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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코너 [개정판]

원제 : FALCON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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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 서평

    "미국에서 인간의 정신세계에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알고 싶다면 꼭 읽어야 할 책이다." - 솔 벨로

    2005년 <타임> 선정 최고의 영미소설 100선!

    교도소라는 폐쇄된 공간을 무대로
    인간 존재의 해방과 구원의 가능성을 고찰한
    ‘교외의 체호프’ 존 치버의 대표작


    여기 한 남자가 있다. 에제키엘 패러것. 영락한 집안의 차남으로 중년의 대학 교수이자 마약중독자이다. 동시에 유일한 형제인 형을 죽이고 팔코너 교도소 독방동에 수감된 734-508-32번 죄수. 자신이 서 있는 곳에서 바라볼 수 있는 푸른 하늘이 자신에게 허용된 유일한 자유 공간일 거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그는 이제 사기꾼과 살인자는 동료로, 폭력과 인권유린이라는 채찍을 휘두르는 교도관들은 관리자로 받아들여야 한다. 팔코너의 정문 출입구에 걸려 있는 문장들을 지나면서 느낀 공포와 좌절감, 호송차에서 내리면서 몇 달 만에 본 푸른 하늘과 순수하기 그지없어 보이는 동료 재소자들의 미소에서 느낀 멜랑콜리도 잠시일 뿐 그가 당면한 가장 시급한 문제는 단 한 가지다. 자신의 실존과 동일시되는 ‘약’을 지급받을 수 있는가.

    [팔코너]는 뛰어난 단편소설들을 통해 미국인과 미국 사회가 중요하게 여기는 가족, 결혼, 도덕 같은 가치들이 안온해 보이는 일상의 이면에서 붕괴해나가는 모습을 정밀하고 아름다운 언어로 포착해내 ‘교외의 체호프’로 불린 존 치버의 네 번째 장편소설이다. 뉴욕 교외 지역에 사는 중산층의 모습을 즐겨 묘사했던 치버는 이 작품에서 인간적인 것은 빠짐없이 철저히 통제받고 말살되어가는 교도소라는 억압된 공간을 무대로 삼는다. 그는 물리적 구금이 야기할 수 있는 정신적 고통에 주목하며, 타인으로부터, 삶으로부터, 그리고 결국에는 자기 자신으로부터 소외되어가는 인간 본성에 대해 통찰한다. 가족과의 불화, 순탄치 않은 결혼 생활, 알코올중독 경험, 동성애에 대한 혐오와 공포, 선망에 시달렸던 존 치버는 자신의 알터 에고인 패러것을 통해 개인적 경험을 훌륭하게 공적 경험으로 승화시킴으로써 금세기 최고의 영미소설 중 하나로 평가받는 [팔코너]를 탄생시켰다.

    오, 패러것, 어쩌다 마약중독자가 된 거지?

    독방동 교도관인 타이니의 질문에 패러것은 곰곰이 기억을 더듬는다. 팔코너에 수감되는 순간 희망을 꿈꿀 수 있는 가능성조차 박탈된 패러것에게는 오직 과거를 회상하는 것만이 가능하다. 자신은 어떻게 현재에 이르렀는가?
    지적, 성적 자극을 불러일으키는 흥분제를 밀거래하던 가족들 사이에서 자라, 전시에는 약물에 취한 채 전투에 나서 무감하게 살상을 저질러야 했던 그, 현대문명이 가하는 치명적인 위협하에서는 어리석음 아니면 중독의 편에 서야 한다고 생각하는 그에게 ‘중독’은 평화를 안겨주는 유일한 안식처이며 인생 역정의 필연적인 귀결일 수밖에 없다.

    패러것의 가족은 한때 대단한 재산가였으나 모든 것을 잃고 새로 이사한 집 앞에서 주유기 두 대로 생계를 유지해야 하는 처지로 전락한다. 아들에게 사랑과 관심을 기울이기는커녕 아내의 배 속에서 자라고 있을 때부터 이 세상에서 추방하고 싶어했던 아버지, 불같은 성격에 화려함을 사랑했지만 드레스를 입고 주유기를 들어야 했던 어머니, 식당에서 웨이터에게 “미스터”라는 호칭을 붙이지 않는 어머니에 반발해 자리를 박차고 나오지만 정작 자신은 웨이터들을 박수쳐 불러대는 형 에벤에 이르기까지, 그들은 겉으로는 그럴듯하지만 실상은 껍데기만 남은 가족의 위선적인 모습을 웅변적으로 보여준다. 게다가 형 에벤은 물이라면 가리지 않고 뛰어드는 동생의 허점을 이용해 조수가 바뀌고 있는 물속으로 동생을 유인한 다음 그 자리를 뜨고, 파티장에서는 창턱에 올라서서 떠나는 손님에게 인사를 하던 동생을 밀어 살해하려다 미수에 그쳤으면서도 아무렇지 않아한다. 이에 대한 패러것의 반응 역시 그런 일은 아예 없었던 듯 다른 일상사에 대한 잡담으로 이어질 뿐이다.
    한편 패러것의 옆에는 화가를 꿈꾸던 아름다운 아내 마샤와 아들 피터가 있지만 그들의 결혼생활은 공허하기만 하다. 그들의 관계는 한없이 어긋나고 있지만 패러것은 이를 바로잡을 방법을 알지 못하고, 두 사람은 삶의 매 순간을 공유하고 만들어가는 동반자가 아니라, 욕망에 충실한 벌거벗은 남녀에 불과하다.

    아내를 따라 욕실로 들어간 그는 아내가 브러시로 등을 닦는 동안 뚜껑을 닫은 변기에 앉아 있었다. “아, 깜박 잊고 얘기 안 한 게 있어. 리자가 브리 치즈 한 덩이를 보내왔더군.” “고맙네.” 아내가 말했다. “하지만 여보, 그거 알아? 난 브리 치즈를 먹으면 심하게 설사해.” 그는 자신의 성기를 끌어당기며 다리를 꼬았다. “그거 재미있군. 난 변비에 걸리는데 말이야.”
    (/ p.28)

    이처럼 기이할 정도로 비정상적인 가족관계 속에서 패러것이 할 수 있는 일은 별로 없다. 자신의 삶이 위선과 부조리 속에서 구축되었다 해체되어가는 모습을 방관하고, 약물에 취하고, 평생 자신의 죽음을 노골적으로 원해왔던 형을 난로 철물로 내리쳐 죽음을 집행하는 것 외에는.
    이제 살인자가 된 그의 삶에는 새로운 관계가 자리한다. 저마다의 사연을 가진 동료 재소자, 재소자와는 반대쪽에 서 있지만 일종의 구금 상태 속에서 폭력적이고 가학적으로 변해가는 또다른 의미에서의 피해자인 교도관들, 죽은 것이나 다름없는 사람들 틈에서 ‘살아 있음’을 느끼게 하는 생명체 비둘기와 고양이, 그리고 연인 조디와의 관계가 그것이다. 그 속에서 그는 하루하루 새로운 인간소외와 고통을 경험한다. 재소자를 찾아온 면회객들의 무심한 행동에서 자유가 낭비되는 모습이나, 조디의 갑작스런 탈옥으로 인해 또다른 상실감을 느끼면서 새로운 슬픔과 분열에 빠져드는 것이다.

    그들의 동작에서는 자유에 대한 고마움을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 사실 그런 행동들이야말로 그들이 뭔가에 제약받고 있고 갇혀 있다는 표지나 다름없었지만, 그럼에도 어떤 자연스러움과 뭔가를 의식하지 않는 분위기가 묻어났고, 그것이야말로 쇠창살 사이로 그들을 바라보고 있던 패러것에게 잔인할 정도로 결여되어 있는 것이었다.
    (/ p.38)

    하지만 바로 그 순간 자신이 누구이며 어디에 있는지 전혀 생각나지 않았다. 또 눈앞에 보이는 변기의 용도가 불가사의했다. 손에 들고 있던 책의 글자도 전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는 자기 자신에 대해 알 수 없었다. 모국어가 무엇인지도 잊어버렸다. 패러것은 갑작스레 여자와 노래에 대한 추적을 중지했고 마침내 그것들이 사라지자 안도감에 휩싸였다. 그에게 가벼운 현기증만 남긴 채 꿈은 절대적인 소외의 경험도 함께 데리고 사라졌다. 아팠을 때보다 몸이 더 떨렸다. 책을 들어 보니 그제야 글을 이해할 수 있었다. 변기의 용도가 배변을 위한 것임도 알고 있었다. 교도소의 이름은 팔코너였다. 그는 살인죄로 기소된 상태였다. 패러것은 자신을 둘러싼 세세한 사실들을 하나하나 끌어모았다. 특별히 달콤하다고는 할 수 없었지만 그래도 유용하고 또 오래 지속되는 현실들이었다.
    (/ p.126)

    기뻐하라, 마음껏 기뻐하라!

    하지만 이러한 자기소외의 고통은 조디의 탈옥 이후 패러것에게 자신이 응당 있어야 할 곳에의 열망으로 변모한다. 이제 패러것은 수감 첫날 들은 치킨 넘버 투의 조롱기 어린 말을 자신의 새로운 미래로 꿈꾸고, 결국 치킨 넘버 투의 죽음을 계기로 자신의 무덤에서 탈출한다.

    왜냐하면 어떤 여행이든, 심지어 바보가 하는 여행이라 해도 그 끝엔 황금 단지나 젊음의 원천, 전엔 결코 본 적이 없는 바다나 강, 아니면 최소한 구운 감자를 곁들인 비프스테이크처럼 좋은 뭔가가 반드시 있기 때문이지. 모든 여행의 끝에는 반드시 좋은 뭔가가 있어야 하고…
    (/ p.18)

    하지만 패러것이 탈출 성공했을지 우리는 쉽게 확신할 수 없다. 자신의 삶을 지배했던 ‘중독’과 ‘공포’에의 극복, 그를 통한 구원을 위해 평생의 전투를 치렀으나 명확한 해답을 얻지 못한 치버는 패러것에게도 결코 장밋빛 미래를 쉽게 안겨주지 않는다. 그러나 이제 패러것에게는 물리적 자유라는 제한된 패러다임에서 벗어나 한 단계 높은 차원에서의 자유와 구원을 얻을 수 있는 가능성이 열려 있다. 패러것이 자신이 꿈꾸던 구원을 얻었을지에 대한 판단은 이제 독자의 몫이다.

    패러것은 버스의 앞쪽으로 걸어가 다음 정류장에서 내렸다. 버스에서 인도로 발을 디딜 때 패러것은 추락에 대한 공포가, 또 그와 비슷한 다른 모든 두려움이 사라졌음을 느꼈다. 패러것은 머리를 높이 쳐들고 등을 꼿꼿이 편 다음 힘차게 걷기 시작했다. 기뻐하라. 패러것은 생각했다. 마음껏 기뻐하라.
    (/ p.238)

    추천사

    [팔코너]는 정말 멋진 작품이다. 거칠고, 우아하고, 순수하다. 미국에서 인간의 정신세계에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알고 싶다면 꼭 읽어야 할 책이다.
    - 솔 벨로

    이 소설은 마치 작가가 깊이 숨을 들이마시고 깃펜을 들어 역사적, 문화적, 문학적, 종교적 사고가 집합된 거대한 잉크통에 푹 적신 다음 잉크통에 담긴 모든 요소를 말 그대로 단번에 그리고 완벽하게 한 편의 이야기로 옮겨놓은 것 같다. [팔코너]는 인간에 관한 모든 이야기를 담고 있다.
    - A. M. 홈스

    치버는 상상과 일상을 장악해 가슴 뭉클한 감동을 이끌어내는 위대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
    - 타임

    우리 시대의 가장 영향력 있는 소설이다… 읽어라 그리고 한 단계 올라서라.
    - 뉴욕 타임스

    치버의 승리… 위대한 미국 소설이다.
    - 뉴스위크

    폭동 전야의 교도소를 방불케 하는 팽팽한 긴장감.
    - 시드니 타임스

    목차

    팔코너

    부록ㅣ죽음과 부활의 노래( A.M. 홈스)
    해설ㅣ팔코너, 그 무거운 삶의 초상화
    존 치버 연보

    저자소개

    존 치버(John Cheever) [저] 신작알림 SMS신청 작가DB보기
    생년월일 1912~1982
    출생지 미국 매사추세츠 퀸시
    출간도서 0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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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세기 미국 현대문학의 거장이자 평생 동안 끊임없이 글을 쓰고 외로움을 느끼고 술을 마시고 섹스를 하고 또 후회하는 삶을 살았던 작가. 1912년 매사추세츠 주 퀸시에서 태어났다. 세이어 아카데미에서 제적당한 경험을 소재로 한 단편 [추방]을 발표하면서 열여덟 살에 등단했다. 다양한 잡지에 작품을 발표했으며, 영화 시나리오 작가 및 대학 방문교수 등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첫 작품집[어떤 사람들이 사는 법](1943)을 필두로 [기괴한 라디오 그리고 다른 이야기들](1953) [여단장과 골프 과부](1964)를 비롯한 여러 작품집을 펴내면서 작가로서의 지위를 확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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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려대학교 영문학과 졸업하였고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서울출판정보에서 주관한 번역 작가 공모전에서 상을 받았다. 옮긴 책으로는 [존 치버의 일기](문학동네) [팔코너](문학동네) [늑대인간](두드림) [마법살인](두드림) [하이퍼그라피아](휘슬러) [지구의 생명을 보다](휘슬러) [찰리 챈, 열쇠 없는 집] (국일미디어)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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