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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전문화론 : 1945년 이후 일본의 영화와 문학은 냉전을 어떻게 기억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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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 서평

    망각의 속도의 맞서는 성찰의 기획
    "냉전, 동아시아 국민국가 시스템의 '고향'을 생각한다"


    동아시아의 냉전체제를 확정한 사건이었던 한국전쟁은 미국에서는 보통 '잊혀진 전쟁(forgotten war)'이라 불린다. 지구상에서 북한의 핵 실험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국가 중 하나인 일본에서조차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오늘을 살아가는 일본인들에게 한국전쟁이란 동아시아의 몇몇 이웃 나라들이 겪은 사건, 냉전은 그나마도 세계화(globalization)의 거대한 해일 앞에서 어느새 빛이 바랜 시사용어일 뿐이다. 그러나 비판적 문화연구자인 마루카와 데쓰시(丸川哲史)에 의하면, 일본을 포함한 동아시아 국민국가들의 기원이라는 의미에서 냉전은 부인할 수 없는 '현재적 고향'이다. 그렇다면 일본인들에게 냉전이라는 역사적 시간대의 입구도, 출구도 이처럼 모호해진 이유는 무엇일까. 실제로는 동아시아 냉전의 한복판을 살고 있었으면서도, 그것을 의식하지 않았거나 못했던 일은 또한 어떻게 가능했을까. 이 책은 이러한 질문들에서 출발한다. 그리고 이 질문들에 답하기 위해 1945년 이후 일본의 영화와 문학이 한국전쟁과 동아시아의 냉전을 어떻게 기억하고, 또한 망각하고 있는지 이야기한다. 비판적 시각을 가진 일본책들이 주로 동아시아 국가들과의 관계와 관련하여 식민(지)의 역사, 문화에 집중하고 있다면, 이 책은 전전의 일본 역사를 의식하면서도 이를 전후와 냉전이라는 현재적 경험에 본격적으로 연관시키려는 드문 시도이다.
    우리에게 흥미로운 것은 한국전쟁이 이 책에서 차지하는 질적인 중량감 때문이다. 이 전쟁이 공식적으로는 여전히 휴전상태라는 데서 단적으로 드러나듯, 북한의 향후 정치ㆍ군사적 행보는 한반도는 물론 동아시아 전역의 '현재' 혹은 '미래' 진행형 아젠다일 수밖에 없다. 이 불안정성의 근간이 되는 것은 바로 현재 동아시아의 모든 국가들이 다름 아닌 동아시아 냉전에 의해 만들어진 냉전국가군 시스템이라는 사실에 연유하기 때문이다.

    한국전쟁, 동아시아의 지평에서 '냉전, 열전'을 바라보다

    한국전쟁이 전후 양대 세력인 미국과 소련뿐만 아니라 동아시아라는 광역 단위에서 벌어진 전쟁이었다는 점을 실감나게 전달하기 위해 저자는 하나의 에피소드로부터 시작한다. 타이완의 '구로사와'라 불리우는 왕통 감독의 작품 [홍시]에는 저우푸순(周福順)이라는 병사의 에피소드가 잠깐 등장한다. 저우(周)는 원래 국공내전의 과정에서 타이완으로 후퇴하는 배를 놓쳐 그대로 내전의 최종 단계에 투입된 병사였다. 국민당의 패배로 공산당 측의 포로가 되어 그만 대륙에 남겨진 그의 이야기는 그러나 여기서 완결되지 않는다. 저우(周)는 한국전쟁이 시작되자 이번에는 공산당 측의 인민의용군에 편입되어 한반도에서 남측과 싸우게 된다. 거기서 그는 다시 미국의 포로가 된다. 영화는 어딘가 손상된 듯하면서도 기묘하게 수다스러운 저우라는 인물의 표정과 시선을, 그리고 미군에게 타이완행을 호소하기 위해 그가 직접 가슴에 새긴 타이완 국기를 가만히 비출 뿐이다. 저우의 예가 이처럼 웅변하듯, 한국전쟁은 결코 한반도 내부에 한정된 전쟁이 아니라 동아시아라는 광역의 공간에서 치러진 전쟁이었다. 그리고 이렇게 한국전쟁에서 미군의 포로가 되어 1954년 한반도에서 타이완으로 보내진 사람의 수는 7,000명 이상이나 되었다. 그러나 그런 존재가 영화 속에 정착되는 데만 실로 50년 가까이나 걸린 셈이다.
    한국전쟁과 냉전을 동아시아의 지평에서 바라본다는 것은 저자와 같은 일본 출신 학자에게는, 무엇보다 냉전체제 안에서 일본이 차지한 특권적 위치를 반성적으로 돌이켜보는 데서 시작된다. 실제로 한국과 타이완, 필리핀 등의 반공제국(反共諸國) 연합을 배경으로 한 전후 일본 자본주의의 부활은 이전 대동아공영권의 공간에서 성립된 바 있는 지배적 분업체제의 양상을 반복하는 것이었다. 그리하여 최대의 기적-즉 한국전쟁이라는 악몽에 의해 군수경기(국제 군사케인스주의)가 거듭 살아나는-이 일어나게 된다. 저자에 의하면, 패전국 일본이 미국의 승인 아래 전후 '부흥'에서 '독립'으로 향하게 되는 그 내셔널 히스토리는 아시아의 악몽에 다름 아니었다.

    전후 금기가 되어버린 단어 '아시아', 그리고 다케우치 요시미

    제국의 기억을 하루 빨리 망각하고 일국적 경제 발전에만 매진하고자 했던 패전 직후 일본 사회에서 아시아는 과거를 상기시키는, 일종의 터부가 된 단어였다. 더욱이 일본이 아시아를 그토록 편리하게 잊을 수 있도록 결정적 알리바이를 제공한 것은 냉전체제로 새롭게 발생한 미소(美蘇) 발신의 적대관계였다. 이 새로운 의사(擬似) 적대관계 아래서, 일본이 과거 아시아와의 실제적인 적대성을 은폐하는 것이 가능하게 된다. 심지어 과거의 적대성을 망각하고 스스로를 피해자로 상상하는 일조차 가능하게 된다. 실제로, 2차 대전 후 시베리아의 일본 포로들이 자신들을 전쟁 포로가 아닌 '억류자'로 인식할 수 있었던 것도 이처럼 절묘한 역사의 타이밍에 개입한 냉전 구조의 작용 때문이었다.
    저자는 바로 이 지점에서 중국문학 연구자인 다케우치 요시미(竹內好)의 사유와 실천으로 되돌아갈 것을 요청한다. 한국의 학계에도 이미 널리 알려져 있다시피, 다케우치 요시미는 일본의 전후 사상사에서 비판과 열광을 한 몸에 떠안고 있는 인물이다. 전후 일본 사회에서, 다케우치는 과거 전전의 일본이 열렬히 제창했던 아시아라는 단위-그것이 침략의 명분에 불과한 것으로 끝났다 할지라도-의 가치와 가능성을 여전히 주장한 바 있다. 전전 침략주의와 결부될 수 있는 위험성을 의식하면서도 아시아라는 틀을 결코 폐기하지 않았던 다케우치의 존재는 '냉전(전후) 아시아'를 논의하기 위한 저자의 이론적 출발점인 셈이다. 다케우치가 경제 논리에 떠밀려 이루어진 중일국교정상화(1971)를 결코 환영하지 않고, 오히려 과거 적대성의 기원으로 끊임없이 돌아가 이를 기억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도 바로 이러한 맥락에서이다.

    망각의 속도에 저항하라, 일본의 '전후'를 '한국전쟁 후'로 대체하는 것
    "한국전쟁은 일본의 주류 문화에서 그저 1950년대 일본 사회의 무대 배경 혹은 풍속의 일부로만 기억되어 왔다"


    다케우치의 문제의식을 이어 받는 가운데 저자가 이 책에서 주력한 것은 크게 두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는 일상을 살아가는 현대 일본인들의 의식 속에 이제 그저 '센고(戰後)'로 기억되는 이 시기의 풍경이 그렇게나 자명하고 자연스럽게 자리잡을 수 있도록 추동한 유력한 문화적 장치들을 분석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이는 냉전을 둘러싸고 (무)의식적으로 작동했던 당대 일본의 다양한 문화적 기제들(문학과 영화, 지식인들의 담론 등)을 분석하는 일이다. 이 기획 속에서라면 전후 민주주의를 대표했던 사상가이자 정치학자인 마루야마 마사오(丸山眞男), 전후 일본 문학의 실세이자 대표적 평론가였던 요시모토 다카아키(吉本隆明), 일본 영화의 거장인 구로자와 아키라(?澤明) 등 일본 전후 문화계의 지도적 인물들 역시 논쟁적인 위상으로 전환된다.
    요컨대, 저자에 의하면 한국전쟁은 당시 일본의 주류 문화에서 그저 1950년대 일본 사회의 무대 배경 혹은 풍속의 일부로만 기억되고 소비되어 왔다. 그리고 그나마도 재빠르게 잊혀져 방대한 아카이브의 한 편에 죽은 기록으로 보관되려 하는 중이다. 이 두려운 망각의 속도에 맞서서 저자는 이렇게 힘주어 강조한다. "결국 바로 지금, 한국전쟁의 기억을 되찾는 것뿐만 아니라 한국전쟁 이후의 시간성을 우리가 살고 있다는 자각, 소위 일본의 '전후'를 '한국전쟁 후'로 대체하는 작업이 요청"되는 것이라고.

    동아시아의 흔적들, 그리고 비주류적 계보들을 발굴하다
    "그래도 누군가는 이 식민지 전쟁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하지 않을까"


    한편, 저자의 두 번째 작업은 첫 번째 작업과는 상반된 벡터를 가진다. 저자가 이 책을 통해 새롭게 밝히고 싶어 했던 또 한 가지는 동아시아의 이웃들이 고스란히 겪어내야 했던 냉전의 폭력들이 어떤 식으로든 일본의 문화 생산물과 상호 파장을 일으켜 평화로운 '센고(戰後)'의 풍경에 의미심장한 균열을 가했던 순간들이다. 어찌 보면, 이 '비주류적' 계보들을 발굴하는 것이 이 책의 진정한 야심이기도 하다.
    저자는 이제 냉전 하에 성립된 '의사(擬似)' 적대성을 회의하거나 의심했던 전후 텍스트들의 계보를 작성해나간다. 비유컨대, 이들 텍스트는 전전(戰前)의 과거 역사를 무(無)로 돌린 채 아시아에 대한 망각으로부터 새 출발한 전후 궤도의 중간에서 저도 모르게 이탈한 케이스들, 혹은 처음부터 승차 자체를 거부한 드문 시도들이다. 저자에 의하면, 예컨대 이시하라 요시로우(石原吉朗)와 같은 시인은 혹독한 시베리아 포로 체험을 겪고도 남들처럼 열렬한 반(反)스탈린주의자가 될 수 없었던 경우이다. 그가 포로의 신분으로 지내는 와중에도 떨쳐버리지 못했던 생각은 그래도 누군가는 이 식민지 전쟁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하지 않을까, 하는 문제였다.
    저자에 따르면, 이시하라는 일본으로 귀환한 이후에도 휘황하게 발전해가는 전후 일본 사회를 타향처럼 낯설어 한 시인으로 기억된다. 그가 남긴 텍스트에는 실제로 전후 일본이 선택한 길이 과연 옳은 것인지, 쉽게 해소되기 어려웠던 그만의 주저와 의혹이 생생하게 각인되어 있다. 저자가 발굴해 낸 이러한 종류의 텍스트들은 결국 전후 일본 사회의 주류 담론에 거리를 두려는 개개인들의 안간힘 혹은 외로운 버텨냄의 산물이었고, 바로 그 점에서 저자가 작성한 이 계보는 흥미롭고 감동적이다. 60년대 일본 전위 영화의 기수였던 스즈키 세이쥰(鈴木淸順)을 비롯, 구로다 기오(黑田喜夫), 다니가와 간(谷川雁), 오키나와 문제를 다룬 오오시로 다츠시로(大城立裕) 등 한국 독자들에게는 다소 생소한 일본 전후 작가들이 이 계보에 계속 추가된다.

    스스로를 피해자로 생각하기 시작할 때 역사는 타락한다

    저자는 현재 일본 미디어에서 나타나는 '북한 때리기'의 수준을 몹시 우려한다. 일본 사회의 북한 혐오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은 2002년 9월 17일 고이즈미 수상이 북한을 방문했을 때 소위 일본인 '납치'가 사실로 밝혀지면서부터이다. 현재 일본의 각종 미디어에서는 일본 국민들의 격렬한 반응(내셔널리즘)이 경쟁적으로 보도되고 있는 중이다. 물론 2000년대부터 시작된 이 새로운 감정 정치 싸이클론의 내부에, 중국(대륙)의 눈부신 경제 성장에 의해 촉발된 중국위협론을 포함시킬 수도 있을 것이다. 최근 중국과의 국경 분쟁으로 일본에서 반중(反中)감정이 고조되고 있는 것도 이러한 현상의 일환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이러한 아시아 인접국들에 대해 발양된 일본의 내셔널리즘의 질(質), 혹은 그 감정의 성분을 어떻게 분석해야 할까. 지식인은 거기에 무엇을 제시해야만 하는 것일까. 이 지점에서 저자는 다시 다케우치 요시미에게로 돌아갈 것을 제안한다. 1971년 다케우치 요시미와 쓰루미 슌스케(鶴見俊輔)의 사이에서 이루어진 대담 ?진짜 피해자는 누구인가 本の被害者は誰なのか에서 다루어졌던 것은 660만 명으로 추정되는 일본인 귀향자들의 기억이다. 이 기억이 소중한 유산이라는 사실을 확인하면서도 이 대담은 그것이 감미로운 추억으로 끝나버릴지도 모르는 위기감을 공유하고 있다.
    일본인이 대외로 확장해갔던 이면에는 조선인(중국인)의 전시 동원(및 강제 연행)이 진행되었으며, 또한 일본인의 귀환과 동시에 조선인(중국인)의 귀환이 있었다는 점, 게다가 격렬한 내전으로 돌입하게 되면서 그들의 귀환이 중지되었던 저간의 사정 등이 대담 속에서 성찰되고 있다. 다시 말해, 그 대담은 자신들의 고난 이야기의 이면에서 스스로 인과율을 형성하는 또 하나의 이야기가 동시에 병행하여 진행되고 있다는 식의 예감이었다.
    이러한 착상은 지리학에서 말하는 안티 포티즈(대척점 對蹠點, 지구의 반대 측을 뜻한다.)에서 얻을 수 있었던 것인데, 자신들의 이야기가 대척 지점을 향해 투영되지 않는다면 역사는 타락을 맞이하게 될 것이라고 두 사람은 마무리를 짓고 있다. 저자는 자기연민의 역사가 되풀이되는 것을 저지하기 위해서라도 대척점으로서의 아시아를 끊임없이 반추할 것을 제안한다.

    불가능한 '고향'으로 되돌아가기

    다시 한 번 [홍시]의 저우푸순의 이야기로 돌아가보자. 영화에서는 영상화되지 않았던, 그의 손상된 표정 내부에 비춰지고 있는 것은 실제 전장(戰場)이 되었던 자신의 고향 중국 대륙의 풍경이거나, 혹은 한반도에서 경험한 고통스러웠던 전투의 기억, 아울러 한반도에서 타이완으로 이송될 때 배 위에서 바라보던 바다였을 것이다. 그 광경들은 모두 냉전에 속해 있는 것이며, 그가 자신의 삶을 마치려고 했던 타이완조차 냉전질서에 속해 있는 장소인 셈이었다. 관점을 바꾸어 말하면, 저우와 같은 존재를 만들어낸 냉전이 바로 그의 고향 자체가 되어버렸다고도 할 수 있다. 물론 이때의 '고향'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방식은 어쩌면 잘못된 것일 수 있다. 그런 사람들에게, 예를 들어 일본의 재일조선인, 한국인과 같은 사람들에게 냉전이 그들의 '고향'이라고 말한다면, 그것은 그저 말장난에 다름 아닐 것이다. 그렇지만 이렇게 '고향'이라는 말을 사용하는 방식은 일본인들에게는 역설적으로 꼭 들어맞는다는 것도 사실이다.
    일본의 '독립'은 1951년 샌프란시스코 강화 조약으로 달성되었다. 이 책에서 몇 번이고 언급하고 있지만, 그 강화 회의에 중국(타이완)과 한반도의 대표자는 초청되지 않았다. 또한 오키나와는 그 '독립'의 프로세스 바깥에 놓여 있었다. 그야말로 냉전체제는 일본의 '독립'과 불가분의 관계이며, 전후 일본 국가체제의 '고향'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냉전문화론]을, 전후 일본의 '고향'으로 냉전을 새롭게 기억하는 기획이라고 이해해도 좋다. 돌아가고 싶지 않은 장소인 동시에, 여전히 그 질서의 내부에 감싸여 있다는 의미에서 냉전은 불가능한 '고향'이라고도 할 수 있다. 일본인은 그 '고향'으로부터 한 발자국도 나가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그 불가능한 '고향'을 다시 상기하려고 한다면, 그것이야말로 '고향'으로부터의 이탈을 시작할 수 있는 첫걸음이 되지 않을까. 냉전이라는 '고향'으로 돌아가는 것은 바로 그 '고향'을 허물어뜨리는 것이다.

    목차

    한국어판 서문 역사를 반성하는 주체의 구도(構圖)
    서문 냉전, 동아시아 국민국가 시스템의 '고향'을 생각한다
    옮긴이 서문 동아시아의 지평에서 '냉전/열전'을 바라보다

    1장 다케우치 요시미와 '적대'사상

    전제 1 일본의 '독립'?
    전제 2 국민문학?
    '적대'의 사고
    결단의 실패를 참고 견디는 일

    2장 그 전쟁, 이 전쟁

    전쟁과 '현실'의 생산
    '바다'라는 메타포
    '육지'의 침식
    중국혁명의 글로벌화
    '기아'의 리얼리즘

    3장 육체의 자장

    냉전의 포지션, 혹은 '육체'의 과오
    60년대의 잠재적 방향 : 스즈키 세이준의 양의성
    전후와 '타락한 여인'
    동아시아 냉전에서의 '육체'의 행방

    4장 회귀하는 아시아, 여백의 아시아

    '아시아' 회귀?
    60년대 혹은 다케우치 요시미
    냉전, 기억, 고도성장
    냉전, 노스탤지어, 신식민주의
    '일본의 장소'란 무엇인가?

    5장 한국전쟁이라는 겁화

    한국전쟁에 대한 대응
    한국전쟁을 둘러싼 투쟁
    한국전쟁과 '일본'
    두 개의 공간
    두 개의 시간

    6장 불타는 오키나와

    '류큐제도'의 일체성
    미국과 오키나와
    아시아와 오키나와
    위기에 처한 현재

    7장 포로/귀환의 자장

    부두의 어머니
    전후의 '이야기'
    '억류자'의 '이야기'와 반(反)스탈린주의
    종교적으로 체험된 '억류'

    8장 대척공간으로서의 아시아

    전쟁중의 에너지, 혹은 50년대
    한국전쟁하의 서클운동
    55년이라는 분수령
    토지와 인간의 자유
    방법으로서의 '고향'

    참고문헌
    저자 후기
    냉전기 연표(1945-1975)
    찾아보기

    본문중에서

    타이완 작가 천잉전(陳映)이 타이완에서 7년간의 옥중생활을 하고 도쿄를 방문했을 때 일이다. 당시 야마테선(山手)을 탄 그를 깜짝 놀라게 했던 것은 요요기(代木)역 부근에 설치되어 있던 일본공산당의 거대한 간판이었다. 냉전 하 동아시아에서 공공연하게 공산당의 간판이 내걸려 있다는 사실이 타이완이나 한국 출신의 지식인들에게는 실로 경악할 만한 광경이었던 듯하다. 입장을 바꾸어 일본 지식인의 입장을 동아시아라는 광역의 차원에 놓아 본다면, 냉전구조 안에 깊숙이 자리잡은 채 살아왔다는 사실은 그만큼 냉전구조를 망각했다는 것이고, 냉전구조에 의해 깊은 상처를 짊어지게 된 사람들의 고통으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었다는 것을 뜻한다.
    (/ p.41)

    냉전질서 하에서 냉전 이전 제국 일본의 역사뿐만 아니라 '냉전' 바로 그것조차 노스탤지어로서 취급한다는 것은, 냉전체제를 구동하고 있으면서도 그것을 계속 부인해온 '일본'의 입장이 갖는 확신범(確信犯)적 성격을 상징한다. 단순화를 무릅쓰고 말하자면, 일본의 냉전체제란 일본이 '아시아'와 다시 만나지 않고 넘어가기 위한 일종의 '거울'과도 같은 장치였다. 그리하여 그것은 2002년 9월 17일 북일 수뇌회담 이래 더욱 활기를 띠어갔던 북?일교섭조차 물거품으로 만들어버리려는 히스테리컬한 미디어의 태도로도 이어지는 문제였다. 물론 북일교섭은 고이즈미 정권이 계획한 정치쇼 그 자체이기도 했다. 돌이켜보건대, 70년대까지 냉전 하 한반도와 중국(타이완) 등지에서는 정치권력에 의한 '납치' 등이 일상적인 것이었다고 할 수 있다. 일본만이 특권적으로 그러한 냉전의 적대관계로부터 벗어나 있는 것 같은 착각이야말로, 일본에서의 '냉전' 효과 그 자체였다고 할 수 있다. 더욱이 현재의 일본인은 50년대 초반에 있었던 무장공산당의 활동에 대한 기억이라든지 혹은 70년대 전반에 집중되었던 좌익 각 당파에 의한 '내부 실력 투쟁'과 같은 '폭력'에 관련된 현상들이 냉전 상황으로 인해 일본에 굴절되고 비틀린 형태로 파급된 것이었다는 사실을 망각하고 있다.
    (/ p.167)

    저자소개

    마루카와 데쓰시 [저] 신작알림 SMS신청 작가DB보기
    생년월일 1963~
    출생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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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63년생. 히토쓰바시대학(一橋大學) 언어사회연구과에서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전공은 일본문학평론, 대만문화연구, 동아시아 문화지정학이다. 현재 메이지대학(明治大學) 정치경제학부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리저널리즘](백지운·윤여일 옮김, 그린비 2008)으로 국내에 소개된 바 있으며, 일국 중심의 국민국가체제를 상대화하는 전략적 거점으로 동아시아라는 사고틀의 필요성을 일관되게 제기해왔다. 또한 최근에는 개방 이후 중국사회에 대한 포괄적인 연구서 [개혁개방 이후의 중국(ポスト‘改革開放’の中)](作品社 2010)을 펴내기도 했다. 이처럼 열정적인 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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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세대학교 국문과 대학원에서 [상상된 아메리카와 1950년대 한국문학의 자기표상](2008)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일본 구마모토 가쿠엔 대학교 동아시아학과에서 한국어 특임교원으로 일했으며, 미국 시카고 대학교 동아시아 언어문명과의 방문연구원을 지냈다. 현재는 인하대학교 한국학연구소의 HK 연구교수로 재직 중이다.
    박사 논문 이후에는 한국 사회의 집단적 냉전 문화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에 관한 논문들을 써왔다. 해방 직후 한국의 지성사나 문화사적 풍경을 꼼꼼하게 묘사한 책을 쓰고 싶은 바람을 갖고 있다. 문화 연구Cultural Studies와 일국적 입장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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