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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 아픈 데 없냐고 당신이 물었다 : 시인 김선우가 오로빌에서 보낸 행복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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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 : 김선우
  • 출판사 : 청림출판
  • 발행 : 2011년 06월 10일
  • 쪽수 : 304
  • ISBN : 9788935208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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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소개

    행복의 감각을 일깨워주는 오로빌에서의 기억을 나눠드립니다.

    시, 에세이, 소설, 동화 등 다양한 장르를 넘나드는 작가 김선우씨의 생애 첫 여행에세이 [어디 아픈 데 없냐고 당신이 물었다]가 출간되었다. 모든 여행은 시와 소설로 전이되어 몸 바꾸기를 하기에 특별히 여행 에세이라는 형식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본적이 없던 그녀가 오로빌을 여행하면서 생각이 바뀌었다. 치열하게 경쟁하며 살아가는 도시와 대비되는 ‘새벽의 도시’라는 뜻의 오로빌은 모든 인간이 더불어 행복하게 사는 세상을 꿈꾸며 1968년 첫 삽을 떴고, 전 세계 40여 개국 2천여 명이 모여 평화와 공존을 실험하고 있는 생태 공동체이자 영적공동체이다. 이 책은 오로빌에 대한 여행 정보서가 아니니, 여행 가이드를 원한다면 다른 책을 찾아보라고 권하는 그녀. 문학가이자 몽상가인 그녀가 ‘잘 돌아오기 위해 떠난’ 오로빌과, 오로빌에서 살아가는 행복한 모든 생명체들을 지금 함께 만나보자.

    출판사 서평

    잘 돌아오기 위해, 떠남
    삶에 대한 사랑이 남아 있어 사람들은 여행을 떠난다


    "나 좀 쉬려고요, 좀 지쳤거든요. 일단 쉬고 다시 잘 살아볼게요. 알았어요, 좀 쉬고 다시 잘 사랑해볼게요."
    삶에 대한 사랑이 남아 있어 사람들은 여행을 떠난다. 다행이다. 조금씩, 병아리 눈물 만큼일지라도, 조금 조금씩, 우리는 행복해지고 싶은 거다. 산다는 게 영 녹록지 않은 일이긴 하지만 행복해지고 싶은 마음을 포기하지 않는 우리의 갸륵한 수고, 아 좋은 날이다. - 프롤로그에서

    생명의 시인 김선우가 새벽에 도시 오로빌에서 당신에게 보낸 행복 편지
    인도 남부의 코르만젤 해안, 그곳에 ‘유토피아’로 불리는 도시가 있다. 꿈이 꿈을 낳고, 다시 현실이 되는 곳, 한 사람 한 사람이 본디 그대로의 모습으로 존재하면서, 또한 그대로가 하나가 되는 신기한 도시.
    누구나 같은 나이에 학교에 가고, 졸업을 하고, 비슷한 나이에 ‘누구나 원하는’ 직장에 들어가기 위해 온힘을 쏟고, 그렇게 똑같은 삶을 살면서 어느새 나를 잃어버려가는 우리의 삶과는 반 발짝쯤 비껴난 삶을 사는 사람들의 도시. 자신이 가장 행복할 수 있는 방식으로 존재하는 곳, 지난 40여 년간 그렇게 황무지에 어린 나무를 심고, 그 나무가 숲이 되고, 세대를 거듭하며 순간의 꿈이 아닌 일상을 만들어온 곳, 오로빌.
    새벽의 도시라는 뜻의 오로빌은 모든 사람이 더불어 행복하게 사는 이상을 꿈꾸던 인도의 사상가 ‘스리 오로빈도’의 신념을 따라 1968년 첫 삽을 뜬 이래 오늘날까지 전 세계 40여 개국 2천여 명이 모여 평화와 공존을 실험하고 있는 생태 공동체이자 영적 공동체이다. 그곳에선 출신, 나이, 학벌, 직업이 중요치 않다. 가장 본연의 모습 그대로 살면서 ‘나는 나의 삶을, 너는 너의 삶을, 그리고 우리는 우리의 삶을’ 살아가는 곳이다.
    나 그대로의 모습이 가장 행복한 곳, 그 오로빌에서 작가 김선우가 당신에 한 장의 편지를 띄웠다. 김선우의 오로빌 여행기[어디 아픈 데 없냐고 당신이 물었다]를 통해서다.

    나에게 마음을 열어 행복의 감각을 다시 깨우는 여행
    문득 사는 게 답답하고, 내 삶이 의미 없다 느껴질 때 우리는 여행을 꿈꾼다. 여행을 통해 일상의 쳇바퀴에서 잠시 빠져나와 가장 편안한 상태로, 때론 가장 치열하게 나를 돌아볼 기회를 얻기 때문이다. 작가는 세 번째 장편소설의 초고를 마치고 여행 가방을 쌌다. 작가에겐 퍽 이색적인 머뭇거림을 요구하던 곳, 가슴속에 ‘언젠가’, ‘한번쯤’은 찾게 될 곳이란 믿음으로 남아 있던 곳, 오로빌. 그녀의 행선지가 오로빌인 까닭은 딱 한 가지 ‘행복한 사람들이 보고 싶어서’였다.
    차갑고 딱딱한 절망, 무기력의 상태에서 스스로를 깨우기 위해 그렇게 무작정 길을 나선 것이다. 그녀는 말한다. 행복의 감각이 깨어 있을 때라야만 우리는 꿈꾸기를 지속할 수 있다고, 무엇이 정말 행복한 상태인지 스스로에게 더 이상 묻지 않게 될 때 꿈도 끝나버린다고, 꿈 없이 행복 없이, 인생이 무엇이냐고.

    우리, 지금, 여기에서 행복하자
    작가는 오로빌에 온전히 자신을 담그고 그곳의 생활을 누렸다. 뒤뜰 아기 파파야와 아침 인사를 나누고, 공작새 블링블링과 함께 밥을 나누어 먹고, 길 잃기 좋은 오로빌 구석구석을 다니며 자신의 온 감각을 열어 그곳을 만끽한다. 여전히 현재 진행 중인 공동체 실험,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서로 기대어 함께 공동체를 일구어 가는 모습들, 돈으로 살 수 있는 것이 없는 상점 푸투스, 해님식당(솔라키친)에서의 기억들, 부러워할 수밖에 없던 교육제도와 앨리스의 비밀의 정원 같던 숲속 운동장에서 뛰어놀던 아이들, 축제의 시간들, 꿈꾸는 젊은이들과 다시 만난 존 레논의 이매진 등. 그렇게 예술이 일상이 되고, 삶이 다시 예술이 되는 순간들은 잔잔한 향기로 우리의 마음까지 편안하게 해준다.
    그리고 그가 만난 사람들. 그의 고백처럼 ‘건강한 의도를 가진 관음증’이라는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 그가 만난 사람들의 숨결들이 고스란히 담겼다. 떨어진 꽃을 주워 거름을 만드는 은발의 오로컬쳐, 타운홀에서 사람들에게 안마를 해주는 일을 자신의 업으로 삼은 조, 아이들의 가장 좋은 친구가 되어주는 밴드 마스터 조니, 비온 뒤 흙탕물을 뒤집어쓴 나뭇잎을 닦아주던 여인, 만다라 화가 사라시자, 새로운 실험을 시작한 사다나 포레스트의 젊은이들, 그리고 작가를 늘 무장해제 시키던 만인의 친구 꼬마 은수까지. 그 어떤 평가도, 그 어떤 편견도 담지 않은 채 담담하게, 때론 사랑 가득한 눈길로 그네들의 삶을 엿보며 그는 우리에게 이렇게 말한다.
    "더 많이 행복해지기 위해, 더 많이 사랑하기 위해"
    작가의 바람처럼 그가 만난 오로빌의 일상과 다양한 사람들의 모습은 소소하지만 충만한 행복감을 선사한다. 더불어 조금쯤 남다른 삶도, 지금 숨차고 헐떡이는 게 힘겨워 다른 길을 바라본다고 해도 ‘괜찮다, 모두 괜찮다’라며 마음을 쓰다듬어준다.

    때론 정 많은 큰 언니처럼, 때론 아이처럼 김선우가 품어내는 삶의 경이로움
    ‘생명력과 관능’, ‘긍정의 여성성’, ‘서정의 본진’, ‘오염되지 않은 천연의 감각기관을 가진 시인’, ‘살아 있는 몸을 신전으로 뭉클한 생명의 향연을 펼치는 샤먼’ 등 문학의 전방위를 넘나드는 김선우를 수식하는 말은 많다. 그녀의 글은 담대하면서도 따뜻하다. 언제나 조곤조곤 사람의 마음을 파고드는 힘을 가졌다. 이 책에서도 그녀의 이런 호흡은 생생하게 살아난다.
    때론 품이 너른 큰 언니처럼 사람들을 품어 안고, 때론 다섯 살짜리 꼬마와 오로빌을 나누면서 그 누구보다 맑고 청량한 에너지를 발산한다. 덕분에 그와 오로빌의 구석구석을 산책하다 보면 우리는 ‘행복하기 위해’, ‘사랑하기 위해’ 잠시 숨을 고를 여유와 용기를 얻을 수 있다. 조금 부족해도, 때론 외로움에 발목을 잡힌다고 해도, 지금 내가 발 딛고 서 있는 이곳에서도 충분히 행복할 수 있다는 것을, 현실에 서 있으되 발뒤꿈치만 살짝 들어도 나를 둘러싼 세상이 달라진다는 긍정과 마주하게 된다.
    이 책은 출구가 없을 것 같은 일상에 한줄기 단비 같은 휴식을, 나 자신의 삶을 스스로 들여다보고 지금, 여기에서, 행복할 수 있는 힘과 용기를 선사할 것이다.

    목차

    프롤로그
    내마음의 지도
    이 모든 오로빌의 세계
    꽃들은 대지에 입 맞추고 싶어 한답니다
    인연따라 존재하는 지금 나를 축복해
    천국이란 것이 없다고 상상해보세요
    물질의 사람, 영혼의 사람
    아무것도 가르칠 수 없다
    세상에 있자, 그러나 세상의 것이 되지는 말자
    어린 숲의 메아리, 우리는 나무예요!
    채식주의자 고양이, 해님식당에서 밥먹기
    가격표가 없는 슈퍼마켓 ?모두를 위하여
    차례 사랑에 빠진 이들이여, 지금 이 순간 그대들이 지구 위에서 가장 아름답다
    흰 꽃술 항아리를 안고 당신이 바라본 곳
    무엇이든 시작은 알아차리기라네
    더디 가더라도 함께갈 수 있다면
    모든 것은 돌보는 누군가 있다
    이 둥긂 속에 인생은 플레이야
    웃는다, 춤춘다, 내가 예술이다
    문화예술이라는 공기의 집
    이 많은 이해들 혹은 오해들
    당신이 내 인생을 바꾸었어요
    파파야 열매에선 파파야 꽃의 향기가 난다 - 그리고 남은 메모들

    본문중에서

    휘황한 거리에는 ‘나’라는 광고 문구가 넘치건만 왜 갈수록 나를 잃어버리며 산다는 느낌이 드는 걸까. 나의 실종에 불안하면서도 남들 사는 대로 살지 않으면 또 다른 불안이 엄습하는 기이한 닫힌 회로. 출구 없는 일상의 쳇바퀴로부터 어떻게 ‘나’를 찾을까.
    ('프롤로그' 중에서/ p.19)

    마을 전체가 하나의 숲이면서 숲 사이사이 너무 좁아서 이게 길 맞나 싶은 오솔길들을 따라 들어가다 보면 작은 커뮤니티들이 숨은 그림처럼 올망졸망 나타난다. 그렇게 130여 개의 커뮤니티가 오로빌 여기저기 능금나무에 매달린 작은 능금들처럼 흩어져서 자라고 있다. 능금들은 저마다 크기, 모양, 빛깔이 다르지만 능금나무라는 아름다운 기둥을 중심으로 자란다. 솔라키친, 마트리만디르, 타운홀, 비지터센터 등 센터에 가까운 곳에서 외곽으로 나갈수록 숲은 깊어지고 들어갔다가 길을 잃어서 한참 뱅글뱅글 돌아야 하는 숲길들이 능금가지들처럼 휘늘어져 있다.
    ('나만의 지도' 중에서/ pp.36~38)

    지도를 편다. 내 지도에는 나만 아는 이야기들이 별표, 동그라미, 오각형, 사각형, 달모양 등으로 표시되어 있다. 두 번째 길 잃은 곳. 새처럼 노래하는 다람쥐를 만난 곳. 아기보리수가 있는 곳. 풍차에 걸린 바람 조각. 개미집 옆에 투명눈물꽃. 존 레논을 다시 만난 곳. 처음 넘어진 곳. 모패드가 말을 건 곳. 하이비커스와 천 개의 목소리……. 오늘은 어디에서 길을 잃을까. 다른 사람에겐 전혀 소용이 없는 나만의 지도 위로 오늘의 햇빛이 떨어진다.
    ('나만의 지도' 중에서/ p.39)

    사람은 누구나 ‘자기만의 방’이 필요한 존재다. 어차피 존재의 고독은 혼자 감당하게 설계되어 있는 것이고, 고독은 행복의 반대편에 있는 말이 아니다. 행복한 사람에게도 고독이 존재한다. 아니, 오히려, 행복한 사람일수록 존재의 고독에 명민하게 깨어 있고 고독을 잘 보살피는 것이리라. 그러니 고독은 존재의 자기 증명 방식이기도 하다. 고독을 잃어버린 삶은 영혼의 어떤 부분이 마모되어버린 삶일 것이다.
    ('이 모든 오로빌의 세계' 중에서/ p.46)

    오로빌에선 모든 것이 ‘되어가는 과정’이지 평화롭고 완숙한 결론에 미리 도달해 있는 것이 없다. 완성형이 아니라 다양한 실험들이 모색되고 실천되는 과정의 마을인 오로빌은 ‘-되기 마을’이다.
    ('이 모든 오로빌의 세계' 중에서/ p.57)

    조심하며 모아진 꽃들을 우물 속에 차란차란 둥글게 깔았다. 그녀가 돌아와 우물을 들여다보더니 흡족해하며 모아온 분홍 하이비커스를 내게 건넨다. […] 마침 지나가던 한 사나이가 다가오자 할머니가 말한다. “꽃을밟지 말아주세요” 사나이는 꽃을 밟지 않으려고 조심하며 할머니의 일하는 모습을 지켜본다. 몸도 불편한 할머니가 땀을 뻘뻘 흘리며 꽃 줍는 걸 지켜보는 사나이가 말한다. “일하기 전날 꽃나무 밑에 돗자리 같은 걸 깔아놓는 건 어떨까요. 꽃이 그 위로 떨어질 테니 그대로 걷어서 사용하면 되잖아요.” 오로컬쳐가 대답한다. “꽃들은 어머니 대지에 입 맞추고 싶어 한답니다. 내 일은 바로 그 후의 것이고요.” 무슨 말이 더 필요하랴. 꽃의 마음을 생각하며 사는 여인의 마음의 꽃잎 위로 ‘미소’라 불러야 좋을 바람이 한차례 지나간다.
    ('꽃들은 대지에 입 맞추고 싶어 한답니다' 중에서/ p.64)

    그녀는 ‘가장 중요한 일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고 말하고 있었다. […] 그녀는 오로빌에 살면서 여러 일에 종사했는데, 최근에 하는 일이 바로 타운홀에서 마사지를 해주는 일이다. 오로빌리언 중에서 타운홀 근무자들은 외부인들을 상대해야 하고 비교적 많은 실무에 시달리는 편이라 내면을 돌볼 여유가 너무 없어 보였단다. 조는 화도 짜증도 자주 날 수밖에 없는 타운홀 근무자들의 긴장과 스트레스를 풀어주는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고, 그녀는 바로 그 일을 하기 시작한 것이다. […] 여기, 오로빌은 참 이상하다. 당신은 무슨 일을 하느냐, 무얼 해서 돈을 버느냐 물었을 때 모두가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해서 먹고산다, 고 말한다면 그런 세상의 존재 목표나 집단 윤리는 다를 수밖에 없는 것이리라. ('물질의 사람, 영혼의 사람' 중에서/ pp.91~93)

    여기 아이들은 잘 논다. 잘 놀 수 있도록 하는 교육 덕분에 대부분의 아이들이 다채로운 특기들을 가지고 있고 예술적 감성이 풍부하다. 모든 예술이 아이들의 전인적 인격 발달을 위한 수단이라는 인식이 공기처럼 배어 있다.
    ('아무것도 가르칠 수 없다' 중에서/ p.106)

    스스로 다른 삶의 방식에 도전해보는 것. 새로운 삶을 살아보는 거다. 내게 뭐가 필요하니까 이걸 해 줘, 라고 말하는 게 더 어울릴법한 나이의 청년들이 당신에게 필요한 것을 내가 해보고 싶다, 라는 자세를 취할 때, 경이롭다. 놀랍지 않은가. 너의 일을 도우면서 나도 성장하는 거야, 라고 말하는 아이들이!
    ('어린 숲의 메아리 우리는 나무예요!' 중에서/ p.139)

    함께 밥을 먹는 사람들은 금세 친해진다. ‘밥힘’이랄까. 커다란 식당의 내부와 외부의 식탁을 가득 메운 오로빌리언들은 음식을 통해서 이웃의 연대감을 확인한다. 함께 밥 먹는 이 솔라키친이 오로빌의 생활의 중심이기도 하다. 마트리만디르가 영적 생활의 중심이라면 솔라키친은 몸 생활의 중심. 둥근 두레밥상에 모여 앉듯이 사람들이 모여 앉아 일상의 소소한 대화들을 나눈다.
    ('채식주의자 고양이, 해님식당에서 밥 먹기' 중에서/ p.151)

    사랑에 빠진 이들은 예쁘다. 지상에서 제일 힘이 센 사람들은 사랑에 빠진 사람들이다. 사랑하는 사람끼리의 깊은 친밀감과 마법 같은 일체감. 사람이 긴 인생을 살 수 있는 것은 바로 그런 사랑의 감정이 있기 때문일 터. 사랑이 없다면 인생은 얼마나 지루할 것이냐. 사랑하지 않는 순간은 손해다. 설령 사랑 때문에 아프게 될지라도 사랑에 빠지는 것이 남는 장사다.
    ('사랑에 빠진 이들은 예쁘다' 중에서/ p.166)

    내가 사랑하는 당신들이 참으로 행복하기를. 고통 속의 사람들이 고통에서 벗어나기를. 하늘에 계신 신성이 아니라 나의, 우리의 가슴 속에 있는 신성이 잘 깨어나기를. 사랑과 평화. 자유와 감사. 용기와 지혜. 겸허와 초심. 지상의 기쁨과 슬픔에 함께 동참하는 마음을 잃지 않기를. 특히나, 나누어 흘릴 눈물이 마르지 않게 마음을 잘 열어두고 살 수 있기를
    ('흰 꽃술 항아리를 안고 당신이 바라본 곳' 중에서/ p.177)

    언제나 더 좋았던 것은 반얀 트리 밑에 있을 때였다. 그리고 원형광장의 붉은 아그라 석 계
    단에 앉아 세계의 흙들이 담긴 흰 연꽃 항아리를 바라볼 때였다. 초기 오로빌리언들이 맨몸 맨손으로 이곳에 꿈의 마을을 만들기 시작할 때 반얀 트리 밑에서 서로의 눈빛을 바라보고 용기를 북돋우고 지친 어깨를 기대었을 것이다. […] 꿈을 향한 순수한 헌신. 내면과 영혼을 찾아가는 이들의 아프고도 아름다운 여정.
    ('흰 꽃술 항아리를 안고 당신이 바라본 곳' 중에서/ pp.180~181)

    숲 속 깊숙이 펼쳐져 있는 푸르른 운동장! 호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처럼 어느 구덩이로 쑥 떨어졌는데 좁은 통로를 지나자 갑자기 광활한 초원이 펼쳐지듯이, 그렇게 데하샥티 종합운동장이 나타났다. […] 여기저기서 풋풋한 몸들이 아, 햇살이라는 말, ‘햇빛’이 아니라 꼭 ‘햇살’이라고 써야만 하는 그런 햇살 같은 아이들이 숲 속 운동장에서 반짝반짝거리고 있다.
    ('무엇이든 시작은 알아차리기라네' 중에서/ pp.188~189)

    풀잎을 닦아주는 여자라니! 아파트 베란다에서 키우는 난도 아니고, 전체가 나무며 풀 천지인 숲에서 특별해 보일 것 없는 덩굴풀의 넓적한 잎사귀를 닦아주는 여자! 가까이 다가가는 내 기척을 느끼자 여자가 고개를 돌리고, 나와 시선이 마주쳤다. 순간, 여자는 내 게 아주 환한 미소를 지어보이고는 이내 풀잎 닦는 자세로 돌아간다. 매우 매우 평화롭고 맑은 에너지가 그녀 주변에 흐른다.
    ('모든 것은 돌보는 누군가가 있다' 중에서/ p.205)

    당신은 당신이 생각하는 대로 살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어느 순간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될 것이다. 청년기 오랫동안 내 다이어리 맨 앞 장에 적어두곤 했던 말을 다시금 떠올린다. […] 오로빌이 세계의 한 녘에 있어주어 고마운 이유, 내가오로빌을 좋아하는 이유는, 대세가 정해진 듯 보이는 세계에서 다른 질서를 창조하며 살아가고자 하는 사람들의 치열한 노력 때문이다.
    ('당신이 내 인생을 바꾸었어요 ' 중에서/ p.267)

    인도 보리수 피플트리가 비오는 소리를 내며 흔들린다. 반얀트리 쪽으로 투명한 무지개빛 물방울들이 흩어진다. 창을 연다. 아, 나의 파파야. 꽃과 열매가 함께 매달려있는 파파야 나무가 가볍게 몸을 흔들어 내게 인사한다. 고마워. 내가 손을 흔든다. 그리고 한국의 내 친구들에게 이런 문장으로 시작되는 편지를 쓴다. 파파야 열매에선 파파야 꽃의 향기가 납니다. 꽃의 향기를 열매가 그대로 품게 되는 것이 놀랍습니다. 당신들에게서 내가 맡았던 향기가 그러하듯이. 매일매일 꽃피는 당신들을 축복합니다.
    ('파파야 열매에선 파파야 꽃의 향기가 난다' 중에서/ p.297)

    저자소개

    생년월일 1970~
    출생지 강원도 강릉
    출간도서 32종
    판매수 8,536권

    1970년 강원도 강릉에서 태어나 1996년 [창작과비평] 겨울호에 [대관령 옛길] 등 10편의 시를 발표하며 등단했다. 시집 [내 혀가 입 속에 갇혀 있길 거부한다면] [도화 아래 잠들다] [내 몸속에 잠든 이 누구신가] [나의 무한한 혁명에게], 산문집 [물 밑에 달이 열릴 때] [김선우의 사물들] [내 입에 들어온 설탕 같은 키스들] [우리 말고 또 누가 이 밥그릇에 누웠을까] [어디 아픈 데 없냐고 당신이 물었다] [부상당한 천사에게], 장편소설 [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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