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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위새 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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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 서평

    은근함의 힘이 돋보이는 구경미 작가의 새 장편소설

    엄마를 위한 이유 있는 복수극
    조심하라, 이 가족이 수상하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인정사정 볼 것 없이 확실하게 끝낸다!


    과연 구경미만큼 가볍고 재밌고 능글스럽게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는 이가 몇이나 될까. 건들건들 딴청 떨듯 그러나 진지하고 성실하게, 구경미가 펼쳐 보이는 유머의 향연…… ‘루저들의, 루저들에 의한, 루저들을 위한’ 유머이기에 값진 게 아닐까. 그래서 웃음 끝에 늘 짠하고 묘한 감동이 남는 게.
    - 김 숨(소설가)

    시장통의 무법자 황명순을 벌하고자 은수네가 뭉쳤다
    등단 이후 꾸준히 작품 활동을 해온 구경미 작가의 '키위새 날다'는 계간지 '자음과모음'에 연재되었던 작품으로, 죽은 엄마를 위로하기 위해 남은 가족들이 8년이 지나서 복수한다는 설정이 신선하다.
    무일푼으로 상경해 어려운 살림살이로 남매를 키우느라 거친 나무토막처럼 무뚝뚝한 아버지. 돌아가신 어머니를 대신해 집안 살림을 도맡아하고 주부 수강생들에게 바느질도 가르치는 큰딸 은수. 이삿짐센터에서 일하면서 집안일은 뒷전인 딱 막내아들 경수. 한집에 살고 있지만 따로국밥 같은 이들이 8년 전 위암으로 세상을 떠난 엄마를 위해 뭉친다. 상대는 국제상사 여사장, ‘황명순’. 아버지의 입을 통해 고발되는 그녀는 시장통의 ‘무법자’다. 양말 장수 엄마의 리어카를 봐주는 대가로 자기 가게 청소에, 이런저런 심부름까지 시킨다. 그것도 모자라 엄마 앞에서 시장 사람들의 흉을 늘어놓기 일쑤다. 항상 가슴이 답답하고 밥을 통 먹지 못했던 엄마. 그렇게 아버지에게 국제상사 여자는 아내를 죽음으로 몰아넣은 원흉이 되는데…….
    '키위새 날다'에서 보이는 구경미 작가의 화법은 화려하거나 장황하지 않다. 짧고 경쾌하면서도 담담하고 묵직하다. 마치 맑은 야채 육수처럼, 기름기를 제거한 사골 국물처럼 담백하고 깔끔하다. 작가는 반복되는 일상의 느슨함과 지루함을 한 가족의 복수극이라는 설정을 통해 경쾌하고 긴장감 있게 그려 내고 있다. 독자는 첫 장을 열어 마지막 장을 덮을 때까지 은수네가 만들어 가는 이야기에서 눈을 떼지 못할 것이다.

    사사건건 티격태격, 따로국밥 같은 은수네가 선사하는 유쾌함
    은수네 가족은 각자의 개성이 강한 만큼 사사건건 부딪친다. 아주 사소한 일에도 티격태격, 서로 의견이 맞지 않는다. 게다가 평소 무뚝뚝한 아버지의 돌발적인 행동은 은수와 경수를 당황하게 만든다. 아버지 특유의 무심한 듯한 말투, 생뚱맞은 행동이 황당함과 웃음을 동시에 유발한다. 이것은 '키위새 날다'를 돋보이게 하는 작지만 뚜렷한 재미이다.

    “이제 바느질 안 해도 된다. 찢어진 옷이든 고무신이든 다 가져와 봐라.”
    아버지가 말했다. 경수는 뒤축이 찢어진 운동화를, 나는 옆구리가 터진 책가방을 가져왔다. 아버지는 운동화 뒤축을 가지런하게 맞추더니 은빛 쇳덩이 안으로 밀어 넣었다. 그런 다음 두 손과 무릎으로 그 물건을 꾸욱, 눌렀다. 철컥, 소리가 좁은 방 안 가득 울려 퍼졌다. 한 번 더. 또 한 번.
    “잘 봐라.”
    쇳덩이 안에서 꺼낸 운동화 뒤축에는 가로로 된 철침 세 개가 나란히 박혀 있었다. 운동화에 비해 철침이 너무 커서 헐겁기는 했지만 어쨌거나 찢어진 부분을 꿰매는 데는 성공했다.
    “대단해요, 아빠!”
    경수는 운동화를 들고 팔짝팔짝 뛰었다. 나도 경수의 운동화에 한 손을 걸친 채 경수보다 더 높이 뛰었다. 아버지는 뛰는 대신 활짝 웃었고, 고개를 젓는 사람은 오로지 엄마뿐이었다.
    (/ 본문 중에서)

    어느 날 스테이플러를 사 들고 온 아버지가 자랑하듯 그것의 쓰임에 대해 예찬하며 어린 은수와 경수의 모든 물건에 철심을 박는 ‘만행’을 저지르는 장면이다. 소위 가장의 권위를 내세우는 아버지의 느닷없는 허랑한 행동은 현실의 곤궁함을 웃음으로 이완시킨다.
    은수네 가족은 살림이 넉넉하진 않지만 그것에 짓눌려 마음마저 가난한 것은 아니다. 각자의 삶에 최선을 다하며 당당하게 살아간다. 큰딸 은수는 엄마의 병환으로 대학 공부를 중도에 그만두었지만 좌절하거나 자포자기하는 대신 가족 속에서 새로운 역할에 적응하며 자신만의 길을 찾아 나간다. 막내아들 경수도 고등학교 졸업 후 일찌감치 군 복무를 마치고 이삿짐센터에 취직해 고된 하루하루를 보내지만 가슴속 깊이 따뜻함을 잃지 않는다.
    '키위새 날다'에서 가난을 대하는 작가의 시선은 진지하지만 무겁지 않으며 애잔하지만 슬프지 않다. 작가는 사사건건 티격태격하는 가족들의 일상을 통해 현실의 곤궁함을 웃음으로 승화시키면서 삶의 원동력을 찾는다. 바로 가족이라는 테두리 안에서.

    키위새는 오늘도 날 수 있다는 희망을 품고……
    '키위새 날다'에서 마당에 심어진 대추나무는 위암으로 죽은 엄마의 유산이자 그녀의 분신이다. 대추가 주렁주렁 열린 대추나무는 풍요의 상징인 동시에 갖은 고생을 다하면서도 마음은 넉넉했던 엄마의 상징이다. 대추나무가 말라 죽지 않도록 온 가족이 신경 쓰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 엄마의 빈자리를 대추나무로 채우고 있었던 것이다.

    대추나무는 엄마의 작품이었다. 돌아가시기 일 년 전에 경기도에서도 변두리인 이 집을 샀다. 집을 산 뒤 제일 먼저 한 일이 대추나무를 심는 것이었다. 대추나무 옆에는 감나무를 심었고, 감나무 옆에는 석류나무를 심었다. 먹을 수 있는 유실수만 심는다고 경수와 내가 놀리자 엄마가 말했다. 주렁주렁 열매 달려 있는 게 보기도 좋잖니. 안 먹어도 배불러.
    (/ 본문 중에서)

    ‘국제상사 여자’의 존재를 엄마가 위암에 걸리게 된 원인이라고 몰아붙이던 아버지는 어느 날 은수에게 결혼 전의 로맨스를 이야기하면서 죽은 아내에 대한 그리움을 드러낸다. 아버지는 어쩌면 이 말도 안 되는 복수극을 통해서 사무치는 상실감과 슬픔, 자기 때문에 아내가 죽었다는 죄책감 등에서 벗어나고 싶었을 것이다.
    아버지의 명으로 국제상사에 취직한 경수는 새로운 사실들을 누나 은수에게 전하고, 동생 경수를 만나기 위해 국제상사에 들렀던 은수는 본의 아니게 계속해서 황명순과 얽히면서 그녀의 남모르는 아픔들을 알게 된다. 복수의 정당성에 대한 남매의 의문이 시작되면서 가족의 갈등 또한 표면으로 드러나기 시작한다.
    죽은 엄마를 위해 국제상사 여자를 죽이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인가?
    아버지의 복수는 아버지와 은수, 경수 간의 주된 갈등 요인이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싸락눈처럼 뭉쳐지지 않는 이들이 연대할 수 있는 계기가 된다. 아버지와 아들과 딸, 이 새로운 가족은 죽은 아내-엄마와 함께했던 기억들을 떠올리고 공유해 가면서 서서히 그녀의 죽음을 인정하고 받아들인다. 8년 동안 이뤄지지 못했던 애도 작업이 복수를 실행하면서 진행되는 것이다.
    하늘을 날지 못하고 뒤뚱거리며 걷는 키위새. 키위새를 닮았다는 국제상사 여자의 모습은 지루하고 팍팍한 일상에서 벗어나고 싶은 은수와 경수와 아버지의 모습이기도 하다. 매일 반복되는 일상에 지쳐 가던 은수가 ‘미지의 극점’을 찾고자 하는 것, 그것은 저 하늘을 날기 위해 날갯짓하는 키위새의 모습이다.
    구경미 작가는 은수네의 일상을 통해 소시민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 준다. 고개만 돌리면 볼 수 있을 것 같은 내 이웃의 삶이자 나의 삶, 하지만 바쁘게 흘러가는 일상 속에서 무심하게 지나쳐 버리는 삶의 편린들을. 독자는 '키위새 날다'를 통해 나의 삶과 나의 가족, 더 나아가 내 이웃의 의미까지도 되새기는 기회를 갖게 될 것이다.

    [줄거리]
    은수와 경수 남매는 8년 전 위암으로 죽은 어머니와 각종 의류를 판매하는 ‘국제상사’ 여자 사이에 일어난 사건들을 아버지에게 듣게 된다. 국제상사 여자 때문에 자신의 아내가 위암으로 죽게 되었다고 단정하면서 그녀에게 복수할 계획을 세운다. 그는 은수와 경수 남매도 동참할 것을 요구한다.
    아버지의 명으로 국제상사에 취직한 경수는 그곳에서 일을 하게 되면서 처음 가졌던 여자에 대한 적개심을 점점 잃게 된다. 동생 경수를 만나기 위해 국제상사에 갔다가 그녀를 만나게 된 은수 역시 그녀의 개인사를 알게 되면서 복수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면서 인간적인 고민에 빠지게 된다.

    [추천사]
    여기 천진스럽다고 하기에는 능청스럽고, 게으르다고 하기에는 행동할 줄 아는, 알고 싶은 것도 많고, 쓸데없는 말 또한 많은 아버지와 딸 그리고 아들이 있다. 파리 한 마리 못 죽일 것 같은 그들이 어느 날 킬러가 된 까닭은?
    구경미의 '키위새 날다'를 읽는 내내, 내 입에서는 키위키위 키위새의 울음소리 같은 웃음이 주책처럼 흘러나왔다. 과연 구경미만큼 가볍고 재밌고 능글스럽게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는 이가 몇이나 될까. 건들건들 딴청 떨듯 그러나 진지하고 성실하게, 구경미가 펼쳐 보이는 유머의 향연…… ‘루저들의, 루저들에 의한, 루저들을 위한’ 유머이기에 값진 게 아닐까. 그래서 웃음 끝에 늘 짠하고 묘한 감동이 남는 게.
    누군가가 얄밉다 못해 죽이고 싶도록 미워 우울한 모든 선량하고 소심한 이들에게, 나는 구경미의 '키위새 날다'를 꼭 권하고 싶다. 그 누군가가 자신보다 덜 행복하다는 걸 깨닫고 그만, 미움이 연민으로 바뀌는 마법의 순간을 황홀히 경험할 수도 있으니!
    키위새가 특별한 것은, 공룡 같은 현실이 날개를 삼켜 버려 날지 못해도 영혼만은 새처럼 가벼워 훨훨 자유로이 날 수 있다는 걸 가르쳐 주기 때문일 것이다.
    - 김 숨(소설가)

    목차

    절명한 양말 장수를 위하여
    우리도 에어컨 사요
    타짜를 위해 장전
    리볼버
    페인트칠
    난공불락의 비밀 상자
    고독한 어묵 장수
    우리 집에 도청기
    작별을 고함
    땅굴 혹은 방공호
    엿장수의 첫사랑
    폭설

    작가의 말

    본문중에서

    -아버지가 그렇게 말하는 순간 마루에 긴장감이 흘렀다. 나는 눈을 동그랗게 떴고 경수는 천천히 몸을 일으켜 앉았다. 아버지는 담담했다. 텔레비전 리모컨을 집더니 채널을 이리저리 돌렸다.
    “아빠.”
    경수가 불렀다.
    “아빠라고 부르지 마라.”
    아버지가 말했다.
    “아버지.”
    이번에는 내가 불렀다.
    “넌 아빠라고 불러도 된다.”
    “싫어요.”

    -집으로 돌아오자 아버지는 텔레비전 앞에 누운 채 졸고 있었다. 부엌에는 라면 끓여 먹은 냄비가 뒹굴고 있었고, 상 위에는 김치 담은 그릇 하나만 달랑 놓여 있었다. 측은지심이 막 몽글몽글 피어오르려는데 잠에서 깬 아버지가 말했다.
    “애비 밥도 안 주고 어딜 갔다 오는 거냐?”
    그 순간 맺히려던 측은지심이 거짓말처럼 사라졌다. 대신, 하루 종일 고생한 게 누구 때문인데, 하는 생각이 그 자리를 차지했다. 내게서 나가는 목소리가 퉁명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밥솥에 밥 있고 냉장고에 반찬 있잖아요.”
    그런 다음 재빨리 아버지의 대답을 가로챘다.
    “손이 없다고요? 오른손은 머리 밑에서 꺼내고 왼손은 리모컨을 놓으세요.”

    -아버지와 나는 사포를 하나씩 나눠 들고 벽에 붙었다. 딱딱하게 굳어서 일어난 페인트를 사포로 문지르자 부옇게 먼지가 피어올랐다. 아버지가 재채기를 했다. 그래도 마스크는 쓰지 않았다. 마스크를 쓰면 숨이 막혀서 죽을 것 같다고 했다. 절대 그런 일 없다고 안심시켰지만 아버지는 고집을 꺾지 않았다.
    “엄마랑 살면서 어땠어요?”
    “뭐가?”
    나는 칼을 가져와 옥상으로 올라가는 계단을 긁기 시작했다. 계단을 새카맣게 만든 게 이끼인지 곰팡이인지 알 수 없었다.
    “행복했냐고 묻는 거예요.”
    아버지는 잠깐 생각하더니 대답했다.
    “그런 거 생각할 겨를이 어딨었냐. 평생 허둥지둥하면서 살았다.”
    “지금 생각해 보면 되잖아요. 행복이란 거 원래 그때는 모른대요. 시간이 지나고 나야 알지.”
    아무리 긁어도 변색된 계단을 원래대로 만들 수는 없었다. 오히려 긁을수록 칼자국만 생겨서 더 흉해졌다. 페인트칠도 소용없을 것 같았다.
    “모르겠다. 아니, 나는 괜찮았는데, 네 엄마는…… 고생만 하다 가서…….”
    한참 만에야 아버지가 대답했다. 나는 아버지에게 밀짚모자를 씌워 주었다. 발갛게 달아오른 목에는 수건을 둘러 주었다.

    -그녀는 유자차와 물을 번갈아 마시며 얘기를 이어갔다. 기억나지 않는다면서도 얘기는 끝날 줄을 몰랐고, 세월이 흘렀다면서도 마치 어제 일인 듯 생생하게 재현해 냈다. 그렇게 호출되어 온 과거가 죄인처럼 무릎 꿇린 채 탁자 위에 쌓이고 있었다.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어디서부터가 왜곡인지는 알 수 없었다. 확인할 방법도 확인할 마음도 없었다. 엄마의 기운 양말만큼이나 궁상맞은 과거들을 나는 마음으로 쓰다듬고 눈으로 어루만졌다. 국제상사 여자가 엄마의 과거를 불러내면 불러낼수록 내 마음에는 이후 그녀의 부탁에 절대 응하지 않으리라는 다짐과 오기가 쌓여갔다. 아니, 내가 다짐과 오기를 쌓기 위해 그녀를 부추기고 있었다. 그렇게 나는 국제상사 여자와 작별을 고했다.
    (/ 본문 중에서)

    저자소개

    생년월일 1972~
    출생지 경남 의령
    출간도서 16종
    판매수 2,598권

    1972년 경남 의령에서 태어나, 경남대학교 국문과를 졸업했다. 1999년 [경향신문] 신춘문예로 등단하였고, 소설집 [노는 인간][게으름을 죽여라], 장편소설 [미안해, 벤자민][라오라오가 좋아][키위새 날다][우리들의 자취 공화국]을 출간했다. [작업] 동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언론사 추천 및 수상내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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