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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외교 24시 : YS에서 MB까지 외교 현장 리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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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 : 이승철
  • 출판사 : 부키
  • 발행 : 2011년 02월 21일
  • 쪽수 : 332
  • ISBN : 978896051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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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 서평

    20년 동안 우리 외교 현장을 취재한 기자가 김영삼 정부부터 이명박 정부까지 한국 외교의 구조적 문제점과 고질병을 정리했다. 구호만 요란할 뿐 자주와 실리, 어느 한쪽도 챙기지 못하고, 때로는 대통령을 위한 용비어천가용으로, 때로는 여론 달래기용으로 성과를 포장해 온 한국 외교를 마치 현장을 중계하는 듯한 생동감 있는 일화들을 통해 신랄하게 고발한다.
    1부에서는 외교 행태 측면에서 우리 외교가 안고 있는 고질적 문제점을 정리했다. 국내 정치만 바라보는 '국내용 외교', 국제 행사 유치에 사활을 거는 '이벤트 외교', 실리보다 의전이나 겉치레를 중시하는 '형식 외교' 등을 다룬다. 2부에서는 외교부의 폐쇄성과 엘리트주의, 외교부 예산과 인력 문제, 외국어 구사력 실태, 전문성 부족 등 하드웨어 측면상의 문제를 다루고, 각 정부의 외교 정책 실세에 대해서도 논한다. 3부에서는 한국의 미래를 좌우할 수도 있는 G2 외교(대미, 대중 외교)의 현주소를 진단하고 주요 쟁점들을 되짚어 본다.

    20년 현장 취재 기자, 우리 외교의 고질병을 고발하다

    최근 우리나라에는 굵직한 외교 현안이 유독 많았다. 천안함 사건, 연평도 사건으로 미국, 중국, 유엔 안보리 사이에서 정부의 뜻을 관철시키기 위해 동분서주한 것이 가장 대표적이다. 2010년에는 G20 정상회의가 서울에서 열렸다. 얼마 전 2022년 월드컵 유치전에서는 카타르에 패했으며 현재는 2018년 평창 동계 올림픽 유치전이 한창이다. 이러한 일들의 중심에 '외교통상부'가 있다.(이하 '외교부') 외교부 내부의 일로는, 2010년 유명환 전 외교장관의 딸 특채 파문으로 국민적인 지탄을 받은 바 있다. 1991년 외무부 출입 기자를 시작으로 국제부장, 워싱턴 특파원을 지내는 등 20여 년 동안 우리 외교 현장을 지켜본 이 책의 저자는 이러한 외교 현안들에서 하나같이 한국 외교의 고질적인 행태가 반복되고 있다고 말한다.

    '포장'과 '형식'에만 몰두하는 외교 행태

    2010년 11월 G20 정상회의 개최를 전후로 정부가 "G20 정상회의 유치, 단군 이래 최대의 외교적 성과" "국운 상승의 기회이자 100년 만의 쾌거" 등으로 홍보한 것을 두고 저자는 '국내용 외교'라고 평가한다. 요란했던 국내와는 달리 해외에서는 서울 개최의 의의나 한국의 외교적 지위 상승에 관한 기사는 거의 없는 대신, G20의 향후 전망이나 각국 정상 간의 합의 관철 실패 등에만 관심이 쏠렸기 때문이다. 국내용 외교의 목적은 외교 자체의 목적이 대통령에 잘 보이기 위한 것이거나, 국민 여론을 정부 정책을 지지하는 방향으로 이끌기 위해 정부에 유리한 쪽으로 정보를 조작하려는 것이다. 저자는 국민의 눈을 가리고 진실을 호도하는 이러한 외교 행태를 일종의 국민 기만행위라고 본다. 이는 외교 사안에 대한 이해에서 국제 사회와 우리의 괴리를 가져오고 결국 우리 외교력의 저하로 이어진다.
    우리는 어느 나라보다도 국제 행사 유치에 열심인데, 저자는 이런 행태를 '이벤트 외교'라고 평한다. 국제 행사를 통한 국가 위상 강화나 국가 브랜드 홍보라는 무형의 소득은 검증하기도 쉽지 않고 가시적으로 드러나지도 않는 반면, 각종 경기장 및 시설 건설과 유지에는 천문학적 비용이 든다. 선전 효과를 노리는 이러한 정책은 정부 및 각 지자체의 장기적인 재정 부담을 가져왔으며 궁극적으로는 국민의 부담으로 돌아오고 있다.
    또 '형식'에 얽매여 실리를 놓치는 '형식 외교' 행태도 되풀이되고 있다. 저자는 한미 정상회담이 열릴 때마다, 대통령이 미국의 '극진한 환대'를 받았느니 '홀대'를 받았느니 하는 논란이 매번 일고 있음을 지적한다. 해외에서는 이미 의전 형식을 중시하는 국빈 방문보다는 내용 위주의 실무 방문이나 공식 방문으로 점차 바뀌는 추세다. 반면 우리 정부와 언론, 심지어 국민은 공항에 영접하러 나온 이의 직급부터 대통령의 숙박 장소까지 일일이 따지며 정상회담의 성과와 결부시킨다.

    '울타리' 안에만 갇혀 있는 외교부 사람들

    2부에서 저자는 외교부 내부로 시선을 옮긴다. 2010년 유명환 전 장관 딸의 특채 사실이 불거지면서 일부 외교관 자녀들도 특혜성 채용 과정을 거쳐 외교부에 들어왔다는 사실이 밝혀짐에 따라, '특권 의식'이 외교부 내부에 만연해 있음이 드러났다. 동료 외교관 자식의 뒤를 봐주는 이러한 행태에서 외교부의 강한 '우리끼리' 의식이 느껴진다. 반면 외교부는 대외적으로 폐쇄적이다. 같은 외교부 소속이라도 타 경제 부처에서 외교부로 넘어오는 경우처럼, 이른바 '출신'에 따라 대우가 달라지고, 해외 공관에서도 외교관들이 타 부처에서 온 주재관들에게 텃세를 부려 갈등이 생기기도 한다. 또 외무 고시('외시') 출신이 아닌 사람들은 본부에서 국장급까지 승진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해지면서 '외시 순혈주의'라는 말도 유행하기 시작했다.
    저자는 외교부의 폐쇄적 관료주의와 더불어 외교관들의 '엘리트 의식'도 비판한다. 외무 고시에 합격해 외교관이 된 이들 중엔 해외 공관에 파견되더라도 영사 업무를 3D 업무라 하여 대민 봉사를 하찮게 여기는 이들도 있다. 외교부가 입으로는 예산과 인력이 부족하다면서도, 해외 공관에 근무할 때 집의 '크기'를 많이 따진다거나 비행기 탑승 시 (다른 나라 사례에 비해 과한) '비즈니스 클래스' 혜택을 받는 등 기존의 예산과 인력조차도 잘못 사용하고 있다.
    우리 외교관들의 외국어 실력도 문제다. 2010년 3월 현재 현지어 구사가 가능한 외교관이 1명도 없는 공관이 26개에 달한다는 외교부 감사 결과는 놀랍다. 더 충격적인 것은 '영어 울렁증'이 있는 외교관이 수두룩하다는 사실이다. 이들이 근무하는 공관에서 외교가 효과적으로 이루어지길 기대하기란 어려울 것이다.

    G2 시대의 한미, 한중 관계의 의미는?

    이러한 우리 외교가 점차 중요시되고 있는 'G2 외교'에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을까? 저자는 국제 질서가 변함에 따라 우리와 미국, 우리와 중국이 서로에게 어떠한 의미를 지니게 되었는지 고찰한다.
    우선 최근 중국의 군사력 강화 추세로 인해 한미 동맹의 중요성이 더욱 커졌고, 곳곳에서 미군 기지 이전 문제로 골치를 앓는 미국에게 한국의 지정학적 가치가 상대적으로 더 올라갈 수밖에 없다. 또 북한 핵 문제를 처리해야 하는 미국의 상황도 한국의 전략적 가치를 더 높이는 요인이다. 반면, 지난 외환 위기 당시 미국이 IMF를 내세워 한국의 경제 구조 개편에 무리하게 간섭한 바 있듯이, 경제 문제에 있어서는 동맹이나 공조 같은 것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 전망한다.
    저자는 천안함 사건 당시 중국의 대응 과정에서 중국은 (북한의 붕괴나 내부 혼란 시 중국이 받을 영향을 우려해) 한반도의 안정과 평화를 우선시하며 (한미 연합 훈련 당시 극렬한 반발을 보였듯이) 자국의 이익을 침해하는 미국과는 일전마저 불사하는 의지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고 결론 내린다. 중국은 한국의 최대 교역국인 동시에 북한 후견국이며, 강대국으로 부상하면서 우리에게 새로운 안보 현실을 제공하고 있다. 그래서 우리가 중국과의 관계를 강화하면 중국의 대북 영향력을 남북 관계 개선과 한반도 안정에 활용할 수 있는 반면, 중국과의 관계가 약화되면 한반도를 둘러싼 갈등이 증폭될 수 있다고 전망한다.

    목차

    프롤로그.2025년을 위하여

    1부 한국 외교의 행태

    1. 국내 정치만 바라본다
    G20이 정말 "100년 만의 쾌거"인가? / 그랜드 바겐에는 실체가 없었다 / 주미 대사관의 뜬금없는 팩스 서비스 / 대통령 심기를 건드리지만 않으면 된다? / 국내용 외교가 불러온 파장 / 허울뿐인 의원 외교

    2 이벤트 유치에 사활을 건다
    대회 유치 성공 비결은 무엇인가? / 효과는 짧지는 부담은 길다 / 국제회의 유치에도 혈안이 된 정부

    3 스타 외교의 이면
    행운의 사나이 반기문 / 총력 선거전을 펼치다 / 반 총장 당선이 우리 외교의 위상을 높였을까? / 반 총장을 놓아 주자

    4 실리보다 형식을 중시한다
    한미 정상회담에 대한 집착 / 4강 외교에 '완성'은 없다 / 친서와 수식어에 매달리는 외교

    5 파리 목숨 외교 장관
    뉴스로 경질을 통보받은 한승주 / 미스터리로 남은 공로명의 경질 / 외교적 굴욕을 책임지고 물러난 박정수 / 인사 문제로 발목 잡힌 홍순영 / 외교적 수모 끝에 경질된 이정빈 / "악의 축" 발언에 무너진 한승수 / 청와대 자극이 원인이 돼 물러난 윤영관 / "외교장관 단명은 국제적 웃음거리" / 미국에서는 중도 경질이 이례적이다

    2부 외교부 사람들

    1 '우리끼리' 외교부
    속으로 곪은 외교부 / 외교부의 텃세 / 국민은 외교부를 불신한다 / 외교부의 고질병과 그 뿌리

    2 예산과 인력 운용에 문제 있다
    인력이 부족하다는 외교부 / 예산과 인력이 부족한 것은 사실이다 / 인력 활용이 충분히 이뤄지고 있을까? / 갈루치도 이코너미석을 탄다 / 외교부에는 살림꾼이 없다

    3 입이 없는 외교관들
    외교관에게 영어 울렁증이 있다고? / 현지어 못하는 외교관이 수두룩하다

    4 전문가가 부족하다
    미국통은 아직도 층이 얇다 / 중국통은 걸음마 단계다 / 갈수록 사라지는 일본통 / 전무한 중동통과 아프리카통 / 점점 중요시되는 통상 외교통

    5 외교 정책에도 실세가 있다
    미국의 외교 실세 / 우리 외교 실세의 역사 / 실세라서가 아니라 독점이어서 문제다

    3부 G2 외교의 현주소

    1 한미 관계의 이중성
    애증의 대상, 미국 / 며리계와 제너럴셔먼호 사건 / 고종, 친미주의로 기울다 / 미국인 삼총사, 고종의 신임을 얻다 / 미국의 진의를 파악하지 못하다

    2 이인삼각의 한미 관계
    김영삼과 클린턴 / 김대중과 클린턴 / 김대중과 부시 / 노무현과 부시 / 이명박과 부시 / 이명박과 오바마

    3 우리는 미국에게 무엇인가?
    한미 동맹, 현실적으로 생각하자 / 서울시 나성구가 늘고 있다 / 썰렁한 주한 미국 대사 인준 청문회 / 한국의 지정학적 가치가 높아지고 있다 / 경제 문제에 있어서는 동맹도 예외일 수 없다

    4 굴기하는 중국 외교
    정찰기 충돌과 함께 미국과 중국도 충돌하다 / 오바마를 물 먹인 원자바오 / '도광양회'에서 '유소작위'로 / 제5세대 중국 외교는 어떻게 될 것인가?

    5 급변하는 한중 관계
    수교 후의 한중 관계 /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의 의미는? / 천안함 사건과 중국의 대응 / 이명박의 중국 경시 외교

    6 새로운 관계 모색이 필요하다
    우리는 중국에게 무엇인가? / 중국은 우리에게 무엇인가?

    에필로그
    인명 찾아보기

    본문중에서

    반 총장은 그동안 그 나름대로 성과를 쌓았다. 하지만 국제적으로 반 총장에 불만을 표시하는 국가들도 많다. 유엔의 내부 개혁이 지지부진할 뿐 아니라 '세계 중재자' 역할에 한계를 나타내고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우여곡절 끝에 2009년 코펜하겐 기후 변화 정상회의 개최를 성사시켰으나 미국과 중국의 갈등을 조정하지는 못했다. 반 총장이 성공한 총장이 되기 위한 최소한의 조건은 무엇일까?
    우선 스스로 '탈한국(de-Koreanization)'해야 한다. 그는 유엔 사무총장 취임을 위해 2006년 12월 15일 한국을 떠나면서 "몸은 밖에 있지만 마음은 늘 한국에 있을 것"이라고 했다. 국가에 대한 감사함 때문에 그렇게 말했겠지만 뒷부분이 잘못됐다. 몸뿐 아니라 마음도 함께 국제 무대로 가지고 가야 한다. 그래야 성공한 사무총장이 될 수 있다.
    그 길이 궁극적으로 국가에 봉사하는 최선의 방법일 것이다.
    (중략)
    정치인들은 미국 동부를 지나가면 어김없이 반 총장을 만나기 위해 줄을 서고 반 총장 출신 지역은 각종 행사 때마다 반 총장의 이름을 걸기 위해 난리다. 유엔 사무총장 비서실에서 한국 정부에 한국인들의 과도한 면담 요청을 자제해 달라는 얘기까지 할 정도다. 정치권은 2012년 대선 후보로 반 총장을 거론하기까지 해 반 총장의 연임 노력에 부담을 주고 있다.
    언론도 마찬가지다. 여전히 그를 붙들고 있다. 우리 모두 반 총장이 국제 무대에서 마음껏 뛸 수 있도록 놓아 주어야 한다.
    (스타 외교의 이면/ pp.57~58)

    이명박 대통령의 2009년 6월 방미는 실무 방문이었다. 특히 오바마 대통령의 취임 초 각국 정상의 워싱턴 방문이 줄을 잇는 상태에서 이루어진 방문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차관보가 나오지 않았다고 해서 홀대를 받았다고 평가를 내리는 것은 부적절하다. 더욱이 이명박 대통령과 오바마 대통령은 이미 두 달 전 런던 경제 정상회의 때 첫 양자 정상회담을 가졌다.
    일부 비판론자들은 오바마 대통령이 이명박 대통령을 백악관 현관에서 영접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대기실에서 기다리게 한 것을 굴욕적이라고 비판하기도 한다. 그 역시 비판을 위한 비판일 뿐이다. 현관에서 맞는 것은 국빈 방문과 같은 특별한 경우나 두 정상이 특별한 관계일 경우 있을 수 있지만 일반적인 것은 아니다.
    마찬가지로 2003년 5월 노무현 대통령 방미 때 힐 차관보가 공항에서 영접한 것을 홀대라고 비난하는 것 역시 잘못이다. 실무 방문이었던 만큼 적절한 의전이었다.
    이 대통령이 백악관 영빈관인 블레어 하우스를 숙소로 사용한 것을 두고 '대단한 환대'로 평가하는 보수 언론들의 보도는 어불성설이다. 미국 영빈관은 사정이 없는 한 외국 국가 원수들에게 숙소로 제공된다. 이 대통령보다 하루 앞서 정상회담을 가진 베를루스코니 이탈리아 총리가 일반 호텔에 머문 것은 영빈관이 비어 있지 않았거나 베를루스코니 총리의 희망에 따른 것일 가능성이 높다. 사실 영빈관은 타운 하우스 4채를 연결한 형태로 낡고 불편한 집이다. 그래서 영빈관에 머무르지 않는 외국 국가 원수들이 종종 있다.
    (실리보다 형식을 중시한다/ pp.75~76)

    1994년 12월 옛 정부종합청사 꼭대기 층에 있던 외무부 대회의실에서 나지막한 한승주 장관의 목소리에 일부 직원들은 조용히 눈시울을 적셨다. 한 장관의 목소리에는 불명예스럽게 물러나는 데 대한 회한과 자위가 뒤섞여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중에서도 지금까지 기억에 남는 대목이 있다.
    "역대 외교장관들의 평균 수명을 넘겼으니 그래도 오래 한 것 아니냐?"
    국제 사회에서 인정받던 한 장관이 방송을 통해 경질 사실을 알고는 보따리를 싸야 하는 모습은 우리 외교의 한 단면을 가장 적나라하게 보여 준다.
    문민 정부부터 최근까지 14명이 외교 수장 자리를 차지했다. 이 중 일단 딸 특채라는 개인적 문제로 물러난 유명환 장관을 제외하면, 나머지 13명의 장관 가운데 각 정권의 마지막 장관이었던 김영삼 정부의 유종하, 김대중 정부의 최성홍, 노무현 정부의 송민순 장관과 유엔 사무총장으로 자리를 옮긴 반기문 장관 외에는 대부분 명예스럽지 못하게, 자신의 뜻에 반해 '전격적으로' 물러났다. 심지어 일부 장관들은 경질 직전까지 아무것도 몰랐다. 가히 외교장관의 운명을 '파리 목숨'이라 부를 수 있지 않을까?
    (파리 목숨 외교장관/ pp.85~86)

    그런데 그처럼 뉴스의 각광을 받았던 갈루치 차관보의 비행기 탑승권 종류는 1등석도 아니고, 이른바 준1등석인 비즈니스 클래스도 아닌, 2등석 이코너미 클래스였다. 미국의 국무부 차관보가 타고 오는 비행기 좌석이 2등석이었던 것이다.
    그러면 당시 우리 관리들이 해외여행 시 타는 비행기 좌석은 어떤 종류였을까? 1994년 경제기획원이 마련한 '세출 예산 집행 지침'에는 국제회의에 수석대표로 참석하는 차관 및 차관급 이상은 1등석을 타게 되어 있으며 3급(부이사관) 이상은 비즈니스 클래스를 타도록 되어 있었다. 해외 출장이 잦은 외무부의 경우 대사는 1등석, 2급(이사관) 공사 이상은 비즈니스 클래스, 3급의 경우에는 출장에 한해 비즈니스 클래스를 이용토록 하고 있었다. 따라서 갈루치 차관보가 한국 관리였다면 적어도 비즈니스 클래스는 탈 수 있었을 것이다.
    (예산과 인력 운용에 문제 있다/ p.148)

    노무현 정권과 이명박 정권에 걸쳐 주중 대사관에서 대중 외교를 직접 담당했던 한 외교관의 얘기를 들어 보자.
    "이명박 대통령 취임 직후 한국과 중국과의 관계를 끌어올릴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있었다. 중국은 한국이 미국으로 경도될까 봐 몹시 신경을 썼다. 그런데 현 정부가 '앤티(anti) 노무현'만 생각하다가 결국 레버리지를 모두 놓쳤다. 노무현 정권의 균형 외교 주장은 미국과의 관계에서 문제를 일으켰지만 이명박 정권은 한미 동맹을 소리 높이 외치는 바람에 중국과의 관계를 망쳤다."
    (이명박의 중국 경시 외교/ p.310)

    지금도 비슷한 일이 비일비재하게 발생하고 있다. 오랜만에 외국을 다녀온 정치인이나 각종 단체 관계자들로부터 우리 외교가 이 수준일 줄 몰랐다면서 자신이 분위기를 바꿔 놓았다는 주장을 자주 듣는다. 하지만 많은 경우 자기선전에 불과하다. 그때마다 일선 외교관들이 느끼는 자괴심은 그들을 외교부라는 울타리 속으로 더욱 가두도록 만들 뿐이다. 불행한 일이다.
    21세기 우리 외교는 아직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 하지만 그래도 국제 사회에서 인정을 받을 정도로 성장한 것만은 분명한 사실이다. 우리 외교와 외교관들을 비판할 때 그 점을 전제하지 않으면 결코 생산적인 결과를 얻지 못한다. 더욱이 21세기는 외교가 외교관의 전유물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외교관이며 외교관이어야 하는 시대다. 우리 모두 외교의 주체라는 생각을 가지고 오늘의 외교, 외교부를 바라보았으면 한다.
    (에필로그/ p.325)

    저자소개

    생년월일 1956~
    출생지 경남 밀양
    출간도서 0종
    판매수 0권

    서울대학교 철학과와 한양대학교 언론정보대학원을 졸업했다. 1983년 경향신문에 입사, 사회부, 경제부, 정치부 등을 두루 거쳐 워싱턴 특파원, 국제부장, 논설위원을 역임했다. 저서로 [한국 외교 24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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