 지적한다.

    목차

    1부

    오리 / 내 십일면관음상 / 무구장 / 백중 무렵 / 조장(鳥葬)

    축생(畜生) / 백치 / 해파리의 추억 / 배추밭을 둘러보다 / 갑문에서



    2부

    벽화1 / 벽화2 / 벽화3 / 벽화4 / 벽화5 / 벽화6 / 벽화7 / 벽화8

    19층 아파트 / 지하철에서 / 날개 / 남동공단 한 불빛 / 안팎 / 거미

    오늘의 벽화는 내일 그려지지 않는다 / 서쪽의 아파트



    3부

    의사(擬死) / 이미지 / 사슴 / 하지(夏至) / 갈대를 위하여 / 토끼

    경칩(驚蟄) / 변산 편지 / 그러니 돌아가거라 / 홍등(紅燈) / 두 나무



    4부

    동지(冬至) / 봄똥 / 어느 신혼부부 / 까치밥 / 갈치의 추억 / 서오릉의 추억

    돼지는 집에 있다 / 나는 시골에 올 때마다 무엇을 보느냐 / 돼지

    시(詩)는 사기라는 네 말을 이젠 부정할 수 있겠다

    본문중에서

    한낮 공단 앞 목욕탕 안에

    김이 서린 벽화가 그려지고 있었다



    아버지와 장님 아이가 와 있었다

    아이의 손길이 닿을 때마다

    물이 보글보글 끓었다

    그 옛날 수제비 뜨듯 물결이 일었다

    인큐베이터 속에서부터 눌이 멀었다 했다

    아들의 때를 밀어줄 때 보니,

    아이의 등에 아버지 눈먼 눈길이 머물러 있었다
    (벽화 6/ p.33)

    저자소개

    생년월일 1964~
    출생지 전남 나주
    출간도서 0종
    판매수 0권

    전남 나주에서 태어나 중앙대 문예창작과를 졸업했다. 1990년 [창작과비평] 겨울호에 ?冬至? 외 6편의 시로 등단했다. 시집으로는 [冬至] [평일] [벽화] [게임광] [詩魔] [하얀 별] 등이 있고, 장편 동화 [주먹열매]가 있다. 현재 동 예술대학원에서 공부하며, 중앙대 문예창작전문가과정에서 강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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