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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수경 시집 『물의 뿌리』. 순리적인 물처럼 살자고 말하고 있는 시집이다. 빛과 바다, 늪과 풀, 사람과 사람까지. 자연의 순리를 말해주는 시인의 말에 귀 기울여 보면 흐르는 것은 물뿐만 아니다. 우리들 마음과 생각, 느낌. 우리 전체의 삶이 순환하는 물과 같다.

물의 순환으로 삶의 이치를 말한다

물의 뿌리는 어디쯤일까. 차 시인은 겸손한 자세로 “생의 질곡을 돌아” 끝내 구원에 이르려는 삶의 자세를 물로써 형상화하며 독특한 시적 미학을 보여준다. 생명의 숨결과 우주의 순환 질서를 깨닫게 한다. 물은 지상에 존재하는 생명을 키우고 조화를 이루며 순환하게 하는 근원적인 힘을 갖고 있는 것이다.
차 시인은 천상의 빛에 대한 목마름이 깊어 하늘에 무심히 떠가는 구름과 그 사이로 쏟아지는 잔광에도 시선을 놓지 않는다. 이 시집 안에는 자연이 담겨 있다. 순환하는 물의 힘이 느껴진다. 빛과 바다, 늪과 풀, 사람과 사람까지. 자연의 순리를 말해주는 시인의 말에 귀 기울여 보면 흐르는 것은 물뿐만 아니다. 우리들 마음과 생각, 느낌. 우리 전체의 삶이 순환하는 물과 같다. 흐르는 대로 두어라. 뜨거운 피가 한시도 쉬지 않고 순환 하듯이 우리가 살고 있는 이 땅, 모든 빛과 물과 돌과 바람은 하나하나의 세포가 되어 쉬지 않고 흐른다. 이 시집은 순리적인 물처럼 살자고 말하고 있다.

I 피아노 치는 여자
산 27번지
도라산역
느티나무를 위하여
물의 뿌리
촛불
위대한 풍장
거울론
검은콩밥 취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물소와 달리다
배고픈 슈퍼맨
구름의 신발
호스피스 병동 603호실
소래포구에서
햇살이 있는 아침 풍경

II 개망초꽃
봉평 메밀꽃
능소화 아래서
능소화
꽃은 어디서 피는가
눈꽃 흐드러지게 핀 날은
꽃밭에 있으면 나도 꽃이 된다
신록 예찬
배롱나무
물안개 1
물안개 2
토란잎에 이슬
감꽃이 환하다
칡덩굴과 홍단풍
봄비 내리는 날
두더지와 매발톱꽃

III 나이아가라 폭포 앞에서
캐슬산을 바라보며
우포늪
비룡폭포 가는 길
호수가 있는 풍경
홍도 기행
낙산 해변에서
강가에 앉아
팽팽해지는 시간들
겨울 강
여름날 강가
달팽이의 자유
고백
가을 길
아주 특별한 식사
꼬빡연

IV 병상일지
똥에게 묻다
비움을 위하여
무중력의 몸이 가볍다
반성
시 입문
묵정밭을 일구고
부부론
시간에 기대어
김밥을 먹으며
성좌(聖座)
단풍
온종일 비가 내리고
녹차를 마시며
말(言)의 뼈에 대하여
[해설]
물의 뿌리를 찾아서 | 김석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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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시인은 내리는 물을 보며 그 뿌리가 뻗어 있는 천상에 존재하는 신의 음성을 듣는데 그것은 천지 만물이 하늘에서 비롯되었다는 믿음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차 시인은 하늘의 비밀을 품고 지상으로 내려와 여러 형상으로 변하며 고이거나 흐르는 물을 보며 우주의 질서를 깨닫고 상처를 치유받기도 한다. 그렇게 차 시인의 지향 의식은 물을 거쳐 천상의 빛에 이른다. 그런데 그 경배의 대상인 천상에 이르는 길은 물처럼 낮아져 이웃에 빛을 주며 겸손한 삶을 사는 것임을 보여 준다. 그리고 꽃은 그렇게 천상의 빛을 동경하고 경배하며 늘 낮은 자세로 살려는 차 시인의 삶을 상징한다. 아무튼 이 시집을 읽다 보면 천상을 우러르며 물에 귀를 기울이고 하늘의 비밀을 들으며 낮은 곳을 골라 꽃이 되려는 차 시인의 믿음과 삶에 감동을 받게 된다. 그리고 스스로를 돌아보며 어디에서 어떻게 살다가 어디로 돌아가야 할 것인가를 다시 생각하게 한다.
─ 김석환 교수 「해설」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