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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들의 전쟁 : 전쟁 테마로 새로 읽는 그리스 신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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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 : 김원익
  • 출판사 : 알렙
  • 발행 : 2011년 11월 19일
  • 쪽수 : 488
  • ISBN : 9788996517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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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 서평

    “태초에 카오스가 있었다. 그리고 전쟁이 시작되었다.”
    10가지 전쟁과 모험담으로 그리스 신화를 새로 읽는 시도


    영웅은 일생 동안 전쟁을 치른다. 우리는 영웅 이야기에서 이 세상의 모든 전쟁의 본질을 읽어낼 수 있다. 신화 연구가인 저자는, 티타노마키아에서 트로이 전쟁까지, 아르고 호의 모험에서 오디세우스의 모험까지, 그리스 신화 속의 전쟁의 의미를 밝히기 위해, 수많은 정설(定說)과 이설(異說)을 엮어내는 지적 모험을 벌였다.
    그리스 신화의 내용은 실로 방대하다. 사랑, 배신, 질투, 살육, 파괴, 폭력 등등 인간사의 모든 행위들이 상징과 원형들로서 담겨 있다. 그런데, 그러한 모든 행위와 원형들은 결국 전쟁으로 귀결된다. 그래서, 마치 오비디우스가 '변신 이야기'에서 그리스 신화의 코드를 “변신”으로 파악했듯이, 저자는 전쟁을 테마로 그리스 신화 새로 읽기를 시도한다.
    최근 KBS TV 강연에도 소개되어 화제를 불러온 ‘제우스의 12가지 리더십 강의’를 비롯해, 신화의 다양한 의미들을 해석해온 신화 연구가 김원익은 이번에 낸 '신들의 전쟁'을 통해, 신화의 스토리 원형들을 한데 모으고, 그리스 신화를 새롭게 읽어보기 위한 지적 모험을 시도한다.
    저자는 우선 10가지 전쟁 및 영웅담을 모아 영웅들의 스토리 유형을 분석하면서 동시에 스토리텔링을 재구성하고자 하였다. 익히 알려진 정설뿐만 아니라 많은 이설들도 담아낸 것이 특징이다. 이 책은 모든 영웅 이야기들의 핵심을 세 가지로 파악한다. 우선, 영웅 이야기는 결국 전쟁 이야기라는 점, 둘째는 영웅 이야기는 우리에게 ‘시련의 미학’(시련을 통한 정신적 성숙)이라는 메시지를 던져준다는 점, 그리고 영웅의 어린 시절부터 전성기와 죽음에 이르기까지 하나의 완벽한 이야기 구조는 스토리텔링의 모델이라는 점이다.
    저자는, 이 전쟁과 영웅담의 핵심 모티프를 “황금”이라 보면서, 황금은 권력의 상징이자 저주의 씨앗이라 분석한다. 황금을 쟁취하기 위한 싸움이 전쟁과 모험의 본질이라는 것이다. 저자는 또한 전쟁과 모험을 크게 정의와 불의의 싸움으로 나눈다. 그리스 신화에는 전쟁의 신이 둘이 있다. 정의의 신은 아테나이며 불의의 신은 아레스이다. 그래서 항상 정의(승자)는 불의와 괴물들을 정의롭게 무찌르며, 불의(패자)는 항상 살육과 폭력, 파괴와 공격을 일삼는다. 정의로운 자는 전략과 전술을 쓰며, 불의한 자는 속임수와 비열한 술수를 쓴다는 것이다.

    황금 모티프: 사랑과 권력과 명예를 위한 전쟁의 상징
    “신화는 역사적 사실이다.”

    저자에 따르면, 세계 신화는 으레 태초에 세계가 생성된 후 1)신들이 벌이는 전쟁으로 시작한다. 그리고 그러한 신화는 역사적 사실을 신화로 반영한 것들이다. 그것은 바로 이민족이 토착민을 정복하면서 두 민족이 모시던 신들이 서열 다툼을 하면서 벌인 전쟁이다. 이 전쟁은 크게 두 가지 방향으로 벌어진다. 하나는 이민족의 남신들이 토착민의 여신들을 누른다. 다른 하나는 이방의 남신들이 토착민의 남신들을 누른다. 그리스 신화의 신들의 전쟁은 이 두 가지 사실을 모두 반영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우라노스를 거세한 크로노스, 그리고 크로노스 등 티탄 12신을 제압한 올림포스 12신은 각각 이방의 남신들이 토착민의 남신들을 누른 것을 반영한다. 우라노스는 대지의 여신 가이아에게서 태어났지만, 가이아를 누르고 신들의 왕이 된 후 어머니를 슬며시 아내로 바꾸어버리는데, 이것은 토착의 여신을 누른 것을 반영한다.
    두 번째 단계로, 신들의 전쟁 이후의 그리스 신화는 신과 동격이거나 신이 되고자 하는 2)영웅들의 모험담으로 전개된다. 저자는 아르고 호의 54영웅들의 모험부터 헤라클레스, 페르세우스, 테세우스 등 세 영웅들의 모험 등이 이에 해당한다고 보았다. 영웅들의 모험은 조지프 캠벨의 19단계 여정, 크리스토퍼 보글러의 12단계 여정에 의해 일정한 스토리 유형을 가진다. 이런 모험 스토리의 유형은 이후의 세상 모든 스토리들의 원형이 돼 왔다.
    그리스 신화의 마지막 단계에서, 즉 역사적으로 도시와 국가를 이룩한 다음부터 3)인간들의 전쟁이 전개되는데, 이러한 전쟁들 또한 신화의 상징으로 표현된다. 예를 들면, 트로이 전쟁의 시작이 “황금 사과”의 주인을 가리는 파리스의 심판으로 시작되며 이것은 전쟁의 불씨이자 신화의 모티프로 되어 있지만, 역사적으로는 아테네가 트로이를 정복하고자 했던 침략 전쟁의 구실이었을 뿐이다. 테베 전쟁은 내전이었으며, 아이네이아스의 로마 건국을 위한 모험 또한 신화로 반영하면서 미화됐을 뿐, 역사적으로는 인간들의 권력 투쟁이거나 침략 혹은 정복 전쟁이었다.

    저자는 이러한 전쟁과 모험의 핵심에 “황금”에 관한 쟁취욕이 있다고 보았다. 물론 인간이 황금을 갈망하듯이, 불멸의 존재인 신들도 황금을 갈망한다. 예를 들면, 헤파이스토스가 황금 의자를 만들어 자신을 버린 어미인 헤라 여신에게 바치자, 여신은 앞뒤 가리지 않고 의자에 털썩 앉는다. 결과는, 몸과 의자가 딱 붙어버렸고, 그제야 의자가 한 맺힌 아들 헤파이스토스가 놓은 덫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또, 아폴론은 헤르메스에게 황금 지팡이를 주는데, 이것은 목동과 전령의 신이라는 상징이었다. 에로스는 황금 화살과 납 화살을 가지고 다녔고, 제우스는 청동 탑에 갇힌 다나에와 사랑을 나누기 위해 황금 소나기로 둔갑했다. 신들도 황금을 좋아하지만, 인간들보다는 황금을 갖기 쉬웠을 것이다.
    반면에, 인간은 황금을 쉽게 가질 수 없다. 그래서 황금을 갖기 위해 모험과 전쟁을 서슴지 않는 것이다. 저자는 “아르고 호의 모험”에서 이러한 점을 지적한다. 54영웅들이 찾고 있는 황금 양털의 실체는 곧 권력이다. 저자가 보기에, “황금 양피는 그것을 소유한 사람에게 행복을 약속하는 무한한 가치가 있는 대상을 상징한다. 하지만 황금 양피를 부당한 방법으로 소유한 사람은 불행의 늪에 빠진다. 그래서 황금 양피는 그리스판 [니벨룽의 반지]이다. 황금 양피에도 니벨룽의 반지처럼 저주가 걸려 있기 때문이다.”
    즉, 황금은 무한한 권력이자 저주를 암시하는 신화의 핵심 모티프인 것이다. 저자는 이 핵심 모티프를 그리스 신화 곳곳에서 발견해 낸다. 제2장 아르고 호의 모험에서는 황금 양피(권력의 상징), 제3장 칼리돈의 멧돼지 사냥에서는 황금 사과(아탈란테), 제4장 페르세우스의 모험에서는 황금 소나기(제우스), 제5장 헤라클레스의 모험에서는 황금 갑옷, 황금 뿔, 황금 사과나무, 황금 술잔 등, 제7장 테베 전쟁에서는 황금 목걸이, 제8장 트로이 전쟁에서는 황금 사과(파리스의 심판), 제10장 아이네이아스의 모험에서는 황금가지가 등장한다.
    물론 신화시대에도 고대에도 현대에도 “황금”은 가장 중요한 가치이면서, 이것을 갖기 위해 가장 치열하게 싸워야만 하는 대상이다. 그러므로 황금을 가진 자는 권력을 쥘 수 있고, 이것을 함부로 쓸 때에는 불행과 저주를 불러올 수 있다. 저자는 트로이 전쟁의 씨앗이라 흔히 말하는 황금 사과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트로이 전쟁에는 칼리돈의 멧돼지 사냥에 등장했던 황금 사과가 또다시 등장하여 불행을 초래한다. 앞서 언급한 황금양피, 황금 사과, 황금 목걸이의 저주가 다시 반복되는 것이다. 파리스의 황금 사과는 불화를 조장한다. 황금 사과는 그것을 놓고 다투었던 세 여신 사이의 불화만 조장시킬 뿐 아니라 그리스와 트로이의 불화도 조장하여 전쟁을 일으킨다. 그래서 이렇게 결론 내리는 것은 무리일까? 전쟁은 결국 황금 때문에 생긴다고 말이다. 인간들 사이의 싸움이나, 고대로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의 국가간의 전쟁이나, 또 무역전쟁처럼 현대의 보이지 않는 전쟁에 이르기까지 모든 다툼은 황금 즉 돈을 더 많이 얻기 위한 것이다.”

    모든 전쟁은 정치의 계속이다.
    “인간들의 삶은 살육과 폭력, 파괴와 공격, 속임수와 비열함이 판친다.”

    저자는 그리스 신화의 “전쟁과 모험담”은 역사적 사실을 신화적으로 반영한 것이라 해석한다. 당연하게도 신들의 전쟁은 영웅들의 전쟁의 축소판이고, 그 주인공은 제우스 신이다. 제우스 신은 그의 형제(부족)들과 힘을 합하여 티탄 12신을 누르고 올림포스 산을 근거로 권력을 잡게 된다. 신들의 왕이 된 제우스는 여러 번의 고비를 넘기며 놀라운 리더십을 발휘하여 자신의 왕국을 평화롭게 통치한다. 그래서 제우스의 통치 시기는 로마의 ‘팍스 로마나’와 비견된다고 저자는 말한다.
    저자는 테베 전쟁과 트로이 전쟁을 다시 돌아볼 것을 권한다. 이 전쟁들은 바로 권력이나 통치권을 장악하려 한 형제간의 다툼(테베)이거나 침략 혹은 정복 전쟁(트로이에 대한 아테네의 공격)이 핵심이다. 이러한 점은, 비록 신탁이나 운명, 혹은 황금사과 등으로 그럴듯하게 신비스러운 이야기로 치장돼 있지만, 실제로는 온갖 살육과 폭력, 파괴와 공격, 속임수와 비열함 등이 판친다. 즉 인간들의 삶은 시련의 연속이자 전쟁터로 점철된다.

    저자는, 그리스 신화를 천천히 훑어보면, 인간들의 삶에나, 신과 동격인 영웅들의 삶에나, 혹은 신의 삶에나 모두 마찬가지로 온갖 속임수와 비열함이 넘친다고 보았다. 그래서 신화에서는 괴물과 불의가 판치는 세상에는 공격, 살육, 파괴, 폭력이 난무할 수밖에 없다고 하였다. 그 괴물과 불의에 맞선 정의로운 전쟁을 행하는 자가 신화의 영웅들이며, 그 영웅들의 전쟁은 정의의 전쟁의 신인 아테나가 후원자 역할을 한다고 하였다.

    “그리스 신화에는 전쟁의 신이 두 명 있다. 아레스와 아테나가 바로 그들인데 담당 분야가 사뭇 달랐다. 아레스가 전쟁에서 공격, 살육, 파괴, 폭력 등을 담당했다면, 아테나는 방어, 전략, 전술, 정의 등을 담당했다. 페르세우스, 헤라클레스, 아킬레우스, 오디세우스 등 그리스 신화의 영웅들이 벌이는 전쟁은 괴물과 불의에 맞선 정의로운 전쟁이다. 그래서 그들 뒤에는 항상 든든한 후원자 아테나 여신이 있었다. 괴물과 불의가 판치는 세상에는 공격, 살육, 파괴, 폭력이 난무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영웅들의 전쟁은 바로 아테나가 아레스와 벌이는 싸움의 대리전이기도 하다. 이 책의 제목을 ‘신들의 전쟁’이라고 한 것은 바로 그 때문이다.” (들어가는 말 중에서)

    무엇이 정의인가?
    “신화는 승자가 기록한 이데올로기이다.”

    고대 신화는 승리자가 기록하는 역사이며, 승리자는 곧 정의이므로 그들이 벌이는 모든 전쟁은 정의의 전쟁이라는 것이다. 자, 그렇다면 어떤 전쟁이 정의의 전쟁이고, 어떤 전쟁이 정의를 표방하지만 결국엔 정복이나 침략 전쟁에 해당하는가? 저자의 안내를 따라가 보자.

    “신들의 전쟁”에서 제우스가 벌이는 전쟁은 정의의 전쟁이다. 제우스가 아테나를 자신의 머리에서 키워냈으니 제우스의 전쟁은 정의의 전쟁일 수밖에 없다. 그는 티탄 신족의 수장이자 아버지인 크로노스의 폭정에 맞서 싸워 이겨 올림포스 신족을 일구어낸다.
    “아르고 호의 모험”의 주인공 이아손도 처음에는 정의의 전쟁을 표방한다. 하지만 그는 끝까지 권력에 집착하다 가족마저도 저버리고 비참하게 몰락한다. 이아손은 변질된 영웅이다.
    “칼리돈에서 벌어진 멧돼지 사냥”도 정의의 전쟁이다. 농사를 망쳐놓고 사람들을 괴롭히는 칼리돈의 멧돼지는 아레스의 폭력을 상징한다. 그래서 멧돼지를 없애려고 나선 영웅들은 정의의 용사들이다.
    “페르세우스의 모험”은 그야말로 모든 모험의 표상이다. 그에게 마치 정신적 스승처럼 조언과 도움을 아끼지 않은 신이 바로 아테나 여신이다. 그래서 그의 모험은 철저하게 정의를 위한 전쟁이다.
    “헤라클레스의 모험”도 정의를 위한 전쟁이다. 특히 그는 약속을 지키지 않은 자에 대해서는 가차 없이 보복 전쟁을 치른다.
    “테세우스가 모험 중 벌이는 전쟁”도, 별명인 리틀 헤라클레스답게 정의의 전쟁이다.
    “테베 전쟁”도 불의에 대한 반발에서 시작하지만 과정과 끝이 비극적이다. 아르고 호의 모험에서는 황금 양피가 저주를 내렸다면, 테베 전쟁에서도 저주가 서린 황금 목걸이가 전쟁에 개입하여 비극을 초래한다.
    “트로이 전쟁”도 겉으로는 정의심에서 발발한다. 전쟁이 트로이의 왕자 파리스가 스파르타 왕 메넬라오스의 왕비 헬레네를 납치한 데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트로이 전쟁의 원인이 헬레네의 납치라고 하는 것은 명분에 불과할 가능성이 크다. 헤로도토스는 '역사'에서 이집트 사제의 말을 인용하여 그리스군이 트로이에 갔을 때 헬레네는 트로이에 없었다고 말한다. 헤로도토스에 따르면 파리스는 헬레네를 데리고 트로이로 오다가 거센 풍랑을 만나 표류하다 이집트에 들렀는데, 이집트 왕이 사정을 전해 듣고 헬레네와 그가 가져간 보물들은 이집트에 억류시켜 놓은 채 파리스만 트로이로 돌려보냈다. 그래서 메넬라오스가 그리스 대군을 이끌고 쳐들어와서 헬레네와 보물들을 내놓으라고 으름장을 놓자, 트로이측은 사실대로 그녀가 트로이에 없다고 했지만, 그리스군은 그 말을 믿지 않고 트로이를 포위 공격하여 초토화시켰다. 이 사실로 미루어볼 때 트로이 전쟁의 원인은 헬레네도 아니고 파리스의 심판도 아닌 고대 그리스의 제국주의의 소산이다.
    “오디세우스”가 괴조 세이레네스나 괴물 스킬라와 카립디스 등과 치르는 전쟁은 여느 영웅들의 모험처럼 정의의 전쟁이다. 특히 그가 귀국해서 100여 명의 아내의 구혼자들과 치르는 전쟁은 아내를 지키기 위한 전쟁이라는 점에서 무척 인상적이다. 오디세우스가 가족을 지키려는 필사적인 모습에서 문득 오늘날의 아버지의 모습이 연상된다.
    “아이네이아스의 모험”은 로마의 건국신화이다. 아이네이아스의 모험을 다룬 베르길리우스의 '아이네이스'에서는 로마의 정복 전쟁을 미화하려는 당시 로마 위정자들의 속셈이 엿보인다.
    (/ 본문 중에서)

    그리스 신화는 서양 근대 의식의 커다란 한 축을 이뤄왔다. 그렇지만, 그리스 신화는 기독교의 성경 이야기와 같이 편집된 이야기이다. 저자에 따르면, 권력을 가졌기에 정의롭다고 생각하는 고대 그리스인들의 민족적 우월감을 읽어낼 수 있다. 다시 말해 영웅들의 모험의 클라이맥스는 대부분 그리스가 아닌 이국땅에서 이루어진다. 즉, 영웅들은 이국땅에서 모험이라는 이름으로 서슴없이 약탈을 자행하며 수많은 생명을 앗아간 것이다. 따라서 그들은 이민족들은 모두 아무 때나 정복해도 좋은 야만인이자 괴물로 생각한 것은 아니었을까? 하고 저자는 의문을 던진다.

    고대 그리스인은 그리스가 세계의 중심이라 믿었으며 자신들 이외의 타민족들은 야만족이라 생각했다. 중국인이 중국을 세계의 중심이라 생각하고 주변 민족들을 오랑캐로 부른 것과 비슷하다. 고대 그리스인이 주변 이민족들을 점령하면서도 조금도 양심에 꺼리지 않은 것도 이런 선입관 때문이다. 그들은 자신들의 정복이 이들에게 오히려 문명의 혜택을 가져왔다고 주장한다. 헤로도토스의 '역사'를 보면 그리스의 동쪽 끝 흑해를 지나 내륙으로 갈수록 하나같이 이상한 민족들에 관한 서술뿐이다. 예를 들면 그곳에는 눈이 하나밖에 없는 민족, 산양의 다리를 한 민족, 1년 중 6개월은 잠을 자면서 보내는 민족 등이 있다는 식이다. 우리가 헤로도토스를 위대한 역사의 아버지로 알고 있지만 그 역시 고대 그리스인이 갖고 있던 이민족은 야만인이라는 논리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던 것이다. 그리스 신화가 트로이 전쟁의 원인을 미화하고 정당화하는 것도 이런 이데올로기의 소산이다. (본문 중에서)

    영화 vs 신화
    [타이탄], [신들의 전쟁], [아르고나우티카]의 스토리 원형을 만난다.

    오랫동안 그리스 신화의 모험과 전쟁들은 영화의 단골 소재가 되어 왔다. 대체로 고전 원작의 내용을 충실히 반영하여 스토리 원형을 그대로 담아냈지만, 최근에는 스토리 원형을 그대로 두지 않고, 신화의 상징과 원형들도 해체하거나 재구성하는 시도가 늘어났다. 브래드 피트가 주연한 영화 [트로이](2004)에서는 트로이 목마의 꾀를 오디세우스가 아닌 아킬레우스가 지어낸 것으로 나온다. 2010년에 나온 [타이탄]도 실제로는 티탄 신족과 올림포스 신족의 싸움이 아닌 페르세우스의 모험을 다루고 있다. 최근 개봉된 [신들의 전쟁(Immortals)]은 반대로 티탄과 올림포스 신의 대결을 토대로, 인간 테세우스와 히페리온(티탄)의 전쟁을 다루고 있다. 앞으로도 [아르고 호의 모험](2012) 등의 개봉을 앞두고 있다.
    [신들의 전쟁]은 정의로운 인간 테세우스가 불의의 인간 히페리온과 맞서는 내용이다. 이것은 정의로운 황금의 신족 제우스 등과 이에 반항하는 불의의 신족 티탄들과의 싸움의 대리전 양상이다. 그리스 신화에는 많은 이야기들이 있다. [신들의 전쟁]은 신화의 많은 이야기들을 차용하고 변형하고 뒤섞는다. 물론 상징과 인물 구도는 아주 기본적인 선에서만 지켜진다.
    이렇듯, 영화와 신화를 비교하여 보는 재미도 있을 것이며, 스토리텔링에 관심 있는 독자라면, 신화의 스토리 원형이 영화화되는 양상을 비교해 보는 것도 유익할 것이다.

    목차

    들어가는 말

    제1장 신들의 전쟁
    제우스는 어떻게 신들의 왕이 되었을까?

    제2장 아르고 호의 모험
    권력의 상징 황금 양피를 찾아 나선 영웅들

    제3장 칼리돈의 멧돼지 사냥
    그리스 신화 최초의 여자 영웅, 아탈란테

    제4장 페르세우스의 모험
    완벽한 영웅, 정의의 전쟁을 치르다

    제5장 헤라클레스의 모험
    전쟁의 달인, 약속을 어긴 자는 반드시 응징한다

    제6장 테세우스의 모험
    리틀 헤라클레스, 아테네인들의 수호신이 되다

    제7장 테베 전쟁
    권력욕에 사로잡힌 형제의 2세대에 걸친 전쟁 이야기

    제8장 트로이 전쟁
    모든 전쟁의 아버지, 혹은 모든 전쟁의 축소판

    제9장 오디세우스의 모험
    가족과 사랑과 귀향을 위한 전쟁

    제10장 아이네이아스의 모험
    로마의 '용비어천가', 정복 전쟁을 미화하다

    나가는 말

    본문중에서

    고대 그리스인은 그리스가 세계의 중심이라 믿었으며 자신들 이외의 타민족들은 야만족이라 생각했다. 중국인이 중국을 세계의 중심이라 생각하고 주변 민족들을 오랑캐로 부른 것과 비슷하다. 고대 그리스인이 주변 이민족들을 점령하면서도 조금도 양심에 꺼리지 않은 것도 이런 선입관 때문이다. 그들은 자신들의 정복이 이들에게 오히려 문명의 혜택을 가져왔다고 주장한다. 헤로도토스의 '역사'를 보면 그리스의 동쪽 끝 흑해를 지나 내륙으로 갈수록 하나같이 이상한 민족들에 관한 서술뿐이다. 예를 들면 그곳에는 눈이 하나밖에 없는 민족, 산양의 다리를 한 민족, 1년 중 6개월은 잠을 자면서 보내는 민족 등이 있다는 식이다. 우리가 헤로도토스를 위대한 역사의 아버지로 알고 있지만 그 역시 고대 그리스인이 갖고 있던 이민족은 야만인이라는 논리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던 것이다. 그리스 신화가 트로이 전쟁의 원인을 미화하고 정당화하는 것도 이런 이데올로기의 소산이다.
    ('제8장 트로이 전쟁' 중에서 / p.365)

    그리스 신화에는 전쟁의 신이 두 명 있다. 아레스와 아테나가 바로 그들인데 담당 분야가 사뭇 달랐다. 아레스가 전쟁에서 공격, 살육, 파괴, 폭력 등을 담당했다면, 아테나는 방어, 전략, 전술, 정의 등을 담당했다. 페르세우스, 헤라클레스, 아킬레우스, 오디세우스 등 그리스 신화의 영웅들이 벌이는 전쟁은 괴물과 불의에 맞선 정의로운 전쟁이다. 그래서 그들 뒤에는 항상 든든한 후원자 아테나 여신이 있었다. 괴물과 불의가 판치는 세상에는 공격, 살육, 파괴, 폭력이 난무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영웅들의 전쟁은 바로 아테나가 아레스와 벌이는 싸움의 대리전이기도 하다. 이 책의 제목을 ‘신들의 전쟁’이라고 한 것은 바로 그 때문이다.
    ('들어가는 말' 중에서 / p.9)

    그렇다면 그리스 신화의 신들이 벌이는 전쟁의 직접적인 원인은 과연 무엇일까? 왜 크로노스는 우라노스에게, 제우스는 크로노스에게 전쟁을 선포했을까? 그리고 우라노스와 크로노스의 권력이 단명하고 쉽게 무너질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제우스가 아들을 비롯한 다른 반란 세력들에 의해 권력에서 밀려나지 않고 올림포스의 평화 시대를 구가한 비결은 과연 무엇일까? 제우스의 놀라운 리더십의 핵심은 무엇일까? 우리는 앞으로 전개되는 그리스 신들의 전쟁 이야기에서 그 해답을 찾을 수 있다.
    ('제1장 신들의 전쟁' 중에서 / p.16)

    이아손의 아르고 호의 모험은 황금 양피를 찾아 나선 영웅들의 이야기이다. 황금 양피는 그것을 소유한 사람에게 행복을 약속하는 무한한 가치가 있는 대상을 상징한다. 이런 상징성을 염두에 두고 1429년 유럽에서는 ‘황금 양피 기사단’과 ‘황금 양피 훈장’이 창설되기도 했다. 하지만 황금 양피를 부당한 방법으로 소유한 사람은 불행의 늪에 빠진다. 그래서 황금 양피는 그리스판 [니벨룽의 반지]이다. 황금 양피에도 니벨룽의 반지처럼 저주가 걸려 있기 때문이다.
    ('제2장 아르고 호의 모험' 중에서 / p.64)

    페르세우스의 모험은 세계 신화 속 모든 영웅들의 모험의 전형이다. 그래서 페르세우스의 모험은 할리우드 영화로 반복해서 자주 만들어진다. 페르세우스의 모험이 완벽한 스토리텔링의 구조를 구현하고 있기 때문이다. 2010년에 상영된 [타이탄]도 페르세우스의 모험을 다루고 있다.
    [타이탄]이란 영화 제목은 관객들의 오해를 불러일으킬 소지가 다분하다. 이 영화가 페르세우스의 모험을 소재로 한 것을 모르는 관객이라면, 이 영화에서 타이탄 즉 티탄 신족과 올림포스 신족과의 싸움을 기대할 것이다. 또 그 사실을 아는 관객이라도 이렇게 자문할 수 있다. 페르세우스의 모험이 티탄 신족과 도대체 무슨 관계가 있다는 것이지? 하지만 [타이탄]에서 티탄 신족과 올림포스 신족의 싸움은 전혀 중요한 역할을 하지 않고 이야기의 배경을 이루고 있을 뿐이다.
    ('제4장 페르세우스의 모험' 중에서 / p.144)

    헤로도토스가 '역사'의 서두에서 페르시아 학자들로부터 들었다고 하는 이 이야기를 꺼낸 것은 물론 트로이 전쟁의 이유를 말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그의 목적은 결국 페르시아 전쟁을 기술하는 일이었다. 그래서 그는 이 이야기를 페르시아 인들이 그리스에 대해 품고 있는 적개심의 원인을 설명하기 위해 인용했다. 그들에 따르면 페르시아가 속해 있는 아시아 측에서는 납치당한 여자는 문제 삼지 않았는데, 그리스인은 납치당한 스파르타의 여자 때문에 대군을 동원하여 트로이를 초토화시킴으로써 페르시아 인들의 적개심을 불러일으켰다.
    ('제8장 트로이 전쟁' 중에서 / p.315)

    아이네이아스의 모험은 트로이 전쟁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은 트로이의 장수 아이네이아스가 트로이 유민을 이끌고 바다를 방랑하다가 이탈리아를 발견하여 아들 실비우스에게 알바 롱가라는 도시를 건설하게 함으로써 로마의 초석을 닦는 이야기이다. 로마 시인 베르길리우스의 '아이네이스'는 아이네이아스의 모험을 처음으로 체계적으로 정리한 작품이다. '아이네이스'는 로마의 건국신화 중 하나인 셈이다. 우리가 이 장에서 다루게 될 아이네이아스의 모험 이야기도 그의 작품에 근거한 것이다.
    ('제10장 아이네이아스의 모험' 중에서 / p.438)

    그리스 신화에서 벌어지는 전쟁의 주인공인 영웅 이야기는 모두 비슷하다. 얼굴이나 모험의 무대나 방식이 다를 뿐이다. 영웅들은 거침없이 자신의 길을 간다. 누구도 그들이 가는 길을 막을 수 없다. 그들은 어떤 괴물과 악당을 만나거나 어려움에 처해도 조금도 물러서지 않는다. 죽음을 불사하고 그들과 맞서 싸워 이긴다. 그래서 그들의 이야기를 읽고 있으면 대리만족을 느낀다. 통쾌하고 시원하다. 엄청난 카타르시스를 느낀다.
    그렇다면 그리스 신화의 영웅들은 정말 완벽한 삶을 구현해 낸 인물들이었을까. 그들의 삶은 흠잡을 데라곤 전혀 없었던 것일까. 이에 대한 대답은 회의적이다. 영웅들은 물론 우리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강력한 모험심과 추진력과 인내심을 갖고 있다. 하지만 그들도 인간으로서 우리와 똑같은 욕망을 갖고 있고 사랑하고 슬퍼하고 괴로워했기에 완벽한 성격의 소유자일 수는 없었다. 잘 나가던 영웅들도 갑자기 그 성격적 결함에 의해 허무하게 무너진다. 그들이 우리에게 더욱더 매력적으로 보이는 것은 바로 그 성격적 결함 때문이다.
    ('나오는 말' 중에서 / p.481)

    저자소개

    생년월일 -
    출생지 -
    출간도서 7종
    판매수 1,531권

    문학박사, 신화 연구가, (사)세계신화연구소 소장, 연세대 독문과를 졸업하고 독일 마부르크 대학에서 수학했다. 연세대에서 ‘릴케의 [말테의 수기]와 대도시 문제’라는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KBS 2 TV에서 ‘신화, 인간의 거울’이라는 제목으로 4회에 걸쳐 'TV 특강'을 했으며, SBS 라디오 [책하고 놀자] 프로그램에서 2년여 동안 ‘김원익의 그리스 신화 읽기’ 코너를 담당했으며, 매년 여름 그리스로 신화기행을 떠난다.
    현재 홍익대, 서울 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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