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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구정 소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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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 : 이재익
  • 출판사 : 황소북스
  • 발행 : 2010년 12월 01일
  • 쪽수 : 344
  • ISBN : 97889963287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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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소개

    압구정동을 배경으로 한 충격적인 성장담

    ‘글쓰는 PD’ 이재익이 여섯 번째 소설을 출간했다. SBS파워FM라디오 ‘두시탈출 컬투쇼’의 연출을 맡으며 연예계의 정중앙에서 일하고 있는 그가 연예계의 어둡고 추악한 면에 돋보기를 들이댔다. 유명 여배우의 자살을 시작으로 그녀의 타살 의혹, 조폭과의 결탁, 대형 엔터테인먼트 기업의 비리 등 화려하게만 보이는 연예계의 이면을 손에 잡힐 듯 그렸다. 다른 한 축에서는 1990년대 초반 부유한 압구정동에서 청소년기를 보내고 엘리트 코스를 밟아 사회의 특권층이 된 ‘강남 키드’들의 성장통을 세밀하게 다루고 있다. 연예계에서 실제 일어났던 일들이 허구의 스토리와 교묘하게 엮이며 긴장감을 더한다.

    출판사 서평

    “쇼는 계속되어야 해.
    가슴이 찢어지고 분장이 지워져도 내 미소는 남아 있을 거야.
    나는 주인공이 될 거야. 나는 찬사를 받을 거야.
    쇼는 계속되어야 해.”


    압구정고 동창생들의 엇갈린 사랑과 야망을 다룬 반자전적인 소설
    유명 여배우의 자살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인간의 욕망과 충격적인 반전

    베스트셀러 [카시오페아 공주]로 다양한 장르에서 범우주적인 상상력을 선보였던 이재익 작가의 다섯 번째 장편소설. [미스터 문라이트] 이후 3년 만에 발표된 이 작품은 저자의 모교이기도 한 압구정 고등학교 동창생들의 엇갈린 사랑과 야망을 그린 반자전적 소설이다.
    서연희라는 유명 여배우의 자살로 시작되는 이 소설은 대한민국 부촌(富村)의 상징인 압구정동을 배경으로 인간의 뒤틀린 욕망과 구원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 과거와 현재라는 두 축이 맞물려 교차 편집되며 전개되는 스피디한 스토리는 재미와 스릴을 마음껏 느끼게 한다.
    네 명으로 결성된 스쿨 밴드 ‘압구정 소년들’을 통해 90년대 강남 키드들의 성장통을 작가 특유의 템포 빠른 문장으로 풀어낸 성장소설이 한 축이라면, 대형 엔터테인먼트 그룹의 CEO가 된 박대웅, 기자로서의 삶을 선택한 현우주, 유명 여배우이자 박대웅의 부인인 서연희 등 세 사람의 현재와 과거를 통해 그려지는 미스터리 스릴러가 나머지 한 축이다.
    독자들의 취향과 입맛에 맞게 성장소설 혹은 연애소설 아니면 미스터리 스릴러물로 읽힐 수 있는 다양성이야말로 이 소설이 가지고 있는 가장 큰 매력이 아닐까 싶다. 왜 이재익에게 ‘페이지터너’라는 별명이 붙었는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대중성과 예술성을 겸비한 작품.
    SBS 라디오 PD로 10년 가까이 근무하고 있는 이재익에게 2010년은 의미 있는 해가 될 것이다. 1997년 문학사상사로 화려한 스포트라이틀 받으며 데뷔해, 영화로도 만들어진 [질주질주질주]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으니 올해로 등단 13년째. 그동안 방송 PD 이외에 영화 시나리오 작가로서 10편 가까운 글을 썼지만 영화로 만들어진 것은 [목포는 항구다]를 포함해 고작 두 편. 그런 그가 앞으로 소설에만 전념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한 일간지 인터뷰에서도 밝혔듯이 “평생 50권이 넘은 소설 작품을 발표하겠다.”고 선언한 제2의 소설가 인생에 출사표를 던진 원년(元年)인 셈. 올해 두 권에 이어 내년부터 매해 2~4권의 작품을 꾸준히 발표할 계획이다.

    일본 소설은 감히 넘볼 수 없는 한국형 엔터테인먼트 소설의 신기원!
    59초마다 독자들의 우뇌와 좌뇌를 자극하는 화려한 쇼 같은 소설
    ‘색채의 마술사’ 샤갈 재단에서 공인받은 소설

    2000년대 중반부터 시작된 제2차 일본소설의 붐은 무라카미 하루키와 요시모토 바나나를 거쳐 히가시노 게이고, 미야베 미유키, 이사카 고타로, 오쿠다 히데오, 온다 리쿠 등으로 이어지면서 한국출판 시장에서 큰 축으로 성장하고 있다. 대형 서점에는 2007년부터 일본소설 매대가 지속적으로 유지되고 있고, 이들의 신간을 차지하기 위한 출판사들의 각축전 또한 치열하다.
    한국에서도 밀리언셀러를 기록한 [해리 포터]와 [다빈치 코드]는 팩션과 판타지 바람을 몰고 왔으며, 일본추리작가들의 무차별적인 한국 상륙은 ‘소설의 진정한 가치는 재미에 있지 않을까’라는 자못 진지한 화두를 던져주고 있다. 소설이나 만화에서 시작해 드라마나 영화로 재생산되는 이른바 ‘원 소스 멀티 유즈’라는 솔루션이 자리를 잡은 미국이나 일본과 달리 문학적 엄숙주의가 종교처럼 횡행했던 국내의 자화상을 돌이켜보게 하는 부분이다.
    하지만 이제 한국도 소설적 지형이 많이 바뀌고 있다. 대상이 1억 5천만 원이나 되는 국가 주도의 스토리텔링 공모전이 생기는가 하면 대형출판사와 신문사들이 손을 잡고 뉴웨이브 문학상 등 ‘재미있고 해외에서 통할 수 있는 소설 콘텐츠’를 찾기 위한 대대적인 작업이 시작된 것.
    이런 흐름 속에서 출간된 이 작품은 ‘일본 소설은 감히 넘볼 수 없는 한국형 엔터테인먼트의 소설의 신기원’이라고 자부할 수 있다. 강남, 그중에서 압구정을 무대로 90년대 고교생들의 손에 잡힐 듯한 생생한 모습과 한국 엔터테인먼트 산업을 관통하고 있는 권력의 메커니즘을 소설적 재미로 풀어낸 것이다. 그래서 이 소설에는 레드 제플린을 비롯해 너바나, 스키드 로, 메탈리카, 퀸 등 수많은 록그룹과 뮤지션 이름이 등장하는가 하면, 서태지와 아이들, 인순이, 동방신기 등 한국을 대표하는 연예인들도 실명으로 거론된다.
    이는 작가의 약력과 무관치 않다. 고교와 대학시절에 밴드 활동을 했고, 라디오 PD로서 현직에 몸담고 있는 작가의 시선에는 일반인들이 좀처럼 볼 수 없는 이면(裏面)의 질서 혹은 문화적 패러다임 같은 게 보였을 것이다. 그래서인지 이 소설 곳곳에는 고개를 끄덕이게 만드는 한국사회의 모습과 인간의 내부를 현미경처럼 들여다보고 있는 듯한 작가의 단상들이 녹아 있다.
    이 작가에게 ‘당신이 소설을 통해 독자들에게 전하려고 하는 메시지는 무엇입니까’라고 묻는 것은 무의미할 것이다. 그는 모름지기 소설은 ‘재미와 즐거움을 줘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는 과연 소설적 재미로 완전무장하고 홍수처럼 밀려오는 외국소설의 한국 대항마(對抗馬)가 될 것인가? 그건 독자 여러분이 판단할 몫일 것이다.

    이 책의 표지 그림은 ‘색채의 마술사’로 불리는 샤갈의 그림 중 가장 고가(1,000만 달러)로 경매된 [도시 위에서, Over the Town]이다. 샤갈과 그의 아내 벨라가 도시 위를 나는 모습을 입체적으로 표현한 이 작품은 이 소설의 메인 테마인 ‘구원’과 그 맥을 같이한다. 이 작품을 표지로 쓰기 위해 프랑스의 샤갈 재단과 여러 차례 접촉을 시도했지만 쉽게 승인을 받지 못했다. 결국 영문으로 된 시놉시스를 보내 이 소설의 내용을 긍정적으로 판단한 재단에서 극적으로 OK를 해주었다.

    줄거리
    이 소설은 대한민국 부촌의 상징인 압구정동을 배경으로 한 충격적인 성장담을 다루고 있다. 압구정고등학교 동창생들의 엇갈린 사랑과 야망을 다룬 이 작품은 유명 여배우인 서연희 죽음으로부터 시작한다. 하이틴 가수로 시작해 두 편의 영화로 일약 스타덤에 오른 서연희의 죽음은 자살로 판명되지만, 그녀의 친구 중 기자인 현우주는 타살 가능성을 제기한다. 그리고 그녀의 죽음을 둘러싼 외로운 추적이 시작된다.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한 ‘압구정 소년들(THE DOWNTOWN BOYS)’은 이 소설의 주인공들이 고등학교 때 만든 스쿨 밴드 이름이기도 하다. 서연희를 둘러싼 죽음에 대한 의문점은 이들의 과거에 숨겨져 있다. 그녀의 남편이기도 하면서 한국 최고의 엔터테인먼트 그룹의 CEO인 박대웅, 그 둘의 숨겨진 과거와 비밀을 추적하는 현우주, 그리고 제3의 인물이 등장하면서 소설은 점점 클라이맥스로 치닫는다.

    목차

    Track 1. 수정 눈동자(Crystal Eyes|LA Guns)
    Track 2. 열여덟 살 그리고 인생(18 & Life|Skid Row)
    Track 3. 사람들은 이상해(People Are Strange|The Doors)
    Track 4. 나만의 그대 모습(B612)
    Track 5. 정글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Welcome to the Jungle|Guns & Roses)
    Track 6. 꼭두각시 조종자(Master of Puppets|Metallica)
    Track 7. 상자 속의 남자(Man in the Box|Alice in Chains)
    Track 8. 쇼는 계속되어야 한다(The Show Must Go on|Queen)
    Track 9. 천국으로 가는 계단(Stairway to Heaven|Led Zeppelin)
    Track 10. 지옥으로 가는 고속도로(Highway to Hell|AC/DC)
    Track 11. 광란(Hysteria|Def Leppard)
    Track 12. 성난 얼굴로 돌아보지 말라(Don’t Look Back in Anger|Oasis)

    본문중에서

    서연희. 그녀는 내 고등학교 시절 친구이자 국민적인 사랑을 받은 스타였다. 스무 살 때 가수로 데뷔했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들어봤을 가요 차트 1위곡만 다섯 곡을 발표했고, 그 외에도 많은 노래로 인기를 끌었다. 발라드와 댄스, 때로는 힙합 가수들과 함께한 클럽 넘버까지 다양한 장르를 편안하게 소화하는 천부적인 능력이 있었다. 20대 초반의 데뷔 시절에는 청순한 이미지를 전면에 내세웠다 나이가 들면서 섹시한 여성미로 갈아탔다. 성공적인 변신을 통해 10년 가까운 인기를 누렸다.

    그의 제국은 로마처럼 번영만을 거듭했다. 그런데 최근 들어서 이상 징후가 속속 새어나왔다. ESP의 대표적인 남녀 아이돌 그룹 사이에서 이상한 루머가 돌았다. 멤버들 간의 열애설 또는 성관계를 찍은 동영상과 관련한 소문이었다. 그리고 몇 달 전에는 박대웅과 아내 연희와의 불화설도 나왔다. 이혼 소송이 진행 중이라는 말도 돌았다.

    연예인의 생활은 나체로 사는 것하고 비슷해. 나도 모르고 있던 내 몸의 흉터를 사람들이 알고 있다니까.

    “니들 말보로(Marlboro)가 무슨 뜻인 줄 아냐?”
    원석이 붉은 테두리가 쳐진 직육면체 상자를 손가락으로 휙휙 돌리며 물었다.
    “글쎄, 그냥 담배 이름 아냐?”
    내가 대답했다.
    “아, 물론 이름이긴 하지. 그렇지만 영어 약자이기도 해.”
    원석의 말에 다들 관심이 쏠렸다.
    “Man Always Remember Love Because Of Romantic Occasion.”
    그리고 해석을 덧붙였다.
    “남자는 언제나 낭만적인 사건을 통해 사랑을 기억한다.”

    “일단 스래시메탈은 안 돼. 다들 메탈리카를 좋아하지만 우리 그룹이랑은 이미지가 안 맞아. 나도 테스터먼트(Testament) 광팬이야. 그렇지만 합주곡은 안 돼. 우린 엘에이 메탈을 주로 할 거야. 왜냐면 우리 그룹이랑 이미지가 가장 잘 맞거든. 이름이 ‘압구정 소년들’인데 칙칙한 음악을 하면 되겠냐? 우리가 무슨 대단한 반항아들도 아니고. 우린 압구정 소년들이야. 딱히 분노할 것도, 걱정할 것도 없는 운 좋은 놈들이라고. 대신 너바나(Nirvana) 노래는 꼭 들어가야 돼. 대세는 이미 너바나로 넘어갔으니까. 엘에이 메탈도 이제 한물갔다고 보면 돼.”

    우린 별로 고민할 것 없는 속 편한 아이들이었다. 경제적·사회적으로 능력 있는 아버지와 교육에 열성적인 엄마가 있었다. 큰 사고만 치지 않으면 좋은 대학을 갈 만한 성적도 유지했다. 외모 역시 다들 말끔하고, 남녀공학에 다니면서 마음만 먹으면 여자 친구도 얼마든지 사귈 수 있었다.
    고민이라고 해봤자 누구나 그 나이 때면 생물학적으로 생기는 호르몬의 불균형, 또 그로 인한 즉각적인 울분과 무조건적인 감상을 극복하는 것 정도였다. 그 또래 아이들이 가질 법한, 태생적인 결핍에 대한 불만과 불안은 우리가 져야 할 짐이 아니었다. 우린 하던 대로 비싼 과외를 소화하고 학원 스케줄에 맞춰 공부하다보면 좋은 대학에 갈 터였고, 좋은 대학을 졸업하면 좋은 직장을 갖게 되고 비슷한 조건의 배우자를 만나 부모의 경제적인 지원 아래 가정을 꾸리고 사회 기득권층으로 자연스럽게 편입될 터였다. (…) 우린 싫든 좋든 태어나기를 그렇게 태어났다.

    별 많은 밤하늘에 신비로운 초승달이 머물고 열여덟 살 소년이 사랑의 감정과 질투의 고통에 몸부림치던 그 순간, 깊은 어둠과 희뿌연 빛 속에서 소년의 인생은 분명하게 방향을 틀었다. 항로가 바뀐 배는 변경된 목적지를 향해 천천히 나아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아직도 항해 중이다. 목적지가 어딘지는 먼 훗날에 알게 되겠지.

    내 슬픔은 납골당에서 뒤늦게 터졌다. 그녀의 뼈를 담은 항아리를 보는 순간 나도 모르게 코끝이 아팠다. 순식간에 뺨이 젖고 울음소리가 입을 비집고 나왔다. 항아리는 평소에 그녀가 좋아하던 색, 핑크였다.
    그래. 이제 영원히 핑크색 옷을 입게 되었구나. 연희야, 잘 가.

    스타의 수명이 점점 짧아진다. 그중에서도 아이돌 스타의 수명은 21세기가 되면서 5년 이하로 줄어들었다. 21세기에 가장 성공한 아이돌 그룹 동방신기의 활동 기간이 5년이다. 그들이 21세기 들어 가장 장수한 아이돌 그룹에 꼽힌다. 점점 더 어린 아이들을 무대에 세우는 전략도 그런 조로화 현상 때문일지 모른다. 열다섯 살에 뽑아놓으면 5년이 지나도 스무 살밖에 안 되니까.
    아이돌 그룹도 일종의 제품이다. 새로운 기종의 핸드폰이 나오면 이전 모델은 단숨에 구닥다리가 되어버리는 것과 같은 이치다. 더 트렌디하고 매력적인 아이돌 그룹이 속속 쏟아져 나온다.

    너바나의 리더로서 전 세계적으로 록 팬을 거느리던 최전성기에 자기 머리에 라이플을 당긴 커트 코베인(Kurt Cobain)은 말했다.
    -천천히 사라지는 것보다는 한 번에 타버리는 인생을 택하겠다.

    누구나 다 욕망을 갖고 있다. 자기 능력만큼 욕망을 실현하고 그 과정에서 쾌락을 느낀다. 그런 메커니즘을 흔히 ‘사람 사는 맛’이라고 표현한다. 자기 능력보다 더 큰 욕망을 버리지 못하면, 즉 분수에 맞지 않은 욕심을 내면 문제가 생긴다. 무리한 방법을 택하면서 결국 자기 자신을 해치게 되는 것이다. 세상사의 골치 아픈 문제 중 90퍼센트가 그 괴리에서 생긴다. 방법은 두 가지다. 욕망을 내려놓거나 능력을 키우거나. 그 중간 어디쯤에선가 타협해야 한다.

    -전 오빠가 지상에서 한 뼘쯤 떨어져 사는 사람인 줄 알았어요.
    그 말이 반쯤은 맞는다. 대학을 졸업할 때쯤부터 세속적인 가치에 대한 회의감이 극도로 커졌다. 회사에 취직해서 톱니바퀴처럼 일하는 삶, 결혼해서 애 낳고 살다가 서로 펑퍼짐하고 밋밋한 중년이 되는 부부, 젊었을 때는 부모님 기대에 부응하고 나이 들어서는 자식한테 창피하지 않게 살기 위해 자기 욕망을 감춰야 하는 인생 등등 우리가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삶의 형태들이 추하게만 보였다.

    -콤플렉스의 시작은 놀랄 정도로 단순하고 일상적이고 사소하죠.
    어쩌면 지금 내 삶의 방식도 콤플렉스 때문 아닐까? 내 안에 꽁꽁 숨겨져 있는.
    연희의 죽음 때문에 예전 일을 돌아보니 알겠다. 박대웅이라는 존재가 나에게는 콤플렉스의 시작이었다. 공부도, 운동도, 심지어는 첫사랑마저도 밀렸다. 그러면서 아예 그 녀석하고는 승부조차 할 필요 없는 정반대의 삶을 택했다. 성공을 위한 인생, 쟁취를 위한 인생 반대편에 있는 삶. 서른여섯 살의 나는 지독히도 개인적인 녀석이 되어버렸다. 도시의 불빛 속에 숨어 사는 방관자.

    나는 그를 두려워하고, 그는 나를 하찮게 생각한다.
    맞아. 우리는 친구라고 하면 안 되는 사이야.

    기대와 달리 대학 생활이라고 대단할 건 없었다. 서울대 캠퍼스는 항상 넓고 썰렁한 느낌이었다. 자의식은 과잉이나 재미는 코딱지만큼도 없는 남자애들과 성적은 상위 1퍼센트나 성적(性的) 매력은 하위 1퍼센트인 여자애들이 두꺼운 책을 끼고 넓은 캠퍼스를 누볐다. 다른 대학교 캠퍼스에는 가본 적이 별로 없어서 분위기가 어땠는지 모르겠다. 정확히 말하면 대학 문화에 별다른 감흥이 없었다.

    “누나는 여기서 태어나고 살았어. 어릴 때는 몰랐는데, 고등학교에 올라가면서 가리봉동이라는 이름이 그렇게 창피할 수가 없었어. 구로고등학교라고 들어봤어? 나도 세화여고나 청담고등학교처럼 이름만 들어도 예쁘고 멋진 고등학교에 다니면 얼마나 좋을까, 그런 생각을 많이 했어. 다행히 어릴 때부터 세상의 질서를 알았지. 구질구질한 생활, 구질구질한 이름에서 벗어나려면 공부밖에 없다는 걸 알았지. 쉽진 않았어. 집안 형편 때문에 학원이나 과외를 못했거든. 아버지는 전파사를 하셨는데, 내가 고등학교 들어갈 무렵부터는 거의 벌이가 없었어. 대신 엄마가 대학교에서 청소 용역으로 일하며 번 돈으로 네 식구가 살았지. 주변에 나처럼 사는 친구 없지?”

    “지구가 자전하는 소리 들리니? 소리가 너무 크면 들리지 않아. 슬픔도 마찬가지야. 슬픔이 너무 크면 밖에서는 보이지 않아.”
    (/ 본문 중에서)

    저자소개

    생년월일 1975.6.26~
    출생지 경상북도 울진
    출간도서 29종
    판매수 8,684권

    서울대 영문과 졸업.
    월간 〈문학사상〉 소설 부문으로 등단 후 30권의 책을 출간했다. 몇 편의 에세이를 제외하고 대부분이 소설. <목포는 항구다>, <원더풀 라디오> 등의 영화 시나리오를 썼고 신문과 잡지 칼럼도 쓴다. 네이버 웹소설 원년 멤버로 여러 인기작을 연재했고 현재는 <욕망하다> 연재 중.
    광고회사 카피라이터로 잠시 일하다가 SBS에 PD로 입사해 <컬투쇼>, <이숙영의 러브FM> 등 많은 프로그램을 연출했다. 현재는 <이재익의 정치쇼> MC를 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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