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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티네, 변신에 도취하다 (미니북)

원제 : RAUSCH DER VERWANDL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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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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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초로 소개되는 슈테판 츠바이크의 장편 소설

오스트리아 작은 산골 마을 우체국에서 근무하는 크리스티네. 가난에 찌들어 미래도 꿈도 없이 절망적인 나날을 보내던 이 노처녀에게 오래전 미국으로 건너가 갑부가 된 이모의 초청장이 날아든다. 그리고 그녀가 찾아간 알프스 최고급 휴양지에서 크리스티네의 인생은 극적인 반전을 맞이한다. 유럽의 상류층 부호들만 모이는 초특급 호텔 사교계에서 백작 부인의 딸로 변신하여 행복에 취한 크리스티네. 그러나 열두 시가 넘으면 부엌데기로 돌아가야 했던 신데렐라처럼 그녀는 아름다운 환상 같았던 며칠간의 모험을 끝내고 고향으로 돌아오고, 우연히 만난 가난하고 반항적인 청년과 함께 결말을 예측할 수 없는 음모를 꾸민다.

양극화한 세상에 절망하고 분노하는 젊은이들의 삶

소설에서 크리스티네가 방황하는 세계는 시대적 배경이 다를 뿐, 불안과 소외, 탐욕과 좌절, 신분적·경제적 갈등으로 얼룩진 오늘날 우리의 현실을 그대로 반영한다. 전쟁에서 패하고 대부분 국민이 극도의 빈곤 속에서 살아가던 암울한 오스트리아에서도 부유한 자들의 사치와 특권의식, 가난한 자들에 대한 경멸은 조금도 기세가 꺾이지 않는다. 한쪽에는 모든 것이 쉽고, 아름답고, 호화스럽고, 황금빛 광채로 빛나는 배타적인 세계가 있는가 하면, 다른 한쪽에는 불안하고, 절망하고, 분노하는 어두운 세계가 고통스럽게 공존한다. 그래서 절망과 변신, 도취와 증오 그리고 다시 절망으로 이어지는 크리스티네의 처절한 삶을 지켜보는 독자는 그녀의 고통에 공감하고 동정과 분노를 느끼지 않을 수 없다.

복잡다단한 인간 심리를 치밀하고 세밀하게 그려내기로 유명한 츠바이크는 사후 출간된 이 마지막 소설에서 인간의 내면에서 잠자는 이기적 욕망, 오랫동안 굶주렸던 욕구가 분출되는 과정을 집요하게 추적한다. 독자들은 이 뛰어난 소설에서 문학적 즐거움과 함께 오늘날 우리의 상황을 재발견하는 현실적 고통을 함께 느끼게 될 것이다.

파란만장한 사연이 깃든 소설

이 소설의 원고는 츠바이크가 1942년 망명지 브라질에서 두 번째 부인과 동반 자살한 후에 발견된 유고 더미에 포함되어 있었다. 이 원고를 쓴 1930년대, 특히 1934년부터 1938년 사이에 작가는 나치의 압박을 피해 영국에 망명 중이었고 그곳에서 두 번째 부인 샤로테 알트만(Charlotte Altmann)을 만났다. 그런 배경 때문인지, 이 소설에는 당시 오스트리아의 정치적 사건들과 샤로테의 영향이 짙게 반영되어 있다.

주로 단편과 중편을 발표한 츠바이크는 글을 단기간에 몰아 쓰는 습관으로 유명한데, 이 장편만은 수년에 걸쳐 조금씩 완성했다. 그리고 그는 세상을 떠날 준비를 할 즈음 두 편의 원고를 출판사로 보냈는데, 그때에도 이 소설의 원고는 보내지 않았다. 그런 정황에 비추어 츠바이크 전문가들은 이 소설이 미완성이라는 주장에 대부분 동의하는 것으로 보인다. 어쨌든, 그가 생전에 이 작품을 출간하지 않았고, 또 사후 출간에 대한 어떤 지시도 남겨놓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는 명확하게 알려진 바 없으니 누구도 단정적으로 말할 수는 없지만, 오랜 기간 심혈을 기울여 쓴 작품인 것만은 분명한 듯싶다.

사후 40년 동안 망각의 창고에서 잠자고 있던 이 작품은 1982년에야 독일에서 처음 출간되어 대단한 인기를 누렸고, 곧이어 미국, 프랑스 등 다른 나라에서도 번역·출간되어 많은 사랑을 받았다.

츠바이크는 원래 이 소설의 제목을 ‘우체국 아가씨 이야기(Postfr?uleingeschichte)’로 정했으나, 1982년 독일에서 [변신의 도취(Rausch der Verwandlung)]라는 제목으로 출간되었고, 같은 이름으로 1988년 독일과 프랑스에서 TV 영화로 제작되어 방송되기도 했다.

본문중에서

여자는 옆자리가 비어 있었지만, 감히 가방을 내려놓지 못했다. 차를 타고 가는 내내 무릎 위에 등나무 가방을 올려놓고, 이 오만한 사람들이 틀림없이 자신을 지켜보고 있으리라는 걱정 때문에 눈을 들지도 못하고 고개를 숙인 채 좌석 밑으로 보이는 것들에만 시선을 고정했다. 하지만, 다른 여자들이 신은 고급스러운 신발이 눈에 들어오자, 자기가 신고 있는 신발이 더욱 초라하게만 느껴졌다. 여자는 여름용 담비 모피 가운 아래로 나온 다리를 세련되게 꼬고 거만한 자세로 앉아 있는 여자들의 발과 남자들이 신은 대담한 무늬의 스키 양말을 참담한 심정으로 바라보면서 그들의 모습이 자신과 너무도 다르다는 사실을 새삼 실감했다. 모욕적인 기운이 파도처럼 밀려와 부유함의 지옥에 들어와 앉아 있는 여자의 뺨을 끊임없이 때렸다. 예상치 못했던 이 낯설고 우아한 사람들 사이에 앉아서 어떻게 절망하지 않고 버틸 수 있을까? 겁먹은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마다 여자에게 새로운 고통을 안겨주었다. 맞은편 좌석에는 열일곱 살쯤 되어 보이는 소녀가 발바리 강아지 한 마리를 무릎 위에 올려놓고 앉아 있었다. 강아지는 게으르게 엎드린 채 기지개를 켰다. 모피로 레이스를 달아놓은 강아지 옷에는 명품 브랜드의 모노그램이 새겨져 있었다. 강아지 털을 간질이는 소녀의 작은 손톱은 붉은색으로 매니큐어가 칠해져 있었고, 손가락에 낀 반지에는 다이아몬드가 번쩍이고 있었다. 구석에 세워둔 골프클럽에도 부드러운 크림색 고급 가죽을 댄 우아한 손잡이가 달려 있었다. 아무렇게나 던져놓은 여러 개의 우산에도 각양각색의 고급스러운 손잡이가 달려 있었다. 여자는 무의식적으로 얼른 손을 움직여 싸구려 가짜 뿔로 만든 자신의 우산 손잡이를 가렸다. 그리고 마음속으로 빌었다.
‘제발 아무도 이 우산을 보지 못했으면.’
여자는 걱정스러워 더욱 몸을 움츠렸고, 앞자리에서 웃음이 터져 나올 때마다 꾸부정한 등을 타고 불안감이 밀려 올라오는 것을 느꼈다. 그러면서도 사람들이 자기를 보고 웃는 것인지를 확인하기 위해 고개조차 들지 못했다.
(/ pp.63~65)

이제 그녀는 가는 곳마다 ‘크리스티아네 폰 볼렌’으로 알려졌다. 여기저기서 그렇게 소개되고 불리다 보니 그녀는 별 저항감 없이 그 이름에 익숙해졌다. 부드러운 색조에 윤이 나는 가구가 있는 방에 익숙해지듯이, 호텔의 호화스러움과 안락함에 익숙해지듯이, 큰 지출에 익숙해지듯이, 온갖 매혹적인 것들에 도취하듯이 익숙해졌다. 별안간 여자를 잘 아는 누군가 ‘호프레너 양!’ 하고 부르면 그녀는 몽유병 환자가 최면상태에서 깨어나듯 깜짝 놀랄 것이다. 꿈속에서 겪어봤듯이 산꼭대기에서 추락하는 기분일 것이다. 여자의 새 이름은 완벽하게 그녀의 일부가 되었고, 여자는 자신이 이제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변신했다는 확신이 들었다.
(/ p.149)

새 옷을 입자 걸음걸이부터 달라져 육감적으로 엉덩이를 흔들며 우아하게 걸었으며, 한 걸음 한 걸음 옮길 때마다 자신감이 솟아났다. 밖으로 나와 사람들과 신나게 떠들어대자 놀랍게도 그때까지 늘 지쳐 있었던 몸에도 활기가 되살아났다. 춤은 여자의 몸을 유연하게 만들어주었으며 그녀가 새롭게 발견한 힘과 다시 찾은 젊음이 그녀의 재능을 거듭 확인하게 해주었다. 심장은 격렬하게 고동쳤고, 언제라도 날아오를 듯 상쾌한 기분을 느끼게 해주었다. 끊임없이 부풀었다가 가라앉는 가슴은 마치 감전된 듯한 전율을 손가락 끝까지 전해주었다. 그것은 이상하고, 강렬하고, 새로운 즐거움이었다. 호기심에 이끌려 이제는 오히려 가만히 앉아 있기가 어려워졌고, 갑자기 몰아닥친 강풍에 날리듯 여자는 여기저기로, 안으로 밖으로, 위층과 아래층으로 분주히 돌아다녔다. 계단을 오를 때에도 한 번에 한 칸씩 오르는 일이 없었다. 뭔가를 잊은 사람처럼 마음이 들떠 늘 세 칸씩 올랐다. 놀고 싶은 충동과 애정과 고마움을 표현하고 싶은 욕구가 너무 강해서 손은 늘 사람이든 물건이든 무언가를 붙잡고 있었다. 그리고 이따금 양팔을 활짝 펼치고 먼 곳을 향해 터져 나오는 웃음과 환호를 참아야 했다.
(/ p.150)

크리스티네, 또다시 직업소개소에 가서 구걸하는 거지처럼 대기표를 받고 줄을 서서 기다리는 짓은 못 하겠어. 그러느니 차라리 죽고 싶어. 그동안 나는 일자리를 찾느라고 정신없이 뛰어다니고, 거절이 예정된 전화를 걸고, 답장 없는 편지를 보내고, 아침이면 청소부가 쓰레기로 가져가는 이력서와 구직신청서를 수도 없이 썼어. 이제 더는 못 하겠어. 그나마 입사를 지원했던 회사에서 면접을 보러 오라는 통지를 받을 때도 있었지. 대기실에서 나와 똑같은 처지에 놓인 다른 지원자들과 함께 비참한 기분으로 앉아 기다리다가 한참 만에야 호명되어 비굴하게 굽실거리며 면접실로 들어가면 면접
관이라는 자들이 냉랭하고 사무적인 미소를 지으며 오만하게 나를 뜯어보며 앉아 있었어. 수십, 수백 명의 지원자가 일자리 하나를 놓고 경쟁하고 있는데, 내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그들은 내게 자비를 베풀고 있다고 생각하는 거야. 면접관이 내 옷을 하나하나 벗겨 내듯이 내 신청서와 이력서를 훑어볼 때마다 나는 한편으로 취직되었으면 좋겠다는 간절한 바람과 다른 한편으로 팔려가기를 기다리는 애완동물 상점 쇼윈도의 강아지가 되어버린 모욕감 사이를 오가며 심장이 터질 것 같았지. ‘여기까지 오시느라 수고하셨습니다. 내부 심사를 거쳐 결과는 수일 내에 개별적으로 통보하겠습니다.’ 그러나 통보는 대부분 ‘애석하게도……’라는 문구가 달린 불합격 통지였어. 나는 취직될 때까지 그 짓거리를 계속했어. 그리고 설령 취직이 되어도 일 년 후에는 어김없이 해고되었지. (…) 언젠가는 그 지겨운 신세를 면하고 자리를 잡아 한 단계 두 단계 올라가면서 성공할 수 있으리라 믿었으니까. 그런데 매번 밑으로 떨어지기만 해. 요즘은 남에게 구걸하느니 차라리 때려죽이거나 총으로 쏴버리고 싶은 심정이야. 이제 더는 직업소개소 대기실을 어슬렁거리거나 곧바로 쓰레기가 되어버릴 이력서나 자기소개서를 쓰는 일은 안 할 거야. 나도 이제 나이가 서른이야. 더는 못 하겠어.
(/ pp.405~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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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소개

슈테판 츠바이크(Stefan Zweig) [저] 신작알림 SMS신청 작가DB보기
생년월일 1988.11.28~1942.02.22
출생지 오스트리아 빈
출간도서 42종
판매수 6,486권

독특한 문체와 섬세한 감정 묘사가 돋보이는 독일 문학계의 거장으로, 중·단편 소설과 전기 분야에서 독보적인 존재이다. 1881년 오스트리아 빈의 부유한 유대계 집안에서 태어났다. 20세에 시집 《은빛 현》으로 등단한 이후 시와 소설, 전기 등 활발한 작품 활동을 펼치며 1920~1930년대 유럽 최고의 작가로 이름을 떨쳤다. 1934년 나치의 박해를 피해 영국으로 떠났고, 미국, 브라질 등지에서 망명 생활을 하다가 심한 우울증으로 1942년 부인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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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간도서 0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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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국대학교와 동대학원에서 독어독문학을 전공했으며, 독일 마르부르크 대학교에서 수학했다. 『테레제, 어느 여인의 일대기』와 슈테판 츠바이크의 『크리스티네, 변신에 도취하다』를 비롯해 『거의 모든 시간의 역사』, 『완벽의 배신』, 『아이를 낳아도 행복한 프랑스 육아』를 번역했고, 츠바이크의 『이별여행』을 공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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