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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과 쓸개 [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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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내가 우는 건 울 시간이 되었기 때문에 우는 거예요”

죽음 같은 저수지에서 길어 올린,
쓰디쓴 삶을 향한 깊은 응시…… 김숨의 세번째 소설집 [간과 쓸개]


풍부한 미학적 가능성을 보여주며 왕성한 작품 활동을 펼치고 있는 작가 김숨의 세번째 소설집 [간과 쓸개]가 출간되었다. 1997년 대전일보 신춘문예와 1998년 문학동네신인상에 연이어 당선되면서 문단에 나온 작가 김숨은 첫 소설집 [투견]을 내기까지 7년이라는 짧지 않은 시간이 있었지만, 2005년에 펴낸 그 책을 시작으로 현재까지 매해 한 권의 책을 꼬박꼬박 내고 있다. 특유의 문체와 분위기로 자신만의 색을 견지하며 끊임없이 작품을 쓰고 발표하고 책으로 묶어내는 작가 김숨. 2011년 초입, 그녀의 새 책이 또다시 독자들을 찾는다.

[간과 쓸개]는 김숨의 두번째 소설집 [침대] 이후 4년 만에 만나는 소설집이라는 점에서도 주목을 끈다. ‘잔혹’ 혹은 ‘그로테스크’로 표현되었던 전작 단편들에서 서사보다 이미지를 부각시키며 시적인 소설 쓰기를 보여주었던 작가는 [침대]에서 [간과 쓸개]까지, 세 권의 장편소설을 썼다. 단편소설에서 보여주었던 김숨만의 장점을 잘 이어가면서도 긴 호흡으로 이야기를 탄탄하게 이끌어갔던 그 세 편의 장편소설 이후, 전작들과 조금 달라진 작품들의 면면이 새 소설집에 대한 기대를 부추긴다.

이질적인 재료들이 충돌하면서 묘하게 조화를 이루어 마치 한 편의 콜라주를 보는 듯했던 전작들에서 현실의 고통을 잊게 하는 방편이 아닌 현실적으로 드러내지 못하는 것들을 실감나게 드러내기 위해 기괴한 환상들을 교차했던 작가는 이번 소설집에서 그 시선을 현실로 옮겨간다. 죽음과도 같은 삶 속에서 나름의 방식으로 필사의 안간힘을 쓰는 등장인물들의 모습이 일상의 이미지로 그려지면서 환상이 사라진 자리에는 쓸개즙처럼 쓰디쓴 현실의 고통만이 남는다. 여기에 김숨 특유의 차분하고 정제된 문체가 더해져 삶의 어두운 풍경들은 더욱 생생하게 되살아난다.

간암에 걸린 화자와 담낭관에 생긴 담석으로 병들어 누운 그의 큰누님의 이야기를 담은 표제작 「간과 쓸개」에서는 조금씩 다가오는 죽음의 모습을 어릴 적 보았던 저수지의 검은 물빛으로 형상화하고 있다. 간암으로 통원 치료를 받고 있던 화자는 복부에 구멍을 뚫고 호스를 끼워 쓸개즙을 빼내야 하는 큰누님을 만나러 갈 마음을 먹지만 번번이 기회를 놓친다. 그러다 친구에게 받은 골목에서 버섯이 열린 것을 본 후 마침내 누님을 찾아가게 된다. 그리고 어렸을 때 누님을 따라 저수지에 갔을 때 그 속을 알 수 없는 검은 물빛을 바라봤던 두려움에 대해 이야기를 하다 그만 눈물을 흘리고 만다.

「모일, 저녁」은 오랜만에 부모님의 집에 찾아간 화자가 부모님과 함께 저녁상을 차리는 동안의 이야기이다. 식당에서 장어를 잡아주는 일을 하는 아버지는 전어를 구우면서 딸인 화자에게 장어를 잡는 일에 대한 이야기와 얼마 전 죽은 친구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어머니는 계속해서 반찬을 만들어내고, 방 안에 있는 삼촌을 끝내 밖에 나오지 않는다. 하루의 운행을 마치고 차고지로 돌아오는 버스를 보면서, 화자는 아버지가 한 마리의 장어라도 더 잡았으면 하고 바란다.

「사막여우 우리 앞으로」의 화자는 버스 정류장 간이 매표소에서 평생을 살다 돌아가신 어머니의 뒤를 이어 그 간이 매표소로 들어갔다. 그곳에서 어머니를 조금씩 이해하기 시작하던 어느 날 동생들을 동물원의 사막여우 우리 앞에서 만나기로 하지만 폐장 시간이 가까워 찾아간 동물원에서 동생들을 만나지는 못한다.
또한 거동조차 자유롭지 않아 햇빛이 잘 들지 않는 북쪽 방에서 유폐되듯 갇혀 살아가는 노인의 하루가 그려진「북쪽 방(房)」에서도 죽음의 이미지는 시종 떠나지 않는다.

「흑문조」에서 부모님에게 빚까지 져가며 마련한 집은 귀뚜라미 천지에 보일러까지 말썽이다. 게다가 수리공은 바닥을 파놓기만 할 뿐 문제를 찾아내지 못하고 간암으로 두 차례나 죽을 고비를 넘긴 옆집 남자는 계단을 허물자는 말만 반복한다.

상갓집에 가는 길에 원인을 알 수 없는 교통체증으로 도로에 갇혀버린 한 가족의 이야기를 그린 「룸미러」, 어느 날 남편이 데려온, 3천 년 전의 미라와의 특별한 동거를 담은 「육(肉의) 시간」, 촛불을 들고 광장으로 모이는 사람들에 대한 말뿐인 남편과 아들의 수술비 때문에 전세값을 올리려는 집주인, 그리고 수상하기만 한 옆집 여자 사이에서 소통의 창구를 찾지 못하는 화자의 모습을 그린 「내 비밀스런 이웃들」, 대형 마트로 인해 손님이 거의 끊긴 럭키슈퍼에서 이미 유통기한이 훨씬 지나버린 아버지와 가게를 보는 소녀의 이야기 「럭키슈퍼」까지, 거부할 수 없는 죽음의 이미지와 그 안에서 각자의 방식으로 필사의 삶을 살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이번 소설집을 가득 채우고 있다.

추천사
김숨의 관심은 우리의 삶을 옥죄고 있는 물질적 조건들과 장구한 시간 속에서 왜곡되어온 욕망의 표상들 사이에서 끊임없이 진동하고 있다. 두 방향으로 작동하는 이 시선들 가운데 하나는 주로 불가항력적인 질병이나 가난에 사로잡혀 있는 화자들을 통해 삶의 물질적 조건들을 투명한 언어적 풍경으로 조탁해낸다. 여기에서 드러나는 것은 생과 사의 갈림길에서 아프게 감지되는 타인들의 무관심과 인간의 삶에 얽혀든 뭇생명들의 뒤틀린 존재방식이다. 또 하나의 시선은 통념에 가려져 있는 존재들을 의식의 표층으로 끌어올리는 쪽으로 작동한다. 이것은 주로 젊은 여성 화자들의 의식을 통해 일상적 통념들을 낯설게 재구성하거나 일상 자체를 아예 다른 존재들로 치환한다. 이 낯선 현상들은 해체재구성된 통념의 실체이거나, 라캉의 말처럼, 촘촘한 상징계의 그물망을 뚫고 언뜻언듯 제 모습을 내비치는 실재계의 풍경들이다. 이 두 가지 풍경들은 존재의 회복을 통해 우리의 무감각과 통념을 치유하려는 작가의식과 내밀하게 맞닿아 있다. 김숨이 빚어낸 이 심화된 풍경들은 존재론적인 바탕이 튼실한 만큼 그 미학적 가능성 또한 풍부해 보인다.
-황광수(문학평론가)

이변이 없는 한 앞으로도 김숨은 가만히 있을 것이다. 가만히 가만히 속의 모래들도 이쪽으로 저쪽으로 옮겨 다닐 것이다. 그는 아무래도 광물성이다. 외계를 내계로 끌어들이는 광물. 외계를 압축해 내계에 기록한다.
가만히 있는 사람들에게만 보이는 것들이 있다. 어느 순간 그것들이 제 스스로 풀어놓는 이야기들이 있다. 밤나무 숲을 지나 펼쳐진 저수지 앞에 앉아 검은 물빛을 응시하고 있는 인물이 보인다. 김숨이다. 김숨은 끊임없이 이야기들을 건져 올릴 것이다.
-하성란(소설가)

목차

간과 쓸개
모일, 저녁
사막여우 우리 앞으로
북쪽 방
흑문조
룸미러
육의 시간
내 비밀스런 이웃들
럭키슈퍼

발문_광물성의 기록/ 하성란
작가의 말

저자소개

생년월일 1974~
출생지 울산
출간도서 39종
판매수 14,821권

1974년 울산 출생. 1997년 《대전일보》, 1998년 《문학동네》로 등단. 소설집 『간과 쓸개』 『국수』 『당신의 신』 『나는 염소가 처음이야』, 장편소설 『철』 『바느질하는 여자』 『L의 운동화』 『한 명』 『흐르는 편지』 『군인이 천사가 되기를 바란 적 있는가』 『숭고함은 나를 들여다보는 거야』 등이 있다. 2013년 현대문학상, 2013년 대산문학상, 2015년 이상문학상, 2017년 동리문학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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