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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가를 불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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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식가들의 지친 혀를 달래는 담박소쇄한 맛의 소설

때론 알싸하고 때론 톡 쏘는 맛의 소설로 돌아온 한창훈



걸쭉하고 능청스런 입담과 구수한 사투리를 구사하는 작가 한창훈이 이번에는 10가지의 색다르고 다양한 맛을 지닌 소설집을 갖고 돌아왔다. 소외된 서민층의 삶을 해학으로 풀어내고, 변두리 서민들의 일상을 훈훈하게 그려내던 그는 이번 소설집에서는 더더욱 유쾌한 반란과 익살을 동시에 보여준다. 표제작 [청춘가를 불러요]와 2004년 이효석문학상 추천 우수작 [주유남해], 2002년 이상문학상 추천 우수작 [여인] 등을 포함한 10편의 소설들은 삶의 깊은 무게를 하나하나의 단편들 속에 다양한 방식으로 그려냈다. 기존의 이미지와 달리 여성적이고 서정적인 이미지와 함께 조금은 컬트적인 요소가 가미되었다. 가벼워 보이나 결코 가볍지 않고 경쾌한 삶의 모습을 다양한 인간 군상을 통해 세세하고 소소하게 펼쳐 보여준다. 때로는 황당하게 때로는 알싸하게 때로는 톡 쏘는 느낌처럼 그의 소설들은 바닥을 겪은 사람들만이 느낄 수 있는 삶의 깊이와 애환을 진솔하게 표현한다.
노년을 쓸쓸하게 보내고 있는 손여사와 이영감. 어느 날 우연히 포르노테이프를 함께 보게 된 그들은 거침없는 입담을 풀어놓는다. 쓸쓸하면서도 한편으로 웃지 않고는 배길 수 없는 유쾌함을 담은 [청춘가를 불러요]를 비롯하여, 산골로 요양을 와 있는 사내와 마당 옆 논 주인 부강댁이 티격태격하며 정을 쌓아가는 [꽃 피는 봄이 오면], 늘그막에 손자 둘을 보느라 생활하기 힘든, 그러나 결국은 애정 어린 사랑으로 서로를 감싸주는 주낙 어장 부부 이야기 [주유남해(舟流南海)]까지, 소설집에서는 나이듦에 대한 생각과 생활, 현 세태를 구석구석 날카롭게 꼬집으면서 풍자하고 있다.


18살 머리에 버짐이 필 때 옆집 친구의 오빠(선원)에게 몸을 내주고, 아이를 유산하고 또 그렇게 사랑을 배우고 떠났던 여인이 몇 십 년이 지난 후 친구의 장례식에 참석하기 위해 돌아오는 단편[여인]은 여성의 험난한 삶과 세월의 아픔이 물씬 풍기는 수작이다.
조포댁 포장마차에 어느 날 조용히 찾아와 남자들에게 몸을 주며 살아가던 봉네가 구멍동서들에게 봉변당하는 이야기 [이제 그곳에는 봉네가 없다], 시장 구석에 복국 식당을 열고 단골 손님의 수작에 말려들 뻔하다가 우연히 러시아무용수를 구해준 남해댁의 사연을 담은[복국 끓이는 여자], 아버지의 장례식 날 세 딸이 나란히 절을 하다 방귀를 끼자 그동안 불편했던 감정들과 관계들이 일시에 해소되고 웃음 속에 무사히 상을 치르는 유쾌한 이야기 [깊고 푸른 강], 섬에 카드가 유행되더니 어느 날 섬 여자들이 모두 육지로 떠나고 반대로 섬 남자들은 돈을 들여 늙은 여자를 사오게 되는 분위기를 그린 [해는 뜨고 해는 지고]등은 자신의 의지와 달리 거대한 물결로 밀려오는 삶의 변화와 그 속에서의 고독과 외로움, 헛헛함을 절실하게 그리고 있다.
옆집에 사는 소설가와 작은 창을 통해 이야기하면서 자신의 포기하지 못한 사랑의 이야기를 풀어가는 [바위 끝 새]와 신춘문예 소설을 준비하는 소설지망생의 눈에 비친 어느 막노동꾼의 영원한 사랑 이야기 [그 사랑]에서는 소설가라는 자신의 직업에서 오는 고통과 고뇌를 글로 표현하면서 소설을 이끌어가기도 한다.

목차

바위 끝 새

이제 그곳에는 봉네가 없다

주유남해(舟流南海)

여인

깊고 푸른 강

해는 뜨고 해는 지고

복국 끓이는 여자

그 사랑

청춘가를 불러요

꽃 피는 봄이 오면



작가의 말

본문중에서

제가 그 사람을 못 잊어하고 심지어는 닮았다는 이유 하나 때문에 충동적으로 간병했던 게 무엇인가를 생각했어요. 아, 이유는 단 하나였어요. 정상적으로 헤어지지를 못했던 것이죠. 그만 안녕. 이제 그만 만나. 이렇게 이별을 했더라면 훨씬 일찍 마음을 정리했을 거예요. 제가 그 사람에게 지금껏 잡혀 있었던 이유가 그것이더군요. 단 한 번만 그 사람이 찾아와서 스무하루 동안 있었던 일은 잊자고 말했어도 전 고개를 끄덕거렸을 거예요. 그 사람은 시작이 없었으니 끝도 없는 것이겠지만 전 시작을 했었거든요. 그래서 끝이 필요했어요. 끝이. 그래야 그 다음 시작을 할 거 아니겠어요.
(/'바위 끝 새' 중에서)



물론 그렇게 할 수도 있다. 그냥 여자라고 할 수도 있고 말없이 검지로 머리통 옆에 동그라미 하나 그려낼 수도 있다. 혀를 찰 수도 있고 흐뭇하게 웃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어떤 것으로도 그를 확연하게 가리킬 수는 없었다. 문제는 그가 누구인지, 어디에서 왔는지, 무엇을 하던 사람인지, 하천 주변에 살고 있는 이들도 잘 모르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달리 말하면 그들은 모두 봉네를 잘 알고 있다. 이름만 듣고도 바로 누구인지 알고 길 가다가 언뜻 스쳐도, 도대체 배달 외에는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는, 하여 인건비 싼 맛에 두고 쓴다는 얼음가게 조수 손군까지도 금방 알아차릴 수 있다. 그러니까 봉네는 사람들이 잘 안다고 해도 말이 되고 통 모르는 사람이라고 해도 말이 되는 그런 이였다.
(/'이제 그곳에는 봉네가 없다' 중에서)



"여자가 남자를 안다는 게 늘 그런 과정을 겪더군요. 세상을 알기도 전에 여자는 남자를, 남자는 여자를 알게 되고 그러다가 이별을 하고. 특히 항구란 만나고 헤어지는 게 늘 되풀이되는 곳이죠. 사내는 바다로 가고 여자는 도시로 가서 또다시 외로워지고." -
(/'여인' 중에서)

저자소개

생년월일 1963~
출생지 전남 여수 거문도
출간도서 33종
판매수 8,187권

1963년 여수 출생. 소설집 『가던 새 본다』 『세상의 끝으로 간 사람』 『청춘가를 불러요』 『나는 여기가 좋다』 『그 남자의 연애사』 『행복이라는 말이 없는 나라』, 장편소설 『홍합』 『섬, 나는 세상 끝을 산다』 『꽃의 나라』 『순정』 『네가 이 별을 떠날 때』, 산문집 『내 밥상위의 자산어보』 『내 술상위의 자산어보』 『한창훈의 나는 왜 쓰는가』 『공부는 이쯤에서 마치는 거로 한다』, 어린이 책 『검은섬의 전설』 『제주선비 구사일생 표류기』 등이 있다. 1998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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