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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나의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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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어둠도 이렇게 따뜻하고 아늑하군요”

소설가 강진의 첫 작품집!

떠남과 돌아옴,
그 어둡고도 환한 사랑의 변주곡


강진 소설은 단 한 사람이 겪은,
단 하나의 방랑과 환상, 그리고 사랑 이야기다.
그것은 이제 저마다의 환상을 앓고 떠도는
당신의 사랑 이야기일 것이다.
- 복도훈 (문학평론가)

삶과 죽음을 지독히 생생하게 보여주는 작가, 강진의 첫 소설집!
소설가 강진은 2007년 [현대문학] 신인문학상에 단편소설 '건조주의보'가 당선되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당시 심사위원들은 '건조주의보'를 극찬하며, 소설의 아우라나 언어 자체가 건조하여 주제와 잘 맞물리고, 이런 건조함이 억눌려 있던 야성을 자연스럽고 설득력 있게 이끌어내는 장점이 있다고 평했다. 또한, 2009년 [현대문학] 11월호에 발표한 '흰 바퀴벌레 이야기'는 김윤식 문학평론가에 의해 [문학사상] 월평으로 다뤄지면서 더욱 주목을 받았다. 이 작품은 시각보다 원초적인 후각과 촉각에 의지해 삶과 죽음을 생생하고 극명하게 표현한 작품으로 호평을 받았다. 이후 강진은 [현대문학]으로 등단한 소설가 중 엄선된 작가만이 참여한 [피크](2008)와 [캣 캣 캣](2010)이란 소설집 등을 통해 다양한 소설을 발표해왔다.
[너는, 나의 꽃](2011)은 그동안 발표했던 소설 아홉 편을 모아 엮은 소설집이다. 삶과 죽음에 대해 남다른 성찰로 소설을 써온 강진은 철저한 취재로 작품의 사실성을 높이며 감각적이고 선명한 묘사로 우리 삶과 밀접해 있는 죽음을 보여준다. 가방의 원료라기에는 아직 피와 살점이 남아 생명의 흔적을 보여주는 가죽 원단에서 썩는 내와 화공약품 냄새가 진동하고, 생(生)과 사(死)가 갈리는 해부 실습실의 풍경에서는 포르말린 냄새가 강렬하다. 동물의 죽음에 그치지 않고 말기암 환자들과 사고사를 당하는 사람 등 소설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을 통해 죽음과 만나게 된다. 그리고 이렇게 죽음을 가까이 두고 있는 삶 또한 호락호락할 수가 없다.

아픈 현실에도 사랑을 지키며 삶의 의미를 찾는 사람들!
강진의 소설에는 죽음의 이미지가 짙게 배어 있다. 그의 소설은 기본적으로 애도의 서사라 말할 수 있다. 하지만 그가 그려내는 죽음의 이미지는 삶과의 완전한 단절이 아니라, 삶을 완성해나가는 관문이기도 하다. 그 과정에 작가 특유의 환상적인 시선으로 생의 갈피에 숨겨진 사랑과 인생의 의미를 찾아내 보인다.
'예인선'에서 주인공에게 백혈병에 걸린 아내가 찾아온다. 그가 선원 생활을 하는 동안 도박에 빠져 가산을 탕진하고 아이마저 버린 채 떠났던 아내였다. 아내는 그에게 살고 싶다고 절규한다. 아내를 입원시키기는 했으나 미움이 남아 살가운 위로의 말조차 건넬 수 없었던 그는 무균실 병동을 나오면서 푸른 불빛 때문인지 물소리를 환청으로 듣는다. 문득 그는 자신만이 바다에서 힘겹게 떠돈 것이 아니라 아내도 자신의 삶이라는 바다에서 외롭게 떠 있었다는 데에 생각이 미친다. 폭풍우 속에서 배를 예인해 항구에 정박시키려는 주인공의 사투는 자신과 아내의 삶과 사랑에 바치는 고투이기도 하다.
'너는, 나의 꽃'에서도 주인공을 버리고 떠났던 옛 연인이 암에 걸린다. 말기암 환자의 피폐해진 모습에서 예전에 남자를 사로잡았던 모습은 흔적도 찾을 수 없다. 그러나 여전히 그녀는 그에게 꽃이었다. 여자는 단말마의 고통 속에서 안락사를 간절히 원하고 남자는 그 소망을 외면하지 못한다. 너는 나의 꽃이라는 말은 마치 마법의 주문처럼 남자가 슬픈 노을빛 사랑을 이어가게 만든다.
'흰 바퀴벌레 이야기'에서는 한쪽 팔을 잃어 의수를 한 여주인공과 외국인 노동자가 만나 서로의 상처를 보듬으며 사랑을 키워가지만 남자가 산재를 당해 죽고 만다. 여자는 남자가 손질했던 가죽 원단을 그의 유품처럼 보듬는다. 그 따뜻한 느낌에 가죽만 남은 짐승이 다시 살아나는 것을 상상하고, 또 남자가 다시 깨어나 자신을 껴안는 것을 상상한다. 그 순간 언젠가 남자가 말한 적 있는 흰 바퀴벌레가 나타난다. 마치 환영과도 같은 흰 바퀴벌레의 존재는 이들의 사랑에 대한 증거로 제시되는 것이다.
강진 소설에서 죽음은 삶에 강력한 영향을 미치며 삶을 지배하는 동력이라고 한다면, 죽음은 죽음이 아니라 오히려 삶에 가깝다. 그러므로 소설 속 주인공들은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우더라도 사랑을 피하지 않고 완성해가며 삶의 의미에 대해 성실히 답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는 저마다의 환상을 앓으며 떠도는 우리의 사랑과 삶의 이야기이기도 할 것이다.

추천사

이 작가에게는 작품이라는 항아리를 잘 빚기 위해 필요한 상징의 원관념과 보조관념에 대한 신중한 선택이 있다. 그리고 그를 뒷받침하기 위한 재료를 찾고 매만지는 솜씨, 곧 성실하고도 꼼꼼한 취재와 그것으로만 가능할 단단한 문장과 선명한 묘사가 있다. 또한 군더더기가 별로 없는 구성력, 삶과 죽음이라는 원환을 오가면서도 삶의 저쪽이라는 환상과 삶의 이쪽이라는 실상을 함께 돌아보고 살피는 작가적 시선의 긴장과 균형 등도 강진, 이 작가의 장점이다.
- 복도훈 / 문학평론가

과연 우리는 ‘모르는 그 어떤 곳에 닿기 위해 평생을 떠도는 것뿐’일까. 강진의 소설은 일상에 잠복해 있는 삶의 아픔을 일깨운다. 어렴풋이 잊고 있었는데, 문제들은 여전히 회전목마처럼 돌고 있었던 것이다. ‘그 어떤 곳’으로 소설은 전개된다. 아무런 마음의 준비 없이 닥쳐오는 위험이 있다. 그리고 흐릿한 부표등을 켠 삶이 있다. 상황이 끝나려면 많은 너울을 견뎌야 한다. 때로는 죽음의 얼굴이 겹쳐오기도 한다. 그러나 소설은 빛을 향해 나아가는 힘을 보여준다. 바람이 센 날, 꿋꿋한 아름다움으로 이 생경한 삶을 이끄는 방법을 만나는 길이 열린다.
- 윤후명 / 소설가

우리는 왜 잔업 후에도 편안히 잠들지 못하는가. 구석에 웅크려 우는 자들과 낮게 엎드려 기어가는 자들을 지켜볼 수밖에 없는가. 끊임없이 누군가를 떠나고 떠나보내야만 하는가. 나는 고통을 느낀다. 고로 존재한다. 고통의 메리고라운드가 쉬지 않고 돌아간다. 소설을 읽고 나니 지상의 모든 가난과 병약함을 빛나는 폭주 기관차에 싣고 달리고 싶다. 질주하고 싶다. 이야기의 레일에서 탈선하고 싶다. 사라지고 싶다. 언젠가는 하나도 안 아픈 나라로. 그것이 환상이라고 해도. 결국 죽음이 끝이라 해도. 그리고 그 끝에서 묻고 싶다. 당신도 그러하냐고.
- 김태용 / 소설가

목차

흰 바퀴벌레 이야기
예인선
그들은 어디로 갔을까
너는, 나으 꽃
회전목마 안으로 걸어가다
건조주의보
당신의 캐비닛
고양이와 헤이쯔마
폭설

해설
작가의 말

본문중에서

병원 맨 꼭대기 층, 무균실 병동에는 늘 푸른 전등이 켜져 있었다. 복도뿐만 아니라 병실 안도 온통 푸른 전등이 내리비추고 있었다. 밤은 물론이고 낮에도 마찬가지였다. 푸른색은 불빛뿐만이 아니었다. 환자복도 면회하는 사람이 입는 가운도 침대를 에두르고 있는 비닐 커튼도 모두 푸른색이었다. 심지어 음식까지도 불빛 때문에 푸르게 보였다. 그곳에 들어서면 지구로부터 몇백 광년 떨어진 또 다른 행성, 혹은 수천 미터 깊이에 있는 해저 도시에 와 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든 것은 모두 그 푸른빛 때문이었다. 심지어 푸른 옷을 입고 병실을 오가는 간호사들의 조용한 발걸음은 외계인의 몸짓과 흡사해 보이기까지 했다.
('예인선' 중에서/ p.41)
푸른 병실에 아내를 홀로 두고 올 때면 그녀 혼자 바다 위에 누워 있는 것만 같았다. 아내의 삶을 어딘가에 정박시킬 때가 되었다고 K는 생각했다. 이미 엔진이 꺼진 지 오래인 당신을 예인해줄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예인선' 중에서/ p.53)

‘꽃’이라는 단어가 포함하는 넓은 범위와 그로부터 파생되는 수많은 은유를 생각한다면 한 사람을 부르는 말로는 분명 적합하지 않다는 것을 남자도 알고 있었다. 그렇다고 꽃, 보다 훨씬 좁은 의미를 가진 글라디올러스나 달리아 같은 좁은 의미를 가진 낯선 꽃 이름이 그녀와 어울린다고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에 남자는 여자를 그냥 ‘꽃’이라고 불렀다. 어쩌면 남자의 비극은 한 여자를 아주 큰 범위를 가진 단어로 부르면서 시작되었을지도 몰랐다.
('너는, 나의 꽃' 중에서/ p.86)

나는 풍선이고 싶다. 그가 넣어주는 바람을 타고 달팽이가 되고, 칼이 되고, 우산이 되고……. 그와는 이 세상에 없는, 결코 헤어지지 않는 그런 사랑을 하고 싶다. 그것만 현실이었으면 좋겠다.
('회전목마 안으로 걸어가다' 중에서/ p.121)

나무 비계를 타고 높은 건물을 내려오던 때가 있었다. 주로 페인트칠을 했지만 가끔은 아파트나 빌딩의 유리창을 닦는 일도 했다. 건물 꼭대기에 밧줄을 매고 후크를 풀어가며 아래로 아래로 내려오던 기억들. 한 손으로 밧줄을 살짝 잡고, 발 앞부분으로 건물 벽을 툭 차면 그 탄력으로 몸은 한순간 허공에 머물렀다. 그때 후크를 풀면, 풀어진 시간만큼 몸은 아래로 떨어졌다. 우주유영을 하는 우주인이 그런 기분일까. 짧은 시간 동안 가슴이 작은 두려움으로 부풀어 오르다가 사그라졌다. 유쾌한 일이었다.
('건조주의보' 중에서/ p.145)

언제부터 우물에 물이 고이기 시작한 것일까. 물은 당신 발바닥을 적시고 금세 발목까지 차올랐다. 그래도 당신은 춤추는 것을 멈출 수 없었다. 좁고 컴컴한 우물 속에 갇힌 당신이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춤을 추는 일밖에 없는 것처럼 당신은 춤에 몰두했다. 물은 사방에서 밀려드는 것 같았다. 심지어 당신의 배꼽에서도 흘러나오는 것처럼 느껴졌다. 우물은 빠르게 채워졌다. 당신의 허리를 지나 가슴까지 차올랐다. 메워졌다고 생각했던 그 우물은 흐르고 흘러 마침내 당신의 배꼽까지 흘러든 것인가.
('당신의 캐비닛' 중에서/ p.161)

떠나기로 했다면, 거기가 어디든 지금껏 당신을 붙잡고 있던 것들을 모두 버려야 하지 않을까. 우물가에서 춤을 추던 언니가 맨발로 이끼 낀 돌을 딛고 깊은 우물 속으로 들어갔던 것처럼.
('당신의 캐비닛' 중에서/ p.170)

저자소개

생년월일 1967
출생지 전남 순천
출간도서 5종
판매수 1,025권

어릴 때 가진 몇 개의 꿈 중 소설가가 있었다. 건국대 국문과에 진학하여 시도 쓰고 소설도 몇 편 썼지만 문학에 나를 던지지 못했다. 결혼, 육아, 평범한 일상을 살았다. 그러다 어느 날 문득 다시 소설을 썼다. 비록 읽어주는 사람이 없더라도 내 이야기를, 내 말을 하고 싶었다. 2007년 [현대문학]에 ‘건조주의보’를 발표하면서 비로소 글로 공식적으로 다른 사람과 만나게 되었다. 친구들과 함께 [피크], [캣캣캣], [수업]을 냈고, 2011년에 소설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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