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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중권의 서양미술사 - 모더니즘편 : 미학의 눈으로 보는 아방가르드 시대의 예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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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 : 진중권
  • 출판사 : 휴머니스트
  • 발행 : 2011년 07월 06일
  • 쪽수 : 380
  • 제품구성 : 전1권
  • ISBN : 97889586223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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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미학의 눈으로 보는 모더니즘 예술의 세계

'어떤 사안이나 문제를 다른 시각으로 보는 법을 배울 수 있는 학문'이 미학이라 말하는 미학자 진중권. 미학을 토대로 서양미술사를 이야기한다. 이 책은 모더니즘 태동에서 2차대전 직전까지 제1차 모더니즘, 즉 유럽 모더니즘을 살피며, 야수주의에서 시작해 입체주의, 추상미술, 절대주의, 표현주의, 다다이즘을 거쳐 바우하우스까지 약 12개의 유파를 다룬다. 글의 밀도를 높여 모더니즘의 예술세계를 압축하는 글쓰기 방식을 취한 이번 책은 예술을 보는 그만의 새로운 시각, 남다른 미적 감각이 돋보인다.

출판사 서평

예술의 역사는 그 시대를 지배하는 예술적 인식, 사고, 관념, 가치체계 등이
결합된 패러다임의 변화과정이다. 예술 감각은 시대에 따라 변화하기에
미술사는 그 시대의 미감으로 새로 쓰여져야 한다.

새로운 시각, 남다른 미적 감각으로 쓴 아방가르드 시대의 예술


[미학 오디세이](전3권)[놀이와 예술 그리고 상상력] 등의 작품으로 우리에게 아름다움의 세계를 보는 ‘시각’과 다양한 ‘눈’을 제공한 유쾌한 미학자 진중권! 그가 미학과 미술사를접목하여 새로운 시각, 남다른 미적 감각으로 아방가르드 시대의 예술을 횡단한 [진중권의 서양미술사 모더니즘 편]을 펴냈다.
[진중권의 서양미술사 모더니즘 편]은 미술사에서 위대한 사건 중 하나였던 20세기 초반 아방가르드 예술운동의 역사를 다룬다. 20세기에 등장한 예술운동은 저마다 선언과 강령을 발표하며 정당운동을 방불케 하는 정치적 수사를 구사했다. 이 책은 ‘예술가 진술(artist statement)’, 즉 예술가들의 강령과 선언을 중심으로 아방가르드 예술의 본질을 추적한다.
20세기에 들어와 예술은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유파와 양식과 언어를 갖게 되었다. 예전에는 하나의 양식이 종종 수세기 동안 유지되곤 했지만, ‘모던' 시대에 들어와 예술의 양식은 정신없이 돌아가는 공장의 기계만큼이나 빠른 속도로 나타났다가 사라졌다. 이 복잡한 현대예술의 풍경을 한눈에 보여주기 위해 진중권은 글의 밀도를 높여 모더니즘의 예술세계를 압축하는 글쓰기 방식을 취하였다.

‘모더니즘’ 편에서는 현대예술에 대한 한스 제들마이어의 분석으로 시작한다.……제들마이어는 현대예술의 풍경을 구성하는 이 복잡한 흐름들을 크게 네 가지 근원 충동으로 분류한다. ‘순수성의 추구, 근원을 향한 열망, 광기에 대한 호기심, 기술적 구축의 의지’가 그것이다.
[서양미술사] ‘모더니즘’ 편의 차례는 결과적으로 제들마이어의 분류와 대략 일치하게 됐다. 1장에서 4장까지는 ‘순수성의 추구’, 즉 추상으로 향하는 운동을 살펴보게 된다. 5장과 6장은 ‘근원을 향한 열망’, 즉 현대미술에 나타난 표현주의적 경향을 다루고, 7장과 8장에서는 현대예술의 비합리주의적 흐름, 특히 광기와 부조리에 대한 현대예술의 관심을 다루게 된다. 이어지는 9장 신즉물주의를 중심으로 현대예술에 일시적으로 나타난 복고적 경향, 즉 1920년대에 일어난 사실주의로의 복귀(‘질서로의 소환’)를 다루게 된다. 마지막으로 10장~12장에서는 구축주의, 데스테일, 바우하우스 등을 중심으로 현대예술에 나타난 ‘기술적 구축의 의지’를 살펴보게 될 것이다.
(/ '지은이의 말' 중에서)

미학의 눈으로 보는 모더니즘 예술의 세계

유쾌한 미학자 진중권이 ‘미학과 미술사를 접목한 서양미술사’를 손에 들고 우리 곁으로 왔다. 그에게 미학은 ‘어떤 사안이나 문제를 다른 시각으로 보는 법을 배울 수 있는 학문’이고, 그의 미술사는 “열린 마음으로 좀 더 다르게 보는 법에 대해 생각하는 방식을 제안한다.” 예술의 역사는 시대를 지배하는 예술적 인식, 사고, 관념, 가치체계 등이 결합된 패러다임의 변화과정이고, 예술 감각은 시대에 따라 변화하기에 미술사는 그 시대의 미감으로 새로 쓰여져야 한다. 이것이 ‘진중권의 미학의 눈으로 보는 서양미술사’이다.
[진중권의 서양미술사 모더니즘 편]은 모더니즘의 태동에서 2차대전 직전까지 제1차 모더니즘, 즉 유럽 모더니즘 운동을 살핀다. 야수주의에서 시작해 입체주의, 추상미술, 절대주의, 표현주의. 다다이즘을 거쳐 바우하우스까지 12개의 유파를 다룬다. 이들은 운동의 성향이 강한 아방가르드(전위)였다. 그들의 선언문을 중심으로 주요한 철학적 배경, 작품, 영향 등을 살핀다.
지은이는 20세기 인간의 정신 영역에서 이루어진 지적인 성과와 유산 속에서 예술가들은 어떤 작품을 창조했고, 그들은 자연의 재현이라는 고전예술의 명제를 뒤집고자 어떤 운동을 펼쳤는가를 명쾌하게 정리하면서 근대의 지각방식과 표현방식이 어떤 철학적 배경 속에서 생성되고 창조되었는지, 그것이 예술에서는 어떻게 표현되었는지를 살핀다. 그의 글을 읽다보면 21세기 우리가 사는 현실에 벌어지고 있는 다양한 지적 흐름이 어디로 어떻게 흘러갈 것인지를 전망할 수 있는 지적 소득까지 얻는다.
우리는 어느 시기나 자신이 사는 시대를 중요한 변화가 응축되어 진행되는 중요한 시기라고 생각한다. 20세기 역시 다르지 않다. 입체파 등은 15세기 이래 서양인의 시각을 지배해 온, 그리고 과학적인 지각방식으로 당연시되어온 ‘원근법’을 깨고, 새로운 시각예술의 세계를 창조했다. 역시 그만큼의 세월을 지배하던 ‘조성’이라는 음악적 형식은 해체되었다. 이러한 ‘격변’ 속에서 예술은 인간의 삶과 생존조건, 삶의 방식에 어떤 새로운 문을 열었던가? 현대예술은 어떤 혁명적 발상으로 자신을 표현하고자 했는가? 등을 압축적으로 펼쳐낸다.

현대미술에 비판적인 이들이 그것에 우호적인 이들보다 외려 그것을 더 잘 이해한다는 역설.……현대예술에 익숙한 이들은 그것을 작품으로 보고 지나치지만, 낯설게 느끼는 이들은 거기서 충격을 받는다. 현대예술의 목표가 ‘감성적 쾌감’이 아니라 ‘지성적 충격’을 주는 데 있다면, 그 의도된 효과를 제대로 체험한 이들이야말로 그것의 본질을 제대로 간파했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럼 의미에서 역사상 가장 급진적이었던 예술운동의 본질은 외려 그것을 불편하게 느끼는 문화보수주의자의 눈에 더 뚜렷하게 보일지도 모른다.
(/ p.17)

아방가르드 예술선언문으로 구성한 모더니즘의 세계

[진중권의 서양미술사 모더니즘 편]은 당시 예술운동을 이끌었던 아방가르드 예술선언문을 중심으로 구성된다. 진중권이 다루고 있는 모더니즘 시대의 예술은 내용이 쉽지 않다. 만만한 내용이 아닌 것을 ‘선언문’이라는 쉬운 형식을 도입하여 더 깊이 있게 들어간다. 그의 글쓰기는 처음에는 가볍게 시작하지만 갈수록 조금씩 깊어진다. 그가 다루는 12개의 유파는 깊이가 깊어질수록 재미도 더 커진다. 특히 진중권의 글쓰기 스타일이 많은 내용을 고밀도로 농축하는 데에 있기에, 여러 번 반복해 읽을수록 더 많은 예술적?지적 영감을 얻게 된다. 진중권의 서양미술사는 미술사에만 머물지 않고, 시대의 담론과 미학, 그리고 그것을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미술 이야기 등을 당대의 철학과 연결하여 서술하고 있다는 점이 가장 큰 특징이다. 내용과 작품의 스토리, 예술적 공감, 현대적 의미가 잘 명쾌하게 이해된다.

트리스탄 차라의 [1918년 다다 선언]은 신이 인류의 죄를 대홍수의 파국으로 씻어냈듯이, 문명의 파국을 통해 다시 순결함에 도달한다는 다다의 묵시론적 신념을 보여준다.

모두들 외쳐라, 우리가 완성해야 할 파괴적이며 부정적인 대사업이 있다고! 깨끗이 소제하고 청소하라! 광기, 공격적이며 완벽한 광기의 상태 …… 이 세계의 광적 상태가 있은 다음에야 개인의 결백이 입증되는 것이다.

다다의 제스처는 대부분 미래주의에서 온 것이다. 하지만 세계대전을 통해 다다이스트들이 확인한 것은, 기술 합리성으로 인해 사상 최초로 인간의 대량 살상이 가능해졌다는 사실이었다. 이처럼 대량 살상의 무기로 변한 이성과 논리에 다다는 부조리와 무의미로 맞섰다.……
과도한 이성주의에 반발한다는 점에서 다다는 표현주의와 통하는 면이 있다. 하지만 다다와 표현주의 사이에는 또한 근본적 차이가 있다. 가령, 표현주의자들이 그저 비합리적 표현력으로 과도한 이성화를 수정하여 인성과 세계의 대통합을 꾀하려 했다면, 다다는 표현주의가 여전히 유지한 인간중심주의와 세계개선주의마저 포기한다. 행동 없이 내면으로 침잠하는 표현주의의 정숙주의도 다다이스트들의 마음에는 들지 않았던 모양이다. “표현주의는 자발적 행동이 아니다. 그것은 도피하려 하고, 현재와 전쟁과 참상을 잊으려는 피곤한 자들의 제스처다.”
다다는 차라리 허무주의적이었다. 표현주의가 여전히 합리적 정신에 압살당한 근원적 생명력을 부활시키려는 에토스를 유지했다면, 다다는 현상 유지(status quo)에 기여하는 “모든 가치관과 사회적 등식”을 폐기하려 했다. 도래해야 할 파국에서 예술도 예외가 아니었기에, 다다는 ‘반(反)예술’이 된다.
(/ pp.181~183)

재현에 맞서는 모더니즘의 예술의 지형도를 제안하다

모더니즘은 문학이나 예술에서 주로 사용되었던 개념이지만, 단순히 예술 영역에서 일어난 특정한 사조를 지칭하지 않는다. 그래서 모더니즘이란 말은 모호하고 어렵게 느껴진다. 모더니즘이 가장 먼저 출현한 곳은 회화였다. 현대회화의 출발점으로 삼는 1906년은 피카소의 그림 [아비뇽의 처녀들]이 그려진 때다. 그는 여러 방향에서 본 형태를 하나의 시점에서 볼 수 있게 만듦으로써, 하나의 시점에서는 오직 하나의 면, 한 가지 형태를 볼 수 있을 뿐이라는, 사물을 보고 그리는 오래된 방법인 원근법을 깬다. 물론 이런 시도는 고흔나 세잔 같은 후기 인상주의 화가들에게도 있었다. 이들은 색채와 형태의 관계를 표현하는데 필요하다면 원근법을 위반했지만, 사물을 정확하게 재현하는 방법인 원근법과 맞서지 않았다.
하지만 피카소, 브라크, 마티스 등은 원근법과 대결했고, 원근법이 깨진 공간 속에서 그림이 어떻게 그려져야 하는가를 고심했다. 이후 회화는 사물의 정확한 재현이라는 오래된 강박에서 벗어나, ‘추상충동(입체파)’이나 ‘감정이입충동(표현주의)’에 따라, 색채와 형태의 구성물로 그려지게 된다. 이제 그림이 이해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재현에 대한 저항은 문학에서도 나타난다. 의식이나 정신의 무질서하고 혼란된 움직임을 그대로 따라간 제임스 조이스, 세심하게 재구성된 기억의 여행을 통해서 ‘잃어버린 시간’을 되찾고자 했던 마르셀 프루스트, 인접한 사무실로 둘러친 둘레와 접근하고자 해도 접근할 수 없는 중앙을 가진 법과 관료제가 지배하는 근대적 ‘성’을 파헤쳤던 프란츠 카프카 등이 그렇다.
음악에서 모더니즘은 조금 다르다. 음악은 근대음악의 경우에도 어떤 것을 재현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서양의 근대음악은 ‘조성’이라고 부르는 형식에 바탕하고 있었다. 그러나 바그너, 드뷔시, 스트라빈스키, 쇤베르크 등에 이르면 조성 전체가 깨지고, ‘박자’라는 시간적 형식도 깨진다. 무조음악이 시작되는 것이다. 쇤베르크는 무조음악을 더 한층 밀고나가 ‘12음 기법’이라는 새로운 작곡법을 제시한다. ‘주제’라 불리는 재현과 관련된 최소한의 요소마저도 제거한다. 이후 ‘추상적 구조’를 추구하는 음악과 ‘표현적 능력’을 추구하는 음악이 현대 음악의 커다란 두 방향을 이루게 된다. 음악 역시 듣기 힘든 것, 고통스런 것이 된다.
이처럼 모더니즘 예술은 알아보기 힘든 그림을 그리고, 알아듣기 힘든 곡을 만들며, 알아먹기 힘든 시나 소설을 쓴다. 하지만 그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이다. 이전에 사람들은 무언가를 재현하는 것, 그래서 그걸 보거나 들으면 무언가가 떠오르는 작품들에 익숙해져 있었고, 따라서 보거나 듣고서도 어떤 것을 떠올리기 힘들면, 골치 아프고 어려운 것, 불편한 것으로 간주하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모더니즘은 어떤 모습을 표상하기보다는 어떤 강렬함을 느끼게 하려 한다. 혹은 단순한 하나의 형태를 떠올리기보다는 복합적인 양상을 느끼게 해주려고 한다. 그래서 그것은 골치 아프다. 이런 점에서 모더니스트들은 상투적인 형태나 상식화된 스타일을 깨는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고자 했던 것이다.
근대의 정치 역시 ‘대의(representation)’라는 형식이다. 국민을 대의하는 국회의원, 그들로 구성되는 국회가 그렇고, 역시 국민을 대표하는 존재로서 뽑히는 대통령이 그렇고, 그가 지휘하는 정부가 그렇다. 비슷하게 근대의 예술은 ‘재현(representation)’을 특징으로 갖는다. 줄거리를 통해 사건을 재현하고, 그것을 통해 삶이나 세계의 법칙을 재현하는 소설이 그렇고, 대상을 정확하게 재현하려는 그림이 그렇다. 반면 모더니즘은 재현에 맞서 싸운다. 그것은 재현하려 하기보다는 우리가 체험하는 세계를 이런저런 방식으로 ‘표현(expression)’하려 한다. 그것은 무언가를 떠올리게 하려 하기보다는 무언가를 느끼게 하려고 한다.

현실에 가려진 것을 들추어내고, 가시적 세계를 다르게 보게 하는 것! 이것이 모더니즘 예술이다

‘모던’이라는 말은 중세 때부터 사용된 말이다. 이미 르네상스 시절에도 그 말은 빈번히 사용되었다. 영어나 불어의 modern은 데카르트적 근대(17~19세기)와 20세기의 현대를 모두 포괄한다. 독일어에서는 modern을, 근대는 neuzeitlich, 현대는 zeirgenoessisch라 표기한다. 여기는 혼동의 위험이 없다.
하지만 영어나 프랑스어에는 이런 구별이 없다. 물론 contemporain이 있지만 이건 시대구분의 개념으로는 사용하지 않는다. 그래서인지 프랑스 철학자들은 이 개념으로 데카르트적 근대부터 20세기까지의 유럽사회를 포괄하고, 그것을 비판한다. 그들의 믿음에 따르면 유럽 사회는 아직도 17세기부터 형성된 근대성의 틀(아울러 18세기 계몽주의적 근대)을 벗지 못했다고 보면서, 근대의 합리주의, 이성중심주의, 로고스 중심주의를 비판한다. 이렇게 근대와 현대를 포괄하는 modern을 비판한다는 의미에서 이들을 흔히 '철학적 포스트모더니스트'라 부른다. 이를 도식화하면 아래와 같다.

모던 / 포스트모던
합리주의 / 비합리주의
절대주의 / 상대주의
일원론 / 다원론
필연성 / 우연성
보편성 / 개별성
동일성 / 타자성(차이)

‘모더니즘’은 예술사조를 가리키는 개념이다. 예술에서의 ‘모던’은 데카르트적 근대가 아니라 20세기 대중사회, 소비사회인 ‘현대’를 가리킨다. 세기말을 전후하여 유럽의 사회는 전통사회의 틀을 벗고, 오늘날 우리가 누리고 있는 이 삶의 문화를 갖게 된다. 현대인은 흔히 플라뇌르(flaneur, 보들레르)로 상징되는 공동체의 뿌리를 잃고, 방황하는 원자화된 익명의 개인들이다. 모더니즘 예술은 바로 그 ‘현대성’이 투영된 예술이다.
예술에서도 장르마다 차이가 있다. 가령 보들레르, 말라르메 같은 경우에는 19세기에 활동했으면서도 이미 20세기에 현실화된 ‘현대성’을 실현하고 있는 사람이어서 높게 평가받는다. 그래서인지 ‘현대성’의 미적 본질에 관심 있었던 벤야민도 보들레르에 관한 비평을 남겼다.
회화에서는 20세기 아방가르드 예술을 '모더니즘'이라 부른다. 여기에도 초기 모던과 후기 모던이 있는데, 대개 1945년을 중심으로 나뉜다. 그 시기를 중심으로 유럽의 아방가르드는 이미 모더니즘이 거부해야 할 전통(모더니즘의 핵심 강령은 새로운 것의 추구와 전통의 거부이다)이 되어 버린다. 양자는 예술원리에 차이가 있지만 크게 모더니즘으로 넣는다. 유럽에서도 1960년대 다시 한 번 모더니즘 운동이 일어났다.
모더니즘 예술의 특징은 비합리주의(초현실주의, 정신병적인 것, 아이-되기), 반이성주의(의식의 스위치를 꺼버리는 다다와 초현실주의자들의 자동기술법), 반인간주의(동물적인 것, 기계적인 것), 우연성의 추구 등이다. 이는 오늘날 포스트모던의 철학자라 부르는 사람들이 내놓은 이론의 특성이었다.

진중권의 서양미술사 모더니즘 편의 주요 내용

들어가기―현대예술의 혁명
한스 제들마이어는 문화보수주의자로서 현대예술에 날카로운 비판의 칼날을 들이댄다. 그는 현대예술을 추동해온 네 가지 근원 현상을 끄집어내어, 그 각각의 논리를 냉정하게 분석한다. 제들마이어가 보기에 현대예술의 네 가지 기획은 어느 것이든 자기모순에 빠져 필연적으로 좌절하게 되어 있다. 현대예술은 혁명을 통해 전통적 가치를 부정했으나 결국 새로운 우상들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 우상들의 숭배도 그들을 구원할 수 없음이 분명해지는 순간 스스로 예술이기를 거부하는 미적 허무주의에 빠져들었다. 제들마이어는 “과거와 연결된 강인한 정신”만이 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고 진단한다.

01 야수주의, 원색의 향연 색체의 해방
세잔이 20세기에 속하는 만큼 아직 19세기에 속했다면, 야수주의와 더불어 최초로 20세기의 예술운동이 시작된다. 야수주의 운동의 요체는, 회화의 논리를 전통적 ‘인상론’에서 현대적 ‘표현론’으로 바꾸어놓은 데 있다. 야수주의 이후 화면 위의 이미지는 ‘밖’에서 ‘안’으로 들어오는 인상(im-pression)이 아니라, ‘안’에서 ‘밖’으로 나가는 표현(ex-pression)으로 여겨지기 시작한다. 야수주의의 화면은 모사 대상의 색깔을 닮을 의무에서 벗어나 자율적인 원색의 향연이 된다. 야수주의가 일으킨 이 색채의 해방이야말로 20세기 회화가 르네상스 이후 400년 동안 예술의 공리로 군림해왔던 재현의 의무에서 벗어나는 첫걸음이었다.

02 입체주의, 형태의 해방, 원근법의 해체
색채의 해방은 형태의 해방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한때 야수주의에 가담했던 브라크는 야수주의를 떠나 피카소와 더불어 입체주의 운동을 시작한다. 입체주의가 분석적 단계에서 색채를 포기하고 모노크롬에 가까워진 것은 이 운동이 처음부터 색보다는 형의 문제에 집중했음을 의미할 것이다. 하지만 입체주의의 목표는 그보다 더 높은 데 있었다. 그것은 르네상스 이후 400년 동안 회화를 지배해왔던 원근법적 공간 자체를 무너뜨리려 했다. 그런 의미에서 입체주의는 글자 그대로 회화의 ‘혁명’이었다고 할 수 있다. 야수주의의 영향이 비교적 제한적이었다면, 입체주의는 20세기에 나타난 거의 모든 예술운동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03 순수추상, 형태와 색체의 교향악
색의 해방과 형의 해방, 나아가 원근법적 공간의 해체 속에는 또 다른 회화의 가능성이 내포되어 있다. 아무것도 재현하지 않는 순수회화의 가능성이다. 입체주의가 포기한 것은 ‘원근법적’ 재현일 뿐, 그것이 재현 자체를 포기한 것은 아니었다. 피카소와 브라크는 입체주의를 원근법보다 더 참된 재현으로 이해했다. 입체주의의 분석적 단계에서 화면은 거의 순수추상에 근접한다. 피카소와 브라크는 거기서 한 걸음 물러나 다시 재현을 강화하고, 그로써 입체주의의 종합적 단계로 이행한다. 하지만 칸딘스키는 거기서 용감하게 걸음을 내디뎌 최초로 순수회화에 도달한다. 일체의 재현을 포기하고 순수한 색과 형의 유희가 됨으로써 회화는 완전한 자율성에 도달한다.

04 절대주의, 회화의 영도
회화가 비재현적 예술이 될 때, 그것은 음악에 가까워진다. 그리하여 칸딘스키에게서 회화의 구성(composition)은 곧 음악의 작곡(composition)이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추상을 향한 회화의 운동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구성은 형태 및 색채 요소들의 존재를 전제하나, 말레비치의 화면에서 모든 형태는 하나의 정사각형으로, 모든 색채는 흑백의 무채색으로 환원된다. 이때 사라지는 것은 바로 ‘구성’ 자체다. 칸딘스키에게 회화는 여전히 형태 및 색채 요소들의 자유로운 유희를 의미했으나, 말레비치의 화면에서 회화는 마침내 형태와 색채마저 사라지는 절대주의로 이행한다. 절대주의는 그 너머로는 더 이상 예술일 수 없는 회화의 극한이다.

05 표현주의, 재현에서 표현으로
프랑스에서 야수주의 운동이 한창일 때 독일에서도 비슷한 운동이 일어나고 있었다. 독일의 표현주의는 재현보다 표현을 강조한다는 점에서는 야수주의와 일치하나, 색채의 예술적 효과보다는 현대사회에서 인간이 느끼는 심리에 주목한다는 점에서 야수주의와 분명히 구별된다. 주목할 것은 특히 1906년의 ‘다리파 강령’에서 최초로 미술사에 ‘아방가르드’라고 부를 만한 의식이 나타난다는 점이다. 실제로 표현주의 내에 정치적으로 급진적인 흐름이 존재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는 일부의 현상일 뿐, 표현주의자들의 저항은 본질적으로 예술의 영역에 머물러 있었다. 이 모호한 태도 때문에 표현주의는 후에 좌익과 우익 모두로부터 비판의 대상이 된다.

06 미래주의, 아방가르드 미래를 향한 질주
예술적 영역을 벗어나지 못한 표현주의와 달리, 미래주의는 미학적 급진성에 정치적 과격함을 결합한 본격적인 아방가르드 운동이었다. 미래주의 선언이 발표된 것은 1909년의 일이나, 미래주의가 제 언어를 갖게 된 것은 입체주의의 영향을 흡수한 1911년 이후의 일이었다. 이렇게 양식보다 강령이 앞선 데서 미래주의자들의 성급함을 엿볼 수 있다. 이탈리아 사회의 후진성에서 비롯된 이 조급함은 미래주의자들을 맹목적인 기술 숭배자로 만들었다. 미래주의는 제 이상을 실현하기 위해 파시즘에 적극적으로 협력했으나, 파시스트 정권은 대중의 선동을 위해 외려 고전고대의 양식으로 돌아가 미래주의자들의 이상을 배신하게 된다.

07 다다이즘, 부조리와 무의미의 예술
다다이즘은 세계대전의 충격을 견디기 위한 예술가들의 심리적 방어기제였다고 할 수 있다. 그 어떤 아방가르드 운동도 다다만큼 급진적이지는 못했다. 부르주아 예술에 대한 다다의 비판은 ‘미적 허무주의’에 근접했고, 부르주아 정치에 대한 다다의 공격은 무정부주의적 저항에 가까웠다. 하지만 과도한 급진성은 비판의 초점을 잃고 실천적으로는 보수성으로 이어지게 마련이다. 그리하여 그 요란한 저항의 수사에도 불구하고, 다다이즘의 비판은, 공산주의 운동과 연대했던 베를린 다다를 제외하면, 대부분 예술의 영역을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 다다의 급진성은 외려 예술을 더 이상 예술이 아닌 지점까지 밀고 나간 철저함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08 초현실주의, 현실 속의 경이로움
‘다다이즘 양식’은 존재하지 않는다. 모든 것을 부정하는 파괴적 성격으로 인해 다다는 제 언어를 가질 수가 없었다. 다다이즘은 초현실주의에 이르러서 고유의 언어를 갖게 된다. 상당수의 다다이스트들은 앙드레 브르통이 주도하는 초현실주의 운동에 가담한다. ‘형식’의 측면에서 초현실주의는 그리 급진적이지 못했다. 주로 구상적 이미지에 의존했기 때문이다. 초현실주의의 급진성은 리얼리티를 재(再)정의한 데서 찾아야 할 것이다. 초현실주의는 현실과 몽상이 중첩된 새로운 리얼리티를 탐구하려 했다. 현대미술을 추상과 동일시하는 분위기 속에서 한때 모더니즘의 변방으로 여겨졌던 초현실주의는 1960년대 이후 추상이 퇴조하면서 새로이 조명을 받게 된다.

09 신즉물주의, 냉정한 현실의 질서
정치적으로나 경제적으로 상대적 안정을 누렸던 바이마르 시대에는 예술에서도 표현주의와 다다이즘의 파토스 과잉을 억누르고 현실에 냉정히 거리를 취하는 관조적 태도가 요구됐다. 마침 1920년대에는 다른 나라에서도 복고적 경향(‘질서로의 소환’)이 나타나고 있었다. 신즉물주의는 처음부터 두 개의 상이한 경향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진실주의’라 불린 왼쪽 날개는 부르주아 사회의 위선에 냉정한 해부의 칼을 들이댔고, ‘마술적 리얼리즘’이라 불린 오른쪽 날개는 정치적 메시지가 없는 데드팬의 미학을 지향했다. 표현주의처럼 신고전주의 역시 좌우익 양쪽에서 비판을 받는 가운데, 사회주의 리얼리즘 아니면 신고전주의풍의 나치예술로 변신할 것을 강요받았다.

10 구축주의, 삶을 구축하는 혁명의 예술
페터 뷔르거에 따르면, 아방가르드 운동은 부르주아 사회와 문화로부터 거리를 취하는 데서 출발하여 곧 삶과 예술의 경계를 무너뜨리려는 시도로 나아가게 된다. 러시아 구축주의는 아방가르드 운동의 이 둘째 국면을 대표한다. 그것은 삶에서 유리된 예술을 부정하고 인민의 삶에 도움이 되는 예술이 되려고 했다. 구축주의는 미적 자율성의 영역에 갇혀 ‘구성(composition)’을 하는 데서 벗어나 대중의 삶에 필요한 대상들을 ‘구축(construction)’하려 했다. 유물론적-생산주의 미학으로 인해 구축주의는 한때 ‘혁명의 양식’으로 여겨지기도 했으나, 구축주의자들의 정치적 앙가주망은 결국 좌초하고 만다. 스탈린주의 국가에서 아방가르드 예술이 설 자리는 없었다.

11 데스테일, 신조형의 양식
‘데스테일’은 자신을 ‘신조형’이라고 불렀다. 신조형을 주도한 것은 몬드리안과 두스부르흐였다. 몬드리안은 신지주의의 영향 아래 수평과 수직, 삼원색과 흑백으로 이루어진 특유의 양식을 확립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두스부르흐가 엘 리시츠키를 통해 러시아 구축주의를 받아들이면서, 몬드리안의 정신주의와 두스부르흐의 물질주의는 알력을 일으키게 된다. 몬드리안은 회화를 최고의 예술로 여겼으나, 두스부르흐는 구축주의의 정신에 따라 삶과 유리된 예술에 죽음을 선고하며 회화를 건축에 종속시키려 했다. 몬드리안의 탈퇴에도 불구하고 두스부르흐의 지도 아래 데스테일은 국제적 명성을 누리며 독일의 바우하우스에 커다란 영향을 끼친다.

12 바우하우스, 사회주의 대성당에서 산업디자인으로
데스테일의 영향이 비교적 제한적이었다면, 바우하우스는 오늘날 생활의 모든 영역에 깊숙이 들어와 있다. 바우하우스는 대량생산된 공산품의 조악함에 대한 반발에서 나온 공예운동으로, 초기에는 표현주의의 영향 아래 장인적 수공예를 지향했으나, 두스부르흐를 통해 데스테일에 자극을 받고, 모호이-나지를 통해 구축주의에 영향을 받으면서 기계적 대량생산을 위한 산업디자인 운동으로 변모한다. 러시아에서 실패한 구축주의가 바우하우스를 통해 미국식 포디즘과 결합하고, 그로써 ‘삶과 예술의 경계를 지양한다’는 아방가르드의 목표가 다분히 자본주의적 방식으로 실현된다. 물론 나치는 바우하우스의 사회주의 성향과 모더니즘 취향을 용서하지 않았다.

나가기―아방가르드의 이론들
‘아방가르드’는 역사상 가장 위대한 예술운동이었다. 여기에서는 ‘아방가르드’라는 현상의 의미를 다양한 측면에서 조망하게 된다. 클레멘트 그린버그가 아방가르드 운동에 대한 사회학적 분석을 제시한다면, 레나토 포지올리는 아방가르드 예술가들의 감성에 대한 심리학적 분석을 제시한다. 아도르노가 현대예술의 작품을 철학적으로 구제하려 한다면, 페터 뷔르거는 이 시대에 다시 아방가르드를 부활시키려는 정치적 기획을 시도한다. 논의의 과정에서 각각의 저자는 아방가르드의 의의와 한계에 대해 다소 엇갈리는 견해를 내놓는다. 이 논의는 자연스레 1950~1960년대에 다시 등장한 네오 아방가르드의 성격에 대한 논란으로 이어질 것이다.

목차

지은이의 말, 아방가르드의 시대
들어가기, 현대예술의 혁명

01 야수주의, 원색의 향연, 색채의 해방
02 입체주의, 형태의 해방, 원근법의 해체
03 순수추상, 형태와 색채의 교향악
04 절대주의, 회화의 영도
05 표현주의, 재현에서 표현으로
06 미래주의, 아방가르드, 미래를 향한 질주
07 다다이즘, 부조리와 무의미의 예술
08 초현실주의, 현실 속의 경이로움
09 신즉물주의, 냉정한 현실의 질서
10 구축주의, 삶을 구축하는 혁명의 예술
11 데스테일, 신조형의 양식
12 바우하우스, 사회주의 대성당에서 산업 디자인으로


나가기, 아방가르드의 이론들

저자소개

진중권(JUNGKWON CHIN) [저] 신작알림 SMS신청 작가DB보기
생년월일 1963~
출생지 서울
출간도서 59종
판매수 73,869권

서울대 미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독일로 유학을 떠나 베를린자유대학에서 비트겐슈타인의 언어철학을 공부했다. 현재 동양대 교양학부 교수로 있으며, 기술미학연구소의 소장으로 인문학과 게임, 디자인, 공학 등 타분야와의 융합 연구를 주도하고 있다. 대표 저서로 [미학 오디세이], [진중권의 서양미술사], [이미지 인문학], [진중권이 만난 예술가의 비밀], [진중권이 사랑한 호모 무지쿠스], [미디어 이론] 등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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