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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고독한 두리안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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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 서평

    홀로 이국땅에 버려진 열세 살 소녀의 찬란한 통과의례
    필리핀 유학 중 부모와 연락두절, ‘생활비 안 오는 아이’가 되어버린 유니스!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의 네 번째 책, 박영란의 [나의 고독한 두리안나무]가 출간되었다. 작가의 첫 장편인 이 소설은 곧 열네 살이 되는 열세 살 소녀의 1인칭 시점으로 전개되며, 엄마에게 버림받긴 했지만 마냥 어둡지만은 않은 사춘기 소녀의 심리를 잘 드러낸다.

    미용실을 운영하는 엄마의 교육열로 무리하게 필리핀으로 유학 온 열세 살 소녀 유니스(본명은 ‘윤희’이다)는 얼마 전부터 엄마가 돈을 보내오지 않고 연락조차 끊기면서 이른바 ‘버려진 신세’가 된다. 하숙집 주인과 동료들의 배려로 생활은 하고 있지만 학교도 가지 못하고, 기본적인 식사 외에 간식도 먹지 못한다. 그럼에도 엄마를 이해하려 애쓰는 어른스러운 면도 보인다.

    유니스는 여러 가지 현실적인 문제로 울적할 때마다 마을 가장 높은 곳에 있는 두리안나무숲을 찾으며 위안을 얻는다. 엄마가 미용실에 자주 찾아오던 낯선 아저씨와 살기 위해 자신을 버렸을지도 모른다고, 어린아이다우면서도 지극히 현실적인 생각을 하거나, 같은 하숙집에 사는 동료가 철없는 소리를 하는 중에도 생활비 걱정을 해야 하는 유니스에게 두리안나무숲은 일종의 휴식처이자 정화소가 되어준다. 이 외에도 같은 하숙집에 살면서 유니스를 물심양면으로 도와주는 사라인선 언니, 에스파냐 시인과 함께 사는 현지인 살라망고 아줌마, 뭔가 심상치 않은 과거와 비밀을 숨기고 있는 듯 보이는 한국인 미녀 데니슨 아줌마 등이 열세 살 소녀의 외로운 타지 생활의 조그마한 힘이 되어준다.

    두리안나무숲의 고독한 시시포스

    영화 [판의 미로]는 절망적인 현실을 피해, 스스로 상상 속 환상의 세계로 도피할 수밖에 없었던 한 소녀의 슬픈 이야기다. 물론 [판의 미로]의 주인공 오필리아와 [나의 고독한 두리안나무]의 주인공 유니스의 모습을 겹쳐 보는 것은 조금 무리일지도 모른다. 비슷한 처지의 친구들, 그리고 이유야 어쨌든 그녀를 보호해주려는 어른들과 함께 살고 있는 유니스의 상황은 파시스트 장교인 의붓아버지에게 엄마를 빼앗긴 오필리아의 상황보다 처참하지 않을지 모른다. 그러나 열세 살 소녀에게 하나뿐인 혈육인 엄마와 멀리 떨어져 이제는 엄마와의 연결조차 끊긴 채 홀로 지내야 하는 이국땅, 말이 통하지 않는 데다가 무장반군이 돌아다닌다는 이곳에서 살아가야 하는 소녀의 괴로움과 공포는 무엇에 비할 수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러한 상황에서도 유니스는 절망하지 않는다. ‘엄마의 체면’을 위해 주위 사람에게 어리광 부리지 않으려 노력하고, 좋아하는 사람이 죽었을 때도 울지 않고 다부진 모습을 보인다. 불평만 늘어놓으며 ‘불행 자랑’을 하는 어른들보다 훨씬 어른스럽다. 이러한 상황에서도 유니스가 울음을 터뜨리지 않고 견딜 수 있는 건 자신의 고독을 즐기는 요령을 터득했기 때문이다.

    절대고독이라는 말이 있다. 아무리 가까운 사이라도, 아무리 사랑하는 사이라도 너와 나는 엄연히 다른 개체이기 때문에 인간은 고독할 수밖에 없다는 개념이다. 흔히 ‘사춘기’라 불리는 또래의 청소년들이 혹할 만한 이 말은, 그렇게 비관적이거나 어두운 낱말이 아니다. 유니스의 경우처럼, 그것은 힘이 되어 나를 지키고 다른 사람을 배려할 수 있는 여유를 준다. 가정형편이 어려워진 말레이시아 친구에게 친절을 베풀고, 자기의 상황뿐만 아니라 주위 사람의 외로움과 괴로움을 헤아리는 모습에서 그러한 여유를 확인할 수 있다. ‘고독의 힘’이 무엇인지 유니스 스스로는 인식하지 못하지만 그녀도 모르는 사이에 고독은 그녀 자신을 지탱하고 남을 생각하게 해주는 원동력이 된 것이다. 소설가 구효서는 책 말미에 실린 해설에서 그런 유니스를 “터벅터벅 저 세상으로 묵묵히 걸어 내려가, 비장하게 삶의 짐을 다시 짊어질 시시포스”에 비유했다.

    “우리는 슬픔이 만연한 한 시대를 통과하고 있다”는 작가의 말처럼 이러한 고독과 슬픔은 비단 유니스에게만 닥쳐온 것은 아니다. 각박한 삶을 핑계 삼은 이기주의와 인간소외, 가족의 해체 등 우리 모두는 지금 시대에 드리운 어둠에 짓눌려 있다. [나의 고독한 두리안나무]는 괴롭고 힘들지만 결코 절망하지 않는 열세 살 소녀의 이야기를 통해, 이러한 짓눌림 속에서 고독을 즐기는 법을 알려주는 소설이다.

    목차

    나의 고독한 두리안 나무
    발문_구효서(소설가)
    작가의 말

    본문중에서

    꼭, 쫓겨나거나 제임스에게 잔소리 듣는 것이 두려워서가 아니다. 외할머니 말을 들어서도 아니다. 내가 발신자부담 전화를 쓰지 않으려는 이유는 순전히 엄마 체면 때문이다. 자식을 맡겨놓고 생활비도 안 보내고 연락도 끊어버린 엄마를 두고 사람들은 도둑년이나 사기꾼이나 파렴치한쯤으로 생각할 수도 있다. 이 와중에 내가 도둑전화를 쓴다면 정말 그 엄마에 그 딸이 될 것이다. 그래서 발신자부담 전화를 하지 않는 것이다.

    두리안나무가 만들어준 그늘 아래 붉은 맨땅에서 아줌마가 빨래를 널고, 한가한 고양이가 녹슨 세탁기 위에서 잠자고, 경계심 많은 닭 부부가 병아리들을 데리고 땅을 뒤지던 ‘나의 고독한 숲’. 세상 어느 한 구석에 내가 사랑하고, 그래서 매일 와서 보고, 마음에 담던 숲이 있다는 생각만으로 나는 아주 바닥까지 불행해지지는 않을 것 같다.
    (/ 본문 중에서)

    “숲은 언덕에 있고 언덕은 숲이었다. 유니스는 그 언덕에 오른 시시포스다. 이제 다시 사랑의 돌이 굴러 떨어진다 해도 유니스는 절망하지 않을 것이다. 터벅터벅 저 세상으로 묵묵히 걸어 내려가, 비장하게 삶의 짐을 다시 짊어질 것이다. 왜 그러냐고 묻는 우리에게 유니스는 말할 것이다. 묻지 마라!”
    (/ '두리안나무숲의 고독한 나' 중에서)

    저자소개

    생년월일 -
    출생지 경북 영양
    출간도서 11종
    판매수 2,252권

    장편소설『편의점 가는 기분』과 『다정한 마음으로』『못된 정신의 확산』외에 여러 장편을 펴냈고, 단편집『라구나 이야기』가 있다. 동화 『옥상정원의 비밀』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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