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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길을 떠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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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 : 김중미
  • 출판사 : 낮은산
  • 발행 : 2011년 08월 16일
  • 쪽수 : 340
  • ISBN : 9788989646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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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 서평

    독실한 천주교 집안에서 태어나
    하느님을 따르고 이웃을 사랑하는 삶을
    ‘선택’이 아닌 ‘운명’으로 받아들였던 유년 시절,
    민주화운동의 현장에서 ‘운동권 신부’로 살았던 40년 세월,
    은퇴 뒤에도 여전히 자신을 필요로 하는 곳이면 어디든 달려가는 길 위의 신부,
    열혈 신부, 연민의 신부 문정현의 삶을
    작가 김중미가 차분히 기록했다.

    언제부터인가 ‘문정현’은 이 시대의 가장 뜨거운 이름이 되었다. 부안?대추리?용산, 그리고 2011년 8월 현재 제주 강정마을에 이르기까지 그가 발 딛고 있는 곳은 언제나 거대한 권력 앞에 힘없고 약한 이들이 계란으로 바위 치는 심정으로 싸우는 현장이었다.
    문정현은 왜 ‘깡패 신부’ ‘시위 전문가’라는 말까지 들어 가며 일흔을 훌쩍 넘긴 지금까지도 온몸을 던져 싸우고 있을까. 그를 길 위로 추동해온 힘은 과연 무엇일까. 한국 민중운동의 역사가 곧 그의 삶이라 해도 좋을 문정현 신부의 궤적을 작가 김중미가 정리한 책 [길 위의 신부 문정현 다시 길을 떠나다]를 들여다보자.

    작가 김중미와 사제 문정현의 만남
    [괭이부리말 아이들] [종이밥] 같은 동화로 잘 알려진 작가 김중미가 문정현 신부의 평전을 쓰다니, 어떻게 된 일일까?
    작가 김중미는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가톨릭계 병원 원무과에서 일했다. 주로 노동자들이 찾아오던 그 병원에서 ‘돈’이 생사를 좌우하는 비참한 현실을 보며 자신이 캄캄한 어둠에 갇혀 있음을 깨달았다. 가야 할 길을 알려 주는 빛이 간절하던 그때, 천주교가 약한 이들의 편에 서는 종교라는 생각에 천주교 교리반에 등록했다. 가난하고 외로운 이들의 벗으로 살았던 2000년 전의 예수라는 인물에 빠져들었고 영세도 받았다. 그러나 막상 성당에 나가서는 그런 예수를 찾을 수 없었다. ‘무늬만’ 신자로 사는 것이 아니라 진정 예수를 따르는 삶을 고민하던 그는 1987년 ‘천주교도시빈민회’를 통해 인천 만석동으로 들어갔다.
    정권이 바뀌고 90년대가 저물면서 많은 사람들이 운동의 현장을 떠났다. 그러나 김중미는 ‘기차길옆공부방’의 큰이모로, ‘단비 엄마’로 계속 만석동에 남았다. 한편, 70년대부터 민주화운동에 헌신해왔던 문정현 신부 또한 많은 사람들이 운동의 방향을 바꾸고 권력의 편에 설 때도 여전히 투사로 살고 있었다. 문정현 신부와 김중미 작가가 처음 만난 것은 2000년 만석동에서였다. 문정현 신부가 가톨릭노동사목 회의에 왔다가 김중미의 공부방에 잠시 들른 것이다.
    그 뒤 김중미는 공부방 아이들과 함께 정의와 평화를 외치는 자리 어디에서나 문정현 신부와 마주친다. 힘없는 농민과 노동자들의 벗으로, 대추리.용산.강정마을에 이르기까지 항상 작고 약한 이들 곁에 끝까지 남는 벗으로 살아온 문정현 신부, 그리고 인형극단을 만들어 전국을 유랑하며 위로가 필요한 사람들을 찾아가고 싶은 김중미와 공부방 아이들은 어느덧 같은 꿈을 꾸며 길 위에서 함께하고 있다.
    작가 김중미는 그 어떤 순간에도 머뭇거리지 않고 자신이 필요한 곳에 몸을 던져왔던 문정현 신부의 삶을 기록하면서, 그를 길 위로 나서게 했던 한국 현대사의 수많은 결정적 순간들과 함께 우리 시대에 진정으로 필요한 복음과 교회의 역할이 어떤 것인지까지 돌아보고 있다.

    한순간도 유보 없이 예수의 길에 서다
    신학교에 입학하고 첫 임지에 부임받았을 때만 해도 문정현의 사회의식은 미미한 편이었다. 이런 문정현이 민주화운동에 첫발을 디딘 계기는 1974년 지학순 주교가 민청학련 사건의 배후로 지목되어 연행된 사건이었다. 문정현 신부는 “감히 천주교 주교를 연행해?” 하는 분노에서 시국미사에 참여하고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에 합류하는 등 사회운동을 시작했다. 작가 김중미는 이 대목을 인터뷰하면서, 운동을 시작한 계기가 사제로서의 사회적 소명을 깨달았다거나 하는 것이 아니라 이런 ‘분노’였냐며 여러 번 되물었지만 문정현 신부의 답은 한결같았다. 논리나 계획에 따라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마음이 움직이는 대로 행동했으며, 그의 말대로 “한순간도 유보 없이, 망설임 없이, 곧바로” 예수의 길에 선 것이다.
    문정현 신부는 새로운 부임지에 갈 때마다 노동자, 농민들과 어울리며 새로운 것을 배우고 새로운 사명을 이행하는 데 주저함이 없었다. 1985년 부임한 전북 장수의 장계성당은 아직도 잊지 못하는 곳이다. 농민들과 성당 마당에 솥을 걸고 음식을 나눠 먹었고, 형제처럼 하나가 되어 소값 피해보상운동, 부당조세 시정운동 등을 해나갔던 곳, 신앙과 생활이 하나였으며 비신자들도 교회가 자신들의 삶에 꼭 필요한 곳이라고 여겼던 곳이었다. 1988년 부임한 익산 창인동성당에서는 ‘노동자의 집’ 책임신부로서, 노동운동이 싹트고 있는 익산 수출자유지역에서 노동자들 편에 서서 수많은 분쟁을 해결했다. 성당 주임신부이기 때문에 성당 사목회 임원인 중소기업 대표나 기업 관리자 같은 지역 유지들과도 어울려야 했지만, 그는 항상 노동자들을 두둔하는 신부였다.
    자신이 영세를 주었던 조성만이 1988년 조국통일을 외치며 투신한 것을 계기로 통일운동에 적극적인 관심을 갖게 되었던 문정현 신부는 89년 임수경의 방북 때 동생 문규현 신부를 북으로 파견하게 된다. 유학을 마친 촉망받는 젊은 사제였던 동생을 제물로 바치는 아브라함의 심정이었던 문정현 신부와, 자신의 북한 파견을 요청하는 편지를 삼켜 버리고 싶었을 정도로 심한 갈등을 겪었던 문규현 신부의 숨막히는 순간들이 이 책에서 생생하게 기술되고 있다.
    그 뒤로도 문정현 신부 앞에는 군산 미군기지 반환 싸움을 비롯해, 불평등한 소파 개정운동.부안.대추리.용산.강정에 이르기까지, ‘세상에 불을 지르러 왔다’는 예수의 심정으로 맞설 수밖에 없는 현장이 마치 소명처럼 계속 주어진다. 그 부름에 항상 충실히 응답했던 문정현 신부의 삶을 돌아보자니, 그대로 한국 현대사의 치열하고 아픈 기록이기도 하다.

    분노가 아니라 사랑이 먼저
    문정현을 ‘분노의 신부’라고 하지만 사실 그를 움직이는 것은 사랑과 연민이다. 돈키호테 같은 허황된 이상주의자라고 조롱도 받았고, 보수언론으로부터는 시위 전문가라는 힐난도 받았지만, 그는 여태껏 어떤 사상이나 정파에 자신을 가둔 적이 없다. 그저 노동자.농민.철거민들의 인권과 생명, 평화를 위한 것이라면 어떤 일에든 몸을 사리지 않고 앞장섰을 뿐이다. 그렇게 권력과 불의에 맞서는 것이 예수를 따르는 길이라 여겼고, 몸과 마음과 정신을 다해 이웃을 사랑하는 길이라고 생각했다.
    인혁당 사건 피고인들에 대한 사형이 선고 만 18시간 만에 집행되었을 때, 문정현 신부는 크레인 위에 올라가 항의하다가 떨어지면서 장애 5급 판정을 받았다. 창인동성당 시절, 노동자들이 화염병을 만드는 것을 화를 내며 말렸지만, 막상 시위에 나가 그들이 경찰에 폭행당하는 것을 보면 자신도 모르게 “여기 화염병 더 없냐?” 하고 외치는 신부였다. 군산 미군기지 앞에서 시위하던 시절에는 함께 일하던 활동가들마저 고개를 절레절레 저을 정도로 몸을 사리지 않았다. 그런가 하면 버려진 장애인 소녀가 눈에 밟힌 나머지, 곧장 성당으로 데리고 와 키우면서 익산의 장애인 시설인 ‘작은 자매의 집’을 만든 장본인이기도 하다. ‘깡패 신부’이면서 장애인 아이들을 돌보는 인자한 할아버지이기도 한 것은 그가 언제나 작고 약한 이들의 아픔을 자신의 아픔으로 여기는 사람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길 위의 신부 문정현 다시 길을 떠나다]에는 다큐멘터리 사진작가 노순택이 2000년부터 문정현 신부의 모습을 담아온 사진들도 함께 실려 있다. 사진 속의 문정현 신부는 분노하는 예언자이기도 하지만, 악기를 들고 노래를 부르며 사람들 속에서 천진하게 웃는 인상 좋은 동네 할아버지이기도 하다.
    문정현 신부는 지금 제주 강정마을 주민으로 살고 있다. 대추리 주민이었고, 용산 남일당 사제였던 그는 이제 해군기지를 반대하는 강정 주민들과 함께한다. 천주교 제주교구 강우일 주교가 선물한 작은 스쿠터를 타고 마을을 누비는 그는 날마다 미사를 올리며 강정마을이, 제주가, 한반도가 평화의 땅이 되기를 누구보다 간절한 마음으로 기원하고 있다.

    목차

    머리말
    들어가며 : 명동성당의 왕따 신부 문정현

    1부 사제의 길
    1 유대철 베드로가 되고 싶었던 소년
    2 민주화운동의 출발, “감히 주교를 연행해?”
    3 인혁당 가족을 만나다
    4 “우리 아들, 순교자 되어야 해.”
    5 베드로의 눈물

    2부 농민과 함께한 삶
    1 우리처럼 하나가 되게 해주십시오
    2 하느님이 준 선물 ‘작은 자매의 집’

    3부 노동자와 함께 거리로
    1 노동자의 집
    2 노동자와 동지가 되다
    3 돈 까밀로와 빼뽀네처럼

    4부 반미평화투쟁의 길에 서다
    1 사랑 때문에 목숨을 바친 제자 조성만
    2 아브라함아, 아브라함아
    3 20년 만의 휴식, 메리놀 유학
    4 높고 높은 미군의 성채에 돌을 던지다
    5 매향리에서 ‘길 위의 신부’ 이름을 얻다
    6 반딧불이가 된 효순이?미선이

    5부 사제 문정현, 광대 문정현을 발견하다
    1 교회와 사제가 있어야 할 자리는
    2 안락함을 떠나 유랑의 길로

    6부 국가폭력에 의해 삶의 자리를 빼앗긴 사람들과 함께
    1 핵폐기장을 막기 위해 타오른 부안의 촛불
    2 대추리는 우리 목숨, 질긴 놈이 이긴다
    3 착한 사마리아인의 땅, 용산 남일당

    7부 다시 길 위에 서서
    1 옥봉리로 돌아오다
    2 대나무처럼 꼿꼿하게, 때로는 꽃처럼 부드럽게
    3 다시 길을 떠나다

    본문중에서

    그는 다시 유랑의 길에 오를 것이다.
    이번 유랑은 그 어느 때보다 더 힘겹고 고통스러울지 모른다.
    그가 가는 곳마다 깎여 나간 산과 마구 파헤쳐진 강이 길을 막을 것이고,
    삶의 자리를 잃은 수많은 목숨들의 신음 소리가 들릴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때문에 더욱 더 그 길을 포기할 수 없을 것이다.
    그가 다시 길을 떠난다 해도 그 수많은 목숨들을 구해 낼 수 없고,
    당장 죽음의 삽질을 멈출 수도 없을 것이 분명하다.
    다시 길 위에 선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그들과 함께
    내내 목 놓아 우는 일이 전부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는 길을 떠날 것이다.
    지금 이 순간, 고통받고 억압받는 이들 곁에 함께하는 것,
    그것이 사제인 그가 해야 할 몫이기 때문이다.
    그 길이 바로 그의 벗인 예수가 가는 길이기 때문이다.
    (/ 본문 중에서)

    저자소개

    생년월일 1963~
    출생지 인천
    출간도서 38종
    판매수 108,115권

    1963년 인천에서 태어났다. 1987년 인천의 가난한 마을 만석동에 아이들과 함께하는 ‘기찻길옆공부방’을 열고 정착했다. 2001년 강화의 시골로 이사한 뒤 강화에도 공부방을 만들었고, 지금까지 강화와 만석동을 오가며 아이들을 만나고 있다. 공부방 프로그램이 문화 예술 활동으로 확장되면서 이름을 ‘기찻길옆작은학교’로 바꾸었다.
    2000년 [괭이부리말 아이들]로 창비 ’좋은어린이책’ 원고 공모에서 대상을 받으면서 작가로 이름을 알렸다. 지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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