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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로콜리 평원의 혈투 [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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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 서평

    듀나, 상상력의 끝은 어디인가!
    우리가 상상할 수 없는 그곳에 우리와 닮은 누군가가 있다
    “다른 세계”에서 만나는 우리의 “미친 현실”

    “책을 펼치는 순간, 당신이 어디에 있든 바로 거기에서 다른 세계로 가는 틈새가 열리고, 그렇게 휩쓸려 들어간 다른 세계에서 뜻밖에도 당신은 여러 겹으로 기묘하게 겹쳐 보이는 낯익은 세계들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한층 더 진화된 듀나, 경계를 넘어서는 모험!!
    영화, 소설 등 다양한 장르에서 활발한 활동을 보이는 작가 듀나. 장르소설 독자들에게 듀나는 남다른 상징성이 있다. 한국에도 이만한 장르소설 작가가 있다는 한 가닥 자존심, 혹은 유니크한 자기 세계를 지닌 보기 드문 장르소설가. 그가 2007년 용의 이 이후 첫 단편집으로 찾아왔다.
    이 소설집 [브로콜리 평원의 혈투]는 듀나가 그동안 발표해온 단편에서부터 아직 미발표된 작품까지, 아주 짧은 단편에서부터 조금 긴 중편까지 골고루 선정한 13편의 소설 작품을 싣고 있다. 표제작으로 선정한 브로콜리 평원의 혈투나 안개 바다와 같이 최근 그가 구상하고 있는 우주 배경의 ‘링커바이러스’를 소재로 한 거대 이야기부터, 그동안 발표해온 듀나의 호러, 판타지적인 이야기까지 다양하게 담고 있다. 이 책은 듀나의 오랜 작품경향에서부터 현재 그가 만들어내는 문학적 세계들까지를 한 번에 볼 수 있는 책이 될 것이다.

    듀나가 열어 보이는 세계들, ‘다른 세계’에 투영된 ‘미친 현실’
    듀나의 소설은 단순한 공상과학(SF를 번역하면 공상과학이 된다) 소설이 아니다. 듀나가 열어 보이는 이질적이고 환상적인 ‘다른 세계’에서는 항상 우리의 문제들과 마주치게 된다. 인터넷 채팅을 소재로 한 A, B, C, D, E & F에서 A와 B가 만든 가상 인물들은 점차 막강한 실제성을 지니게 된다. 결국에는 자기 자신이 만들어낸 인물끼리 커플이 되고 마는 아이러니한 상황까지 이른다. 그 속에서 실재와 가상을 구분하는 일이 중요하지 않게 된 상황과 무한한 소통을 기대하지만 쉽게 나르시시즘에 빠지는 사이버 공간의 실상이 떠오르게 한다. 죽음과 세금에 축조된 사회에서도 지구의 모든 인구가 ‘불사신’이 된 상황에서 공정한 살인 임무를 수행하는 불사자들의 비밀 집단이 있다는 설정은 장르적인 상상력을 넘어서 우리 사회가 지금 당면한 노인인구 증가에 따른 정부의 부담과 과중한 세금 문제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브로콜리 평원의 혈투의 배경이 되는 외계 행성도 마찬가지이다. 군대 가기 싫어서 달아난 청수, 외계인에게 복음을 전파하러 간 선교사역단, 탈북인에 대한 적개심 등 우리 사회의 일면을 그대로 옮겨놓은 곳이다. [브로콜리 평원의 혈투]는 SF 장르에 잠재된 정치성이 어떤 식으로 발현될 수 있는지, 혹은 한국 SF의 정치성이 어디까지 나아가 있는지 인상적으로 예시하는 소설이 될 것이다.

    링커 바이러스, 그 어떤 시스템보다 거대하고 강력한 생태계의 이미지
    이 소설집에서 눈길을 끄는 또 하나는 ‘시스템’ 이미지다. 호텔, 소유권 등에서 보이는 막강한 시스템은 매트릭스적 신경망과 편집증적 감시체계를 넘어 자본주의 시스템의 상징으로까지 생각해볼 수 있다. 듀나는 오늘날 문학이 그려내는 데 점점 더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현실을 SF적 상상력을 통해 인상적으로 서사화하고 있다.
    그동안의 듀나의 소설에서는 이런 시스템의 이미지에 비관적인 분위기가 드리워져 있었다. 그러나 정원사에서 나타나는 ‘거대한 지렁이들’의 이미지는 자본주의 시스템을 무너뜨릴 것 같은 살아 있는 생태계의 이미지로 그려져 있다. 또 다른 작품 브로콜리 평원의 혈투와 안개바다에 등장하는 링커들의 광대한 네트워크에서도 그런 이미지들을 느낄 수 있다. 브로콜리 행성에서의 끔찍한 혈투가 끝난 ‘다음 세계’에서는 지난 시대의 역겨운 기억들은 모두 지워져버리는 것이다. 그 ‘다음 세상’의 이미지는 지금의 문제적 현실도 언젠간 종결되고 지나갈 것이라는 바람이 담긴 건 아닐까
    이 소설집 [브로콜리 평원의 혈투]를 통해 이제는 장르소설의 울타리를 넘어 듀나의 소설 그 자체를 개성 있고 매력적인 문학작품으로 읽을 때가 왔음을 보여준다. 장르문학과 주류문학의 경계가 급속히 해체되는 문학적 흐름 속에서 듀나는 장르의 경계를 넘나들며 현실문제를 빨아들이는 유연한 상상력으로 장르소설 자체에 내재한 문학적인 에너지를 확인시켜주고 있다.

    줄거리
    동전 마술 : 맞선녀는 을지로 지하도에서 동전이 사라지는 마술을 보여준다. 그녀는 그곳에서는 저녁 9시 50분부터 10시 4분 사이에 다른 세계로 가는 틈새가 열린다고 한다. 그는 그것을 믿지 않았지만, 어느 날 갑자기 그에게도 기적 같은 현상이 일어난다.
    물음표를 머리에 인 남자 : 7년째 연애 중인 남자친구 머리 위에 어느 날 갑자기 물음표가 보인다. 자신에게만 보이는 물음표의 비밀을 파헤치며 자신과 똑같은 현상을 보는 사람들을 만나기 시작한다.
    메리 고 라운드 :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온 옛 여자(정화), 그리고 지금 여자(은주) 그리고 나(현아). 세 사람의 시선에 비친 엇갈린 사랑의 진실은 무엇인가.
    A, B, C, D, E & F : 인터넷 가상공간에서 만난 A와 B. A는 B의 마음을 알아보려고 C를 만들고 B가 C에 관심을 갖자 C에게 D라는 남자친구를 만들어주는데. 익명의 공간에서 가상 인물들이 벌이는 사건의 결말은 어떻게 끝날 것인가.
    호텔 : A급 플레이어인 딸이 신참 D급 플레이어와 사랑에 빠져 은퇴를 선언했다. 시유에게는 이미 공식적인 관계가 있으며, 아버지는 성공할 마음이 없는 D급 플레이어를 용납할 수 없다. 과연, 플레이의 행방은 어떻게 될 것인가.
    죽음과 세금 : 채 박사의 죽음이 수상하다 그저 그런 보통 남자인 채승우는 증조부의 죽음을 추리해가고, 그런 그를 어떤 집단이 감시하고 있다. 과연 그는 진실을 밝힐 수 있을 것인가.
    소유권 : 여섯 살짜리 여자아이 모습의 구형 로봇을 상속받은 불법빈곤자. 그는 로봇을 스타로 키우겠다고 선언하는데. 뮤지컬에서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는 로봇과 매니저 노릇을 하는 불법빈곤자. 그들의 꿈은 이루어질 것인가.
    브로콜리 평원의 혈투 : 평화로워 보이는 브로콜리 평원. 그곳에서 남한의 청수와 북한의 진호가 만난다. 각자 다른 이유로 머나 먼 행성에 떨어졌지만, 그들은 결코 공존할 수 없다. 브로콜리 평원에는 긴장감이 돌기 시작한다.
    여우골 : 산을 넘다가 도적을 만난 남자. 그는 자신을 구해준 남자와 하룻밤을 낯선 집에서 묵어가게 된다. 그 집에 사는 노인과 며느리 그리고 사라진 남자와 수상한 마을. 그는 과연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인가.
    정원사: 피그미 떡갈나무의 줄기에 작은 기생식물이 달라붙어 있다. 모든 생명체를 통제하고 간섭하는 완벽한 J. D. 버널 호가 감지하지 못하는 식물. 어떻게 된 일일까 그 식물은 대체 어디에서 온 걸까
    성녀, 걷다 : K시에는 그냥 ‘성녀’라고 불리며, 시민들의 사랑을 받는 동상이 있다. 그것도 시청 광장 자전거 도로 한가운데에. 그 성녀가 지금 산책 중이라는데.
    안개 바다 : 링커바이러스에 의해 두 발로 걷고 말하는 개들이 한스카에 있다. 이방인인 나는 마마 케펠이 죽자 한스카를 떠나는데 조피 시장으로부터 자신의 돌연변이 딸을 데리고 가달라는 부탁을 받는다. 바다를 건너며, 안개 바다에 숨겨진 비밀을 목격하게 되는데.
    디북 : 불구가 된 현실 세계의 육체를 떠나 제3세계라는 가상 세계에서 생활하게 된 촉망받는 요리사 수린. 어느 날 핑커튼 장군의 행동이 이상해 유심히 살피기 시작하는데. 무슨 일이 일어나려고 하는 것인가.

    목차

    1. 동전 마술
    2. 물음표를 머리에 인 남자
    3. 메리 고 라운드
    4. A, B, C, D, E & F
    5. 호텔
    6. 죽음과 세금
    7. 소유권
    8. 브로콜리 평원의 혈투
    9. 여우골
    10. 정원사
    11. 성녀, 걷다
    12. 안개 바다
    13. 디북
    작가의 말
    해설 장르문학의 정치성은 어떻게 진화하는가(문학평론가 박진)

    본문중에서

    해성의 머리 위에 커다란 물음표가 떠 있었다.
    비유가 아니다. 정말로 50센티미터 정도 높이에 2센티미터 정도 두께의 검은 물음표가, 보이지 않는 실에 연결된 풍선처럼 해성의 머리 10센티미터 위에 떠 있었다. 처음엔 무슨 장난감인가 했다. 하지만 웃으면서 그의 머리 위로 손을 올리자 그녀의 손은 물음표를 통과하고 지나갔다. 해성은 어리둥절해했고 그건 로비에서 만난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였다. 정말로 그 물음표를 본 사람은 인경밖에 없었다.

    그는 버스 밖으로 나가 평원을 바라본다. 바깥 풍경만 본다면 그가 굶주리고 있다는 게 이해가 안 될 지경이다. 평원은 텔레토비 동산처럼 아름답다. 풀밭은 거의 관리 잘된 골프장 같고, 군데군데 서 있는 허리 높이의 나무에는 복숭아 비슷하게 생긴 열매가 주렁주렁 달렸다. 나무 주변에 피어난 버섯 비슷한 것들도 먹음직스럽게 생겼다.
    평원에서 가장 맛있어 보이는 건 청수가 ‘브로콜리’라는 이름을 붙인 동물이다. 초록색 털이 복슬복슬한 그 동그랗고 살찐 초식동물은 평원 어디에나 있다. 멍청하고 느린 동물이라 잡기도 쉽다. 밤만 되면 초록색 개처럼 생긴 육식동물이 서너 마리 몰려와 브로콜리를 한 마리씩 잡아가는데, 낮이 되면 사라진 게 전혀 눈에 뜨이지도 않고 남은 놈들도 사라진 동료들에 대해 관심 없기는 마찬가지다. 이곳은 사냥터보다는 채소밭처럼 보인다.
    그러나 청수는 그 어떤 것도 먹을 수 없다.

    개들이라고 했지만, 사실 한스카의 개들은 개보다는 의인화한 곰에 더 가까워 보인다. 말하는 직립 동물로 진화하는 동안 그들의 팔과 다리는 굵어졌고 몸과 얼굴은 동그랗고 짧아졌으며 꼬리는 거의 자취를 감추었다. 몸의 어떤 부분은 개도 인간도 곰도 닮지 않았다. 방사형 대칭으로 난 손가락도 그렇고 미키마우스 귀처럼 끝이 동그랗게 갈라진 혀도 그렇다. 사실 더 이상 그들을 개라고 불러야 할 이유도 없다. 이미 유전적으로 그들은 새로운 종이기 때문이다.
    (……)그녀는 뭔가 할 이야기가 있었다. 무언가 사적이고 은밀한. 내가 눈치가 빨랐다면 저녁식사 초대를 받았을 때부터 알아차렸을 것이다. 이미 정해진 일을 통보하는데, 굳이 이렇게 불필요한 예의를 차릴 필요가 있겠는가.
    “개인적으로 부탁할 것이 하나 있습니다.”
    조피 시장이 말했다.
    나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이미 다른 개들은 조용히 자리를 감추고 없었다. 어색했다. 나는 지금까지 한스카 개들과 단 둘이 방 안에 있었던 적이 없었다. 개들은 늘 두 마리 이상이었고 내 옆에도 마마 케펠이 있었다.
    “받아들이지 않으셔도 상관없습니다. 하지만 저에겐 중요한 일이고 도움을 주실 분이 필요합니다.”
    “무슨 일인가요”
    “제 딸 빌리를 함께 데리고 가주셨으면 합니다.”
    “남극에요”
    “아뇨. 바깥 세계로요. 우주로요.”

    우리를 둘러싼 정치, 사회, 문화적 상황을 끊임없이 환기시키는 듀나의 소설에서 우리는 장르소설 특유의 관점으로 현실을 포착하고 문제의 핵심을 찌르는 사유의 민첩한 움직임에 동참하게 된다. 그것은 참으로 장르적인 동시에 문학적인 경험이 아닐 수 없다. 바로 지금 듀나의 소설은 재현의 한계에 부딪힌 우리 시대와 우리 문학이 장르적 상상력을 통해 어떤 출구를 모색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인상적인 예로서도 중요한 의의를 지니고 있다.
    (/ 본문 중에서)

    저자소개

    생년월일 -
    출생지 -
    출간도서 36종
    판매수 3,903권

    1992년부터 영화 관련 글과 SF를 쓰고 있다. 쓴 책으로 장편소설 [민트의 세계], 소설집 [면세구역] [태평양 횡단 특급] [대리전] [용의 이] [브로콜리 평원의 혈투], 연작소설 [아직은 신이 아니야] [제저벨], 영화비평집 [스크린 앞에서 투덜대기], 에세이집 [가능한 꿈의 공간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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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진 [기타]
    생년월일 -
    출생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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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판매수 0권

    고려대 국문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현대소설을 전공했다. 1998년부터 문학평론을 쓰기 시작했고 최근에는 2000년대 소설의 징후와 지형도를 파악하는 평문들을 발표하고 있다. 대표 평론으로 달아나는 텍스트들 , 익명의 글쓰기 등이 있다. 지은 책으로는 [문학의 새로운 이해: 문학의 이동과 움직이는 좌표들](공저, 2004), [서사학과 텍스트 이론: 토도로프에서 데리다까지](2005), [장르와 탈장르의 네트워크들](2007)이 있다. 현재 숭실대 베어드학부대학 교수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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