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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틀넥 스웨터 : 홍명진 소설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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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 서평

    인간의 외로움과 소외감을 탁월한 시선으로 포착해내는 소설가 홍명진의 첫 소설집 [터틀넥 스웨터]가 출간되었다. 홍명진이 묶은 9편의 소설은 상처 받고 찢긴 채 부유하는 육신들을 ‘터틀넥 스웨터’처럼 따뜻하게 감싸 안는다. 소설에서 드러나는 삶의 비의성은 마치 다큐멘터리처럼 생생하다. 그러나 삶의 무게를 지나치게 과장하지는 않는다. 다만 그 고통을 외면하지 않고 응시한다. 그러면서 아파한다. 그리고 최대한 안으로 끌어안는다. 그래서 홍명진 소설 속 인물들의 아픔은 삶의 표면으로 솟구치는 게 아니라 삶의 안쪽으로 조용히 스며든다.

    상처 받고 찢긴 채 부유하는 온갖 육신들,
    그들을 따스하게 감싸 안는 ‘터틀넥 스웨터’처럼.......


    "그 집 담벼락에 손을 대자 온몸이 쓰라려왔다. 우둘투둘한 시멘트벽의 질감이 흡사 호렴 알갱이나 멍게 돌기처럼 몸속을 파고드는 듯한 쓰라림."
    홍명진이 묶은 9편의 소설 중 처음 소개되는 [아홉 번째 집]의 첫 문장은 이렇게 시작된다. 홍명진에게 집 혹은 방은 한 존재나 가족이 안전하게 머무를 수 있을 만큼 평온한 공간이 아니다. ‘시멘트벽의 질감’처럼 안타깝고 쓰라린 공간이다. 그것은 삶의 공간이자 몸의 공간인 집이 결코 생활의 휴식이나 안정을 보장해주지 않는 데 기인한다. ‘지금-여기’ 한국 사회에서 집 혹은 방은 부유하고 떠도는 삶의 일시적인 정거장 같은 곳이 되어버렸다. 그러므로 집 안에 깃들어야 할 몸과 삶 역시 상처 받고 찢긴 채 유랑하고 있다.
    홍명진의 소설에서 집에 대한 탐구는 집요하다. 그것이 굳이 탐구의 대상은 아니라 하더라도 홍명진이 파악한 현대 사회의 문제와 삶의 체험이 바로 그 지점에서 맞닥뜨리기 때문일 것이다.
    [아홉 번째 집]의 주인공 ‘윤희’는 아름답게 삶을 꾸려가던 아홉 번째 집에서마저 떠나고 말았다. 이주노동자를 채용한 가구공장을 힘겹게 운영하다가 결국 도산하여 집을 떠난 남편을 기다리면서 집의 열쇠 꾸러미를 놓지 않고 있을 뿐이다. [삼봉여인숙]의 ‘아내’는 생계를 위해 집을 떠나 삼봉여인숙에 기거하는 남편을 찾아가지만, 결국 체념한 채 돌아와야만 했다. 그리고 그 수많았을 삼봉여인숙이 그때의 삼봉여인숙이었는지 기억하지 못한다. [터틀넥 스웨터]의 주인공인 구루병에 걸린 뜨개방 여자 또한 가게에 세 들어 살고 있다. 이는 [즐거운 수선소]에서 시장 안 궁색한 곳을 빌려 옷 수선소를 운영하고 있는 작중 인물의 처지와 같다.
    홍명진의 ‘쓰라린 집’의 이미지는 이렇게 생계와 무관하지 않다. [2009, 서울 피에타]에서 이는 극명하게 드러난다. 이 작품은 2009년 벽두에 서울 한복판에서 저질러진 국가권력의 과잉 진압을 정면으로 다루고 있다. 용산 지역의 재개발 이익을 두고 국가권력이 개발이란 미명 아래 민주주의를 압살한 사건을 재현하고 있다. 작가는 뚜렷이 응시하고 있다.

    재개발조합에서 내놓은 보상금은 터무니없었다. 재개발 얘기가 나돌면서 주위의 땅값은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조합에서 내놓은 가격으로는 겨우 노점상밖엔 못할 형편이었다. 그들이 무슨 근거로 보상금을 책정했는지 그 속사정은 아무도 몰랐다. (중략) 지숙은 수몰된 고향을 떠나올 때를 생각했다. 살면서 지숙은 뿌리가 뽑힌다는 게 무엇인지를 알았다. 지숙은 이곳을 떠나고 싶지 않았다. 이곳에서마저 뿌리가 뽑힌다면 난민처럼 다시는 뿌리를 내릴 수 없을 것 같았다.
    [2009, 서울 피에타], 250쪽

    홍명진은[2009, 서울 피에타]에서 개발주의의 폭력적 상황과 그 모든 과정을 세밀히 재현하고 기억해낸다. 그때, 그곳에서 무슨 일이 어떻게 일어났는지, 작가의 순정한 언어를 통해 재현한다. 그리고 숱한 보도 매체에서 용산 참사를 보도했지만 자신의 언어로 그때, 그곳을 기억하려 한다. 고통을 응시하지 않고, 고통과 연루된 현실에 대한 성찰의 태도를 저버린 채 기획되는 미래는 한갓 신기루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2009, 서울 피에타]의 마지막 장면을 작가가 이와 같은 비극적 참상으로 끝내는 데에는 쉽게 그 고통을 잊어서는 안 된다는 작가의 서사적 진실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눈에 보이는 상처는 두렵지 않다.
    팔다리가 부러지거나 살갗이 찢어진 곳은
    붙이고 꿰매면 언제든 아무니까." ([즐거운 수선소] 중에서)

    그래서 홍명진의 소설 속 작중 인물들이 품고 있는 상처들은 사회경제적 원인에 기인한다. 그 상처의 대부분은 가난이다. 소설을 읽다 보면 가난한 자만이 파악할 수 있는 삶의 까끌까끌한 감촉들이 그의 소설 속에서 세세하게 느껴진다.
    소설가 현기영이 지적한 것처럼 "소설의 등장인물들은 비록 가난에 찌들어 있을지라도 싱싱한 본능과 가식 없는 삶의 활력을 그대로 가지고 있다." 가난하더라도 삶을 유지할 수밖에 없는 존재들, 그 지난하고 힘겨운 과정들이 가득 펼쳐진다. "동물적이라 할 정도의 본능적 생명력으로" 가난과 맞서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홍명진이 삶의 비의성을 애써 드러내는 것은 아니다. 소설에서 목도하는 삶 또한 요란스럽지 않다. 삶의 무게를 지나치게 과장하지도 않는다. 다만 삶의 고통을 외면하지 않고 응시한다. 그러면서 아파한다. 그리고 그 아픔을 최대한 안으로 끌어안는다. 그래서 조금만 눈여겨보지 않는다면, 그 고통과 아픔을 쉽게 지나칠 수 있다. 홍명진 소설 속 인물들의 아픔은 삶의 표면으로 솟구치는 게 아니라 삶의 안쪽으로 조용히 스며들고 있기 때문이다.
    이것과 관련하여, 홍명진의 소설에서 눈에 띄는 점은 남편의 부재이다. 무슨 이유 때문인지, 남편은 집에 정착하지 못하고 집을 떠나 있다. [즐거운 수선소]와 [삼봉여인숙]도 이 점에서는 크게 다르지 않다. 삶의 고통으로 끝내 자살한 남편을 둔 작중 인물은 어떻게 해서든지 삶을 살기 위해 시장 안에 궁색하게 위치한 곳을 빌려 옷 수선소를 운영하고([즐거운 수선소]), 틈만 나면 집을 떠나 있는 남편의 빈자리를 대신하여 억척스레 삶을 살아가며 고통스런 무게를 견딘다([삼봉여인숙]). [즐거운 수선소]와[삼봉여인숙]도[아홉 번째 집]처럼 모두 남편의 빈자리를 견디며 삶의 고통과 아픔을 품고 있다. 소설 속 아내들은 남편의 부재와 연관된 삶의 고통을 완강히 부정하고 회피하는 게 아니라 그것을 응시하면서 견디는 삶의 내공을 갖고 있다.
    [엄마의 요강], [터틀넥 스웨터], [바닷가 찻집], [바퀴의 집]에서 주목되는 인물은 각자의 방식으로 삶의 고통을 견딘다. 집안에 남자 없이 온갖 설움을 감내하며 딸들을 억척스레 키워낸 엄마는 세월의 흐름을 이길 수 없어 노추의 몸으로 삶의 고통을 견디고([엄마의 요강]), 구루병에 걸린 여자는 시장 구석에서 뜨개방을 운영하며 남 몰래 짝사랑의 연정을 품으면서 비루한 삶을 견디고([터틀넥 스웨터]), 존재 자체의 지리멸렬한 삶을 막연하면서도 강렬한 그리움의 형식을 통해 견디고([바닷가 찻집]), 이루 표현할 수 없는 어떤 근원적 슬픔을 간직한 삶을 견딘다([바퀴의 집]).
    그렇다. 홍명진의 소설 속 인물은 한결같이 삶의 고통에 진저리치며, 그 아픔을 조용히 감내하면서 고통을 견딘다. 그런데 여기서 간과할 수 없는 게 있다. 이 고통은 타자들과 좀처럼 공유할 수 없다는 점이다. 흔히들 말한다. 고통을 감당할 수 없을 때 타자와 나눠 가질 것을. 그러다 보면 고통의 무게는 줄어들어 고통을 견딜 수 있다고. 하지만 홍명진은 고집스러울 정도로 이 고통을 타자와 나눠 갖지 않는다. 주체가 근원적으로 해결할 수 없는 고통을 타자와 애써 함께 나눠 갖지 않는다. 홍명진에게 고통은 주체가 감당할 수 없을지라도 감당할 수 없는 극단의 고통, 그 지경에 가는 것을 통해 견디는 힘이 있다.

    작가 홍명진의 아홉 편의 소설을 읽는 것은 이처럼 고통을 정직하게 응시하고, 그 응시의 과정에서 삶에 대한 성찰의 넓이와 깊이를 다져나가는, 우리 시대의 서사적 윤리의 망루를 세우는 일이라 해도 손색이 없을 것이다.

    추천의 말

    가진 자는 가진 것을 세습화, 영속화하기 위해 갖은 술수를 구사하는 타락한 영혼이지만, 그러한 술수의 희생물인 못 가진 자는 비록 가난에 찌들어 있을지라도 싱싱한 본능과 가식 없는 삶의 활력을 그대로 가지고 있다. 홍명진 소설의 등장인물들은 바로 그러한 사람들로서 때로는 동물적이라 할 정도의 본능적 생명력으로 가난을 견뎌내고 있는 것이다.
    ―현기영 소설가

    홍명진의 소설은 물의 농도를 적절히 조절하면서 화폭의 빈 여백이 갖는 적요의 미의식을 자연스레 담아내는 과정에서 대상의 비의성이 절로 나타나는 수묵담채화와 매우 흡사하다. 그는 삶의 고통을 외면하지 않고 응시한다. 그러면서 아파한다. 그리고 그 아픔을 최대한 안으로 끌어안는다. 그래서 조금만 눈여겨보지 않는다면, 그 고통과 아픔을 쉽게 지나칠 수 있다. 홍명진 소설 속 인물들의 아픔은 삶의 표면으로 솟구치는 게 아니라 삶의 안쪽으로 조용히 스며들고 있기 때문이다.
    ―고명철 평론가

    목차

    작가의 말

    아홉 번째 집
    즐거운 수선소
    삼봉여인숙
    엄마의 요강
    터틀넥 스웨터
    바닷가 찻집
    먼동
    바퀴의 집
    2009, 서울 피에타

    해설│ 고명철 | 삶의 고통을 응시하는 서사적 윤리의 망루

    본문중에서

    오후는 오전보다 시간이 훨씬 빠르게 지나간다. 바쁘게 쳐내야 하는 일감에 묻혀 그럭저럭 별 생각 없이 지나갈 때가 많다. 하루하루가 그렇게 흘러간다. 머릿속에 든 생각이 복잡할수록 몸을 되게 놀리는 게 수다. 눈에 보이는 상처는 두렵지 않다. 팔다리가 부러지거나 살갗이 찢어진 곳은 붙이고 꿰매면 언제든 아무니까. 상처나 고통은 가슴속에 든 것이 가장 견디기 힘들고 무서운 것이다. 담보 잡힌 집을 날리고, 보증을 선 친구마저 남편을 배신하고 숨어 버렸을 때 남편의 칼날은 세상을 향해 있었다. 그러던 그의 분노는 어느 때부턴가는 자신을 향했고 그때부터 남편은 안으로 곪기 시작했다. 아니, 어쩌면 자신의 존재에 관심을 거둬버린 나를 향해 있었던 건지도 모른다. 나는 독하게도 울지 않았다. 이를 악물고 그가 내게 가한 최악의 폭력을 내 두 눈으로 똑똑히 바라보았다. 미쳐버릴 수도 없었던 가슴속의 불, 어쩌면 남편은 그 불덩이를 삼키지 못해 스스로를 죽여 버렸는지도 모른다.

    “스웨터 하나 도톰하니 짤 수 있나?”
    경망스러운 어린애 같던 주인남자의 목소리는 더없이 평범한 중년남자의 점잖은 목소리로 돌아와 있다. 이젠 스웨터를 벗고는 못 살겠네. 주인남자가 혼잣말로 중얼거린다. 양쪽 주머니가 축 늘어진 주인남자의 회색 스웨터는 벌써 몇 해나 입은 것처럼 후줄근해 보인다. 여자가 뭐라고 대꾸하려는데 전화벨이 울린다. 전화벨 소리에 주인남자의 눈이 여자의 도드라진 이마에 붙박인다. 그는 마치 눈으로 소리를 듣고 있는 귀머거리 같은 표정이다. 여자는 천천히 수화기를 든다. 안녕하세요, 전화번호가 찍혀 있어서 전화 드렸는데요. 잘못한 것이 있는 아이처럼 생수남자의 목소리엔 자신감이 없다. 물이 떨어져서요. 생수남자는 여자의 목소리를 알아채지 못한다. 아, 죄송합니다. 저는 생수 배달을 그만뒀습니다. 여자는 뜨개방인데요, 라는 말을 목젖까지 밀어 올렸다가 삼킨다. 대리점 전화번호를 가르쳐 드릴까요? 더듬거리는 생수남자의 목소리가 아득하게 들린다. 여자가 전화를 끊고 났을 때 주인남자는 가고 없다. 풍경이 흔들리는 소리도 듣지 못했는데 귀가 먹었던가. 유리문에 검은 콜타르가 엉긴 듯 밖은 농밀하게 들이찬 어둠뿐이다.
    (/ 본문 중에서)

    저자소개

    생년월일 1967~
    출생지 경상북도 영덕
    출간도서 0종
    판매수 0권

    1967년 경북 영덕에서 태어났다. 2001년에 전태일문학상을 받았지만 7년 동안 직장 생활을 하면서 습작의 시절을 다시 한 번 보냈다. 2008년 경인일보 신춘문예에 단편소설이 당선되면서 본격적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2012년에 제10회 사계절문학상과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아르코 창작기금, 백신애문학상을 받았고 2013년에는 우현예술상을 받았다. 지은 책으로 장편소설 [우주 비행]과 [숨비소리], 소설집 [터틀넥 스웨터]가 있으며 함께 쓴 책으로 [조용한 식탁]과 [벌레들] 등이 있다.

    언론사 추천 및 수상내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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