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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인 이야기 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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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소개

    그리스, 신화 이외의 역사를 시작한다!

    서양 문명의 뿌리라 일컬어지는 고대 그리스. 하지만 우리나라에는 그리스 ‘신화’ 이외 그리스 ‘역사’를 다루고 있는 책은 많지 않다. 신들의 이야기가 아닌 그리스 신화를 창조해낸 그리스 사람들의 이야기를 이제 시작하려 한다. 저자 앙드레 보나르는 역사의 눈으로 그리스를 바라본 전문가이다. 스위스 출간 후 유럽과 미국 등의 나라에서는 이미 오래 전 번역되었고, 드디어 우리나라에도 소개가 되었다. 우리가 모르고 있었던 새로운 그리스인의 모습과 생활상, 그 사상까지 엿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된다.

    출판사 서평

    그리스는 신화가 아니다. 역사다. 인간이다.
    그리스, 하면 왠지 가장 먼저 신화가 떠오른다. 왜 그럴까? 신화를 통해 그리스를 접했기 때문이다. 우리는 토머스 불핀치를 통해 그리스 신화를 배웠고, [이윤기의 그리스 로마 신화]는 국내에 신화 읽기 열풍을 일으켰다. 그리스 신화는 점차 고대 그리스의 역사와 동일시되어갔다. 하지만 신화가 고대 그리스 문명의 핵심을 제대로 짚어줄 수 있을까? 신화는 인간이 만들고 유포한 역사적 산물일 뿐이다. 그리스 문명의 핵심은 신화 속에 있지 않다. 그것은 그리스인이 만든 역사 속에 있다.
    앙드레 보나르의 [그리스인 이야기](원제 Civilisation Grecque)는 신화의 베일에 가려진 고대 그리스 문명의 핵심을 되살려낸 고대 그리스사의 고전이다. 저자는 그리스 문명 그 자체가 아니라 사람, 즉 그리스 문명을 기획한 고대 그리스인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운다. 그리하여 그들이 문명을 일구기 위해 흘린 피와 땀이 더욱 생동감 넘치게 그려진다. ‘문명의 전범典範’이라 불러도 손색없는 고대 그리스의 역사를 집약한 이 책은 혼돈의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들에게 현대 문명을 진단하고 되짚어보는 계기를 마련해줄 것이다.

    고대 그리스 문명사의 고전, 50여 년 만에 한국어판 출간
    로마사 분야는 대표적인 역사 고전 [로마제국쇠망사]에서 [로마인 이야기]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책이 국내에 소개되었다. 그러나 정작 서양문명의 근원이자 ‘위대한’ 로마 문명을 앞에서 이끈 고대 그리스 문명을 체계적으로 다룬 통사는 거의 없으며 그나마도 우리 독자들의 시선을 끌지 못했다.
    [그리스인 이야기]는 1954~59년에 세 권으로 출간되어 그리스 문명사 분야의 세계적 고전으로 자리 잡았다. 스위스에서 출간된 후 같은 언어권인 프랑스는 물론이고 영국, 미국, 포르투갈, 러시아, 루마니아, 일본 등지에서도 일찍이 번역 출간되었으며, 한국에서는 50여 년 만에 최초로 소개되는 것이다. 저자의 균형 잡힌 분석과 과감한 비평, 행간에서 드러내는 고대 그리스인에 대한 무한한 애정과 향수를 통해 고대 그리스사의 진수를 제대로 만끽할 수 있을 것이다.

    ‘참여하는 인문주의자’의 30년 투혼이 담기다
    저자 앙드레 보나르는 그리스 연구에 평생을 바친 스위스 학자이다. 30년 동안 스위스 로잔 대학에서 그리스어·그리스 문학 교수로 지내면서, 고대 그리스 문명을 ‘기획’한 철학자, 문학자, 과학자, 정치가 등에 관해 수많은 연구 성과를 남겼으며, 특히 그가 불어로 번역한 고대 그리스 3대 비극 작가(아이스퀼로스, 소포클레스, 에우리피데스)의 작품은 서구학계에서 널리 호평을 받았다. 그 성과들이 바로 [그리스인 이야기]에서 집대성된 것이다.
    하지만 그는 호고적 취미를 지닌 강단의 학자가 아니었다. 무엇보다도 [그리스인 이야기]가 널리 사랑을 받아 고전으로 자리 잡게 된 것은 그가 인간과 문명에 대한 무한한 애정을 자신의 연구와 일치시켰기 때문이다. 그는 인간의 존엄성이 억압받을 때면 언제든지 강단을 뛰쳐나간 반파시즘 활동가이자 평화주의자였으며 ‘참여하는 인문주의자’였다. 어쩌면 이러한 사상적 배경이 그를 그리스 연구자로 만들었으며, 30년 연구가 오롯이 담긴 [그리스인 이야기]를 탄생시킨 것인지 모른다.

    그리스인 이야기 1 - 호메로스에서 페리클레스까지
    그리스 문명의 탄생에서 민주주의의 완성 단계까지를 다룬다. 그리스 문명 탄생의 역사적 배경, 그리스 문명 초창기의 사건들, 그리스 민족의 전쟁사인 호메로스의 [일리아스]에 녹아 있는 인본주의, [오뒷세이아]를 통해 본 그리스 민족의 바다 정복기, 그리스 최고의 서정시인 아르킬로코스와 자유주의 시민의 탄생, 미지의 뮤즈 삽포와 사랑의 아름다움, 아테네의 발전과 민주주의의 기원 그리고 상업의 발달과 솔론의 사회개혁, 노예와 여성의 사회적 지위를 통해 본 그리스 민주주의의 한계, 인간 중심의 철학인 그리스의 종교, 그리스 비극의 정점인 [오레스테이아] 3부작, 아테네 민주주의의 완성자 페리클레스 등을 다룬다.

    그리스인 이야기 2 - 소포클레스에서 소크라테스까지
    과학의 시대, 철학의 시대, 문학의 시대였던 그리스 문명의 전성기를 다룬다. 소포클레스의 [안티고네]와 그리스 비극의 풍경, 그리스의 조각 예술, 탈레스와 데모크리토스를 통해 본 그리스 과학의 태동, 다시 소포클레스와 [오이디푸스], 그다지 주목받지 못하지만 매우 중요한 그리스 시인인 핀다로스, 지리학자이자 여행가로서의 헤로도토스, 의학의 아버지 힙포크라테스와 그리스 의학, 아리스토파네스의 그리스 희극, 그리스 문명의 쇠락 혹은 방향 전환, 그리고 마지막으로 철학자 소크라테스에 관해 이야기한다.

    그리스인 이야기 3 - 에우리피데스에서 알렉산드로스까지
    그리스 문명의 황혼기를 다룬다. 그리스 3대 비극의 마지막 주자 에우리피데스, 헤로도토스와 함께 그리스 역사의 쌍벽을 이루는 투퀴디데스, 소크라테스를 이어 그리스 철학을 집대성한 플라톤, 세상 모든 것을 집대성한 아리스토텔레스, 알렉산드로스의 정복 활동과 그가 만든 알렉산드리아를 중심으로 퍼져나간 그리스 문명의 양상들, 에라토스테네스와 아르키메데스 등 근대 학문에 영향을 끼친 과학자들, 끝으로 인간의 구원을 설파한 에피쿠로스에 관해 이야기한다.

    목차

    그리스인 이야기 1 - 호메로스에서 페리클레스까지
    Chapter 1 그리스 문명의 탄생
    Chapter 2 [일리아스]와 호메로스의 휴머니즘
    Chapter 3 오뒷세우스와 바다
    Chapter 4 아르킬로코스, 시인과 시민
    Chapter 5 열 번째 뮤즈, 삽포
    Chapter 6 솔론과 민주주의
    Chapter 7 노예와 여자
    Chapter 8 신과 인간
    Chapter 9 비극: 아이스퀼로스, 운명 그리고 정의
    Chapter 10 시민 페리클레스

    그리스인 이야기 2 - 소포클레스에서 소크라테스까지
    Chapter 1 안티고네의 약속
    Chapter 2 돌을 조각하고 청동을 주조하다
    Chapter 3 과학의 탄생: 탈레스, 데모크리토스
    Chapter 4 소포클레스와 오이디푸스: 운명에 화답하기
    Chapter 5 핀다로스, 시인들의 왕자, 왕자들의 시인
    Chapter 6 구대륙 탐험에 나선 헤로도토스
    Chapter 7 인본주의 의학의 꽃, 힙포크라테스
    Chapter 8 아리스토파네스의 웃음
    Chapter 9 지는 해
    Chapter 10 소크라테스라는 수수께끼

    그리스인 이야기 3 - 에우리피데스에서 알렉산드로스까지
    Chapter 1 쇠락과 새로운 발견, 에우리피데스의 비극 [메데이아]
    Chapter 2 [아울리스의 이피게네이아]에 나타난 비극성
    Chapter 3 비극 [박카이]
    Chapter 4 투퀴디데스와 도시국가들 간의 전쟁
    Chapter 5 데모스테네스와 도시국가 시대의 몰락
    Chapter 6 플라톤의 정치적 대망
    Chapter 7 플라톤식 아름다움과 환상
    Chapter 8 아리스토텔레스와 생명체
    Chapter 9 알렉산드로스의 천재성 또는 우애에 관하여
    Chapter 10 질서라는 탈을 쓴 무질서, 두 명의 프톨레마이오스
    Chapter 11 책 전성시대, 알렉산드리아: 도서관과 박물관
    Chapter 12 알렉산드리아의 과학: 아리스타르코스의 천문학
    Chapter 13 지리학: 퓌테아스와 에라토스테네스
    Chapter 14 의학: 아르키메데스, 헤론, 그리고 증기기관에 관하여
    Chapter 15 시로의 회귀: 칼리마코스, 로도스의 아폴로니오스가 쓴 [아르고나우티카]
    Chapter 16 테오크리토스의 낙원
    Chapter 17 다른 형태의 도피: 헤론다스의 사실주의 풍자 희극, 그리스의 소설 [다프니스와 클로에]
    Chapter 18 에피쿠로스와 인간의 구원

    본문중에서

    아킬레우스와 헥토르의 투쟁은 여전히 현재진행형
    위대한 아킬레우스는 통째로 불타고 있는 한 시대에서 마지막 빛을 발한다. 약탈과 전쟁으로 얼룩진 아카이아인들의 시대는 이제 아킬레우스와 함께 사라져가고 있다. 훗날 우리 속에서 언제든 다시 부활할 수 있겠지만 말이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헥토르는 새로운 시대를 선언한다. 가족과 땅과 공동체를 지키고자 하는 시민들의 시대가 왔음을 선언하고 있는 것이다. 그는 단지 잘 싸우기만 하는 사람이 아니다. 타협할 줄도 안다. …… 가족에 대한 사랑으로 충만한 사람이다. …… [일리아스]가 위대한 것은 그 때문이다. 이 위대한 시편은 아킬레우스와 헥토르라는 상반된 인간형을 통해서 인간의 고결함과 정의로움에 대해서 말하고 있다. 아킬레우스와 헥토르가 있었고, 그들이 인류의 역사를 번갈아 가며 이끌어왔으며, 지금 우리의 마음속에서도 계속 싸우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
    (그리스인 이야기 1/ pp.94~95)

    삽포 이전의 사랑은 불탄 적이 없다
    많은 이들이 사랑을 노래했다. 각각의 독특한 목소리가 있었다. 하지만 그것들과 삽포를 비교할 수는 없다. 안드로마케의 부드러운 말투나, 마음이 떠난 헬레네를 부르는 파리스의 관능적인 말투나, 네오불레를 바라보는 아르킬로코스의 직접적이고 단호한 말투나, 나노를 기억하는 밈네르모스의 슬픈 목소리도 삽포와 견줄 수 없다. 삽포는 치열했고, 엄숙했고, 무엇보다 달랐다. 삽포 이전의 사랑은 불탄 적이 없다. 물론 사랑이 사람의 가슴을 데워 무딘 감각을 일깨운 적은 있다. 희생과 욕망과 부드러움을 자극하고, 심지어 잠자리로 연인을 이끈 적은 있다. 사랑에 빠진 사람들은 용기를 얻었고, 기쁨을 얻었고, 후회와 슬픔을 얻었다. 하지만 삽포의 사랑은 아무것도 남기지 않았다. 다 불태워버리기 때문이다.
    (그리스인 이야기 1/ p.159)

    언제 야만 상태로 회귀할지 모르는 아슬아슬한 문명
    우리는 가끔 예우를 갖춘 언어로 그리스 문명에 대해 말한다. 위대하고, 아름답고, 영원한 창조의 문명으로 그리스를 바라본다. 하지만 그 문명에서조차 노예사냥이라는 비인간적인 일들이 버젓이 행해졌다는 사실을 접하고 나면, 그저 망연자실할 뿐이다. 하지만 사실이다. 문명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문명 국가로 보이는 그리스도 실상은 노예제 사회였다. 도대체 인간을 위해 존재하지 않는 문명을 우리는 문명이라고 불러도 되는가? 불러도 된다면 그리스 문명이 바로 그런 문명이었다. 인간을 위해 존재하지 않는 문명, 언제든 야만 상태로 회귀할 준비가 되어 있는 아슬아슬한 문명이었던 것이다.
    (그리스인 이야기 1/ p.213)

    그리스의 신神, 인간의 입맛에 맞게 변형된 든든한 친구
    그리스인들은 자기들의 일과 관련된 신들을 가지고 있고, 그들을 인간의 모습으로 바꾸어놓았다. 그 예는 수도 없이 많아서 다 열거할 수 없을 정도다. 하층 계급도 몇몇 신들을 자기들의 깃발로 올려 세웠다. 소상공인과 서민들이 합세해서 사회적 억압에 대항했고, 자기들의 신을 새로 만들었다. 신이 이 천한 지상에 내려와 바로 옆에서 자기들을 도와주기를 바란 것이다. 이제 신은 공포의 대상이 아니라 친구가 된다. 친구도 그냥 친구가 아니라 각별한 도움을 주는 친구다. 인간의 입맛에 맞게 변형된 든든한 친구, 그게 바로 그리스의 신이다.
    (그리스인 이야기 1/ p.266)

    수학이 아닌 감성을 건드리는 건축물, 파르테논
    현재의 과학기술로 볼 때, 우리식의 셈법을 맞췄다는 얘기지, 그것이 파르테논의 본질은 아니다. 파르테논은 그 이상의 의미가 있다. 파르테논은 수학 공식 속에 갇힌 건축물이 아니라 살아 있는 건축물이다. 수학이 아닌 감성을 건드리는 건축물이다. 파르테논에는 질서가 있지만, 그것은 움직이고 살아 숨 쉬는 질서다. 어떻게 그런 일이 가능할까? 이유는 간단하다. 파르테논에 쓰인 직선은 실제 직선이 아니다. 마치 우리 삶에서 마주치는 직선들이 완벽한 직선이 아닌 것과 같다. 원도 마찬가지다. 고르지가 않다. 파르테논에 구현된 수학은 딱 떨어지는 수학이 아니다. 조금씩 빗나간다. 일부러 그렇게 했다. 예술적으로 약간씩 뒤튼 것이며, 그럼으로써 각 면들이 살아 움직이게 한 것이다. 파르테논을 살아 있는 건축물로 만든 힘은 바로 이 비틀기에 있다.
    (그리스인 이야기 1/ p.335)

    위대한 시인이라면 어떤 한 인물만 편애하지는 않는 법이다
    …… 아무리 비중이 큰 인물이라고 할지라도 그 인물만 따로 떼어내서 생각하는 일도 피해야 할 것이다. 위대한 시인이라면 어떤 한 인물만 편애하지는 않는 법이다. 우리는 시인의 존재를 통해서 그가 창조한 각각의 인물에 연결되며, 그 인물들 속으로 들어갈 수 있다. 그리하여 처음엔 생소하고 삐걱거리는 것처럼 느껴지지만 곧 한목소리를 내는 영혼들의 언어를 듣게 된다. 시인의 목소리였던 그 목소리는 곧 우리의 목소리가 된다. 모든 시인들 중에서도 비극 시인은 자신 안에서 또 우리 안에서 싸움을 벌이는 자식들, 그렇지만 결국 시인 자신이자 우리의 모습이기 때문에 사랑할 수밖에 없는 그 자식들의 불협화음을 통해서만 목소리를 들려준다. 불협화음이 조화로운 화음이 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린다. 고통스럽지만 감미롭게 우리의 감수성을 건드리고, 이어서 피와 살을 통해서 우리를 이해시키는 식으로 느리게 진행된다.
    (그리스인 이야기 2/ pp.28~29)

    데모크리토스는 ‘악마의 앞잡이’?
    데모크리토스라고 하는 위대한 사상가의 명철함과 용기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그는 위대한 업적을 이루었다. 물질에 존엄성을 부여한 것이다. 비록 그로 인해 데모크리토스의 명성에 금이 갔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그의 업적임엔 변함이 없다. …… 인간이 원초적 진흙에서 나왔다고 믿었던 만큼, 그는 우리를 열광적으로 흥분시키지는 못할지라도, 적어도 우리가 진화의 한 지점에 도달했으며, 앞으로의 진화를 만들어갈 장본인임을 깨닫게 해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니, 그렇기 때문에 데모크리토스는 고대에 가장 핍박받는 학자들 중의 하나가 되었다. 물질을 사랑하고 찬미하며, 우리의 영혼이 물질로 만들어졌다고 감히 주장했으니, 후대 사람들로부터 ‘악마의 앞잡이’라는 소리를 들었던 것이다.
    (그리스인 이야기 2/ pp.146~147)

    “의사들 중에는 손재주는 좋으나 지성이 부족한 사람들이 있다”
    이처럼 아무리 열심히 관찰한다고 해도 의사가 관찰한 내용을 이해하려 들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 그리스에서 ‘생각하다’, ‘성찰하다’를 의미하는 동사는 매우 다양하다. 힙포크라테스는 대부분의 경우 성찰이라는 말을 정신의 항구적인 태도라는 의미로 사용하며, 이를 지속을 의미하는 시제와 함께 사용한다. 그렇게 때문에 ‘성찰하다’는 ‘항상 마음에 품고 있다’는 의미가 된다. 힙포크라테스는 그의 내부에서 관찰하게 된 사례들, 즉 눈을 통해서, 청진을 통해서, 촉진(觸診)을 통해서 의미를 지니게 된 자료들로부터 얻을 수 있는 사고를 마음에 품고 있었고, 이를 자양분 삼아 사고를 키워나갔다. ……
    …… 성찰을 통해서 선택을 하고 자신의 선택을 정당화하지 못하는 의사들, 다시 말해서 크니도스 학파에 속하는 의사들을 그는 신랄하게 비판한다. 힙포크라테스는 “의사들 중에는 손재주는 좋으나 지성이 부족한 사람들이 있다”고 말했다. 크니도스 학파가 보기 좋게 손가락질 당하는 대목이다.
    (그리스인 이야기 2/ pp.328~329)

    “나는 지금 당신들을 변호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건 판관들과의 대화였다. 이 대화야말로 아테나이 민중들과 나누는 결정적인 대화였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소크라테스는 자신의 진의를 알리고자 시도했으며, 자신의 임무를 설명했다. …… 다시 말해서 자신의 목숨을 몇 년 더 연장해주는 차원을 떠나 사회의 병폐 중에서도 최악의 병폐인 불의로부터 시민들의 영혼을 구제하고자 했다. 피고 소크라테스가 주도한 논쟁의 최종 목표는 아테나이의 구원이었던 것이다. “당신들이 나에게 사형을 언도한다면, 그 결정은 내가 아닌 당신들에게 부당하게 해를 입히는 결과를 낳을 것입니다……. 나는 지금 나 자신을 변호하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그 반대입니다. 나는 지금 당신들을 변호하고 있습니다.”
    (그리스인 이야기 2/ pp.478~479)

    “신들이 무슨 짓을 하건 그건 악이 아니다”
    에우리피데스는 선택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작가로서의 경력을 쌓아가는 동안 이처럼 갈림길에서 망설이는 그의 모습을 우리는 자주 보아왔다. 신이란 곧 전지전능함이며, 전지전능함이 신을 정당화하는 요건이라면, 디오뉘소스는 분명 정당화될 수 있다. 그가 어떤 행동을 하건 말이다. 소포클레스도 말했듯이, “신들이 무슨 짓을 하건 그건 악이 아니기” 때문이다. …… 신은 우리에게 죽음을 부여할 뿐 아니라, 우리를 우리와 더불어 이 세계를 춤추게 하고 노래하게 하는 본질적인 힘이다. 신은 사는 기쁨, 쾌락이며 동시에 고통이다. 신은 우리를 두려움에 떨게 만드는 눈부신 신비다. 그러니 에우리피데스는 질서정연하고 이성적이고 명쾌한 정의로 이루어진 세계를 버리고 광기의 신과 총체적인 흐름 속에 자신을 맡기는 동물적인 기쁨만이 중요시되는 박코스 행렬에 합류하는 길을 택할 것이다.
    (그리스인 이야기 3/ pp.86~87)

    플라톤은 역사를 배제하려 했다
    플라톤이 구상한 국가는 기원전 4세기에 이미 사람들에게 완벽하게 균형 잡힌 국가, 그 어떤 힘도 예정되어 있는 확고한 질서를 흔들 수 없는 국가라고 하는 거짓 이미지를 선사했다. 그런데 내가 보기엔 바로 이 점이 플라톤이 우리에게 제안하는 국가의 가장 이상한 면이다. 절대로 아무것도 바뀌지 않을 것이라니. 그가 제안하는 국가에서는 진보가 철저하게 배제된다. 이 국가는 영원히 완벽한 존재로 제시된다. …… 요컨대 플라톤은 역사를 배제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 역사는 배제하려 한다고 해서 사라지지 않는다. 인간은 역사를 만들고 역사는 인간을 만든다. …… 플라톤이 [국가]를 쓰면서 민주주의의 사망신고서를 작성하고 있다고 믿었던 그 세기로부터 여러 세기가 지난 후, 민주주의를 향한 행보는 안정된 중세 기독교 사회에서 이탈리아와 프랑스를 중심으로 일어난 코뮌과 더불어 보란 듯이 재개된다. 이러한 움직임은 1789년 …… 1848년에도 …… 계속되었다. 그리고 마침내 “세계를 뒤흔든 열흘 ……”로 이어진다. 인류의 역사는 이제 시작되었을 뿐이다.
    (그리스인 이야기 3/ pp.168~169)

    그리스식 지혜와 힌두식 지혜의 만남
    젊은 왕은 또한 칼뤼아나(그리스식으로는 칼라노스라고 하며, 브라만을 뜻한다)라는 이름을 가진 고행자에게 커다란 애착을 보였다. 죽을 날이 가까워오는 것을 느낀 그의 요청에 따라 알렉산드로스는 장작더미를 쌓게 했다. 이윽고 장작더미에 올라간 칼뤼아나는 놀란 군대가 지켜보는 가운데 한마디 탄식도 업이 불꽃 속에서 타죽었다. 친구의 자발적인 죽음을 차마 지켜볼 수 없었던 알렉산드로스는 그 자리에 참석하지 않았다. 그로부터 상당한 세월이 흐른 후 기독교의 제사장에서 견유 철학자로 변신한 수수께끼 같은 인물인 페레그리노스가 올륌피아에서 이와 똑같은 방식으로 죽음을 택한다. 이렇듯 알렉산드로스가 인도를 지날 무렵에는 그리스식 지혜와 힌두식 지혜가 마주치고 있었다.
    (그리스인 이야기 3/ p.298)

    누구나 지나가는 상투적인 그 길을 나는 증오한다
    칼리마코스는 영리한 사람이었다. 그는 동시대인에게 이제는 고전이 된 과거의 위대한 시인들의 모방을 장려하지 않았다. …… 그는 구닥다리 시 장르는 죽은 지 오래되었음을 잘 알고 있었다. 호메로스가 부활하는 일도, 비극 작품들이 다시 소생하는 일도 없을 것이었다. 그는 서사시가 명맥을 이어가기 위해 헛되이 매달리고 있는 연작시의 상투성을 맹렬하게 비난했다. 그는 자신의 격언시에서 “나는 연작시를 증오한다. 누구나 지나가는 상투적인 그 길 …… 나는 공동 우물의 물은 마시지 않을 것이다. 대중적인 것들은 나에게 혐오감을 불러일으킨다”고 토해냈다.
    (그리스인 이야기 3/ p.441)

    에피쿠로스가 다시 부상한다
    크고 작은 혁명들이 우리가 사는 우주를 전복시킨다……. 혁명은 역사의 흐름을 바꾸어놓으며, 때로는 이 흐름을 가속화한다. 새로운 계급, 새로운 민족, 계급 없는 민족들이 이 세계를 관통한다. 에피쿠로스가 남긴 유산은 그들의 것이다. 그는 그들을 기다리고 있다. 몽테뉴는 에피쿠로스에게서 잊고 있던 조상을 발견했으며, 그래서 그와 한 가족이 되었고, 그의 생각을 이어받았다. …… 헬베티우스는 ‘행복’에 대해서 장문의 시를 썼고, [쾌락 예찬]이라는 글도 남겼다. 아나톨 프랑스, 앙드레 지드 등도 그에게 동조한다……. 카를 마르크스는 에피쿠로스를 인간 해방자들 중의 한 명으로 예우한다.
    인류는 죽음의 공포를 극복했는가? 인류는 신들이 존재했다는 사실을 완전히 망각했는가? 아직은 그렇지 못하다. 투쟁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에피쿠로스가 다시 부상한다. 언제나의 모습 그대로, 하늘의 은하수가 변하지 않는 것처럼 늘 같은 모습으로 나타난다.
    (그리스인 이야기 3/ pp.594~595)

    저자소개

    앙드레 보나르(Andre Bonnard) [저] 신작알림 SMS신청 작가DB보기
    생년월일 1888~1959
    출생지 스위스 로잔
    출간도서 0종
    판매수 0권

    1888년 스위스 로잔에서 태어났다. 로잔 대학에서 문학을 전공하고 1936년 그르노블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1915~28년 로잔 중학교와 고전 김나지움에서 학생들을 가르쳤으며, 이후 1957년까지 30년 동안 로잔 대학 그리스어·그리스 문학 교수를 지냈다. 대학 교수이자 작가로서 여러 저작들을 통해 고대 그리스에 생생하고 역동적인 이미지를 입히고자 노력했다. 자신의 글에서 지식인 사회 특유의 사변을 걷어내고, 학생들이 고대 그리스 작가들의 작품을 현대 작가들의 작품을 대하듯이 읽도록 가르쳤다. 고대 그리스 3대 비극 작가로 불리는 아이스퀼로스, 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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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년월일 -
    출생지 -
    출간도서 22종
    판매수 1,450권

    서울대학교 철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플라톤의 [향연] 연구로 석사학위를, 호메로스의 [일리아스] 연구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국민대학교 겸임교수를 지냈으며, 현재 정암학당 연구원, 홍익대학교 겸임교수다. 쓴 책으로 [잔혹한 책읽기], [신화와 영화], [그리스 로마 서사시], [세계와 인간을 탐구한 서사시 오뒷세이아], [일리아스, 영웅들의 전장에서 싹튼 운명의 서사시], [오뒷세이아, 모험과 귀향, 일상의 복원에 관한 서사시], [옛사람들의 세상 읽기 그리스 신화], [비극의 비밀], [멀리 보는 그리스 신화]가 있으며, 옮긴 책으로 [아폴로도로스 신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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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년월일 1966~
    출생지 서울
    출간도서 0종
    판매수 0권

    서울대학교 법과대학를 졸업하고, 파리8대학 문학부에서 학사학위와 석사학위를, 미국 인디애나 주립대학교에서 법학박사학위를 취득하였다. 문학과 법학 사이에서 갈피를 못 잡던 시절, 파리 시내 지베르 존이라는 서점에서 이 책 [그리스인 이야기]의 원서를 발견하고, 비서라도 본 듯이 흥분하여 번역을 결심했다. 현재 서울시립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로 재직하고 있으며, 옮긴 책으로는 [몰타의 매] [영화의 탄생] [마네: 이미지가 그리는 진실] [벨라스케스] [타임 투 킬] [아틀라스 세계는 지금] 등이 있다.

    생년월일 -
    출생지 -
    출간도서 0종
    판매수 0권

    서울대학교 불어불문학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하고, 프랑스 파리 3대학에서 불문학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코리아헤럴드》 기자와 《시사저널》 파리통신원을 지냈다. 옮긴 책으로 『6시 27분 책 읽어주는 남자』, 『식물의 역사와 신화』, 『포스트휴먼과의 만남』, 『탐욕의 시대』, 『빈곤한 만찬』, 『그리스인 이야기』, 『왜 검은 돈은 스위스로 몰리는가』, 『재미가 지배하는 사회』 등이 있으며, 김훈의 『칼의 노래』를 프랑스어로 옮겨 갈리마르 사에서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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