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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 [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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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 : 이종묵
  • 출판사 : 문학동네
  • 발행 : 2011년 09월 07일
  • 쪽수 : 308
  • ISBN : 9788954615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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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소개

    옛글을 통해보는 부부의 관계, 인문학의 뿌리가 되다

    인간의 사상과 문화를 대상으로 하는 학문영역인 인문학은 그 동안 조직 혹은 더 나아가 국가에 이르기까지 넓은 범위에 초점이 맞추어져 연구가 되고 발전이 되어왔다. 그래서 사람들은 인문학을 어려운 학문 혹은 실생활에는 적용하기 힘든 학문으로 인식해 온 것이 사실이다. 이에 이종목 교수는 인간과 인간이 맺을 수 있는 최소의 단위라 할 수 있는 '부부'관계에 초점을 맞추어 이야기를 써내려간다.

    인류가 태초부터 지금까지 '부부'라는 관계를 통해서 가족을 이루고 사회를 형성해 살아가지만 쉽게 볼 수 있는 사이가 아닌 것이 바로 '부부'관계이다. 옛 전통사회에서도 '부부'관계에 대한 문제는 있었고 그에 대한 해결책을 다양한 각도에서 찾으려고 했다. 편지, 문학작품 등 여러 형식으로 남긴 옛 성인들의 글을 통해서 지금보다 폐쇄적인 분위기의 유교사회에서도 똑같은 고민이 존재했었고 그것을 어떻게 해결해 나가는 지를 엿볼 수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이혼율 1위라는 오명을 가진 우리나라의 고민은 날로 깊어진다. 분명 몇 십년간 서로 다른 인생을 살다가 한 이불을 덥고 남은 생애를 같이 살아가는 '부부'라는 관계에서 문제가 없다는 건 오히려 이상한 일이다. 하지만 그것을 어떻게 극복하고 살아가야하는지에 대한 해답은 스스로가 찾아야 한다. 분명 이 책은 그 해답을 찾는데 도움을 줄 수 있는, 옛 사람들의 경험이 묻어있는 한 권의 지침서라고 할 수 있다.

    출판사 서평

    만남, 사랑, 그리움, 이별......
    옛글로 만나는 부부의 은은한 정!


    인문학은 사람을 다루는 학문이다. 하지만 그동안 인문학의 중심은 범상한 개인의 사생활보다는 국가나 민족 같은 거대담론에 있었다. 그 때문에 실생활과 인문학 사이에 상당한 괴리감이 생겨났다. 이성과 감성, 서로 함께할 수 없을 것 같은 인간사와 인문학 사이의 간극을 좁히기 위해 이종묵 교수는 '부부'라는 주제를 선택한다.

    옛사람의 삶과 현대인의 삶은 근본적으로 다르지 않다. 그렇기에 우리는 옛사람의 삶과 글을 통해 자신의 지난날을 돌아보고 앞으로 살 방향을 찾을 수 있다. 이종묵 교수는 이렇게 옛사람의 일을 현재의 나를 위한 것으로 삼는 것이 전통시대 학문에서 그토록 강조한 '위기지학(爲己之學)'이며, 이것이야말로 인문학의 본령이라고 이야기한다. '부부가 어떻게 살았는가?'라는 현상의 문제와 '부부의 문제를 어떻게 생각하였는가?'라는 인식의 문제를 대주제로 놓고 부부라는 가장 지근한 문제를 다루는 [부부]에는 다양한 부부가 등장한다. 서로 사랑하고 그리워하며 지내는 부부도 있고, 오해와 갈등 때문에 반목하는 부부도 있다. 한편으로는 서로 존경하며 문우(文友)처럼 지내는 부부도 있다. 우리의 다양한 삶만큼이나 다양한 옛 부부의 모습. 그 모습을 통해 '바로, 지금'을 살아가는 부부가 놓치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어떤 부부로 살아가야 할 것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다.

    개인을 넘은 범사회적 관계, 부부
    유교 이념이 지배하던 조선시대에 부부란, 일곱 살이 되면 자리도 함께하지 않고 서로 내외하며 지내다 얼굴 한 번 못 보고 중매에 의해 결혼해 평생 함께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이종묵 교수는 조선시대 남녀 간을 이야기할 때 드는 '남녀칠세부동석' '남녀상열' '남녀유별'과 같은 말이 당시 자유연애가 적지 않았음의 반증이라고 본다. 아무리 금기가 많은 시대라 해도 현실적으로 청춘 남녀의 사랑을 막기 힘들었다. 제도적으로는 용인되지 않았지만 '남녀상열'하여 '야합'해 부모에게 고하지 않고 혼인하는 '불고이취'는 성행했다. 마음 가는 대로 거처를 옮겨 아내를 다섯 명이나 둔 박의훤 같은 평민은 물론이거니와 과부와 사사로이 혼인했다가 사헌부의 탄핵을 받게 된 이지 같은 양반도 있었다. 인습에 얽매인 혼인이 아니라 서로 좋아 함께 살면 그뿐이지 중매나 혼례식 같은 절차는 큰 의미가 없었다.

    하지만 이렇게 정욕에 의해 남녀가 쉽게 만났다 헤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공적인 절차와 규정이 생겨났다. 일단 혼인을 할 때 반드시 지켜야 하는 두 가지 전제가 있었다. 하나는 동성동본끼리는 혼인할 수 없다는 규정이다. 이는 유학이 내재화되면서 확립된 것이나 기원적으로는 같은 혈족 내의 음란한 일을 막기 위한 장치에서 비롯했다. 이와 함께 혼인은 집안끼리의 만남이었기 때문에 역적 집안, 패륜한 집안, 대대로 나쁜 병이 있는 집안과 같이 혼인을 맺어서 안 되는 집안에 대한 규정이 있었다. 이런 규정을 근거로 가문이 엇비슷한 집안끼리 중매쟁이를 통해 의중을 타진하는 것을 시작으로 납채, 납길, 납징, 납폐, 친영 같은 절차가 이어졌다. 집안에 따라 시대에 따라 이 절차는 다소 유연성 있게 적용됐지만 두 사람의 관계가 풀리지 않도록 단단히 묶어두는 실로 기능했다.

    오늘날에는 혼인을 개인의 소중한 권리로 생각해 결혼을 하건 하지 않건 누구도 간섭할 수 없다고 여긴다. 하지만 조선시대에 혼인은 개인의 영역이 아니었다. 국가를 경영하고 백성을 돌보는 입장에서 혼인은 국가의 장래와 연결된 대사(大事)였다. 그렇기에 정조는 노총각과 노처녀의 혼인을 서두르도록 하라는 칙령을 내리기도 했고, 혹 가난 때문에 혼기를 놓친 남녀가 있으면 이들에게 혼인 비용 등을 대주기도 하였다. 성종 역시, 아내 없는 남자와 남편 없는 여자의 답답하고 원통한 마음이 쌓이면 재앙을 부른다고 하여, [경국대전]의 규정에 의거해 서른에 가까운 사대부가의 여성들에게 혼인에 필요한 경비 일부를 지급한 바 있다. 이렇게 국가가 개인의 혼인을 책임진 것은 남녀의 혼인은 천지의 조화이며, 인간의 음양이 조화를 이뤄야 하늘의 음양 또한 조화를 이뤄 가뭄이나 흙비 같은 자연재해가 발생하지 않는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그 이유야 어떻든 간에 혼인은 개인의 영역을 벗어나 범사회적, 범국가적 거사였다.

    "꿩 울고 기러기 높이 날아올라도
    두 사람의 정은 끊어지지 않으리."

    현실에서는 어땠을지 몰라도 남녀유별이 생활 규범으로 자리한 조선의 옛 선비들은 자신의 사랑 이야기를 버젓이 자신의 이름으로 남기기 힘들었다. 그렇기에 마치 옛날 중국의 노래인 양, 남의 일인 양, 악부 형식의 시나 소설, 야담 등 허구라는 연막을 치고 청춘 남녀의 자유로운 만남과 사랑의 결실을 노래했다. 그 가운데 신혼의 즐거움을 열두 달로 나누어 노래한 이안중의 [달거리 노래]에서는 부부의 육체적 사랑을 "오늘밤 촛불 켜지 않았더니/ 낭군의 얼굴은 보이지 않고/ 향긋한 숨소리만 듣다가/ 아침에 거울 보고 하는 말/ '어찌하여 뺨에 바른 연지가/ 낭군 얼굴에 가득 묻었나요?'"([달거리 노래] 중 12월)와 같이 진솔하게 표현한다.

    뜨거운 사랑을 글로 남기지 않았다고 해서 부부간의 지근한 정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예법과 체통을 중시한 시대였지만 바깥나들이가 쉽지 않은 아내와 함께 소풍을 가기도 했고, 혼인한 지 60년이 되면 회혼례를 올려 기쁜 일, 슬픈 일을 함께 겪어온 세월을 돌아보기도 했다. 과거시험이나 공무 혹은 유배 등의 이유로 떨어져 지낼 때에는 서로를 그리워하는 시를 주고받기도 했다. 일례로 아내와 금슬이 좋기로 유명했던 유희춘은 승정원에서 며칠 간 숙직할 때, 집에 혼자 있을 아내를 걱정해 모주와 함께 "눈 내려 바람이 한기를 더하는데/ 찬 방에 있을 당신이 그립구려/ 이 술 비록 품질이 좋지 않아도/ 이 또한 찬 속을 족히 데우겠지요"라는 시를 지어 보내기도 했다.

    하지만 모든 부부가 이렇게 사랑하며 백년해로를 누리기는 힘들었다. 조선시대에는 아이를 낳다가 요절하는 예가 워낙 많았다. 그렇게 아내를 먼저 떠나보낸 이들은 살아 있을 때 아내와 다정하게 지내던 추억을 떠올리고 또 평소 아내에게 잘해주지 못한 회한에 잠겼다. 살아 있을 때에는 예법과 체통을 따지느라 변변한 사랑의 노래를 짓지 못하다가도 아내가 죽고 나면 도망시(悼亡詩)라 하여 아내의 혼을 위로하는 시를 지었다. 조수삼은 늙은 아내가 마지막으로 남긴 옷을 차마 입지 못해 "차마 한 올이라도 입어서 해지도록 하겠는가?/ 남은 체취를 잡아두려 상자 속에 깊이 간직하네"라고 하며 상자에 넣어두고 아내의 마지막을 간직하려 하였다. 남편만 죽은 아내를 그리워한 것은 아니었다. 곽내용의 부인 전의 이씨는 남편의 제문을 남긴 뒤 남편의 뒤를 따랐고, 이응태의 부인처럼 남편에게 보내는 글을 남긴 이도 있었다. 시대는 달라도, 삶의 방식은 달라도 부부간의 정은 하나로 이어진 셈이다.

    옛글 속에서 오늘날 부부의 길을 찾다!
    맞벌이 부부가 늘어나면서 주춤해졌지만 한때 현모양처는 바람직한 여성상이었다. 현모양처를 바란 것은 조선시대에도 마찬가지였다. 이덕무는 "하루의 계획으로는 아침에 술을 마시지 않는 것이 최고요, 1년의 계획으로는 간장을 많이 담가놓는 것이 최고며, 평생의 계획으로는 현처를 얻는 것이 최고다"라고 할 정도였다. 하지만 단순히 남편이 생계에 신경쓰지 않게 집안을 잘 돌보고 남편이 잘되도록 돕는 것만 내조가 아니었다. 현모양처란 자식 교육을 잘하고 살림을 잘 꾸리는 것을 기본으로 남편을 바른길로 이끌기까지 해야 했다. 한원진은 [한씨부훈]에서 "부인 가운데 뛰어난 사람은 반드시 한마음으로 그 남편의 좋은 행실을 보필할 것을 생각하고 그 남편의 아름다운 이름을 이룰 수 있도록 생각하며 허물이 있으면 바로잡고 잘하는 일이 있으면 인도하여, 장차 그 아름다움을 이루어나가고 그 나쁜 것은 막아낼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정말 그 남편의 좋은 행실에 도움이 될 것 같으면 일이 비록 어렵기는 하지만 반드시 하여야 할 것이요, 정말 그 남편의 아름다운 이름을 훼손할 것 같으면 일이 비록 작다 하더라도 반드시 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라고 하여 수동적인 내조가 아닌 남편이 잘못하는 일이 있으면 거침없이 이를 지적할 수 있는 적극적인 내조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요즘 사람들은 늘 함께 지내며 사랑하는 것이 부부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조선시대에는 오히려 부부유별이라 하여 부부가 마치 손님처럼 일정한 거리를 두고 지냈다. 윤증은 자신의 아들을 장가보내며 "남자는 욕정에 끌려 굳센 뜻을 잃어 희롱하고 교만해진다. 아내는 즐거움에 빠져 공손함을 잊어 함께 붙어 지내면서 남편을 쉽게 여겨 마침내 여자 승냥이가 되고, 남편의 약점을 이롭게 여겨 코를 꿰어 제 말을 듣게 한다. 남자 중에 포악한 이는 부인이 자신을 능멸한다고 원망하여 눈을 뒤집어 째려본다"고 하며 아내와의 지나친 육체적 접촉을 피할 것을 당부하였다. 이같이 조선시대에 부부유별이 행해진 것은 부부가 외도를 하지 않아야 한다는 의무를 지키기 위하여 다른 부부와의 가림을 강조하는 목적도 있었지만, 부부관계의 지속을 위한 성격이 강했다. 사랑만으로는 결혼생활을 오래 유지할 수 없기 때문에 애정보다는 공경을 통해 이뤄진 부부관계를 지향했다.

    평생을 함께 살아가다보면 갈등은 피할 수 없는 문제였다. 불화의 원인은 다양했다. 이덕무는 [사소절]에서 자존심 싸움, 가난, 서로의 약점이나 잘못 등을 부부간의 갈등의 원인으로 들었다. 이외에도 처가와 친가, 남편의 외도 등 오늘날과 크게 다르지 않은 이유로 조선시대 부부는 다퉜다. 이런 부부간의 갈등에 대해 선비들은 그 책임을 스스로에게서 찾아야 한다고 보았다. 아내와 금슬이 좋지 못했던 이황은 자신의 경험을 들어 제자에게 "그 가운데 성품이 악하여 교화하기 어려운 부인이 실로 스스로 소박을 당하게 된 죄를 제외한다면, 그 나머지는 모두 남편에게 책임이 달려 있다고 하겠소"라며 부부 불화의 책임이 기본적으로 남편에게 있다고 하였다. 상대의 잘못을 비난하고 지적하기 전에 스스로의 행실부터 돌아보아 끊임없이 반성하고 원만한 부부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학문에 이르는 길이라고 생각했다.

    만남부터 죽음으로 인한 이별까지 부부의 생을 거시적으로 바라보면서도 그 과정에서 일어나는 부부간의 일을 치밀하게 읽어가는 [부부]에는 남성중심적인 시각의 이야기도, 이제는 파기해야 할 봉건적 관념을 대변한 이야기도 담겨 있다. 그러나 그 속에서 만나게 되는 옛 선비들의 부부에 대한 인식이 남편으로서, 부인으로서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라는 화두를 던지며 부부간의 지켜야 할 도리가 무너져가는 사회 속에서 그 길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오늘날에도 여전히 그 효용을 갖는다.

    목차

    머리말

    [제1장] 사랑과 결혼
    남녀칠세부동석
    야합과 불고이취
    남녀상열
    청춘의 사랑 노래

    [제2장] 혼인의 풍속
    의혼과 중매
    진친영과 반친영
    청기와 택일
    납폐
    전안례
    초례
    동상례
    풀보기
    서양의 결혼

    [제3장] 국가와 혼인
    왕명으로 내린 혼인
    천재지변과 혼인
    사치풍조와 혼인
    목민관의 임무와 혼인

    [제4장] 부부유별과 효
    부부유별의 뜻
    사랑과 공경의 거리
    효와 사랑의 사이에서

    [제5장] 아내의 도리와 내조
    아내의 도리와 여성 교육
    내조의 의미
    책선으로서의 내조
    남편이 바라는 아내의 상

    [제6장] 사랑과 정
    신혼의 사랑 노래
    부부의 은은한 정
    부부의 나들이
    해로의 결실 중뢰연

    [제7장] 갈등과 화해
    갈등의 원인
    아내의 적국
    오해를 푸는 법
    퇴계의 갈등 해소법

    [제8장] 이별과 그리움
    서로를 그리는 마음
    아내에 대한 회한
    남편의 영전에 바친 아내의 글

    본문중에서

    우리 삶에서 가장 절실하면서도 어려운 것 가운데 하나가 부부의 문제다. 인류가 탄생한 이래 남녀가 서로 짝을 지어 사는 방식 중 가장 좋은 것은, 경험적으로 볼 때 바로 결혼이라는 공적인 절차를 통하여 부부가 되는 일이었다. 결혼은 가문이나 사회, 국가의 공적인 승인 아래 이루어진다. 이 점에서 사랑은 결혼의 필수조건은 아니다. 오히려 동서고금에서 결혼의 가장 일반적인 방식은 제3자의 중매를 통한 것이었다. 더러 사랑의 결실로 결혼이 이루어지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중매를 통하여 서로 만나 그때부터 사랑을 이루면서 살아간다. 때로는 미운 감정이 생기기도 하고 갈등과 오해로 반목하기도 한다.
    이것이 예나 지금이나 부부가 살아가는 방식이다. 이성적인 논리보다는 감성적인 정에 의하여 부부는 사랑하고 또 헤어진다. 이 때문에 부부의 문제가 위기지학의 중심에 선다고 감히 말할 수 있다. 또 부부의 문제는 '합리'보다 '합정'을 더 가깝게 여기는 문학과 문학 연구를 통하여 풀어야 할 과제이기도 하다. 인간이 생각과 감정을 표출하여 문학이 생겨난 이래 문학의 가장 큰 주제는 바로 남녀의 사랑이었다. 이러한 점을 들어 부부는 인문학과 문학 연구의 가장 큰 본령에 해당하는 문제임을 선언하고, 이 책의 주제로 부부를 다루고자 한 것이다.
    (머리말 중에서/ pp.6~7)

    자네가 항상 나에게 이르되 둘이 머리가 세도록 살다가 함께 죽자 하시더니 어찌하여 나를 두고 자네 먼저 가시는고? 나하고 자식하고 뉘 기걸하여 어찌하여 살라 하고 다 던지고 자네 먼저 가시는고? 자네 날 향해 마음을 어찌 가지며 나는 자네 향해 마음을 어찌 가졌던고? 매양 자네에게 내 이르되 한데 누워 "이보소. 남도 우리같이 서로 어여삐 사랑하리? 남도 우리 같은가?" 하여 자네에게 이르더니 어찌 그런 일을 생각지 아니하고 나를 버리고 먼저 가시는고? 자네 여의고 아무리 내 살 방도가 없으니 수이 자네에게 가고자 하니 날 데려가소. 자네 향한 마음을 이승에서 잊을 수 없으니, 아무리 설운 뜻이 가없으니 이내 속은 어디다 두고 자식 데리고 자네를 그리며 살려나 하나이다. 이내 안부 보시고 내 꿈에 자세히 와 이르소.
    ('이응태 아내의 편지' 중에서/ pp.269~270)

    삼가 편지를 보니 여자를 가까이하지 않은 것을 두고 갚기 어려운 은혜라고 스스로 자랑하셨는데 고맙기 짝이 없습니다. 다만 듣건대 군자가 행실을 닦고 마음을 다스리는 것은 본래 성현의 밝은 가르침이지 어찌 아녀자를 위하여 힘쓸 일이겠습니까? 마음이 이미 정해져 물욕에 가려지지 않으면 절로 잡념이 없어지는 것이니, 어찌 규중 아녀자에게 보은을 바라겠습니까? 서너 달 여자 없이 홀로 지낸 것 가지고 고결하다고 하며 덕을 베푼 생색을 낸다면 당신도 분명 담담하여 사심이 없는 사람은 아닐 것입니다. 마음이 편안하고 깨끗해서 밖으로 화려한 유혹을 끊어버리고 안으로 삿된 생각이 없다면 어찌 꼭 편지를 보내어 공치사를 한 뒤에야 남들이 알아주겠습니까? 나를 알아주는 벗이 가까이 있고, 권속과 노비 들이 아래에 지키고서 눈으로 살펴보고 있으니, 공론이 저절로 퍼질 것입니다. 굳이 애써 편지를 보낼 것도 없겠지요. 이런 것을 보면 당신은 아마 겉으로 인의를 베풀고는 얼른 남들이 알아주기를 바라는 병폐가 있는 듯합니다. 제가 가만히 살펴보니 의심스러움이 한량없습니다.
    ('송덕봉의 편지' 중에서/ pp.216~217)

    저자소개

    생년월일 -
    출생지 -
    출간도서 0종
    판매수 0권

    시골에서 태어나 살다가, 서울로 유학 와서 서울대학교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에서 석사학위와 박사학위를 받았다. 청계산 아래 한국학중앙연구원을 거쳐 지금은 관악산 아래 서울대학교 국어국문학과에서 책을 읽고 글을 쓰고 있다.
    "옛글을 읽노라면 도심의 아스팔트와 콘크리트 더미 속에서도 아름다운 옛풍광을 즐길 수 있다. 남들은 보지 못하고 느끼지 못하는 다른 세상을 옛글을 읽음으로 차지할 수 있으니, 옛글이야말로 내가 좋아하는 세상을 호령할 수 있게 한다. 이것이 바로 옛글이 지닌 힘이다." 저자는 이렇게 말하면서 하루라도 글 읽는 것을 게을리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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