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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을 위한 변론 : 우리가 잃어버린 종교의 참의미를 찾아서[양장]

원제 : THE CASE FOR GO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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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소개

    잃어버린 종교의 참의미를 찾아서

    “신은 선하지도 성스럽지도 강하지도 지혜롭지도 않다. 심지어 신이 ‘존재한다’고도 말할 수 없다.” 세계적인 종교학자인 저자 카렌 암스트롱이 이 책에서 한 말이다. 한때 수녀이기도 했던 그녀는 왜 이런 놀라운 말을 한 것일까? 신은 우리의 인식을 훨씬 뛰어넘는 존재이므로 인간의 관점으로 신을 표현 하는게 불가능하기 때문에 ‘존재한다’고 말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 책에서 그녀는 종교와 신의 존재 등을 둘러싼 최근의 논의에 일침을 가한다. 이러한 논의가 종교에 대한 이해 부족에서 나오는 것이라고 주장하며 잃어버린 종교의 참 의미를 이야기한다.

    출판사 서평

    저자는 사람들이 그토록 원하는 바로 그것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즉, ‘기존 종교에 귀의하지 않고도
    인간의 가장 깊은 차원에 대답하는 신앙을 가지는 길이 있는가’하는 것이다.
    -[이코노미스트]


    신과 종교의 진정한 핵심은 무엇인가?
    우리는 왜 영혼을 가꾸는 법을 잃어버리게 되었나?
    천박한 이성의 시대에 던지는 가장 웅숭깊은 질문들,
    ‘침묵의 영성’을 통해 신과 인간의 의미를 묻다


    이제 우리 시대는 역사상 처음으로 신과 무관한 시대가 되었다. 지난 수천 년간 신, 브라흐만, 열반, 도(道)라는 이름으로 신성한 어떤 것을 강렬하게 만나왔다. 인류는 지적인 존재이기에 앞서 ‘종교적인’ 존재였다. 그러나 지금 ‘불신 지옥’을 외치며 맹목적인 믿음을 요구하는 보수 종교인 못지않게 ‘신의 불필요함’을 외치는 전투적인 무신론자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과연 종교와 신은 사라져야 할 환상이자 민중의 아편일 뿐인가? 세계적 종교학자인 카렌 암스트롱은 이것이 근대의 현상이며, 종교에 대한 이해 부족에서 나오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역사적으로 믿음, 교리 같은 것이 종교 생활의 중심을 차지한 적은 없었으며, 종교의 주목적은 영혼을 가꾸는 것이었다. 인간은 종교를 통해 자신의 언어와 한계를 넘어서 초월적인 영성과 자연스럽게 만나는 법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근대의 시작과 함께 종교의 의미와 차원은 달라지기 시작한다. 저자는 우리가 흔히 쓰는 ‘믿음’과 ‘신앙’, ‘신비’의 의미가 어떻게 변질되어가는지, 인간 경험의 절반을 차지하던 뮈토스(신비)의 영역이 어떻게 로고스(이성)에 의해 파괴되는지 꼼꼼하게 추적한다.
    이 살벌한 이성의 시대에 신의 미래는 있을까? 우리는 잃어버린 삶의 반쪽, 인간을 가장 풍요롭게 하는 진정한 종교를 회복할 수 있을까? 현재의 종교만을 두고 피상적인 논쟁을 거듭한다면 당신과 나의 영혼에 미래는 없다. 삶과 존재의 신비가 만나는 바로 그곳, 우리가 잃어버린 출발점에 서서 종교의 다음 지평을 그려본다.

    “신은 존재하지 않는다”

    “신은 우리가 이해할 수 있는 방식으로는 선하지도 성스럽지도 강하지도 지혜롭지도 않다. 심지어 신이 ‘존재한다’고도 말할 수 없다.”
    세계적인 종교학자 카렌 암스트롱이 최신작 [신을 위한 변론]에서 한 말이다. 한때 수녀이기도 했던 그녀는 왜 이런 놀라운 말을 한 것일까? 정말 리처드 도킨스나 스티븐 호킹의 말처럼 신은 존재하지도 않고, 더 이상 필요하지도 않은 것일까? 모두 우리의 환상인 걸까?
    그녀는 이 책에서 종교와 신의 존재, 지적설계론 등을 둘러싼 최근의 논의에 일침을 가한다. 신이 우주를 디자인했다는 지적설계론자들뿐 아니라, 과학적 사실을 통해 그것들을 논박하려는 도킨스나 크리스토퍼 히친스 등의 과학주의자들 역시 신과 종교에 대해 크게 오해하고 있다는 것이다. 종교의 편에 서든 과학의 편에 서든, 이들 ‘근본주의자’가 생각하는 신은 존재하지 않는다. 즉 그처럼 인간화되고 세속적인 모습으로 변해버린 신이라면, 그런 것은 애당초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저자에 따르면, 신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성스럽다거나 강하다거나 지혜로운 존재가 아니다. 오히려 우리의 인식영역을 훨씬 뛰어넘는 존재이기에, 오직 (인간적인 의미로는) ‘강하지 않다’ 혹은 ‘지혜롭지 않다’, 심지어 ‘존재하지 않는다’라고 말하는 게 낫다는 것이다.

    알려지지 않은 신

    이처럼 인간의 관점으로 신을 표현하고자 하는 모든 시도는 실패할 수밖에 없다.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인자한 모습의 남성, 혹은 빛에 휩싸여 기적을 행하는 지고의 존재 같은 것은 모두 신을 세속화하는 이미지일 뿐이다. 하물며 우리의 기도에 응답하시거나 적을 쳐부숴주시는 신 같은 것은 정말 유치한 상상일 뿐이다. 그렇기에 ‘예수 천국, 불신 지옥’을 외치는 사람만큼이나, 그런 종교인들의 신앙을 깨부수려고 안달하는 과학주의자들 역시 초점을 잘못 잡고 있는 것이다. 지난 몇천 년간, 사람들은 결코 신을 그런 식으로 이해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우리 인류와 함께해왔던 ‘신’이란 어떤 존재인가? “신, 도(道), 브라흐만, 열반 등으로 불린 이러한 실재는 인간의 삶에 엄연히 있어왔지만 로고스의 관점으로 설명하기는 불가능한” 어떤 것, “저 너머 어딘가에 존재하는 외적 진실일 뿐 아니라 자기 존재의 가장 심오한 차원과도 일치하는” 것이었다. 즉 인간의 이성으로는 도저히 설명되지 않는 삶의 비극성과 한계를 초월해 더 깊고 넓은 어떤 초월적 존재(혹은 경험)와 만나게 해주는 것이 바로 신이었다. 그것은 물에 녹아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물을 짜게 만드는 소금처럼, 보이지는 않지만 어디에나 있는 세상의 본질이었다(58-59쪽). 따라서 근대 이전엔 진정한 의미의 ‘무신론’은 존재하지 않았다. 무신론자라는 말은 이교도나 다른 신앙을 가진 사람을 비난하기 위한 의미로 사용되었을 뿐이다.
    근대 이전의 모든 문명권에서, 수없이 많은 세대의 인류는 바로 이런 의미의 신과 만나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신과 합일해 자기를 넘어서는 경험이 바로 ‘엑스타시스’였다.

    종교는 말씀이나 교리, 믿음 따위가 아니다!

    그러면 우리는 언제부터 종교를 ‘믿음’이나 ‘말씀’, ‘교리’ 등으로 오해하게 된 것일까. 저자에 따르면 이것은 근대 서구가 계몽과 과학을 발전시켜오면서 시작된 현상이다.
    예를 들어 오늘날 수많은 교회에서 낭독하고 자구를 해석하는 기독교의 성서조차, 예전에는 믿음이나 말씀 등의 관점에서 이해되지 않았다. 실제로 성서는 서아시아(중동) 지역의 전통적 모티프들로 가득 찬 신화이며, 에덴동산의 이야기 역시 인류의 원죄를 이야기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것은 오히려 성장통과 통과의례에 관한 ‘비유’였을 뿐, 저 옛날 어딘가에서 일어났던 사실을 말하는 것이 아니었다. “애초부터 성서에는 단 하나의 정통 메시지 같은 것은 없었다.” 성서는 집대성되기 이전에 J와 E로 불리는 두 기자(記者)에 의해 씌어졌고, 이들은 그 모든 이야기들을 상징과 비유로 음미할 줄 알았기 때문에 서로 모순되는 이야기들을 집어넣는 데에 전혀 거리낌이 없었다. 당시 사람들은 경전 속 여러 이야기들을 충분히 해석해서 받아들이는 법을 알고 있었고, 종교란 공동체가 초월적 경험을 나누는 일종의 영적 수련 과정이었다.

    ‘믿음’과 ‘신앙’이 종교의 중심을 차지하게 된 이유

    그러나 이런 종교가 역사적 과정을 거치면서 조금씩 본래의 뜻을 잃어간다. 오늘날 ‘믿음’이 기독교의 중심이 된 역사를 살펴보면 이는 더욱 분명해진다.
    성서를 보면 예수가 제자들의 ‘믿음(faith)’이 부족한 것을 꾸짖고, 기적을 행하기 전에 ‘믿음’을 가지라고 말하는 장면이 나온다. 저자는 다른 종교 전통에서는 존재하지 않는 이런 ‘믿음에 대한 집착’이 어디에서 생겨났는지 꼼꼼하게 추적한다. 결론은 간단하다. 예수는 그런 말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원래 예수가 쓴 말은 그리스어 ‘피스티스(pistis)’로서 신뢰, 충실함, 약속, 헌신을 뜻하는 말이었다. 그것은 가난하고 배고픈 자들에 대한 헌신, 매춘부나 세리조차 돌보는 삶에 대한 약속을 뜻했다. 하지만 성 히에로니무스(Hieronymus, 성 제롬)가 그리스어 성서를 라틴어로 번역하면서 피스티스는 ‘피데스(fides, 충실함)’가 되었고, 이것을 다시 동사로 옮기는 과정에서 ‘크레도(credo)’가 되었다. 그 후 다시 17세기에 제임스 왕 번역본(흠정역 성서)이 만들어지면서 ‘크레도’와 ‘피스티스’는 결국 ‘나는 믿습니다(I believe)’가 되었다. 이처럼 여러 단계에 걸쳐 조금씩 의미가 변한 결과, ‘특정한 삶에 대한 헌신’을 뜻하던 말이 ‘어떤 견해에 대한 믿음’으로 변하게 됐다(believe 역시 원래는 믿음이 아닌 충실함을 뜻하는 단어였다).
    한편 17세기부터 시작된 계몽과 과학의 발전은 근간에서부터 종교적 삶을 뒤흔들기 시작한다. 원래 인간의 한계와 ‘무지가 주는 신비’를 골간으로 하고 있던 전통적 종교생활과는 달리, 근대의 삶은 어떤 것을 끊임없이 확인하고 증명하는 과정이었다. 뉴턴을 비롯한 근대의 과학자들 모두 독실한 종교인이었지만, 이들은 우주라는 거대한 영광을 신에게 돌리기 위해 신을 ‘우주의 시계공’으로 만들어버렸다. 우주를 관상(觀想)함으로써 신비를 느꼈던 중세의 아퀴나스에서, 물리적 우주의 위대한 창조주를 만들어낸 뉴턴으로 넘어가면서 신과 종교는 본래의 색채를 잃어버렸다. 신과 종교는 이제 수행이나 실천을 뜻하는 것이 아닌, 지적인 논쟁의 중심에 서게 되었다. 근대인들이 우주 질서의 보증으로 신을 옹호하면 할수록 신은 사람들 바깥에 있는 어떤 것이 되어갔다.
    그리고 그다음 단계는 현재 보는 바와 같다. 우주 자체가 외적 원인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는 것을 증명하게 된 현대 우주론에서 신은 ‘불필요한 가설’이 되었다. 지난 몇천 년간 사람들의 삶을 풍부하게 해주고 용기를 북돋아주던 종교의 의미를, 인류는 불과 200-300년 만에 철저하게 잃어버렸다.

    종교는 영혼을 갈고닦는 ‘행동 프로그램’이다

    저자인 암스트롱은 “현대의 신은 3000년을 이이온 유일신의 역사 속에서 발전되어온 수많은 신 개념 중 하나에 불과하다”고 말하면서, 이런 신 개념을 갖고 혼란만 거듭하며 논쟁하는 현실에 “무언가 새로운 얘기를 하기 위해” 이 책을 썼다고 말한다.
    그녀가 보기에 “종교는 본래 사람들이 ‘생각한’ 무엇이 아니라 ‘행한’ 무엇”이다. 그녀가 이 두꺼운 책 전체에 걸쳐서 수많은 종교들의 역사를 훑는 이유도 바로 그 때문이다. 우리가 모르고 있었지만 사실은 인류의 종교생활 대부분을 이끌어왔던 종교의 ‘비결’, 즉 자신의 영혼을 갈고닦는 한편 타인의 아픔에 깊이 공감할 줄 아는 방법을 일깨우기 위해서다. 그런 ‘실천과 수행’ 없는 종교란 “운전 교본과 교통 법규집만 읽고서 차를 운전할 수 있으리라 생각하는 일”이라는 것이다. 알라를 위해 폭약을 안고 미군에게 뛰어드는 가여운 무슬림 소년도, 세상을 이런 폭력에서 구원하기 위해 신을 제거하려는 도킨스도, 삶의 이 깊은 차원을 잃어버리고 있다.
    저자는 말한다. “종교는 우리 마음의 새로운 능력을 발견하도록 가르치는 실천적 수련이다.” 인류가 최근에야 잃어버린 이 깊은 차원, 하지만 우리가 다시 노력한다면 되찾을 수 있을지도 모르는 이 ‘침묵의 영성’이야말로 갈 곳 몰라 하는 현대인들을 위한 그녀의 절실한 선물이다. 딱히 특정 종교에 귀의하고 싶지는 않지만 나와 우주 뒤에 있는 신비가 어렴풋이 느껴지는 사람, 삶에 지친 내 영혼을 보듬는 방법을 어디에서도 찾지 못했던 독자라면 그녀의 잔잔한 이야기에 귀 기울여볼 수 있을 것이다.

    목차

    추천사
    옮긴이의 말
    머리말

    1부 알려지지 않은 신

    1장 호모 렐리기오수스
    전지전능하지 않은 신
    신들의 전쟁과 세계의 창조
    한계 너머 궁극의 실재를 보다

    2장 신
    인간화된 신을 파괴하다
    표현할 수 없는 신의 실재
    유배당한 신
    끊임없이 재해석되는 계시

    3장 이성
    우주를 지배하는 것은 신이 아닌 정신
    소크라테스, 다르게 되는 법을 일깨우다
    지상에서 하늘로 - 우주론의 시작
    이론이 아닌 실천 속에서 진리를 찾다
    초월적 지혜에 대한 갈망, 필로소피아

    4장 신앙
    인간의 아들에서 신의 아들로
    진화하는 경전
    문자 너머의 의미를 읽다
    이슬람, 카피룬에게 관대한 종교

    5장 침묵
    니케아공의회, 이단의 탄생
    인간이 된 신
    삼위일체, 셋이 아닌 하나
    아우구스티누스, ‘내 안에 있는 신’
    신의 침묵을 듣다

    6장 신앙과 이성
    이성 너머에 있는 신
    상상력을 부끄러워하지 않는 영성
    토마스 아퀴나스, 신의 존재를 증명하다
    마음속 신의 형상을 찾아서
    지성, ‘나’가 멈추고 ‘신’이 시작되는 곳

    2부 근대의 신 -1500년부터 현재까지

    7장 과학과 종교
    근대의 종교, 신의 절대 권능에 눈뜨다
    종교와 과학의 충돌, ‘도그마’의 등장
    무신론자가 된 유대인들

    8장 과학적 종교
    이성에 대한 두 가지 시각
    신은 앎의 대상이 아닌 사유의 원리
    과학적 합리주의로 무신론에 맞서다

    9장 계몽주의
    분열하는 종교, 분열하는 사회
    종교, 앙시앵 레짐 또는 해방의 힘
    무신론, 자유롭고 평등한 세상을 꿈꾸다
    시계공이 된 신
    시인들, 뉴턴의 신에 맞서다

    10장 무신론
    “종교는 인민의 아편이다”
    의심의 씨앗이 뿌려지다
    종의 기원과 자연선택
    성서를 비판한 고등비평
    신앙이라는 ‘망상’
    신의 죽음

    11장 모른다는 것
    근본주의 운동의 태동
    신이 없는 세상을 악이 휩쓸다
    신을 향한 원초적 기다림
    ‘모름’, 인간의 조건

    12장 신은 죽었나
    근본주의는 종교가 아닌 정치의 문제
    현대의 무신론자들
    과학, 신에게로 가는 길을 보여주다
    탈근대주의, 유신론과 무신론의 대립을 초월하다

    맺음말
    감사의 말
    주석
    용어해설
    참고문헌
    찾아보기

    본문중에서

    과거와는 전혀 다른 세상에서 전혀 다른 세계관을 가지고 살면서도 우리는 과거에도 언제나 지금 우리와 똑같은 방식으로 신에 관해 생각했다고 여기는 경향이 있다. 과학과 기술은 놀라울 만큼 발전했지만 우리의 종교적 사고는 놀라울 만큼 발전이 없고 심지어 원시적일 때가 있다. (…) 그러나 유대교, 기독교, 이슬람교의 일부 위대한 신학자들은 신에 관한 우리의 생각을 말로 옮기는 일이 중요하기는 하지만 인간이 만든 것이기에 이러한 교리들은 불충분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들은 세속의 것들을 설명하기 위해 쓰이는 말들이 신을 설명하는 데는 부적절하다는 것을 신자들이 이해하도록 일상적인 사고와 말의 패턴을 정교하게 뒤집는 영성 수련법들을 고안했다. 신은 우리가 이해할 수 있는 방식으로는 선하지도 성스럽지도 강하지도 지혜롭지도 않았다. 심지어 신이 ‘존재한다’고도 말할 수 없었다. 우리의 존재 개념이 너무 제한적이었기 때문이다. 신이 다른 어떤 존재가 아니므로 신은‘어떤 것도 아닌 것’이라고 말하는 쪽을 택한 현자들도 있었다. 경전을 읽을 때도 그것이 곧 신에 관한 사실인 것처럼 문자 그대로 읽을 수 없었음은 물론이다. 그런 신학자들에게 오늘 날의 일부 신 개념은 우상숭배처럼 보였을 것이다.
    (/ pp.18~19)

    공자의 제자 안회는 자비와 공감을 실천하는 삶 속에서 자신의 한계를 넘어 ‘신’과 다르지 않은 어떤 성스러운 실재를 얼핏 볼 수 있었다. 그것은 자기 안에 내재하는 동시에 자기를 초월하는 것이었다. 그것은 안으로부터 솟아나오는 것이면서 외적으로도 체험되는 것, ‘더없이 선명한 모습으로 내 앞에 서 있는’ 것이었다. 인도, 중국, 서아시아의 위대한 현자들이 말한 대로 종교는 관념적 활동이 아니라 실천적 활동이었다. 일련의 교리들을 믿으라고 하기보다는 열심히 수련하기를 요구했다. 실천이 없다면 어떤 종교적 가르침도 믿기 힘든 애매한 소리에 불과했다. 궁극의 실재는 지고의 존재가 아니었다. 그런 것은 고대의 종교적 감수성과는 영 거리가 멀었다. 궁극의 실재는 몇 마디 교리로 정리될 수 없는, 모든 것을 아우르는 완전히 초월적인 실재였다. 그래서 종교적 담화는 신성에 관한 분명한 정보를 전달하려 해서는 안 되었고 우리의 언어와 이해력의 한계를 인정하게 만들어야 했다. 궁극의 실재는 인간에게 낯선 무엇이 아니라 인간성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었다. 장황하고 이성적인 사고로는 그것에 이를 수 없었다. 정성껏 마음을 단련하고 남을 위해 자기를 버릴 줄 알아야만 이를 수 있었다. 그렇다면 이런 원리가 침묵의 종교라기보다는 말의 종교로 비쳐지는 유대교, 기독교, 이슬람교 같은 유일신교들에서는 어떻게 적용되었을까? 기원전 8세기에 이스라엘 사람들은 고대 사회에서는 보기 드문 시도를 하고 있었다. 그들은 야훼를 ‘이스라엘의 거룩한 자’, 즉 궁극적 초월성의 유일한 상징으로 만들려 하고 있었다.
    (/ pp.67~68)

    나도 신新무신론자들이 발끈하는 심정에는 공감한다. 자서전 [마음의 진보Spiral Staircase]에서도 밝혔듯이 나 자신도 여러 해 동안 종교라면 질색을 했고 일부 초기 저서들은 분명 도킨스와 비슷한 경향을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 20년간 전 세계 종교를 연구하면서 초기의 입장을 수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 과정에서 다른 종교 전통들에서도 발견되는, 어린 시절 편협하고 독단적인 신앙을 심어준 종교의 이런저런 측면에 마음을 열게 되었을 뿐 아니라 그 근거들을 신중하게 평가함으로써 기독교를 달리 보게 된 것이다. 내가 깨달은 것 중 하나는 종교에 관한 말다툼이 역효과를 낳을 뿐, 사람들의 깨우침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것은 진정한 종교적 체험을 불가능하게 할 뿐 아니라 소크라테스식의 합리주의 전통에도 위배된다.
    (/ p.29)

    태초부터 인간은 헌신적이고 고된 종교적 행위를 되풀이해왔다. 그러면서 그들은 표현하기 힘든 방식으로 인간성을 고양하고 충족하는 신성함과 접하게 해주는 신화, 의례, 도덕적 규율을 발전시켜왔다. 그들이 그렇게 독실했던 이유는 단지 신화와 교리들이 과학적, 역사적으로 믿을 만해서도 아니고 우주의 기원에 관해 알고 싶어서도 아니며 더 나은 사후세계를 원해서도 아니었다. 권력에 굶주린 사제나 왕들이 믿음을 강요해서도 아니었다. 오히려 종교는 사람들이 폭정과 억압에 맞서도록 도와주었다. 종교의 의미는 지금 현재의 삶을 치열하고 풍요롭게 사는 데 있었다. 종교적인 사람들은 야심찬 희망을 지녔다. 그들은 꿈을 꾸면서, 자연을 사색하면서, 서로 그리고 동물들과 소통하면서 일상적으로 환희와 통찰의 순간들을 겪기를 소망해왔다. 그들은 삶의 고통에 짓눌려 신음하기보다 고통 속에서도 평온함을 유지하고자 했다. 그리고 언젠가 죽는다는 두려움을 극복할 용기를 갈망했다. 욕심 부리고 옹졸하게 굴기보다 관대하고 공정하며 최대한 인간적으로 살아가기를 열망했다. 그들은 평범한 물잔이 되기보다 공자의 말처럼 신성함으로 넘치는 아름다운 제사용 그릇이 되기를 원했다. 그들은 인간 개개인에게서 느끼는 형언할 수 없는 신비를 찬미하며 이방인, 가난한 사람, 억압받는 사람들을 존중하는 사회를 만들고자 했다. 물론 실패할 때도 종종 있었지만 전반적으로는 종교적 수련으로 이 모두를 해낼 수 있음을 알았다. 그리고 누구보다 성실하게 노력했던 사람들은 유한한 인간이 신적인 삶을 살며 진정한 자아에 눈뜨는 일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 p.496)

    철학자들의 멀리 떨어진 신은 고대의 천신처럼 사람들의 마음속에 서 희미해지기 쉽다. 근대‘과학적 종교’의 지배자적인 신은 지나치게 외부화되어 인간성과 멀어지고 블레이크의 시에 나오는 호랑이처럼 “머나먼 바다와 하늘”에 국한되는 신이었다. 그러나 근대 이전의 종교는 성스러움을 신중하게 인간화했다. 브라흐만은 멀리 떨어진 실재가 아니라 모든 개별 존재의 아트만과 동일한 것이었다. 공자는 ‘인仁’에 이르지 못한 사람은 그것을 이해할 수 없다며 인을 정의하지 않았지만(나중에‘측은지심’으로 해석되었다) 공자의 시대에 인은 보통‘사람됨’을 의미했고, 영어로 인은 ‘human-heartedness(사람다움)’로 가끔 번역된다. 이처럼 신성함은 ‘초자연적인’것이 아니라 후대의 어느 유교사상가가 말했듯이 인간성을 갈고닦아 “신과 같은(선禪)”경지로 끌어올리는 신중하게 단련된 태도였다. 부처의 평정심과 무아無我를 명상하는 불교도들은 부처를 열반의 화신으로 여겼다. 열반은 그렇게 인간적으로 표현되지 않으면 이해할 수 없는 것이었지만 그들은 열반이 인간에게 자연스러운 것이며 부처의 방법을 실천할 때 자신들도 열반에 이를 수 있음을 알았다. 기독교인들도 그와 비슷하게 그리스도를 모방함으로써 테오시스를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었다.
    (/ p.495)

    저자소개

    카렌 암스트롱(Karen Armstrong) [저] 신작알림 SMS신청 작가DB보기
    생년월일 1944~
    출생지 영국
    출간도서 16종
    판매수 4,910권

    영국의 저명한 종교 역사학자이자 종교 문화 비평가인 카렌 암스트롱은 1944년 영국 워스터셔에서 태어났다. 열일곱 살에 옥스퍼드 대학의 입학 허가를 받을 정도였지만, 대학 대신에 로마 가톨릭의 ‘성스러운 아기 예수회’에 들어갔다. 1967년부터 옥스퍼드 대학에서 영문학을 공부하며 종교 생활과 학교생활을 병행하지만, 예수회의 엄격한 규율 등에 실망하고 7년간 지내던 수녀원을 떠났다. 옥스퍼드 대학을 수석으로 졸업한 암스트롱은 런던 대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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