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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년의 시」제46권『딴못』. 토목공학가로 중견 건설업체를 경영하는 시인의 절망과 좌절을 넘어 ‘세한송’과 같이 늘 푸른 나무로 중심을 잡으면서 그런 현실을 초극하고, 현실 너머의 보다 나은 세계를 끊임없이 지향하는 구도에의 길 찾아가기를 담은 시집이다.

회귀(回歸)와 구도(求道)의 서정

토목공학가로 중견 건설업체를 경영하는 시인의 절망과 좌절을 넘어 ‘세한송’과 같이 늘 푸른 나무로 중심을 잡으면서 그런 현실을 초극하고, 현실 너머의 보다 나은 세계를 끊임없이 지향하는 구도에의 길 찾아가기

정태일 시인의 이번 시편들에는 회귀와 구도의 서정이 두드러져 있다. 젖은 감성으로 감싸 올리는 고향과 그 정서에 무게중심이 실려 있으며, 불심에 불을 지피는 구도에의 발길이 완만한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언제나 마음이 되돌아가 안기는 고향과 그리움으로 글썽이는 먼 기억들, 그 애틋하고 따스한 정서의 공간은 시인의 마음을 붙들어 앉히기도 하고, 그윽하게 물들이기도 한다. 이 같은 회귀는 “세월이 총알보다 빠른 화살로 나를 쏘아”(「무늬」)버리고, “무임승차 우대권에 흰 머리 만지며/터벅터벅 내려가는 빈 산길”(「무늬」)과 같은 ‘세월의 무상감’과도 함수관계가 없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이 회귀는 그냥 돌아옴이 아니다. 그 자체부터 보다 나은 삶을 향한 꿈꾸기이며, 다시 더 그윽하고 아름다운 세계로 나아가기 위한 지향의 다른 모습이라 할 수 있다. “터벅터벅 내려가는 빈 산길”과도 같은 현실 너머의 ‘올라가는 길’을 찾아나서는 모습은 시의 도처에 각인돼 있다.

I
세한송(歲寒松) ──── 11
월류당(月遊堂)에 오시거든 ──── 12
상처 ──── 13
성암산 보름달 ──── 14
종소리 ──── 15
편지 ──── 16
동백꽃 ──── 17
적 막 ──── 18
가을 하늘 ──── 19
무늬 ──── 20
홍주암에서 ──── 21
무(無) ──── 22
복사꽃, 자호천 ──── 23
또 한 번 ──── 24
모과 한 알 ──── 26
옹달샘 ──── 27
다솔사 ──── 28
울음 ──── 29
감국 ──── 30

II
석등 ──── 33
감꼭지 ──── 35
보현산 ──── 36
호박 ──── 37
시총(詩塚) ──── 38
망종화 ──── 39
저쯤 ──── 40
새 ──── 41
박 ──── 42
사자평에서 ──── 43
연꽃 ──── 44
우물 ──── 45
수국 ──── 46
굴뚝 ──── 47
동면(冬眠) ──── 48
거니? ──── 49
별리 ──── 50
배 ──── 51
가을날 ──── 52

III
딴못 ──── 55
플라터너스 ──── 56
저 목탁소리로 ──── 57
피라칸다 ──── 58
하교 길 ──── 59
달과 옥수수 ──── 60
석굴암 ──── 61
노루 ──── 62
재봉틀과 어머니 ──── 63
동자승 ──── 64
자개천 저 물길 ──── 65
아버지 ──── 66
만설(滿雪) ──── 68
저 성체에 노을이 ──── 69
에펠탑 ──── 70
융프라우 설원 ──── 71
빈사의 사자, 그를 읽다 ──── 72
장백산 가는 길 ──── 73
추원사(追遠詞) ──── 74

해설
회귀(回歸)와 구도(求道)의 서정 | 이태수 ──── 77

그랬다.
권태롭고 지치고 이탈하고 싶을 때마다
박꽃 하얗게 피어나는 오두막을 꿈꾸어왔다.
고향에 꿈의 오두막을 짓고
마당에 야생화와 작은 연못까지 손수 만들었다.
아침저녁 함께 뒹굴며
텃밭에서 주고받았던 꿈의 퍼즐들,
미완의 그림들을 모아 세 번째 시집을 묶는다.

2011. 이른 봄날
정태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