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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극의 리스트 : 문학과 예술 속의 목록사: 호메로스에서 앤디 워홀까지[양장]

원제 : Vertigine della list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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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록의 향연 속으로 초대하다!

베스트셀러 소설가일 뿐 아니라, 우리 시대 가장 영향력 있는 사상가, 철학자, 미학자, 그리고 역사학자인 움베르토 에코의 『궁극의 리스트』. 스스로를 열렬한 목록 애호가라고 일컫는 저자가, 고대부터 현대까지 인류가 쌓아온 끝을 가늠하기조차 어려운 기이하고 아찔한 목록의 역사를 뒤적이고 있다. 주로 서양 문학과 예술 속에 나타난 목록의 예를 살펴본다. 특히 호메로스를 출발점으로 앤디 워홀까지 그들의 작품 80여 종에 등장하는 흥미로우면서도 아찔한 목록을 들춰보고 있다. 190여 점의 일러스트를 치밀하게 담아내 인류가 세계를 바라보고 표현한 방법을 엿보게 해준다. 자본주의 사회로 넘어오면서 상품이 되듯 목록의 개념이 시대에 따라 변해왔음을 알 수 있다. 목록 속에 담긴 시대정신도 확인하게 된다.

출판사 서평

인류가 써 내려온 욕망이라는 이름의 목록, 그 아찔하고 기이한 세계로의 초대
소설 『장미의 이름』의 저자이자 『미의 역사』, 『추의 역사』에서 색다른 미학의 세계를 펼쳐 보인 미학자 움베르토 에코가 이번엔 다소 경악스러운 책을 들고 나왔다. 인류 문화사에서 가장 기이하면서도 도무지 그 끝을 가늠조차 할 수 없는 무언가의 〈목록list〉들을 제시하며 이것들이야말로 그 시대의 세계관을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다고 말하는 움베르토 에코. 현기증마저 불러일으키는 195장의 삽화와 호메로스, 단테, 괴테, 조이스, 프루스트 등 대가들의 작품 80여 종 속에서 펼쳐지는 각종 목록의 향연을 진두지휘하는 에코의 치밀함은 〈목록〉이라는 소재가 주는 낯섦과 뒤섞여 당황스러울 정도이다. 한마디로 이 책은 움베르토 에코가 목록에 바치는 찬사이자 목록을 위한 목록, 그러니까 이 책 자체가 에코의 목록인 셈이다.
그렇다면 왜 〈목록〉인가? 우리는 목록의 시대에 살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 만큼 목록은 우리 일상생활 곳곳에 넘쳐나고 있다. 일정표, 쇼핑 목록, 위시 리스트, 서지 목록, 영화 목록, 각종 카탈로그, 전화번호부, 식당 메뉴판, 그리고 인터넷 등, 사람들은 다양한 목적으로 각자의 목록을 작성해 나가고 있다. 그리고 그 다양한 목적 안에는 저마다의 〈욕망〉이 숨어 있다. 물론 목록은 현대인만이 누리고 있는 문명의 이기도, 욕망의 해방구도 아니다.

실제로도, 또 우리가 백과사전과 관련해 보았듯이, 고대 그리스 로마 시대와 중세 시대 목록들은 거의 임시변통을 위한〈편법〉과 다름없으며, 그 표면 바로 밑에서 우리는 있을 수 있는 질서에 윤곽을 부여하고 사물들에 형태를 부여하고자 하는 욕망을 항상 감지하곤 한다. 그러나 근대 세계에서 목록은〈변형〉에 대한 취향으로 받아들여진다. (본문 245쪽)

에코가 지적한 대로 목록은 인류의 모든 역사에 걸쳐 존재했으며, 고대와 중세 그리고 근대 세계에서 인간이 목록 속에 숨겨 놓은 욕망은 각 시대의 시간적 격차만큼이나 그 모양새가 서로 다르다. 에코는 시대와 예술 장르를 넘나들며 이 욕망의 편린을 수집했고 이 책 안에 그것들을 목록화했다. 에코의 욕망은 수집한 그 목록들을 통해 인류가 세계를 어떻게 바라보고 그것을 어떤 식으로 표현해 왔는지 엿보고 싶은 것이었다. 한편으로는 회화 속에 담긴 〈시각적 목록〉을 펼쳐 보이며 프레임 안에 갇혀 있던 우리의 시각을 넓혀 프레임의 물리적 한계 너머에 있는 형태, 그 너머에서도 계속될 〈기타 등등〉의 세계를 상상하도록 권유한다.

문화란 그 자신의 정체성을 확신할 때에는 닫혀 있고 안정된 형태를 선호하는 반면, 뒤죽박죽 쌓여 있는 불명료한 현상들과 마주치면 목록을 만들어 나가기 시작한다.
이 책은 고대에서 현대에 이르기까지 인류가 쌓아 온 목록의 장대한 역사를 뒤적인다. 서양 문화사에서 우리는 성인들의 목록, 천사와 악마의 이름들, 그로테스크한 피조물에 관한 설명들, 약용 식물의 목록이나 수많은 보물들의 목록을 보게 된다. 그런 목록에는 도서관 장서 카탈로그 같은 유한한 항목의 실용적 목록들도 있지만, 헤아릴 수 없는 거대함을 표현하려는 의도를 가진, 따라서 무한함의 현기증을 일으키는 목록들도 있다. 목록이 갖는 무한성은 결코 우연히 나타난 게 아니다. 문화란 그 자신의 정체성을 확신할 때에는 닫혀 있고 안정된 형태를 선호하는 반면, 뒤죽박죽 쌓여 있는 불명료한 현상들과 마주치면 목록을 만들어 나가기 시작한다. (본문 15쪽)
목록의 미학은 미술사와 문학사 전반에 걸쳐 흐른다. 그것은 고대의 동물 우화집에서, 거룩한 천사들의 무리에서, 또는 16세기 박물학 컬렉션에서 발견된다. 뿐만 아니라 좀 더 간접적으로는 호메로스부터 조이스와 핀천에 이르기까지, 그리고 고딕식 대성당의 보물에서부터 보스Bosch의 환상적 풍경화와 호기심의 창고를 거쳐, 20세기의 앤디 워홀과 대미언 허스트에게서도 사용되고 있다.
아름다운 삽화들이 즐비한 이 책에서 움베르토 에코는 목록의 개념이 시대를 거치면서 어떻게 변화해 왔는지, 그리고 시기마다 목록이 어떻게 시대정신을 표현했는지 체계적으로 분석한다.

페이지마다 펼쳐지는 놀랍고도 유익한 목록 이야기!―워싱턴 포스트
호메로스의 카탈로그를 시작으로 유럽 문화의 광대한 목록들을 찬양하다―가디언

“내가 가장 좋아하는 목록은 전화번호부!”
에코는 2년 동안 루브르 박물관 객원 큐레이터로 일하면서 목록을 주제로 한 전시회, 음악회, 컨퍼런스, 낭독회 등의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감독했다. “루브르 박물관에서 목록의 흔적을 추적한 작업은 마치 유니콘을 좇는 것 마냥 흥분되었다.” 에코가 밝힌 이 소감은 목록에 대한 그의 애착을 단적으로 보여 준다. 더불어 이 책은 에코가 루브르에서 몰두한 목록에 관한 연구의 산물인 셈이다. 이 전시회와 관련한 한 인터뷰에서 에코는 “외딴섬에 가게 된다면 나는 전화번호부를 가지고 가겠다”라고 대답한다. 전화번호부라는 〈목록〉에 실린 수많은 이름들을 가지고 무한한 조합의, 무궁무진한 이야기와 인물들을 만들어 낼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게 그 이유였다. 과연 『장미의 이름』을 세상에 내놓은 소설가다운 답변이다.
사실 목록에 대한 에코의 애정은 그의 소설 속에서도 이미 드러나 있다. “내 소설을 읽는 독자는 소설 속에 목록이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될 것이다. 내가 이렇게 목록을 좋아하게 된 데는 두 가지 기원이 있는데, 모두가 청년 시절 나의 연구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 기원은 바로 중세 텍스트와 제임스 조이스의 작품들이다.” (본문 7쪽)
전화번호부가 자신의 〈궁극의 리스트〉라는 움베르토 에코. 그렇다면 인류의 궁극의 리스트는 무엇이었을까? 에코는 이 책에서 고대 그리스 시대부터 중세를 거쳐 근대와 현대에 이르기까지 각 시대에서 발견되는 목록의 흔적을 좇아간다. 고대인들은 형언할 수 없는 대상, 우주처럼 한계가 없는 존재를 마주했을 때 그것을 표현하고 이해하기 위해 그 대상의 속성을 무한히 나열했다. 그것이 세계를 이해하는 방식이었다. 트로이를 침공한 그리스 군대의 어마어마한 규모를 묘사하기 위해 호메로스가 선택한 방법은 350행에 달하는 함선의 지휘자와 함선 이름을 목록화하는 것이었다. 중세의 목록은 많은 부분 신을 위해 채워졌다. 이 시기에 등장한 위대한 신학대전들과 백과사전들은 물질적이고 영적인 우주와 신에 대해 명확한 형태를 제시하고 있노라고 주장한다. 근대의 박물관이나 화랑, 미술관은 자꾸 모으고 한없이 불려 가는 축적에 대한 취향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여기에서 만들어지는 컬렉션 목록을 좇아 사람들이 박물관을 찾은 이유는 바로 그 시설이 정의상 당연히 갖고 있는 탐욕스러움 때문이었다. 그것이 의미상 탐욕스러울 수밖에 없는 이유는 박물관이 개인 컬렉션에서 생겨나고, 개인 컬렉션은 강탈과 전쟁의 전리품에서 생겨나기 때문이다(본문 170쪽). 자본주의 사회에서 목록은 상품 그 자체다. 백화점과 가게 진열창에 널려 있는 상품들은 말 그대로 화려한 자본의 목록이다. 진열창은 그 물건들이 우리가 그 가게 안에서 찾게 될 것들 가운데 하나의 예에 불과하다는 것을 효율적으로 전달한다. 그리고 이제 목록의 어머니라 불릴 만한 존재가 등장하는데 모든 정보의 그릇이라 할 인터넷이다. 그것은 가장 신비하면서도 거의 완전히 사실적인 현기증을 우리에게 선사하고, 우리가 부유하고 전능하다고 느끼게 만드는 정보들의 카탈로그를 제공해 준다(본문 360쪽).

한계를 넘어서는 상상력의 자극제
이 책에가 가장 빈번히 등장하는 단어는 목록과 함께 〈무한〉이다. 에코가 수집한 목록은 기본적으로 끝없이 나열되는 무한한 속성을 지닌다. 무한한 목록의 세계는 회화나 지면의 물리적 프레임을 뚫고 〈저 너머로〉 향해 있는 열린 세계이다. 그런 목록에는 유한한 존재로서 무한을 꿈꾸며, 우주의 모든 것을 포괄하려는 인간의 욕구가 담겨 있다. 한계를 느끼면서도 그것을 우회하려고〈형언할 수 없음〉과〈기타 등등〉을 사용하면서까지 목록을 만드는 것은 혼돈을 통제하고, 우리의 우주를 제어하기 위한 행위이다. 아울러 기나긴 열거와 넘치는 과잉의 효과를 사용하면서 어지럼증을 유발하는 것은 바로 유한한 존재인 우리가〈무한성〉을 맛볼 수 있는 방법이다. 에코는 이런 무한성의 목록이 우리의 상상력을 자극한다고 말한다. 완결되고 닫혀 있는 세계에서는 문화가 정체되고 인간의 상상력도 프레임의 한계를 넘지 못한다. 에코가 이 책에서 궁극적으로 말하고자 하는 바는 바로 프레임의 한계를 깨고 상상력을 무한대로 넓혀 보자는 것이다.

[책속으로 추가]

신은 곧 목록이다
중세 문학에서 목록은 신의 속성을 규정하기 위한 하나의 질문이었기 때문에, 목록을 이루는 항목들은 일관성이 없어 보인다. 아레오파고스의 가짜-디오니시오스에 따르면, 신은 서로 다른 이미지들을 통하지 않고서는 무어라 명확히 말로 정의할 수 없는 것이다. 그래서 5세기 파비아의 주교 엔노디우스Ennodius는 그리스도에 관하여〈근원이자 길이요, 권리, 바위이자 사자, 빛을 지닌 자, 양이시며, 문이자 희망이요, 미덕이며, 말씀이며, 지혜요, 예언자이시며, 제물, 어린 가지, 목자, 산, 그물, 비둘기이시며, 불꽃, 거인, 독수리, 배우자, 환자, 벌레이시며……〉라고 말해야 했다. ―133쪽

목록의 도시 로스앤젤레스
그런데 여기서 하나의 중심 광장 주변에 건설된 도시를 떠나〈메인 스트리트〉에서 계속 뻗어 나가는 미국의 도시로 옮아가 보자. 도시의 척추 역할을 하는 그 길은 무한하게 연장될 수 있고, 점차로 뻗어 가는 도시에서 그 중심은 아주 자연스럽게, 날마다 더욱 커져만 가는 교외 속으로 이동하며, 따라서 그 도시가 어디서 끝나고 외곽이 어디서부터 시작되는지 구분하기가 때로는 힘들어진다. 이것은 결국 우리를 〈도시 영역〉으로 이끄는데, 그 대표적인 예가 로스앤젤레스이다. 이 도시는 중심지가 따로 없으며 사실상 도시 자체의 외곽들로 구성되어 있다. 한마디로 로스앤젤레스는 〈기타 등등〉의 도시이며 따라서 만약 우리가 그 은유를 받아들이고자 한다면 로스앤젤레스는〈형태 도시〉라기보다는〈목록 도시〉가 된다. ―240쪽

남자의 성기를 지칭하는 그 많은 형용사들
질서에 대한 요구는 그 시대 소르본 대학의 학식 높은 박사들을 고무했지만, 이런 풍조를 경멸이라도 하듯 엄청난 목록을 만들어 낸 작가가 있었으니 그가 바로 라블레였다. 궁둥이를 닦는 듣도 보도 못한 수많은 방법들이나 남자의 성기를 지칭하는 그 많은 형용사들, 적을 호되게 혼내는 갖가지 방법들, 생빅토르 수도원에 보관된 쓸모를 알 수 없는 많은 책들, 온갖 뱀의 종류라든가 가르강튀아가 할 줄 아는 수많은 (그리고 그 많은 놀이들을 모두 즐길 그 엄청난 시간을 만들 방법은 오직 신만이 아는) 놀이들을 열거하는 방식에는 이렇다 할 이유가 전혀 없다. ―249쪽

세계를 개편하는 수단
호메로스가 목록에 의지했던 이유는 언어와 혀, 입이 부족했기 때문이었으며, 형언할 수 없다는 표현 자체는 오랜 세월 동안 목록의 시학을 지배해 왔다. 그러나 조이스나 보르헤스가 끌어낸 목록을 보면, 그들이 목록을 만든 이유는 말로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몰라서가 아니었다. 그들은 과잉에 대한 애정에서, 오만함에서, 단어에 대한 욕심, 그리고 복수(複數)와 무한(無限)에 관한 즐거운(그리고 드물게는 강박적인) 과학을 향한 욕심에서 사물을 말하고 싶었던 것이다. 목록은 이제 세계를 개편하는 한 방법이 되면서, 거리가 먼 사물들 사이에서 새로운 관계를 끌어내기 위해, 그리고 어쨌거나 상식으로 받아들인 것들에 의구심을 던지기 위해 속성들을 축적하라는 테사우로의 권유를 실천하다시피 한다. 이렇게 해서 혼돈의 목록은 형태를 붕괴시키는 하나의 방식이 된다. 미래주의, 큐비즘, 다다이즘, 초현실주의, 신사실주의가 제각기 다른 방식으로 추진했던 것이 바로 형태의 붕괴였다. ―327쪽

마르크스의 목록
다양한 미의 목록을 제공하는 일은 매스 미디어를 탄생시킨 사회의 특징과 모종의 관계가 있다. 그것은 마르크스가『자본론』앞부분에서 했던 말을 떠올리게 한다. 〈자본주의적 생산 양식이 지배하는 사회에서 부는 엄청난 상품들의 축적으로 그 스스로를 드러낸다.〉이와 같은 광범위한 축적은 다양하고 상징적인 장소에서 나타나는데, 그 하나가 가게 진열창이다. 전시된 물건들이 지나치게 많은 경우가 가끔 있지만, 진열창은 그 물건들이 우리가 그 가게 안에서 찾게 될 것들 가운데 하나의 예에 불과하다는 것을 효율적으로 전달한다. ―353쪽

백화점은 그 자체가 하나의 목록!
19세기의 한 파리 안내서는 갤러리를〈대리석 벽 속에 끼워 넣어져 유리로 덮인 복도〉로 정의한다. 그곳에는〈가장 품위 있는 가게들〉이 늘어서 있기 때문에〈이런 부류의 갤러리 하나가 하나의 도시이며, 사실상 하나의 초소형 세계이다.〉그리고 마지막으로 백화점이 있다. 졸라가『부인들의 행복Au Bonheurde dames』에서 격찬했던 백화점은 그 자체가 진정한 하나의 목록이다. ―354쪽

모든 목록의 어머니, 인터넷!
마지막으로 우리는 모든 목록들의 어머니를 만나게 된다. 끝없이 진화하고 있기 때문에 정의상 무한한 그것은 바로 월드 와이드 웹이다. 그것은 정연하게 가지를 뻗어 가는 나무가 아니라 거미집이자 미궁이며, 온갖 현기증 중에서 가장 신비적이면서도 거의 완전히 사실적인 현기증을 우리에게 선사하고, 우리가 부유하고 전능하다고 느끼게 만드는 정보들의 카탈로그를 실제로 제공해 준다. 단 하나의 문제가 있다면 거기에서는 더 이상 사실과 오류가 구분되지 않기 때문에, 그 요소들 가운데 어느 것이 실제 세계의 데이터를 가리키는지, 그리고 어느 것이 그렇지 않은지를 우리가 모른다는 것이다. ―360쪽

목차

서문

1. 헤파이스토의 방패
2. 목록과 카탈로그
3. 그림에 담긴 목록
4. 말로 다 할 수 없는 것들
5. 사물의 목록
6. 장소의 목록
7. 목록이 있고 목록이 있으니
8. 목록과 형태의 교환
9. 열거의 수사학
10. 신기한 것들의 목록
11. 컬렉션과 보물들
12. 호기심의 창고
13. 자산 목록에 의한 정의 대 본질에 대한 정의
14. 아리스토텔레스의 망원경
15. 과잉, 라블레 이후
16. 일관된 과잉
17. 혼돈스러운 열거
18. 매스 미디어 목록
19. 현기증 나는 목록
20. 실용적 목록과 시적 목록의 교환
21. 정상적이지 않은 목록

부록

본문중에서

캔버스 너머에서도 죽어가는 수많은 사람들
조반니 파올로 판니니의「화랑」작품들을 예로 들어 보자. 이 그림들은 우리에게 보이는 것들만 보여 주기 위해 그린 것이 아니다. 그려진 것들은 단지 하나의 예일 뿐이며 얼마나 많은지 알 수 없는 나머지 컬렉션들까지도 말해 주려는 의도가 이 그림들에 담겨 있다. 보스Bosch의「쾌락의 동산」은 어떤가. 이 그림은 그것이 암시하는 놀라운 일들이 그림의 경계를 넘어서도 계속되리라는 것을 말해 준다. 카르파초의「아라라트 산에서의 순교자 만 명의 십자가형과 영광」이나 폰토르모의 「만 천 명의 순교자들」도 다를 게 없다. 확실히 그림 속에서 십자가에 박힌 사람들의 수는 만 명이 아니며 고문당하는 사람들은 그림에 보이는 것보다 훨씬 많을 것이다. 그러나 이 그림들이 캔버스 경계 너머에서도 계속해서 죽어가는 수많은 사람들을 이야기하려는 의도가 있음은 분명하다. 어찌 보면 이 그림들은 그 모든 사람의 이름을 하나하나 대지 못하는 (다시 말해서 그들 하나하나를 보여 주지 못하는) 그림 자신의 무능함을 나타내기 위한 의도로도 느껴진다. ―39쪽

네덜란드 정물화는 세속적인 사물의 덧없음을 암시하는 목록
과일이나 고기, 생선을 묘사한 네덜란드 정물화들은 겉보기에는 그 자체가 하나의 형태로서 구성되어 있는 것처럼 보인다. 정물들이 하나의 프레임에 의해 경계가 정해져 있기 때문이며, 또한 보통은 정물들이 가운데에 쌓여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런 그림에는 제시된 정물들이 주는 풍부함의 효과, 말로는 다 할 수 없는 다양성의 효과를 노리는 의도가 너무도 뚜렷하기 때문에, 우리는 이 정물화들을 시각적 목록의 예로 포함시킬 수 있다. 그리고〈바니타스Vanitas〉라고 알려진 네덜란드 정물화, 다시 말해 겉으로는 아무런 상호 관계가 없는 듯한 사물들을 뒤섞어 놓고서, 그 모든 것이 썩기 쉬움을 나타내면서 우리에게 세속적인 사물의 덧없음을 생각하게 만드는 그림들에도 목록에 대한 암시가 담겨 있다. ―44쪽

목록의 형식을 취한 음악
원칙적으로 보면 목록은 다른 형태의 예술에서도 찾을 수 있다. 강박적인 리듬이 반복되는 프랑스 작곡가 라벨의「볼레로」는 그 곡이 무한히 계속될 수 있음을 암시한다. 립친스키Rybcznski 같은 예술가가 그 곡에서 영화의 영감을 끌어낸 것도 우연이 아니다. 립친스키의 영화「오케스트라」에서 특정 등장인물들(러시아 혁명 지도자들 가운데서 감독이 선택한 인물들이지만, 이들은 일곱 번째 하늘로 올라가고 있는 천사들이기 때문에 형식적인 관점에서 보면 아무것도 변하지 않을 것이다)은 어쩌면 끝이 없을 것 같은 계단을 올라간다. ―47쪽

민중 봉기의 어마어마한 규모
장소의 축적과 관련해서 빅토르 위고의 소설『93년』에는 방데 지역의 지명들을 열거한 목록이 나온다. 랑트냐크 후작은 뱃사람 알말로에게 그 모든 곳을 일일이 지나면서 봉기를 일으키라는 명령을 전달하라고 지시한다. 가련한 알말로가 그 엄청난 목록을 기억할 수 없다는 것은 분명하다. 위고 또한 독자들이 그 많은 지명들을 모두 기억하리라 기대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다시 말해서 그 방대한 공간 목록은 단순히 민중 봉기의 어마어마한 규모를 암시하려는 의도일 뿐이다. ―81쪽

돈 조반니가 유혹한 여인들
비록 음악과 운문으로 만들어지기는 했지만 실용적인 목록을 보여 주는 좋은 예가 모차르트의「돈 조반니」에 나오는 레포렐로의 목록이다. 돈 조반니는 수많은 시골 여인네, 하녀, 도시의 숙녀, 백작 부인, 남작 부인, 후작 부인, 공작 부인 등 계층과 외모, 연령대를 가리지 않고 온갖 여인들을 유혹한다. 하인 레포렐로는 주인의 그 편력을 정확한 장부로 만드는데, 그의 목록은 수학적으로 완전하다. 〈이탈리아에서는 600 하고도 40명, 독일에서는 231명, 프랑스에서는 100명, 터키에서는 91명, 그러나 스페인에서는 이미 1천 명 하고도 세 명입니다.〉이것을 모두 합치면 더하거나 뺄 것 없이 정확히 2,065명이다. 만약 돈 조반니가 그다음 날 도나 안나나 체를리나를 유혹한다면, 새로운 목록이 만들어질 것이다. ―1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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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소개

움베르토 에코 [저] 신작알림 SMS신청 작가DB보기
생년월일 19320105

기호학자인 동시에 철학자, 역사학자, 미학자로 활동하고 있는 볼로냐대학교의 교수이다. 1932년 이탈리아 서북부의 피에몬테주 알레산드리아에서 태어났다. 변호사가 되길 원했던 아버지의 뜻에 따라 토리노 대학교에 입학하였으나, 중세 철학과 문학으로 전공을 선회, 1954년 토마스 아퀴나스에 관한 논문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 학위논문을 발간함으로써 문학비평 및 기호학계의 주목을 받게 되었다. 1962년 토리노대학교와 밀라노대학교에서 미학 강의를 시작했으며, 최초의 주요 저서인 『열린 작품 Opera apertas』(1962)을 발간해 현대미학의 새로운 해석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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