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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담 [개정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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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 서평

    메이지 시대, 일본 괴담의 원형을 제시한 푸른 눈의 기록자, 라프카디오 헌!
    일찍이 미시마 유키오는 공포소설을 일컬어 ‘언어의 힘만으로 독자에게 공포라는 극도의 생생한 감정을 일으켜 소설의 본래 기능을 충분히 발휘하는 가장 소설다운 장르’라 평한 바 있다. 만약 미시마 유키오가 메이지 시대 한복판을 살았다면 이 찬사는 기꺼이 라프카디오 헌에게 바쳐졌을 터이다. 그만큼 라프카디오 헌의 글은 생생했고, 그가 기록한 일본판 [눈의 여왕]이야기 [설녀]는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설국]만큼이나 일본을 대표하는 이미지로 남게 되었다. 무엇보다 [설녀]에는 열도를 뒤덮은 폭설에 대한 초자연적 공포와 인간의 무력함이 음산하게 녹아 있다.
    1904년, 그리스계 영국인 라프카디오 헌은 일본 전래민담에서 소재를 얻어 창작한 [괴담Kwaidan]을 발표했고, 그해 일본 언론과 학계, 문단은 이 푸른 눈의 기록자에게 열광했다. [일본의 무사도]의 저자 니토베 이나조는 라프카디오 헌의 이 글이 ‘일본인의 마음을 가장 잘 웅변했다’며 놀라움을 표시했고 민속학자 야나기타 쿠니오는 ‘이제까지 외국인 가운데 라프카디오 헌보다 뛰어난 관찰자는 없다’고 극찬했다. 메이지 시대, 가장 일본적인 것에 천착한 라프카디오 헌. 일본 미스터리의 거장 온다 리쿠가 [삼월은 붉은 구렁을]에서 신비에 싸인 원고전달자로 등장시켜 오마주를 바친 그는 대체 누구인가?
    [신시내티 데일리 인콰이어러]의 저명 저널리스트였던 라프카디오 헌은 1890년 일본으로 건너갔으며, 곧 ‘사람도 물건도 모두 신비한 작은 요정의 나라’라고 기록할 정도로 일본에 매료되었다.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낸 헌은 초자연적이고도 그로테스크한 이야기에 매력을 느끼고 있었으며, 그런 그가 ‘요괴의 나라’ 일본에 매료된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는 마쓰에 지방 사무라이의 딸이었던 아내 세스코에게 끊임없이 민담을 들려달라고 부탁했고, 그것을 듣고 기록하였으며 결국 메이지 시대, 일본 최고의 원령이야기 수집가로 남게 된다. 고바야시 마사키가 영화화해 널리 알려진 [귀 없는 호이치]를 비롯한 [괴담Kwaidan]의 단편들은 초자연적 신비함으로 가득한, 일본 문학사상 가장 기괴한 요괴 이야기이다. 두렵지만 거부할 수 없는 매력을 지닌 요괴와 원령들은 그의 글 속에서 더 아름답게, 더 기괴하게 진화하며 우리를 찾아온다!

    단순한 요괴소설의 경지를 뛰어넘는 일본판 요재지이!
    라프카디오 헌의 글은 서양의 고딕소설들처럼 소용돌이치는 공포를 직접적으로 보여주지 않는다. 대신 그의 글에는 이미지가 응축되어 있으며 섬세한 문체에서는 긴장감이 느껴진다. 말라버린 벚나무와 꽃이 핀 지붕의 잡초에서는 애처로운 아름다움이 느껴지고 흰 옷을 입은 여인네에게는 이승의 한이 묻어난다. 또, 사별 뒤 절절한 그리움이 환생으로 이어지는 [오테이 이야기]나 죽어서도 사랑하는 이에게 나비로 찾아온 [호라이], 말로 전하기 어려운 곡진한 감정이 시로 표현된 [푸른 버들 이야기]는 초자연적 존재를 믿지 않는 21세기 독자들에게도 인간적인 공감을 불러일으키기 충분하다.
    무엇보다 흥미로운 것은 일본 특유의 온갖 요괴와 원귀들의 모습이다. 자신들의 넋을 달래준 맹인 비파법사의 귀를 가차 없이 뜯어가는 헤이케 무장의 혼([귀 없는 호이치])은 전화에 휘말린 중세 일본에서 치열한 전투 중에 희생된 이들의 원한과 비애를 떠올리게 한다. 이뿐 아니라 긴 목을 자유자재로 늘이거나 몸통에서 떨어져나간 목만으로도 인간에게 집요하게 매달리는 로쿠로쿠비([로쿠로쿠비]), 얼굴을 쓰다듬으면 눈코입이 사라지는 오소리([오소리]), 시체를 우둑우둑 씹어 배를 채우는 식인귀([식인귀])는 ‘800만 신의 나라’라 일컬어지는 일본을 실감케 한다.

    아직도 일본인의 가슴속에 살아 있는 일본 호러의 수원水源!
    기이한 아름다움으로 가득한 라프카디오 헌의 작품은 단순한 기괴소설의 경지를 뛰어넘어 인간과 자연의 본성에 관한 고찰로 가득하다. 그는 현대에 와서도 일본인들에게 가장 많이 사랑받은 작가 중 하나다. 그의 단편들은 끊임없이 영화로, 만화로, 드라마로 재생산되고 있다. 1965년 고바야시 마사키 감독이 [설녀]와 [귀 없는 호이치]를 원작으로 영화화한 [괴담]은 칸 영화제에서 심사위원 특별상을 수상했고, 특히 주지승이 귀신을 쫓기 위해 호이치의 온몸에 불경을 새기는 장면은 영국의 세계적인 영화감독 피터 그리너웨이에게도 깊은 인상을 주어 훗날 [필로우북]을 연출하게 했다고 한다. 또 헌의 기념관과 저택을 사적으로 보전하고 있는 마쓰에는 일본에서 가장 인기 있는 관광지 중 하나이며, 도쿄대에서는 아직까지도 라프카디오 헌의 문학을 주제로 한 수업이 개설되고 있다.
    물론 일본 공포문학의 시조를 따진다면 [우게쓰 이야기]를 남긴 우에다 아키나리나 혹은 일본 민담의 원형에 많은 영향을 준 중국의 [전등신화]나 [수신기]와 같은 작품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할 것이다. 하지만 라프카디오 헌의 작업들이 당대 혹은 후대 일본문학가들-신파소설의 대가 이즈미 교카나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다니자키 준이치로-에게 미친 영향은 여전히 부정할 수 없다.
    현재 일본의 공포, 환상문학과 영화 등은 더욱더 처절하게 진화한 원령들의 전시장이 되고 있지만, 이들의 문화적 시초에는 그 누구보다도 바로 헌이 있었다. 이방인의 눈으로 일본 문화의 어두운 밤의 세계를 꿰뚫고 그 정수를 관찰한 라프카디오 헌, 또는 고이즈미 야쿠모는 그런 의미에서 여느 일본인보다 훨씬 일본인다웠던 재패노필이었다.

    목차

    묻혀버린 비밀
    유모벚나무
    귀 없는 호이치
    오테이 이야기
    원앙
    바보 리키
    로쿠로쿠비
    책략
    설녀
    아키노스케의 꿈
    호라이
    식인귀
    푸른 버들 이야기
    열엿새 벚나무
    거울과 종
    해바라기
    모기
    나비
    오소리

    옮긴이의 말
    작가의 생애
    도판 목록

    본문중에서

    오소노의 장례를 마친 날 밤, 어린 아들이 말했다. “엄마가 돌아와서 이층 방에 있어.” 엄마가 자기를 보고 빙긋이 웃으면서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래서 무서워 도망쳐 나왔다는 것이다. 이에 집안사람 몇몇이 오소노의 방에 올라가보았다. 그러자 놀랍게도, 죽은 게분명한 그녀의 모습이 불단에 둔 작은 등불 빛을 받아 똑똑히 보이는 게 아닌가.
    ('묻혀버린 비밀' 중에서/ p.8)

    점점 더 신이 난 호이치는 전보다 더 솜씨 좋게 노래하고 연기했다. 주위에서는 감탄의 침묵이 깊어갔다. 하지만 마침내 아름답고도 무력한 이의 운명을 노래하는 대목에 이르렀을 때-여자들의 애처로운 최후와 팔에 어린 천황을 안은 채 바다에 뛰어든 니이노아마의 투신을 노래하는 대목에 이르렀을 때, 듣던 이들은 모두 일제히 비통한 탄식을 길게 내질렀다. 그리고 미친 듯이 커다란 목소리로 울부짖었다. 눈이 보이지 않는 호이치는 자신의 소리가 이끌어낸 비애의 격렬함에 저도 모르게 겁을 먹고 말았다.
    ('귀 없는 호치' 중에서/ p.24)

    이 말을 전해 듣는 주인의 머리는 달빛 아래에서도 확실히 보였는데 오싹한 모습이었다. 두 눈을 무시무시하게 부릅뜨고 머리털은 거꾸로 섰으며 이를 부득부득 갈았다. 이어서 입에서 비통한 통곡 소리가 새어나오더니 머리는 분노의 눈물을 흘리며 부르짖었다. “몸뚱이가 딴 데로 옮겨진 이상 이제 합체할 수는 없다. 죽을 수밖에 없어. 이는 분명 그 행각승의 소행이다. 죽기 전에 그 중에게 달려들어 갈기갈기 찢어 잡아먹을 테다.”
    ('로쿠로쿠비' 중에서/ p.60)

    하지만 밤이 깊어 주위가 쥐 죽은 듯 고요해질 즈음, 어렴풋이 커다란 그림자 하나가 소리 없이 그 방으로 들어왔다. 이와 동시에 무소선사는 소리 지를 힘은 물론, 몸을 움직일 힘도 빠져나가는 것을 느꼈다. 눈길을 돌리니 그림자는 양손으로 고인을 안아 들어올려, 시체를 우걱우걱 게걸스럽게 먹어댔다. 고양이가 쥐를 잡아먹는 것보다도 빨랐다. 머리부터 시작하여 머리카락과 뼈는 물론이고 수의까지도 먹어치웠다.
    ('식인귀' 중에서/ p.105)

    저자소개

    라프카디오 헌(Lafcadio Hearn) [저] 신작알림 SMS신청 작가DB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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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 이름은 고이즈미 야쿠모(小泉八雲). 일본의 국민적 작가로 사랑받고 있으며, 마쓰에에 있는 그의 집은 사적지로 지정되어 있다. 1850년 아일랜드인 아버지와 그리스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2세 때 아일랜드 더블린으로 이주했으며, 어린 시절에 왼쪽 눈을 실명했다. 19세 때 미국으로 건너가 신시내티에 정착했고, 1872년에서 1875년까지 "신시내티 인콰이어러"와 "신시내티 커머셜"에서 기자로 일했으며, 1877년에는 뉴올리언스로 이주해 기자 일을 그만두고 본격적으로 번역과 집필 활동에 착수했다. 1890년 "하퍼스 매거진" 특파원으로 처음 일본에 갔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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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대학교 서양사학과를 졸업한 후 서울대학교 비교문학 협동과정에서 석사학위를, 오사카 대학교 문학연구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후 항설백물어》 《백미진수》 《괴담》 《피안 지날 때까지》《이치고 동맹》 등 문학뿐만 아니라, 《유착의 사상》 《스트리트의 사상》 《납치사 고요》 등 다양한 분야의 일본 작품을 우리말로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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