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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묻힌 얼굴 : 오정국 시집[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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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 : 오정국
  • 출판사 : 민음사
  • 발행 : 2011년 09월 23일
  • 쪽수 : 150
  • ISBN : 9788937407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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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 서평

    오정국 시작(詩作) 24년을 집약하는 진흙 시 연작

    무형의 세계, 익명의 존재 너머를 기약하는 파묻힌 얼굴들
    이것은 보이지 않는 것을 보여 주는 발굴의 시학이다


    현실과 이상, 그 운명적인 대립 사이의 긴장에 빠진 자아를 “낭만적 통증”(문학평론가 김지선)으로 그려 온 시인 오정국의 신작 시집 [파묻힌 얼굴]이 민음의 시 177번으로 출간되었다. 기자 생활을 거쳐 현재 문창과 교수로 재직 중인 오정국은 다채로운 경험에 깊은 사유의 맛을 더해 시집 네 권과 평론집 두 권을 발표했다. [파묻힌 얼굴]은 [멀리서 오는 것들] 이후 6년 만에 내는 다섯 번째 시집이다.
    오정국의 시 세계는 낭만적 자아가 태생적으로 품고 있는 존재론적 결핍을 드러내며 글쓰기의 시작(始作)을 궁구해 왔다. ‘나’의 세계를 송두리째 전복하는 경험 없이는 어떠한 시도 발화되지 않는다. 이 경험은 ‘나’로부터 오는 것이 아니라 ‘바깥’에서, 그 ‘바깥’에의 매혹에서 온다. 쓴다는 것, 그것은 언어를 이 ‘바깥’에 대한 매혹 아래에 두는 일이다. 그래서 그의 시는 “거센 폭우에 젖은 뒤 남는 오랜 얼얼함처럼 격렬한 감정 뒤의 쓸쓸한 여운을 남”긴다.(문학평론가 김지선) [파묻힌 얼굴]의 시편들은 미지의 ‘바깥’에 매혹당한 자아의 숨결을 포착, 혹은 발굴하는 작업에 다름 아니다.
    특히 3부는 시집의 지배적 이미지 중 하나인 ‘진흙’을 주제로 한 연작시 '진흙들'을 실었다. 오정국의 진흙 시 연작은 진흙이라는 사물에 대한 다양한 묘사가 아니라 진흙 속에서 형태가 아닌, 보이지 않는 순간과 세계를 보여 주는 시도이다. 그는 만상을 주체에게 걸어 두는 전통적인 서정의 어법을 탈피해 독자들을 익숙하지 않은 무형(無形)의 세계, 이름 붙일 수 없는 것들의 세계로 초대한다. 이로써 자아에 침잠하기보다 ‘바깥’을 통해 자아를 또렷이 의식하는 발굴의 시학을 완성한다. “고요히 숨결을 얹어”('진흙을 빠져나오는 진흙처럼') 이 매혹의 순간에 함께하시길.

    진흙을 빠져나오는 진흙처럼
    미지의 ‘바깥’에 매혹당한 자아의 숨결을 포착하는 작업


    첫 시집 [저녁이면 블랙홀 속으로]에서 세속 도시를 배경으로 그리움의 서정을, 두 번째 시집 [모래 무덤]에서 모래사막의 서걱거림에 비유해 현대 사회의 불모성을 그렸던 오정국은 이후 [내가 밀어낸 물결]과 [멀리서 오는 것들]에서 고통의 근원을 응시하는 내면의 서정을 펼쳐 보인다. 오정국의 초기 두 시집이 ‘나’의 목소리가 지배하는 자아의 언어라면 다음 두 시집은 ‘누가’라는 익명의 목소리를 시인이 대신 전달하는 복화술, 즉 비인칭의 언어였다. 이러한 경향은 ‘물’과 ‘진흙’의 이미지에 깊이 천착한 이번 시집 [파묻힌 얼굴]에서도 두드러진다.
    “어떤 날엔 어떤 말이 나를 불러내서/ 자욱한 눈발처럼 흩날리게 하고// 어떤 날엔 어떤 말이 나를 불러내서/ 삼복염천의/ 진흙마냥 들끓게 했는데”('밤은 또 마타리꽃을 흔들며')라는 시인의 고백에서 보듯 자아는 바깥에 있는 그 무엇에 휩쓸리기 마련이다. 이에 자아는 목적 없는 무목적인 행위, 의지 없는 무위(無爲)의 행동을 반응으로 도출한다.

    나는 아무런 생각도 하지 않았는데, 머리 위로 구름이 흘러왔다
    책갈피를 펼치면
    왜 여기에 밑줄을 쳤을까 싶고

    나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는데, 깜깜한 밤이 오고
    불붙은 기차가 벌판 끝으로 사라졌다
    (/ '‘나는 아무것도’의 이야기' 중에서)

    생각 없이, 말없이 있을 때 머리 위로 구름이 흐르고 기차가 지나간다. 책 속에는 나도 모르는 밑줄이 그어져 있다. 이렇게 ‘바깥’의 사건들 속에서 ‘나’는 매 순간 반복해서 죽는다. 존재의 죽음이 아니라 자아의 죽음, 주체의 죽음이다. 그리하여 나는 아무것도 아닌 “‘나는 아무것도’라는 이야기”가 만들어진다. 오정국은 이 무위의 기원이 매혹에 있음을 밝힌다. 매혹당할 때 자아는 ‘바깥’의 침입에 무방비로 노출된다. “내 머릿속을 흔드는/ 블랙박스, 해발 425m”('해발 425m, 블랙박스 같은')라거나 “무넘기로 물 넘어오는 저 순간들을 못 견디겠네”('무넘기로 물 넘어오는')라는 진술은 거부할 수 없는 매혹의 순간, 사로잡힘의 사건을 충실히 증언한다.
    시집에서 가장 핵심적이고 주목할 만한 부분은 3부의 진흙 시 연작이다. 열다섯 편의 '진흙들'과 '진흙의 시', '파묻힌 얼굴―또는 매장된 시'로 구성된 진흙 시 연작은 마치 모자이크처럼 집요하게 진흙의 면면을 파헤친다. 진흙은 “몸이 근질근질하여 땅바닥으로 흘러내리”거나 “홍역 앓듯 열에 들떠 들썩거리는”('진흙들―골목의 입구') 등 끊임없이 꿈틀거린다. “얽고 얽히는, 물고 물리는 아수라의/ 진흙탕”('진흙들―굶주린 입')을 연출하기도 한다.
    그러나 진흙은 단순한 시적 대상에 머무르지 않는다. 그것은 정의할 수 없는, 형태조차 가늠할 수 없는 야생의 상징이며 원초적 생명력에서 일상적 비유에 이르기까지 모든 사유와 감각을 포괄하는 추상체이다. 또한 형태를 갖지 않기에 어떤 형상으로든 변이될 수 있는 잠재성이다. 진흙은 “손바닥으로 눌러서는 죽지 않는”('진흙들―골목의 입구') 완력을 보여 주며 “아직은 파헤칠 수 없는/ 미완의 둥근 봉분”('진흙들―탕진의 열매')처럼 결코 고갈되지 않는다. 즉 아무리 퍼내도 마르지 않는 강물처럼 정복되지 않는 잠재성 자체라 할 수 있다.
    진흙엔 얼굴이 없다. 그것은 너무 많은 얼굴을 숨기고 있다. 무형의 진흙에 파묻힌 얼굴은 익명의 존재가 된다. 그러나 오정국은 이 파묻힌 얼굴들의 숨결을 찬란한 매혹이라 읽는다. 막막한 부재 앞에서 오히려 생기가 돈다. “난생처음 두 눈 뜨고, 진흙을 빠져나오는 진흙처럼”('진흙을 빠져나오는 진흙처럼').

    작품 해설 중에서
    오정국의 시 세계는 ‘나’라는 주체의 의지보다는 ‘나’를 끊임없이 시로 향하게 만드는, 시인으로 하여금 지속적인 실패 속에서 다시 글을 쓰게 만드는 ‘바깥’의 존재를 드러내는 방식으로 진행되어 왔다. 그래서 그의 시는 ‘나’ 아닌 존재와의 관계, ‘나’의 바깥과의 관계에서 발화된다. 쓴다는 것, 그것은 언어를 이 ‘바깥’에 대한 매혹 아래에 두는 일이다. 오정국의 시에서 지배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물, 사막, 진흙의 이미지는 모두 바깥의 형상이라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으며, 무형적이고, 잠재적이고, 추상적인 것이라는 점에서 일정한 계열을 이룬다.
    일찍이 파울 클레는 회화가 보이는 것을 보여 주는 것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도록 하는 것이라고 말했는데, 힘과 감각의 관계를 증언하는 이 진술은 오정국의 진흙 시편에도 동일하게 적용될 수 있다. 오정국의 진흙 시 연작은 진흙이라는 대상에 대한 다양한 묘사가 아니라 진흙 속에서 형태가 아닌, 보이지 않는 어떤 세계를 끄집어내려는 시도를 보여 준다. 이것은 발굴의 시학이다.
    ―고봉준 / 문학평론가

    추천사

    시인의 촉수는 길이를 알 수 없는 것이어서 심연의 바닥을 향해 흐느적거리기도 하고 무변 허공의 밖을 더듬거리기도 한다. 시집 [파묻힌 얼굴]에서 내가 주목한 것은 유연하고 자유로운 촉수들의 움직임이었다. 망설임의 언어, 혹은 불안의 언어라고도 불릴 수 있는 그 촉수들은 거대한 침묵, 드넓은 부재 앞에서 고통스러워하며 막막한 채 방황한다. 그러면서 독자들을 익숙하지 않은 무형의 세계, 이름 붙일 수 없는 것들의 세계로 초대하는 것이다. 거기서 우리는 우리가 태어나기 이전의 텅 빈 고요와 마주치고 그 오래된 거울에 우리의 얼굴을 비춰 보며 아직도 우리가 무(無)의 그림자처럼 물질의 얼굴로 살아 있다는 사실에 놀란다.
    ― 최승호 / 시인

    목차

    1부

    진흙을 빠져나오는 진흙처럼
    '나는 아무것도'의 이야기
    철길 따라 흘러간 나팔꽃 이야기
    눈밭을 달려간 기차 이야기
    강 1
    강 2
    (...생략...)

    2부

    여름풀, 여름꽃
    밤은 또 마타리 꽃을 흔들며
    해발 425m, 출렁거리며 깊어지던
    해발 425m, 블랙박스 같은
    해발 425m, 더 높은 산으로 올라가는
    해발 425m, 상처 없이 빛나는
    (...생략...)

    3부

    진흙들-골목의 입구
    진흙들-도굴의 발자국
    진흙들-불타는 영원의 가면
    진흙들-굶주린 입
    진흙들-일식
    (...생략...)

    작품 해설/고봉준
    진흙이라는 추상

    저자소개

    생년월일 1956~
    출생지 경북 영양
    출간도서 0종
    판매수 0권

    1956년 경북 영양에서 태어나 중앙대 문예창작학과와 동대학원 문예창작학과를 졸업했다(문학박사). 1988년 《현대문학》으로 등단했으며, 시집 [저녁이면 블랙홀 속으로] [모래무덤] [내가 밀어낸 물결] [멀리서 오는 것들] [파묻힌 얼굴] [눈먼 자의 동쪽], 문학평론집 [시의 탄생, 설화의 재생] [비극적 서사의 서정적 풍경], 시론집 [현대시 창작시론 : 보들레르에서 네루다까지]를 펴냈다. 〈지훈문학상〉 〈이형기문학상〉 〈경북예술상〉 특별상을 수상했다. 현재 한서대 미디어문예창작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E-mail: ohjk35@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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