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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도와 우울증 : 푸슈킨과 레르몬토프의 무의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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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 : 이현우
  • 출판사 : 그린비
  • 발행 : 2011년 08월 30일
  • 쪽수 : 352
  • ISBN : 978897682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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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 서평

    우리에게 ‘로쟈’라는 이름으로 더 친숙한 인터넷 서평꾼 이현우. 이 책은 러시아 문학 연구자로서 로쟈의 면모를 엿볼 수 있는 첫 저서이다.

    이 책은 ‘애도와 우울증’이라는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 개념을 도입하여 러시아 낭만주의 시대를 관통했던 두 시인, 푸슈킨과 레르몬토프의 서정시를 분석하고 있다. 저자가 주목하고 있는 것은 이들의 텍스트 안에 숨겨진 ‘무의식’으로, 이들의 생애 전반(특히 유년의 오이디푸스기)과 작품 사이의 밀접한 연관성을 분석하는 과정에서 그 무의식을 밝혀내고자 한다. 저자는 그동안 ‘러시아 낭만주의 시인’이라는 한 범주로 묶여 인식되었던 두 시인을 각각 ‘애도적 유형’과 ‘우울증적 유형’으로 분류하고 있으며, 이들에게 러시아 근대문학의 각기 다른 기원으로서 새로운 자리를 찾아 주고자 한다. 또한 이 책은 프로이트의 정신분석 이론뿐 아니라 저자가 평소 관심을 가져왔던 라캉, 지젝 등의 이론을 끌어와 논의를 더욱 풍부화하고 있으며, 러시아 문학뿐 아니라 일반적인 문학 연구의 방법론으로서도 유의미한 틀을 제시하고 있다.

    러시아 낭만주의 시를 정신분석학으로 읽다!
    푸슈킨과 레르몬토프의 텍스트를 한층 풍부하게 읽어내는 방법!


    우리에게 ‘로쟈’라는 이름으로 더 친숙한 인터넷 서평꾼 이현우. ‘책에 대해서는 로쟈에게 물어보라’는 말이 회자될 정도로, 그의 블로그는 매일매일 책에 관한 전문적이면서도 대중적인 논평들로 넘쳐나고 있다. 책에 대한 그의 관심은 문학?철학?정치 등 분야를 막론하고 다방면으로 뻗어 있는데, 이러한 왕성한 호기심과 열정으로 인해 그가 러시아 문학자라는 사실을 기억해 내기란 쉽지가 않다. 그는 서울대 노어노문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러시아 문학 전문가로서, 그간 관련 글과 강의들을 통해 러시아 문학자로서의 면모를 보여 주었다. 이 책 "애도와 우울증"은 러시아 문학 연구자로서 로쟈의 진면목을 볼 수 있는 첫 저서로, 그의 ‘전공’인 러시아 낭만주의에 관한 것이다. ‘이제 러시아 낭만주의 문학에 대해서 로쟈가 답한다!’
    이 책은 ‘애도와 우울증’이라는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 개념을 도입하여 러시아 낭만주의 시대를 관통했던 두 시인, 푸슈킨과 레르몬토프의 서정시를 분석하고 있는 책이다. 저자가 주목하고 있는 것은 이들의 텍스트 안에 숨겨진 ‘무의식’으로, 이들의 생애 전반(특히 유년의 오이디푸스기)과 작품 사이의 밀접한 연관성을 분석하는 과정에서 그 무의식을 밝혀내고자 한다. 저자는 그동안 ‘러시아 낭만주의 시인’이라는 한 범주로 묶여 인식되었던 두 시인을 각각 ‘애도적 유형’, ‘우울증적 유형’으로 분류하고 있으며, 이들에게 러시아 근대문학의 각기 다른 기원으로서 새로운 자리를 찾아 주고자 한다. 또한 이 책은 프로이트의 정신분석 이론뿐 아니라 저자가 평소 관심을 가져왔던 라캉, 지젝 등의 이론을 끌어와 논의를 더욱 풍부화하고 있으며, 러시아 문학뿐 아니라 일반적인 문학 연구의 방법론으로서도 유의미한 틀을 제시하고 있다.
    이 책은 문학.역사.정치학.예술 등 ‘현대 러시아 문화’를 다각적으로 국내 독자들에게 소개하려는 시도로서 그린비출판사에서 새롭게 기획한 [슬라비카 총서]의 두번째 권이다(1권 "러시아 문화사 강의"도 함께 곧 출간될 예정이다). 그간 우리가 ‘러시아’ 하면 떠올리던 것들은 100여 년 전의 과거의 이미지, 소비에트 연방 시절의 낙후한 이미지이거나 서구의 시선과 감수성을 투과해 전해져 온 것들이 상당수로, 잘 다듬어진 상품으로서 소비되는 경향이 컸던 것이 사실이다. 이에 [슬라비카 총서]는 러시아 문화와 관련된 담론을 전문가 영역 안으로만 한정시키거나, 하나의 상품으로서 소비하는 것을 넘어서서, 러시아 문화에 대한 총체적인 앎에 다가갈 수 있도록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낭만주의 시인, 상실을 애도할 것인가 우울증에 빠질 것인가

    ‘러시아 문학’ 하면 우리는 흔히 톨스토이, 도스토예프스키, 체호프 정도의 작가를 떠올리게 되는데, 이들의 공통점은 모두 ‘사실주의’ 이후의 작가들이라는 점이다. 푸슈킨과 레르몬토프에 대한 관심 역시 주로 그들이 낭만주의로부터 사실주의로 이행해 갔다는 점에 초점이 맞추어져 왔으며, 여기에서도 알 수 있듯 그간 러시아 문학사에서 낭만주의는 사실주의에 비해 평가절하되어 왔다. 이러한 평가는 문학작품을 평가함에 있어 ‘현실을 얼마나 잘 모방하고 재현했는가’라는 인식론적 차원에만 주목했기 때문일 것이다. 저자가 이 책에서 도입하고 있는 ‘애도와 우울증’이라는 개념은 ‘현실 너머의 이상을 동경하고 재현하는 것’이 주된 목적인 낭만주의의 정념론적 측면을 조명해 줄 것이며, 러시아 낭만주의를 재평가하는 데 유효한 분석틀이 되어 줄 것이다.

    상실에 대한 반응태도로서 ‘애도와 우울증’
    프로이트의 이론에 따르면 ‘애도’와 ‘우울증’은 사랑하는 대상(연인, 조국, 자유, 이상 등)의 상실에 대한 각기 다른 반응태도이다. ‘애도’의 경우 사랑하는 대상이 더 이상 존재하지 않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대상에 대한 리비도를 철회시키는 동시에 다른 대상으로 빈자리를 대체함으로써 점차적으로 충격에서 벗어난다. 하지만 우울증의 경우 대상의 상실을 극복하지 못하고 오히려 자책하거나 자신으로부터 사랑하는 대상을 앗아간 세상과 끊임없이 대립하는 양상을 보인다. 프로이트에 따르면 이러한 ‘애도’와 ‘우울증’은 모든 인간에게 보편적으로 나타나는 것이지만, 그것이 문학적으로 유표화되는 것은 현실 너머의 이상에 대한 동경과 좌절을 반복하는 역사적 낭만주의 이후였다. 이 책은 상실에 반응하는 태도에 따라 푸슈킨과 레르몬토프를 각각 ‘애도적 유형’과 ‘우울증적 유형’으로 분류하고, 다양한 작품들 안에서 이러한 ‘애도’와 ‘우울증’의 흔적을 추적해 나간다.
    이들에게 ‘애도’와 ‘우울증’을 불러일으키는 최초의 상실체험은 무엇이었을까? 저자는 두 시인의 유년시절, 즉 오이디푸스기의 체험에 주목하고 있다. 프로이트의 오이디푸스 콤플렉스 이론에 따르면 이 시기에 남아는 어머니와의 2자적 관계(상상계)에서 떨어져 나와, 아버지와의 3자적 관계(상징계)로 접어들면서 정상적인 사회화 과정을 밟게 된다. 하지만 푸슈킨과 레르몬토프의 경우 공통적으로 이러한 오이디푸스 단계를 정상적으로 통과하지 못했다. 푸슈킨의 회상 속에 유년기에 대한 기억은 거의 나타나지 않으며, 레르몬토프의 경우 어머니를 일찍 여의고 아버지와 외조모마저 불화를 겪는 가족비극을 감내해야 했다.
    두 시인 모두 오이디푸스 단계를 정상적으로 밟지 못했다는 점에서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으나, 이에 대한 반응마저 일치하는 것은 아니었다. 푸슈킨의 경우 부모로부터 사랑받지 못했던 유년시절의 상실을 귀족학교인 리체이 시절의 교육을 통해 보상받으며, 이후 ‘애도’를 주된 정조로 하는 창작세계를 형성하게 된다. ‘사랑의 상실’이나 ‘자유의 상실’이라는 상황 속에서 푸슈킨은 상실로 인한 빈자리를 끊임없이 다른 것으로 대체하면서 극복하는, 즉 애도하는 모습을 보인다. 이에 반해 레르몬토프는 그 무엇으로도 유년시절의 비극을 대체하지 못하고, 세상과 끊임없이 불화하는 자아상과 우울증적인 창작세계를 형성하게 된다. 사랑의 상실 이후에도 변함없이 지나간 사랑을 그리워한다거나, 자유가 상실된 시대상황 속에서도 자유에 대한 갈망을 멈추지 않고 괴로워하는 모습에서 이러한 우울증적인 면모를 확인할 수 있다.

    문학작품 이면에서 속속 드러나는 ‘무의식’
    푸슈킨은 국가의 영광, 낭만적 사랑을 노래한 것뿐 아니라, 젊은 혁명가들의 가슴에 불을 지핀 정치시도 많이 창작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12월 혁명의 주역 데카브리스트들의 경우, 푸슈킨의 시를 암송하고 다닐 정도로 그 영향력은 실로 어마어마했다. 텍스트의 표층적인 의미만을 놓고 보았을 때, 푸슈킨의 정치시는 충분히 급진적으로 해석될 수 있으며, 데카브리스트들과의 연대감을 표명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책은 푸슈킨의 정치시에 대한 기존의 평가와는 상반된 평가를 내놓고 있다. 이후의 정치적 행보와 정치관을 살펴보았을 때, 그의 정치시에서 또 다른 무의식을 읽어 낼 수 있다는 것이다. 푸슈킨은 데카브리스트들의 처형 이후, 줄곧 데카브리스트들과의 밀접한 관계를 부정해 왔으며, 그러한 ‘거리두기’는 텍스트 안의 무의식에서 속속 드러나고 있다. 저자는 푸슈킨의 억압된 무의식이 징후적으로 드러나는 부분들을 잘 포착해 내 우리 앞에 펼쳐 보여 준다.
    레르몬토프는 데뷔 이후 줄곧 개인적인 정념을 노래해 왔지만, 푸슈킨의 죽음 이후에 비로소 정치시인으로서의 면모를 갖추게 된다. 레르몬토프는 ‘시인’, ‘예언자’ 등 주제적인 측면에서 푸슈킨의 계보를 잇는 듯하지만, 그의 시는 푸슈킨의 시와 사뭇 달랐다. 푸슈킨의 경우 데카브리스트 혁명 이후 시의 ‘정치성’을 포기하고 그 자리를 예술성으로 대체함으로써 상실을 애도하고 극복한 반면, 레르몬토프는 그 상실의 자리를 그 무엇으로도 대체하지 못했던 것이다. 레르몬토프가 다소 자조적으로 ?반면,처지를 그려내고 있는 시들멀, 레르몬부터 이어져 온 우울증적 정서와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다고 볼 수 있으며, 이러한 점에서 푸슈킨의 애도적인 시들과는 분명한 차별점을 보이고 있다.

    ‘애도와 우울증’을 통한 문학 읽기, 그리고 삶-읽기

    저자가 이와 같이 텍스트의 무의식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무의식’이라는 것은 우리의 의식 아래에 억압되어 있는 것이지만, 그것은 또한 언제라도 우리의 눈앞에 다른 형태의 징후로서 나타날 수 있는 것이기도 하다. 문학 텍스트가 일상을 살아가는 주체의 삶을 반영하는 것인 한, 텍스트 역시 형식적 구조 아래 억압된 무의식을 갖게 마련일 것이다. 그럼에도 텍스트의 표층, 의식만을 고려하는 구조분석을 고집한다면 텍스트의 풍부한 의미를 읽어 낼 수 없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푸슈킨의 정치시에서 시적 자아의 의식 아래로 억압될 수밖에 없었던 ‘정치적 변절’을 읽어 낼 수 없다면, 레르몬토프의 ‘나는 너를 사랑하지 않아’라는 언술 속에서 연인을 잊지 못하고 분열하는 시적 자아의 우울증을 읽어 낼 수 없다면 두 시인의 텍스트는 그 풍부한 의미를 잃어버리게 될 것이다. 저자가 낭만주의 텍스트를 읽는 새로운 코드로서 ‘애도와 우울증’을 제시하는 것은 바로 텍스트의 숨겨진 의미를 찾아 좀더 풍부하게 읽기 위함일 것이다.
    이러한 텍스트 읽기법은 비단 러시아 낭만주의 문학에만 유효한 것은 아니다. 앞에서도 밝혔듯 ‘애도와 우울증’은 낭만주의 시인, 작가들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들에게 보편적으로 나타나는 정서적 태도이다. 우리들 삶 속에서도 ‘상실’은 언제나 마주하게 되는 사건이며, 그 사건들 속에서 미처 언어화되지 못한 채 억압된 무의식들은 지금도 계속해서 생성되고 있다. 그럼에도 표층적으로 드러나는 사건과 의미들만을 의식하며 살아간다면, 언젠가 ‘유령처럼’ 귀환하는 무의식의 징후들에 놀라 당황하거나 그 심오한 의미들을 놓치고 가게 될 수도 있다. 우리는 숨겨져 있던 삶의 또 다른 진실(무의식)을 맞닥뜨리는 것에 대해 언제든 준비해야 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이 책 "애도와 우울증"은 푸슈킨과 레르몬토프의 작품을 이해하는 것, 러시아 낭만주의 문학을 이해하는 것을 넘어 우리의 의식 아래 억압된 의미들을 불러냄으로써 우리들의 삶-읽기 또한 풍부화시켜 줄 것이다. 문학을 읽는 것은 곧 삶을 읽는 것이고, 자신의 삶을 돌아보기 위함이기 때문이다.

    [슬라비카 총서] 출간예정 목록
    01. 러시아 문화사 강의: 키예프 루시부터 포스트소비에트까지 (니콜라스 르제프스키 엮음"최진석 외 옮김)
    02. 애도와 우울증: 푸슈킨과 레르몬토프의 무의식 (이현우 지음)
    03. 혁명의 정치학 (보리스 카갈리츠키 지음"정재원 옮김)
    04. 민족의 이름으로 (마를렌 라뤼엘 지음"김태연 옮김)
    05. 러시아의 자아 정체성 찾기 (제임스 빌링턴 지음"박선영 옮김)
    06. 공공의 장소, 일상생활의 신화 (스베틀라나 보임 지음"김민아 옮김)
    07. 아방가르드 프론티어 (게일 H. 로만.버지니아 H. 마쿼트 지음"차지원 옮김)
    08. 러시아 소비하기 (아델 바커 지음"정하경 옮김)
    09. 대문호들과 정신과의사들 (이리나 시로트키나 지음"이수현 옮김)
    - 슬라비카 총서는 계속됩니다.

    목차

    책머리에

    서장
    1. 푸슈킨과 레르몬토프 연구의 경향
    2. 낭만주의에서 사실주의로?
    3. 낭만주의의 코드로서 애도와 우울증
    4. 책의 구성

    1장 _ 시인의 자기정립 조건으로서의 ‘상실’
    1. 상실에 대한 두 가지 반응태도: 애도와 우울증
    2. 푸슈킨의 유년기와 리체이 체험
    3. 레르몬토프의 가족비극

    2장 _ 상실에 대한 회상과 시인의 탄생
    1. 국가적 회상과 국민시인의 탄생: 푸슈킨
    2. 개인적 회상과 ‘어린 영혼’으로서의 시인: 레르몬토프

    3장 _ 애도적 상상력과 우울증적 상상력
    1. 동경 대상의 두 유형: ‘바다’의 자유와 ‘하늘’의 노래
    2. 낭만주의 시인의 자기상: 수인, 시인, 예언자
    3. 사랑의 상실에 대한 두 가지 태도

    4장 _ 데카브리스트 봉기와 시인의 죽음
    1. 푸슈킨과 차다예프, 그리고 데카브리스트
    2. 시인의 죽음과 레르몬토프
    3. 푸슈킨의 기념비와 레르몬토프의 고독
    4. 푸슈킨과 레르몬토프 문학의 자리

    참고문헌
    인물 연보
    본문에 인용된 시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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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문중에서

    프로이트가 이론적 윤곽을 제시한 바에 따르면, 애도와 우울증은 상실에 대한 반응태도로서 모든 인간에게 보편적으로 나타난다. 하지만 그것이 ‘문학적’으로 유표화되는 것은 역사적 낭만주의 이후이다. 낭만주의의 핵심적 자질로서 흔히 지적되는 이상에의 동경은 언제나 이상의 상실로 인한 좌절과 절망, 애도와 우울증을 수반하게 마련이다. 때문에 낭만주의는 상실에 대한 반응태도를 문학적으로 주제화한다고 말할 수 있으며, 거꾸로 이 반응태도의 두 가지 유형은 낭만주의 문학을 이해하는 핵심적인 코드로 활용될 수 있다.
    (/ pp.18~19)

    두 시인의 비교시학에 프로이트의 이론을 원용하고자 한다는 것은 이 책의 바탕에 텍스트에 대한 정신분석학적 관심이 가로놓여 있음을 말해 준다. 본론 전반에 걸쳐서 프로이트와 라캉 등 여러 정신분석학자들의 이론적 작업에서 많은 용어와 암시를 가져온 것은 이러한 관심에서이다. 텍스트에 대한 정신분석학적 관심이란 ‘텍스트적 무의식’에 대한 관심이다. 무의식에 대한 정의에 기대어 말하자면, 텍스트적 무의식이란 텍스트적 의식과는 다른 텍스트 의미의 작동?생산양식으로서, 텍스트적 의식 차원에서는 (저자 혹은 텍스트적 주체에 의해) 억압되거나 숨겨져 있지만 반드시 변장된 다른 형태나 징후로서 귀환하는 어떤 것이다.
    (/ p.19)

    상실의 체험은 시인의 자기정립의 근원적인 조건이며, 시인의 자기창조의 가능조건이라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상실이 시인의 자기정립 조건이라고 해서, 그 자기정립의 방식이 일률적인 것은 아니다. 그것은 시인의 개성과 그가 처한 조건에 따라 각기 다르게 나타난다. 마치 상실에 대한 각기 다른 반응태도로서 애도와 우울증이 나타나는 것처럼 말이다. 따라서 상실에 대응하는 시인의 자기정립의 두 유형을 ‘애도적 유형’과 ‘우울증적 유형’으로 이름 붙일 수 있을 것이다. 그럴 경우, 이 책에서 주로 다루고자 하는 푸슈킨과 레르몬토프는 각각의 유형에 대응하여 애도적 시인과 우울증적 시인으로 분류될 수 있다.
    (/ pp.34~35)

    푸슈킨과 레르몬토프에게서 시적 상상력의 차이를 애도적 상상력과 우울증적 상상력으로 구분하는 것은 상실의 체험을 처리하는 각기 다른 문학적 방식에 근거한다. 시적 상상력은 시인의 외상적 체험이라는 ‘실재’the real와의 대면을 지연시키거나 대체하기 위한 일종의 방어기제적 환상을 포함한다. 이때 이 환상이 잘 작동하는 경우와 그렇지 못하고 환상으로 제어되지 않는 어떤 잉여를 계속적으로 남기는 경우를 가정해 볼 수 있는데, 전자가 애도적 상상력이라면, 후자는 우울증적 상상력이라고 할 수 있다.
    (/ p.119)

    하지만 근대예술의 정념론적 기원으로 애도만이 가능한 것은 아니다. 우리는 또 다른 (가능한) 정념으로서 우울증을 제시할 수 있다. 이 우울증의 자리에서 던져지는 질문은 근대문학의 이면에서, 가령 러시아의 경우에 ‘데카브리스트 이후에도 서정시는 과연 가능한가?’라는 물음이다. 이 과격한 물음은 애도가 갖는 궁극적인 자기중심적 자기보존성에 흠집을 내며, 상실에 대한 애도를 애도의 불가능성으로 대치한다. 그러한 불가능성의 자리에서 생성되는 것이 바로 우울증의 문학이다.
    (/ p.332)

    저자소개

    생년월일 1968
    출생지 -
    출간도서 22종
    판매수 4,632권

    서울대학교 노어노문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로쟈’라는 필명을 가지고 매일 새롭게 출간되는 책들을 소개하는 서평가로 활동하며 이름을 알렸다. 대학 안팎에서 러시아문학과 세계문학, 한국문학, 인문학을 강의하며 여러 매체에 칼럼을 연재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 《로쟈의 러시아 문학 강의》, 《로쟈의 세계문학 다시 읽기》, 《로쟈와 함께 읽는 문학 속의 철학》, 《너의 운명으로 달아나라》, 《로쟈와 함께 읽는 지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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