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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서의 “쿠바”는 스스로의 양심과 신념에 따라 치열한 혁명을 실천하는 개체, 도시, 국가, 행성, 우주... 의 다른 이름이다. 저자의 미술관에서의 복합 미디어아트 개인전과 발맞추어 발간하는 본 도서는, 아티스트북 형태로 작가의 이미지와 텍스트가 마술적 상상력을 통해 교차하며, 현실에서의 존재론적 고찰들을 은유와 풍자로서 표출하고있다. 이 책과 더불어 “쿠바-시집”이라는 제목의 시와 사진으로 구성한 아티스트북도 동시에 출간하였다.

오늘의 소비와 물질만능주의가 만연한 자본주의 사회가 생산한 경제적 풍요와 성공의 찬란하고 환상적인 놀라움 아래에 도사리는 광기 가득한 거대한 물결은 작은 개체를 소비하고 집어삼키기 쉽다. “쿠바, 울트라소닉 블라인드 안테나”는, 이러한 사회적 배경 속에서 개체로서의 존재가 주체적 의지를 세우고 독립적으로 수행하는 혁명에 관한 이야기이다. 오랜 동안 즉각적 이윤생산, 인공적 편의와 소위 가시적 개발을 위해 세상을 보는 방식에 길들여져 자칫 쉽게 지나쳐버린 근본적이고 기초적으로 보다 소중하고 중요한 것들에 귀를 기울이고 사고의 주체성을 다시 찾아가는 과정을 “쿠바”라는 이름에 빗대어 표현하고있다. 마음 깊은 곳에서는, 표면상 찬양하고 귀히 여기는 부와 권력에 의해 조정되는 세상이 상당부분 공허하고 병적이라는 것을 알고있기에, 눈에 뜨지 않아도 세상에는 수많은 “쿠바”들이 도처에 존재한다. ‘지배자들의 이익을 위해 노예가 되어 사탕수수를 재배하는 역사 속 식민지 국가’와 기묘하게 닮은, 부와 권력 쟁취를 위한 서열경쟁이 조장하는 오늘의 거대한 광적 흐름과 부조리의 사슬에서 벗어나 자유를 찾고자 하는 치열한 의지를 담고있다.
이 책에서의 “쿠바”는 스스로의 양심과 신념에 따라 치열한 혁명을 실천하는 개체, 도시, 국가, 행성, 우주... 의 다른 이름이다.
저자의 미술관에서의 복합 미디어아트 개인전과 발맞추어 발간하는 본 도서는, 아티스트북 형태로 작가의 이미지와 텍스트가 마술적 상상력을 통해 교차하며, 현실에서의 존재론적 고찰들을 은유와 풍자로서 표출하고있다. 이 책과 더불어 “쿠바-시집”이라는 제목의 시와 사진으로 구성한 아티스트북도 동시에 출간하였다.

본문
C.U.B.A. 개인전 전화대담
The Talk on C.U.B.A. 영문번역
썸네일 인덱스: 영문번역과 참조노트

어쩌면 영혼은 지금 쿠바 아바나에 있을 지도 모른다.
나는 아바나에 있지 않다.

구시가지 말레콘 해안가 도로를 따라 거닐며, 질주하는 오래된 클래식카 옆으로 넘쳐 들어오는 파도가
도로 위에 부서지는 것을 본다.
나는 말레콘을 걷고있지 않다.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들려오는 거리의 악사들의 흥겨운 차차차 리듬에 박자를 맞추어 발걸음을 옮긴다.
나는 차차차 리듬을 타고있지 않다.

알록달록한 오래된 주택가, 빨래가 옹기종기 널린 빨래줄 아래 계단에 걸터앉은 분홍 드레스를 입은 할머니가 태우는 시가의 달짝지근한 향기가 코를 간질인다.
나는 달콤한 시가 향기를 맡고있지 않다.

길 모퉁이 카페 테라스에 앉아 헤밍웨이가 즐겼다는 모히토 한 잔을 깔짝거린다.
나는 모히토를 마시고있지 않다.

체 게바라 티셔츠를 입은 사람들이 손에 관광책자를 들고 몰려다니는 것을 본다.
나는 체 게바라 티셔츠를 입고있지 않다.

해변가 모래사장에서 야구놀이를 하는 아이들 너머로 푸른 바다의 눈부심과 더불어 짭짤한 공기를 호흡한다.
나는 지금 바닷가에 있지않다.

(중략)

내 이름은 쿠바.
크리스토퍼 콜럼버스도 발견하지 못한 땅.
기후가 맞지 않아도 눈물의 사탕수수가 재배된다.
설탕공장은 우후죽순처럼 증식하여 땅을 잠식한다.
설탕이 권력으로 자리잡으며 목적과 수단과 결과가 된다.
우뚝 선 설탕공장은 설탕을 끊임없이 생산하고 축적한다.
달큰한 냄새를 세상에 풍기며 쉴 새 없이 공장을 가동한다.
설탕에 목마른 이들의 불안을 달래며 끊임없이 하얗고 눈부신 알갱이들을 생산한다.
온 땅이 새하얀 설탕사막으로 뒤덮이고 본 토양의 촉촉한 흙내음은 오간 데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