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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의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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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 : 한창훈
  • 출판사 : 문학동네
  • 발행 : 2011년 08월 19일
  • 쪽수 : 273
  • ISBN : 97889546157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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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그때 그 죽음들이 머무는 흰 꽃의 나라!

'바다와 섬의 작가'로 불리는 한창훈의 장편소설 『꽃의 나라』. 이번에는 바다와 섬을 뒤로 하고, 꿈 많은 고등학생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폭력 앞에 나약해질 수밖에 없는 인간의 모습을 그려내고 있다. 작가가 고등학생 시절에 직접 겪은 국가폭력에 대한 생생한 경험담을 바탕으로 한다. 중학교를 마치고 대도시 고등학교에 입학한 열일곱 소년 '나'는 새로운 학교와 환경이 즐겁다. 하지만 도시 뒤편은 또래 아이들끼리의 싸움으로 얼룩져 있었고, 열망을 품어보기도 전에 '나'는 도시의 어두운 이면을 목격한다. 게다가 그런 폭력 속에 내던져진 아이들을 매몰차게 체벌하는 선생님들이 있다. 아이들의 삶을 폭력으로 멍들어가고, 그걸 무심히 지켜보는 어른들은 폭력에 무뎌져간다. 한편 '나'는 민주주의의 물결에 휩싸인 학교 밖으로 시선을 돌리고, 정의감에 서서히 불타오르는데….

출판사 서평

그때, 그곳에서 만난 죽음들을 끌어안고
나는 꽃의 나라로 간다!

야만과 폭력이 판치는 세상, 참혹한 역사에 흰 꽃을 바쳐 위로하는 소설


‘바다와 섬의 작가’로 대표되는 한창훈의 신작 장편『꽃의 나라』가 출간되었다. 이번 장편은 인터넷 독자 커뮤니티 문학동네(http://cafe.naver.com/mhdn)에서 열렬한 호응 속에 일일연재(원제:남쪽 역으로 가다)되었으며, 전작『섬, 나는 세상 끝을 산다』이후 팔 년 만에 상재한 장편소설이다. 한창훈은 줄곧 바다와 섬을 배경으로 소시민들의 핍진한 삶을 진솔한 이야기로 묶어, 자신만의 생생한 바다 내음 짙은 사투리를 통해 소설세계를 구축해왔다. 그런 그가『꽃의 나라』에서는 바다와 섬을 뒤로 하고, 고등학생 시절 직접 겪은 국가폭력(광주항쟁)에 대한 생생한 경험담과 함께 폭력 앞에 나약할 수밖에 없는 인간 실존의 모습을 꿈 많고 우정 짙은 고교생 소년 소녀 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한 편의 우수 어린 성장소설처럼 그려내고 있다.

성장통에 몸부림치는 아이들, 폭력에 무뎌져가는 어른들

소설의 시작은 고등학생 ‘나’가 지명을 알 수 없는 어느 도시의 남쪽 역에 내리면서 시작된다. 항구의 시골 마을에서 중학교를 마치고 이제 막 대도시 고등학교에 입학한 열일곱 소년 ‘나’. 그에게 처음 마주한 대도시의 모습은 낯설고 두렵지만 새로운 학교와 환경에 적응하는 일은 설레고 즐겁다. 또한 새로운 세상을 향해 거침없이 내딛는 그의 꿈은 크고 야무져 아름답기만 하다. 사춘기 남자아이의 열망은 집을 벗어나 더 큰 곳, 자신의 꿈을 펼칠 더 넓은 곳으로 뻗어나가 있었던 것. 하지만 그 열망을 품어보기도 전 ‘나’가 맞닥뜨리는 건 도시의 어두운 이면뿐이다. 도시 뒤편은 같은 또래의 아이들끼리 치고받는 싸움으로 얼룩져 있었고 ‘나’는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영문도 모른 채 누군가에게 심하게 구타를 당하고 만다.

“내가 맞은 이유는 단 하나. 이곳이 멀고 낯선 곳이기 때문이다.” (21쪽)

소설은 숨 가쁘게 개인이 개인에게 행사하는 이유 없는 폭력의 현장을 파고들어간다. ‘나’가 입학한 고등학교는 전통적으로 교내폭력 문제를 안고 있던 학교였고, 아이들은 서로를 때리고 맞으며 상처받는다. 게다가 그런 폭력 속에 내던져진 아이들을 매몰차게 체벌하는 학교 선생님들이 있다. 폭력으로 물든 일상 속에서 아이들의 삶은 점점 멍들어가고, 그걸 무심히 목도하는 어른들은 폭력에 무뎌져간다.

“스무 대가 넘자 영기 엉덩이가 앞으로 휘어졌다. 서른 대가 넘어갔다. (……) 오십 대가 되자 영기의 아랫배가 벽에 닿을 것처럼 휘어졌다.
자세 똑바로 잡아, 새끼야.
사회교사는 자존심이 상해갔다.” (26쪽)

더 큰 꿈을 품고 어렵게 고향을 벗어나 도시에 안착했던 열일곱 소년 ‘나’. 그는 꿈의 첫 단추를 채우기도 전에 먼저 자신이 상대해야 할 적을 만난 것이다. 도시의 매력에 빠지기보다는 폭력을 먼저 받아들여야 했고, 그 안에서 혼란스러워하며 그 폭력에 스스로 대응해가는 과정을 어렵게 터득해야만 했다. ‘나’는 싸움을 피해갈 수 없다는 것을 깨닫는다. 공부를 잠시 뒤로 미룬 채 폭력에 대항하기로 결심하고는 교내폭력서클에 들어간다. 집단에 포함되는 것이야말로 폭력에서 자신을 보호해줄 하나의 안전장치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서클에 가입한 아이들은 아무 이유 없이 상대방 서클의 아이들을 향해 으르렁거린다. 하지만 그 어느 쪽 누구도 서로를 함부로 건드리지 않는다. 폭력은 적절한 균형이 맞았을 때 저절로 잦아들게 된다는 점을 아이들 스스로 깨달은 것이다. 이 기우뚱한 폭력의 균형. 아마 그것은 작가가 실제로 겪었던 고등학생 시절, 그 시절을 관통하는 사회적 키워드를 말하는 것일 테다.

“십대는 비극이다. (……) 우리나라 안에서는 비극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모두 그렇다는 거다.” (126쪽)

역사의 터널을 뚫고 지나온 한 사내의 징하고 찐하고 독한 이야기

소설은 빠르게 몸을 바꿔 학교 밖으로 시선을 돌린다. ‘나’는 학교 바깥이 날마다 소란스럽다는 것을 느낀다. 대학생들이 운동장에 모여 데모를 하기 시작하고 짓눌렸던 사회 모순을 거부하는 민주주의의 물결이 도시를 물들인다. 되풀이되는 데모의 행렬과 매캐한 최루탄 냄새는 어느새 고등학생인 ‘나’에게까지 일상이 되어 익숙해져간다. 익숙해진 최루탄 냄새만큼 ‘나’의 의식도 그 데모 열기와 함께 뭔지 모를 정의감에 서서히 불타오르고 있었다.

“다음날, 그 다음날도 데모는 계속되었다. 거리는 함성으로 넘쳐났다.” (155쪽)

민주주의를 향한 부르짖음은 사람과 사람을 타고 도시 전체에 울려퍼진다. 도시는 하나의 자유의 울림통이 되어가고 사람들은 거리로 나온다. 자유에 대한 갈망은 걷잡을 수 없는 하나의 불길이 되어 솟아오른다. 사람들의 모습은 “도도했고 어떤 중요한 의식을 치르는 것 같았으며 무엇보다 자유로워 보였다”.(147쪽)
하지만 그것도 잠시. 도저히 상상하지 못할, 인간이라면 누구도 짐작하지 못할 일들이 그곳에서 벌어지게 된다. 순식간에 탱크가 도시를 향해 안개처럼 밀려오고, 군인들이 사람들을 향해 갑자기 총을 쏘아댄다. 총에 맞은 사람들은 그 자리에서 쓰러지고, 탱크와 장갑차의 포격으로 도시의 온갖 건물들이 파괴된다. 아군이 아군을 죽이는 이상한 전쟁이 그곳에서 생생히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나’는 어리둥절해지면서 무언가 꿈을 꾸는 듯한 착각에 빠진다.

“나는 어떤 꿈속에 들어온 것만 같았다.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꿈을 드디어 꾸고 있다고 생각했다.” (186쪽)

도시는 그야말로 아비규환. 이유 없이 쏟아지는 폭력 앞에 사람들이 속수무책 죽어간다. 사람들은 그 이유 모를 폭력을 해석하려 들지만 그 누구 하나 정확히 말해주지 않는다. 단지, 군인들이 그러는 이유가 ‘공포’를 심어주기 위해서라는 것만 눈앞에 쓰러지는 주검들을 보며 느낄 뿐이다. 수많은 사람들이 저항하며 죽어간다. 국가폭력 앞에 그 어떤 논리도, 육하원칙도, 법도 무용지물이다. 그저 죽음에 처참히 포획될 뿐이다. ‘나’는 군인들을 피해 도망치고, 고향 친구는 군인들 총에 맞아 즉사한다.

“길 가던 어린 처녀가 남쪽 역 광장에서 대검에 가슴이 찔렸다. 그녀는 병원에 실려갔고 사람들은 군인들에게 덤벼들었다. (……) 비명과 고함과 쫓기는 소리가 끝이 없었다.”(192쪽)

소설은 짧고 긴박한 문장으로 국가폭력 앞에서 무차별적으로 희생되는 사람들의 모습을 사실적으로 묘사한다. 스스로 폭력에 맞서는 사람들의 정의와 꿈 많은 학생들의 사랑 또한 무참히 짓밟힌 채 도시는 전쟁터가 된다. 그리고 한창훈은 질문한다. 과연 어느 누가 그 국가폭력 앞에 떳떳할 수 있는가? 과연 누가 그러한 폭력에 견뎌낼 수 있는가?

쉽게 아물지 않는 상처, 그래도 봄은 다시 돌아와 꽃을 피운다

전쟁이 휘몰아쳤던 도시가 빠르게 고요해진다. ‘나’와 가깝게 지내던 친구들은 도시를 떠났거나 모두 죽어버렸다. 아직 죽음에 대해 ‘나’는 어수룩하기만 하다. ‘나’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그곳에서 가족을 잃었고, 삶을 송두리째 빼앗겼다. 소설은 다시 삶을 받아들이는 사람들의 모습을 그리며 결말로 향해간다. 하지만 이유 없이 왔다 이유 없이 사라진 그때, 그곳의 일들이 사람들 마음속에 어떤 문양으로 새겨져 있을까?
한창훈은 이 소설을 통해 국가폭력 앞에서는 아무런 저항도, 법도, 인간 실존 자체도 다 소용없다는 비극적 세계관을 드러낸다. 그런 시간을 아무 일 없이 건너온 지금, 아직도 그때의 그 죽음들이 현재까지 틈입하여 우리를, 지금 이 현실을 반추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한창훈은 그때, 그 죽음들을 다시 불러내어 현재를 역설한다. 그 죽음들이 머무는 흰 꽃의 나라로 우리를 데려다놓는다.

작가의 말
나는 ‘희망’이라는 말을 믿지 않는다. 그것은 누렇게 삭아버린, 한 번도 지키지 않았던 생활계획표 같은 것이다. 내가 믿는 것은 미움이다. 미움의 힘이다. 우리가 이렇게 앓고 있는 이유는 사랑하지 않아서 생긴 문제보다, 미워할 것을 분명하게 미워하지 않아서 생긴 게 더 많기 때문이다. (……) 다른 곳에서,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고 싶어졌다.
2011년 여름 한창훈

추천의 말
20세기부터 흠모하였으니 한창훈에 대한 나의 흠모를 ‘세기의 흠모’라 감히 명명해도 좋지 않을까?
여기 바랑하나 메고 세상 끝을 사는 사내가 있다. 그 사내의 바랑 속에는 퍼마셔도 퍼마셔도 마르지 않는 이야기라는 술이 있고, 우리는 그 사내의 징하고 짠하고 독한 이야기에 취해 자발적으로 중독된 ‘한창훈 중독자들’.
그리하여 친애하는 독자들이여!『꽃의 나라』에 온 것을 환영하는 바이다.
21세기에도 여전히 세계 앞에 당당하고 부조리한 현실에 대한 냉철한 목소리를 유지하고 있는 그의 소설이 여기 있다.
이제 당신에게도 ‘세기의 사랑’이 시작되리라!
안현미(시인)

상처란 비밀이 자신의 언어를 찾지 못한 채 우리의 육체 속을 떠돌고 있는 것이다. 상처가 육체 속에 숨어 있는 비밀의 풍경이라고 말하려면 그래야만 한다. 모든 성장통은 비밀의 흉막통이면서 은밀하고 참혹한 가슴앓이를 포함한다. 성장통이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몸을 찾아가기 전에 목소리를 먼저 바꾸어야 하는 변성기變聲期를 가지듯이. 한창훈의 이 소설은 ‘변성기變聲期’의 문체로 우리에게 다가온다. 각다귀처럼, 드잡이질처럼, ‘우리들의 변성기’가 여기에 아직 머물러 있다고, 이야기는 양귀지 열매를 먹고 자신의 육성을 목격하듯 흘러가고 흘러온다. 한결같지만 언제나 변하고 있는 이 시대를 다루는 서사의 핵심엔 두 눈이 피에 젖어 감긴 채 떠도는 유령들이 가득하다. 그리하여 유령은 자신의 몸을 찾아 떠도는 상처의 행위에 다름아니라고. 삶은 여전히 한복판을 교전交戰중이고, 우리의 삶은 여전히 목격자를 잃고 헤매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고. 작가는 그 행렬을 역사라고 부르고 있다.

김경주(시인, 극작가)

목차

1부
사람들은 모두 조금씩 이상했다
영기
인호 올라오다
학교에 가다
장래희망
영기와 진숙이가 찾아오다
생물교사
복수
행복한 사람
장마
여름방학
인호 아버지
박정화
인고, 맞고 오다
단합대회
대결
겨울방학

2부
단맛
데모
편지
그들이 오다1
공터
그들이 오다2
휴교
인호 들어오다
그들이 돌아가다
그들이 돌아오다
항구에 다녀오다

작가의 말

본문중에서

처음 대면은 그 어떤 것이라도 강렬했다. 맨 처음 맞아본 주사, 매질, 처음 본 여자의 알몸처럼 말이다. 하지만 그중 가장 끔찍한 것은 죽음에 대한 공포였다. 기억에는 없지만 처음 태어났을 때도 그러했을 것이다. 아이들이 목이 터져라 악을 쓰며 우는 것을 봐도 그렇다. 태어났다는 것은 그전의 세상이 죽어버렸다는 뜻이므로 그것은 삶에 대한 공포일 것이다.
내가 맛본 죽음의 공포는 그 어떤 주먹이나 매질과도 비교가 되지 않았다. 나의 떨림은 저 깊숙한, 맨 처음의 시작점에서 왔다. 죽어 있다는 것을 본다는 것. 죽어버린 생선, 죽어버린 나무, 죽어버린 새. 그리고 죽어 있는 사람. 그 사람의 세계가 정지되고 곧바로 소멸해간다는 것. 그리고 그게 나에게 찾아온다는 것.
지금까지 살아온 시간과 노고에 비하면 죽는 순간은 너무 짧았다. 하다못해 태어나기까지의 과정, 수태가 되고 분열을 하고 아가미가 생겼다가 사라지고, 그리고 어미의 몸을 통해 빠져나와 울음을 터뜨리는 그 정도만큼은 죽어가는 것도 시간이 필요한 것이다. 눈이 들어가고 호흡이 가빠지며 관절이 어긋나고…… 그래야 죽음도 탄생만큼이나 중요한 게 될 것 아닌가.
그게 안 된다면 최소한 버둥거리는 시간이라도 있어야 되는 것 아닌가. 나는 좀처럼 그런 기분에서 빠져나올 수 없었다.

- 본문 228쪽 중에서 -

저자소개

생년월일 1963
출생지 -
출간도서 0종
판매수 0권

1963년 여수시 삼산면 거문도에서 세상에 나왔다. 세상은 몇 이랑의 밭과 그것과 비슷한 수의 어선 그리고 넓고 푸른 바다로만 되어 있다고 생각했다. 일곱 살에 낚시를 시작했고 아홉 살 때는 해녀였던 외할머니에게서 잠수하는 법을 배우기도 했다. 사십 전에는 기구할 거라는 사주팔자가 대략 들어맞는 삶을 살았다. 음악실 디제이, 트럭운전사, 커피숍 주방장, 이런저런 배의 선원, 건설현장 막노동꾼, 포장마차 사장 따위의 이력을 얻은 다음에 전업작가의 길로 들어섰다. 그 뒤로는 한국작가회의 관련 일을 하고 대학에서 소설 창작 강의를 하기도 했다. 그러는 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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