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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개는 그 상점 안에서 흘러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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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 서평

    다양한 스펙트럼을 보여주는 시조를 통해 읽는 아름다운 생명의 찬가

    강현덕의 시조는 현대적인 호흡과 리듬과 시조 본유의 깊은 함축성을 두루 갖추었다. 생태계는 물론이거니와, 생명의 존엄성 자체가 경시되는 현대사회에 이처럼 그윽한 시조들은 근본적인 가치를 환기시켜준다. 고적하고 아름다운 이미지를 관찰하며, 그로부터 생명에 대한 통찰과 그 안에 내재된 가치를 우회적으로 이야기한다. 존재하는 모든 것의 필연적인 운명인 소멸에 대해 성찰하면서, 역설적으로 그것마저 포용할 때 생에 대한 긍정적 인식이 가능하다. 그것은 자신의 상처에 대한 직시와 타자성의 회복을 통해 이루어지며, 그것은 사랑이라는 행동으로 가능하게 된다.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담담한 어조로 시각적인 이미지의 형상화를 이루어내는 웅숭깊은 시집이다.

    [추천사]
    시조의 형식은 현대인이 잃어버린 중요한 어떤 것을 상기시킨다. 시간의 여유를 갖는 차분함, 시조의 율격을 따르면서 우리는 부지불식간 이것을 얻게 된다. 반드시 고풍스런 것을 찾아다니며 대상에서 멋스러움을 떠올리지 않더라도 시조의 가락엔 우리를 이끄는 힘이 있다. 시인은 이러한 힘을 십분 끌어내고 있는데, 그의 단정하고 일관된 목소리, 사물을 대하는 방식, 그리고 그것들을 끌고 가는 어휘의 사용이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강현덕의 작품들을 통해 우리는 문명을 살아가면서 무심하게 여겼던 것을 다시금 생각하게 된다.
    ─ 송기한(문학평론가·대전대 교수)

    주지하다시피 이미지는 지각 체험의 정신적 재현(Brooks)이자 인식의 기본 매체로서 시인의 언어에 새겨진 근본적인 화인(火印)이기도 하다. 그녀는 다양한 이미지를 생산하고 키워나가면서 시의 육체를 완성하고 주제를 육화(肉化)시키는 면모를 보여준다. 한 편의 시가 이미지의 흐름과 운동을 통해 세계와 소통할 수 있는 하나의 방식임을 상기한다면, 그녀의 시에 등장하는 다양한 이미지들은 독립된 하나의 풍경으로 살아나 스스로를 완성하기도 하고, 타자와의 소통을 갈망하는 현존물로 등장하기도 한다.
    ─ 이연승(문학평론가)

    [시인의 말]
    강변역 부근에서 영화 보는 날이 많다. 강물은 그 아래를 늘 주춤주춤 흘러간다. 영화 속 사람들은 나보다 언제나 앞서 산다. 나는 늘 그들의 삶을 들여다본다. 나는 지금밖에 없는 사람이라서 영화 속 그들을 기웃대며 확인한다. 그런 순간에도 강물은 흘러가고 나도 흘러간다. 지금을 흘러간다. 그래서 내 시편들을 여기에 묶는다. 나를 묶어두는 것이다. 주춤주춤 흘러가지 못하게. 지금이 지나도 누가 나를 기웃댈 수 있도록.

    목차

    I
    기도실
    일곱 번씩 일흔 번
    안개는 그 상점 안에서 흘러나왔다
    古家의 밤
    느티나무 그늘
    바람의 집
    미안하다
    조롱
    열일곱 살쯤
    냄새
    다림질
    청보리밭
    내 말(言)은
    오후 3시의 강물
    신발
    비 온다야
    할머니와 고양이


    II
    내게로 울러 온다
    폐광
    붉은 비가 내린다
    동백 골짜기
    동굴에서의 잠
    자작나무

    폐경 이후
    볕 좋은 날

    문 없는 냉장고 속 환타
    배나무 꽃가지 훔치던 저녁 같다
    로드 킬
    참치 캔

    III
    배병우의 소나무
    은물 경전
    四時長春
    주막에서
    환조
    와이키키 브라더스
    오아시스
    밤과 꿈
    백 년
    민무늬 토기
    서울에 온 피카소

    IV
    정선
    옛길을 가다
    강물소리
    그 은행나무
    旅程
    북한강에서
    나무 아닌 나무
    남해 보리암
    죽령 넘다
    소야도의 밤
    여숫머리
    무서워라

    V
    지난 11월 생각
    만월
    경상도
    안개
    여름밤
    낙동강
    씨앗 하나
    비 오는 날
    흰 제비꽃
    연꽃 봉오리
    식물원편지 1
    식물원편지 2
    식물원편지 3
    자목련 지고 있다
    가을展
    달 따라 가기
    처서 지나

    [해설] 적요로운 언어의 풍경과 생의 진실을 찾아서 | 이연승

    저자소개

    생년월일 1994
    출생지 경남 창원
    출간도서 0종
    판매수 0권

    경남 창원 출생. 1994년 중앙일보 지상시조 백일장 연말 장원, 1995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등단. 시집 [한림정역에서 잠이 들다] 등. 중앙시조대상 신인상, 한국시조작품상 수상. [역류] 동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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