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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1 - 2006년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대표도서 [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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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 서평

    사흘 낮, 사흘 밤, 눈 속에 갇힌 카르스에서 일어난 일


    정치 사건에 얽혀들어 독일로 망명했던 과거의 반정부 운동가이자 시인 ‘카(Ka)’는 어머니의 부음을 받고 12년 만에 고향 이스탄불로 돌아온다. 터키 동북부 국경 지역의 카르스(Kars)에서 벌어지고 있는 소녀들의 연쇄 자살 사건과 시장 선거를 취재하라는 임무를 받고 폭설(Kar)을 헤치며 그곳에 도착한 카는, 마을 사람들과 경찰청장, 신문사 소장, 시장 후보, 쿠르드인 교주, 이슬람 신학고등학교 학생, 지명 수배된 테러리스트 등을 만난다. 한편 그가 카르스에 가기로 결심하게 된 또 다른 중요한 계기인 옛사랑 이펙과의 재회 이후 자신이 여전히 그녀를 사랑하고 있음을 확인한 카의 눈앞에서, 교내 ‘히잡’ 착용을 금해 한 여학생을 자살로 몰아넣은 교육원장이 살해된다. 자신 앞에 닥쳐오는 낯선 사태들을 카가 미처 납득하기도 전, 눈 덮인 카르스 밤하늘에 총성이 울리고 쿠데타가 일어난다.
    망상에 빠진 저명한 연극배우 수나이 자임이 정부 정책에 반대하는 이슬람 근본주의자들과 쿠르드인들을 쓸어버리려고 일으킨 군사 쿠데타는 사흘 낮, 사흘 밤 동안 카르스의 모두를 앞날을 예측하기 어려운 격랑 속으로 몰아넣는다. 이 과정에 테러리스트 라지베르트와 정부 측 스파이 Z. 데미르콜, 경찰과 언론, 히잡을 쓴 소녀들의 리더이자 이펙의 여동생인 카디페가 끼어들어 소설은 한층 복잡하고 풍성한 결을 이룬다. 케말주의자도 이슬람 원리주의자도 아니고 카르스인도 아닌 무신론자 카는 국외자라는 그 이유 때문에 카르스에서의 쿠데타를 둘러싼 일련의 사건들에 개입하게 되고, 카의 사랑과 쿠데타, 카르스 모두의 행방은 미궁 속으로 빠져든다.





    ‘이야기의 힘’―내러티브와 플롯이 주는 매혹


    오랫동안 파묵의 관심사였던 이슬람 문명과 기독교 문명의 충돌과 갈등이라는 주제는 『눈』에서 보다 진화한 형태로 나타난다. 여기에는 현대화를 지향하는 케말주의자(우파)와 그에 저항하는 이슬람 근본주의자(좌파)가 있고, 히잡을 벗느니 자살을 택하는 여학생들과 교칙을 고수하려는 학교가 있다. 서양의 모더니즘 시를 찬양하는 사람이 있고 그에 반대하는 사람이 있으며, 카르스의 가난한 현지인들과 대도시 이스탄불의 부르주아, 신을 믿는 자와 믿지 않는 자, 테러리스트와 경찰, 군부와 언론, 쿠데타 세력과 민중, 사랑에 빠진 남과 여가 있다. 이처럼 『눈』의 갈등 구조는 몇 개의 수식으로 정리되지 않을 만큼 까다롭고 변화무쌍하다. 앞에서 말한 대립항들은 서로 대응하지 않으며 일관되지도 않는다. 케말주의자라고 해서 무신론자인 것은 아니고, 누구도 누구의 편이 아니다. 등장인물 각각은 자신이 처한 상황과 이해관계에 따라 히잡을 쓰고 벗으며, 쿠데타를 반기거나 꺼린다. 뿐만 아니라 쿠데타의 주모자인 수나이의 본업은 (역설적이게도) 예술가이다. 파묵은 이들 사이에 오가는 대화와 심리 묘사를 통해 인간사의 복잡한 단면을 정교하고 사실적으로 그려 나간다.

    이는 남녀 관계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카는 이펙을 사랑하지만 카디페에게도 매력을 느끼고, 이펙은 카에게 끌리면서도 전남편 무흐타르와 한때 애인이었던 라지베르트에게 마음이 쓰이는 자신을 발견한다. 또한 이슬람 근본주의 투쟁 전선의 동지인 라지베르트와 카디페는 연인 사이이다. 전작들에서 입증된 바 있는 1급 연애소설가로서 파묵이 지닌 재능은 『눈』에서도 빛을 발한다. 연애(사랑이 아니라)의 과정에서 드러나는 변덕스럽고 괴팍하며 도취적인 ‘연애 심리’는 파묵의 손끝 아래서 낱낱이 해부되어 백일하에 드러난다. 이런 섬세한 감정에 대한 통찰이야말로 『눈』에 여느 통속적인 연애소설들과는 변별되는 가치를 부여하는 대목이다.
    지나간 사랑과 지금의 사랑, 참말과 거짓말, 배신과 질투 속에서 고뇌하고 갈등하는 군상들이 역사의 장강 위로 작은 점이 되어 흘러간다. ‘작가’ 파묵은 ‘화자’ 파묵의 입을 빌어 묻는다. “타인의 고통과 사랑을 이해하는 것이 얼마나 가능할까? 자신보다 더 깊은 고통, 결핍, 압박 속에서 사는 사람들을 우린 얼마만큼 이해할 수 있을까?”(2권 58쪽) 몇 겹의 층위로 단단하게 쌓아올린 불협화의 구조 위로, 인간의 힘으로는 이해할 수도, 어찌할 수 없는 거대하고 압도적인 비극이 드리운다.


    『눈』의 섬세한 내러티브를 이끌어가는 주체는 카이지만, 그가 남긴 시와 비망록, 서신과 대화를 통해 카의 행적을 추적하고 전체 이야기를 짜 맞추는 작중 화자는 소설가이자 카의 친구로 등장하는 오르한 파묵이다. 소설가의 천성이 그렇듯 파묵은 신(神)처럼 이야기 중간 중간 끼어들어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건은 길게 설명하고 , 심지어는 시간과 공간까지도 통제한다. 이야기 안에서 카는 시를 쓰고, 이야기 밖에서 파묵은 소설을 쓴다. 서로 다른 두 종류의 창작이 이루어지는 셈이다. 여기에 『눈』의 진짜 작가인 ‘오르한 파묵’의 창작과, 작품 속 여러 인물들이 차례로 들려주는 이야기들(네집과 파즐이 쓰는 공상과학소설, 라지베르트가 들려주는 「뤼스템과 수흐랍」이야기 등)에까지 이르면, 이 책은 더 이상 카와 카르스, 눈에 관한 한 편의 소설이 아니라 이야기에 관한 이야기, 한 소설가의 자기 증명 내지는 소설이라는 장르에 대한 작가의 내밀한 애정 고백이 되어버린다.




    눈의 의미

    ―시는 어디에서 오는가? 예술과 창작, 이야기의 기원


    “시인 카 선생님, 당신은 한때 당신이 무신론자였다는 사실을 숨기지 않았습니다. 그렇다면 이 눈을 내리게 하는 분은 누구입니까. 이 눈의 비밀은 무엇입니까? 말해 보시지요?”


    『눈』에서 오르한 파묵은 예술의, 창작의 본질에 대해 근원적인 질문을 던진다. 전작인 『내 이름은 빨강』이 세밀화가들의 세계를 다루었다면, 『눈』의 주인공인 카는 시인이다. 16세기 오스만 제국의 세밀화와 마찬가지로, 오늘날 시는 스러져가는 장르라고들 한다. 제 또래의 시인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파묵은 창작의 본질, 예술의 본질을 이야기하려 한다. 카는 신을 믿지 않지만 자살을 두려워한다. 그러나 4년째 시를 한 줄도 쓰지 못한 그는 문학적으로 자살해가는 중이다. 몇 권인가의 시집을 내고 버젓한 상도 탔지만, 독일에서의 외롭고 남루한 망명 생활 동안 시를 쓰는 데 필요했던 불안한 소음들이 사라지고 ‘침묵’이 그의 인생에서 너무 큰 자리를 차지하게 된 것이다. 그런 그가 종교적인 이유로 자살하는 소녀들의 이야기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당연한 귀결이다. 눈의 의미를 묻는 무슬림 청년 앞에서 할 말을 잃고, 카르스 거리에 내리는 눈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카에게 시가 찾아온다.(1권 131쪽)


    문득 카는, 오로지 영감을 얻은 순간에만 행복해지는 진정한 시인들이 느끼는, 그 깊은 부름을 들었다. 4년 만에 처음으로 머릿속에 시가 떠올랐다. 시의 존재, 분위기, 소리 그리고 힘이 너무나 분명하게 느껴져 그의 마음은 행복으로 가득 찼다.

    카는 눈 속에서 자신이 살아온 날들을 보았고, 자신의 삶을 구성하는 사소한 것들, 그 모든 것의 총체로서 눈송이를 발견했다. 그리고 이어 눈의 결정 모양을 떠올린다. 이 소설에서 카는 열아홉 편의 시를 쓰고, 그 각각을 자신이 고안한 눈송이 그림의 세 개 축 위에 배치한다.(2권 60쪽)
    신을 믿지 않고, 시마저 잃어버린 카를 카르스에 오게 한 것은 사랑이었다. 그러나 그에게 시를 되찾아준 것은 눈이었다. 이 소설에서 눈은 카르스를 고립시킴으로써 쿠데타를 유발하는 파괴의 눈이며, 쇠락하고 가난한 도시를 덮어 하얗게 만들고 총포 소리마저 묻어버리는 정화의 눈이다. 그리고 카에게는 무엇보다도 시(詩)의 눈이자 영감의 눈, ‘무신론자의 신(神)’에 해당하는 어떤 것이다. 그는 말한다. “모든 인간의 삶에는 저마다의 눈송이가 있다.” 카의 인생을 지탱한 세 개의 축은 이성과 기억, 상상이었지만, 다른 이들에게는 저마다 자신만의 축이 있기도 할 것이다.



    이야기의 대가가 선물한 패스트리


    사흘 밤낮으로 계속되던 눈은 마침내 그치고, 무대 위에서 시작된 혁명은 무대 위에서 끝을 맺는다. 수나이 자임은 혁명가라기보다는 예술가였다. 쿠데타라는 이름의 연극을 무대에 올리고 지휘해온 것이 자신이었듯 그 막을 내리는 것 또한 자신이고자 했던 그는 결국 원하는 바를 손에 넣는다. 그리고 4년이 지난 후 화자 오르한은 친구가 갔던 길을 좇아 카르스에 온다.


    소설 『눈』은 오르한 파묵이 왜 ‘이야기의 대가’인지를 잘 보여준다. 이슬람 근본주의의 부흥과 쿠르드족 문제, 터키 국내의 빈부 격차와 테러리즘에 이르기까지, 한 가지씩도 다루기 힘든 민감한 소재들을 한 아름이나 안겨주었지만 배경을 현대로 옮겨와서도 그의 펜은 망설임이 없다. 파묵은 에둘러가지 않고 정면으로 응시한다. 때로 훌륭한 픽션은 어떤 논픽션도 도달하지 못하는 경지에 이른다. 그리고 그것은 어디까지나 소설적인 방식으로서이다. 전작 『내 이름은 빨강』이 문명 간의 충돌과 갈등의 역사 속에 선 인간을 보여주었다면 『눈』의 인물들은 현재진행형의 역사, 우리와 동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이다. 그만큼 더 생동감 넘치고 ‘살아’ 있으며, 이들이 당면한 과제와 그것을 풀기 위해 고민하는 모습 또한 우리의 것과 다르지 않다. 『눈』은 앞에서 언급한 문제들에 대해 어떤 해답도 제시하지 않는다. 눈이 그치면 쿠데타도 끝나리라는 것은 처음부터 예기된 일이었고, 누구는 살해당하고 누구는 살아남는다. 히잡을 쓰는 여자들은 여전히 히잡을 쓰고 처음부터 쓰지 않았던 여자들은 계속 벗고 다닌다. 어떤 사랑은 이루어지고 어떤 사랑은 이루어지지 않는다. 그렇게 삶은 그저 지속되는 듯 보이지만, 그 안에는 인생에 대한 파묵의 한결 깊어진 통찰이 녹아 있다.
    훌륭한 문학 작품은 보편을 이야기하되 구체를 빌어 말하고, 구체를 이야기하되 보편을 향해 말한다고 한다. 그에 따르면 파묵은 훌륭한 작가이다. 16세기 이슬람 세밀화가들의 이야기를 읊을 때나 20세기 말 터키의 외딴 마을에서 일어난 쿠데타를 이야기할 때나, 밀가루 반죽을 켜켜이 쌓고 사이사이 잼을 발라 잘 구운 패스트리를 한입 베어 물 때처럼, 그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언제고 또 맛보고 싶을 만큼 맛이 있다.

    저자소개

    오르한 파묵(Orhan Pamuk) [저] 신작알림 SMS신청 작가DB보기
    생년월일 1952.06.07~
    출생지 터키 이스탄불
    출간도서 27종
    판매수 32,782권

    1952년 터키의 이스탄불에서 태어나 부유한 대가족 속에서 성장했다. 이스탄불 공과대학에서 3년간 건축학을 공부했으나, 건축가나 화가가 되려는 생각을 접고 자퇴했다. 23세에 소설가가 되기로 결심하고, 그 외의 모든 것은 포기한 채 글을 쓰기 시작했다. 그로부터 7년 후, 첫 소설 [제브데트 씨와 아들들](1982)을 출간하였고, 이 소설로 오르한 케말 소설상과 [밀리예트] 문학상을 받았다. 다음 해에 출간한 [고요한 집] 역시 ‘마다마르 소설상’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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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외대 터키어과를 졸업하고 터키 이스탄불 대학에서 터키 문학으로 석사 학위, 터키 국립 앙카라 대학에서 터키 문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습니다. 지금은 한국외대 터키·아제르바이잔어과에서 강의하고 있습니다. [달이 어디로 사라졌지?], [까마귀 노래자랑 대회] 등 40여 권에 달하는 터키 작품들을 한국어로 번역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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