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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을 사로잡은 꾼들 : 시대를 위로한 길거리 고수들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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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 서평

    활력 넘치는 열띤 조선의 도시,
    그 길거리 풍경을 수놓은 다채로운 꾼들의 향연!


    광대, 재담꾼, 유랑 예인, 책 읽어주는 사람, 노처녀 떡장수, 사회사업가, 비구니, 기녀, 노비 시인, 천민 서당 선생, 강도, 조방꾼, 점쟁이 등등...... 조선의 명물들로 시대를 사로잡으며 한판 놀아나던 꾼들이 모두 모였다. 이들이 펼쳐놓는 기상천외, 재기 발랄한 조선의 풍경!

    부귀공명을 손에 쥔, 역사의 한가운데 기록된 자들만의 세계를 넘어
    입소문만으로도 대중의 사랑을 한 몸에 받은 꾼들의 파란만장 인생 이야기


    지식과 권력, 재물을 가진 이들의 이야기보다 딴따라들의 한판 놀음, 기이한 연애담, 혹은 다양한 사건 사고 이야기가 더 재미있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다. 물론 가진 자들의 이야기에서는 세상을 바라보는 연륜과 식견을 기대할 수 있겠지만, 돌이켜보면 일상에서 지친 마음을 위로하고 흥미를 돋우며 우리 얼굴을 환하게 해주는 것은 다름 아닌 대중가요의 노랫가락이요, 딴따라의 이야기 한 자락임을 부정할 순 없을 것이다.
    지금이야 시대가 달라져서 그런 것들이 각기 다른 위상에서 조명받고 있지만, 봉건적 분위기가 강했던 조선시대에는 그런 것들이 융숭한 대접을 받지 못했다. 하지만 봉건제의 균열 조짐이 보이던 조선 후기에 들어서서는 상업적인 문화가 융성하면서 이전과는 다른 활력이 넘쳐나기 시작한다. 영·정조 때 꽃핀 새로운 시대 분위기일 터인데, 이는 단지 지식인들 사이에서만 넘쳐났던 것이 아니다. 신분제의 균열을 틈타 가진 자들의 세계가 바뀐 것만큼이나 못 가진 자들의 세계도 바뀌어갔다. 사농공상의 구분이 뒤섞이고 상업의 위상이 높아지면서 시장은 새로운 시대 분위기를 반영하는 문제적 공간으로 급부상했다. 그곳에서는 다양한 물자들과 돈이 오갔다. 당연히 사람들도 모여들었다. 그리고 거기에는 동시대의 스타들, 즉 꾼들이 있었다.
    재담꾼과 구기 전문인, 광대, 전기수와 같은 예인들은 장터에서 연희를 펼치며 도시민들의 희로애락을 위무했다. 몰락한 양반이 시장에 나가 나무를 팔고, 쉰 살 먹은 노처녀가 떡과 엿을 팔며 세상 남자는 모두 내 남자라고 호령하는 모습은 이전 시대에 볼 수 없는 풍경이었다. 돈맛을 알게 된 사람들은 일확천금 횡재를 꿈꾸었고, 저잣거리 뒤편 기생방에서는 조방꾼을 사이에 두고 큰돈이 오가며 기생과 한량의 만남이 이루어졌다. 거리에서는 여승과 양반이 주고받은 연애편지가 회자되었고, 민중들은 신출귀몰 영웅을 바라기도 하고 점괘에 기대 세상 이치를 되돌아보기도 했다.
    이들 다양한 인물들은 동시대 사람들을 웃기고 울리면서 그들의 삶을 위무했던 이들이다. 그리하여 사람들 입에 오르내렸고 그만큼 인기를 누리며 주목받았다. 이들 손꼽히는 당대 명물들은 각각의 캐릭터만으로도 우리에게 다채로운 즐거움을 선사하지만, 동시에 그들 하나하나가 활력 넘치는 풍경 속 조각이 됨으로써 18세기 조선의 자유롭고 활기찬 모습을 조망할 수 있게 해준다.

    고전의 바다에서 길어 올린 괴짜 선인 先人들의 삶,
    한문학자 안대회의 실증적이면서도 입체적인 인물 탐색!


    이 책에서는 조수삼 趙秀三의 [추재기이 秋齋紀異]에 기록된 인물들을 주인공으로 다루고 있다. 18세기 중반에 태어나 한 시대의 대표적인 시인으로 활동했던 그는 말년에 일흔한 명의 범상치 않은 인물들을 골라내어 시와 산문으로 그들의 삶을 기록했다. 여러 인물들을 병렬적으로 다루면서도 통일감 있게 구성한 [추재기이]는 조선 후기의 열려 있는 시대 분위기를 보여주는 산물이다. 이 서책은 주류 인물에 대한 서술에서 벗어나 비주류의 삶을 살아가는 이들에게 주목하면서, 그들을 비하하거나 폄훼하지 않는 긍정의 시선을 견지하였다. 신분에 얽매이지 않고 사회의 헤게모니를 쥔 이들의 시선에서 벗어나 자유로이 하나하나의 인간에 주목하며 써내려간 이 서책은, 그야말로 조선 후기를 살아갔던 하층민들의 삶을 기록한 생생한 만인보라 할 만하다.
    이 이채로운 기록은 한문학자 안대회를 만나면서 더욱 풍요로워진다. 조수삼은 [추재기이]를 집필하면서 각 인물의 생애를 짤막하게 묘사하고 흥미롭지만 간략한 에피소드를 담는 것을 원칙으로 삼았다. 따라서 인물의 특이점을 엿보기는 쉽지만 서술의 원칙과 분량 상 그 인물의 전모를 그려내는 데는 여러모로 미흡한 점이 있다. 그런데 여러 고전들을 섭렵하며 그것을 동시대의 언어로 풀어온 한문학자 안대회를 만나면서 이 서책 속 인물들은 입체적인 조명을 받게 된다. 등장인물들이 다른 문헌에 기록된 어떤 이와 동일인인지, 그리고 어떤 상황과 맞물리는지를 정밀하게 맞춰가면서 이들 인물들은 풍부하면서도 견고하게 실증적으로 고증된다.
    한문학에 눈 밝으면서 비주류 인물들을 애정 어린 시선으로 바라보는 학자의 손을 거치면서 조수삼의 기록에 짤막하게 남아 있던 재담꾼 김 옹은 제 이름을 되찾아 김중진으로 명명되고, 여승과 연애편지를 주고받았던 이가 당대의 거부로도 유명했던 무인 남휘임이 밝혀지며, 조수삼도 명백히 밝혀놓지 않았던 나무꾼 시인 정 초부의 명성과 활약상이 재구된다. 그리하여 조선 후기의 비주류 인물들을 탐색했던 조수삼의 작업은 우리 시대에 걸맞은 언어와 시각으로 재탄생했다. 덕분에 우리는 고전의 바다 속에 잠들어 있던 재기 넘치는 인물들과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었다.

    목차

    저자의 말 _조선 후기의 다채로운 명물들, 그 역동성과 인간적 품격

    1부 늴리리야, 딴따라들의 향연
    맨입으로 연주하는 오케스트라 _구기(口技) 전문인 박뱁새와 군할
    애끓게 동생 찾는 걸인의 노래 _장애인 노래꾼 통영동이
    애틋한 온고지신, 전설의 음악 거장 _악사 김성기
    재치 만점, 풍자의 달인 _재담군 김중진
    인기 만점, 낭독의 달인 _책 읽어주는 전기수(傳寄?)
    당대를 쥐락펴락한 만능 엔터테이너 _광대 달문
    깡깡이 소리로 세상만사 그려내다 _유랑 예인들

    2부 파란만장해라, 기고만장한 여인들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한 제주의 여인 _사회사업가 김만덕
    세상 남자 모두 배필이라던 당찬 노처녀 _노처녀 삼월이
    여승과 주고받은 연애편지 _파계한 비구니
    한양 유흥가의 정사사건 _기생 금성월
    남자다운 남자는 진정 어디에 _기생 한섬
    나는 물고기로소이다 _물고기로 변신한 여인

    3부 윗것 아랫것 뒤섞인 반상 班常 의 풍경
    돈 없는데 양반이라고 별 수 있나 _몰락한 양반들
    천민 나무꾼, 시단의 명사 되다 _노비 시인 정 초부
    노비, 한양의 스타 강사 되다 _서당 선생 정학수
    명품·신상에 미친 소시민들 _서화골동 애호가들
    일확천금 횡재를 포기한 사람들 _시대의 양심가들

    4부 어두운 뒷골목을 사로잡았나니
    마음을 훔친 기상천외한 도적들 _협객 대도들
    신출귀몰, 민중의 영웅 _의적 일지매
    천하의 기생들이 내 손안에 있소이다 _조방꾼 최씨와 이중배
    내 점괘는 백발백중, 족집게라오 _점쟁이 유운태

    주석
    참고문헌

    본문중에서

    저잣거리를 사로잡은 대중 스타들, 그 환희의 현장
    조선 후기에는 전국 인구가 채 천만 명이 되지 않았고, 한양 인구도 30여만 명에 불과했다. 그러나 당대에도 지금 못지않게 내로라하는 딴따라들이 있었다. 상업이 활성화되면서 시장은 딴따라들이 한판 신나게 놀 수 있는 장소로 자리 잡았다. 스타를 만나기 위해 사람들은 구름떼처럼 모여들었고, 입에서 입으로 그들에 관한 이야기가 퍼져나갔다.
    구기 전문인 박뱁새와 군할, 그들은 요즘 식으로 말하면 성대모사의 달인으로 사람의 소리인지 짐승의 소리인지 분간할 수 없을 만큼 맨입으로 온갖 소리를 모사하는 예인이었다. 문맹률이 높은데다가 책값이 비쌌는지라 이야기를 듣고 싶어하는 이들은 저잣거리에서 책 읽어주는 사람, 즉 전기수를 기다렸다. 그는 도성의 사람 많은 거리를 점찍어두고서 각종 소설들을 읽어주었는데, 스케줄이 꽉 차서 공연 비는 날이 없을 정도였다. 입이 커서 두 주먹이 입안에 들락달락하던 남자, 거지 출신의 광대 달문은 한양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 인기를 누린, 당대를 쥐락펴락한 엔터테이너이다. 또한 재담꾼 하면 이 사람, 김중진을 빼놓을 수 없다. 이가 빠져 노인처럼 입을 오물거렸던 그는 외견상으로도 우스꽝스러웠지만, 풍자와 설득의 마력까지 지닌 그의 재담은 듣고서 무릎을 치지 않는 이가 없을 정도였다.
    이러한 스타들은 조선 후기의 시대적 활력을 배경으로 근대적인 엔터테인먼트가 꽃피기 전에 화려한 기예들을 선보이며 대중들의 희로애락을 위무하고 당대를 사로잡은 이들이었다.
    (/ 1부 '늴리리야, 딴따라들의 향연' 중에서)

    봉건적 여성상에서 벗어나, 자유와 사랑을 드러낸 여인들의 초상
    봉건 사회에서 성별의 문제는 계급문제처럼 넘나들기 어려운 장벽이었다. 그러나 조선 후기에 들어서면서 이 장벽도 서서히 균열을 일으키고, 그 틈새를 비집고 당찬 여인들이 자신의 목소리를 드러내기 시작한다.
    제주도 기생 출신이면서 거부였던 김만덕은 사재를 털어 제주 빈민들을 구제한다. 그녀는 소원을 말해보라는 정조의 말을 건네 듣고 호기롭게 한양과 금강산 유람을 청한다. 당시에 제주의 여인들은 제주 밖을 벗어날 수 없었던 데 반해, 그녀는 한양에 가서 고관대작들을 만나 교유하고 금강산 일만이천봉까지 둘러본다. 당대의 금기를 넘어선 여장부인 셈이다. 이러한 호기로움은 저잣거리의 노처녀에게서도 엿볼 수 있다. 시장에서 떡과 엿을 팔면서 본인 스스로 생계를 꾸려간 쉰 살의 노처녀 삼월이는 온 세상 남자가 모두 내 남자라며 처녀 특유의 댕기머리를 길게 드리운 채 거리를 활보했다. 다부지게 자신의 삶을 개척해간 독특한 캐릭터의 여인이었던 셈이다. 한편 이전 시대에도 기생은 다른 여성들과는 달리 여러 사람들의 주목을 받는 존재였다. 그러나 조선 후기에 들어서서 이들은 좀더 자유롭게 자신의 삶을 펼쳐 나간다. 일제시대에 벌어진 김우진과 윤심덕의 정사사건 못지않게 정인과 함께 목숨을 끊어 이슈가 된 기생도 나타나고, 양반으로부터 예능을 전수받아 예인으로서의 당당한 면모를 보이는 기생도 등장한다.
    (/ 2부 '파란만장해라, 기고만장한 여인들' 중에서)

    신분의 구분이 흐릿해지면서 나타난 새로운 모습들
    신분제의 균열은, 조선 후기의 대표적인 현상이었다. 양반들은 몰락하여 헐벗은 날것의 삶을 드러내기도 했고, 뛰어난 중인들이 관료로 등용되거나 실학자로 활약하기도 했으며, 천민들 역시 상업의 발달과 함께 부를 거머쥐고 신분 상승의 욕망에 부풀기도 했다.
    돈 없는 양반들이 저잣거리로 나와 장사를 하는 풍경은, 이전 시대에는 상상할 수 없는 것이었다. 장사를 업으로 삼는 이들에 비해 이들의 상술은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그리하여 장터에서 물건을 팔면서도 양반으로서의 습속들을 버리지 못해 자못 기이한 장면들이 연출되곤 했다. 가난에 못 이겨 나무를 팔러 시장에 나온 양반은 "나무 사려!" 소리 한번 제대로 외치지 못한 채 소리 죽여 "내 나무"라고 말하는 게 고작이었다. 반면에 자본을 축적한 이들은 가진 것을 다 바쳐 명품과 신상품을 모으는 취미에 눈뜨기도 한다. 천민들의 활약도 눈에 띤다. 한양 제1의 교육특구였던 성균관 근방에 노비 출신의 정학수가 큰 서당을 차려 학생들을 모았다. 과거 급제에 급급했던 양반 자제들은 서당 선생의 신분을 따질 것 없이 그곳에 모여들었다. 노비 출신의 시인도 등장한다. 나무꾼 시인 정씨는 시로 이름을 날려 양반들의 시 모임에 초대받고, 당대 최고의 화가 김홍도가 그의 시를 화제 삼아 그림을 그리기도 했다. 이처럼 신분제의 균열로 인해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풍경이 연출되었고, 새로운 유형의 인물들이 등장하여 시대의 조명을 받았다.
    (/ 3부 '윗것 아랫것 뒤섞인 반상의 풍경' 중에서)

    어두운 곳에서 벌어진 기상천외한 사건 사고들
    도회지에서 대표적으로 은밀한 공간은 바로 기방이었다. 많은 한량들은 천하절색 기생들이 가득한 이 공간에 들어가기 위해 돈을 들고 줄을 섰다. 그리고 여기에 조방꾼, 즉 서생들과 기생들을 연결해주는, 지금으로 말하면 뚜쟁이 같은 존재가 있었다. 당시에 유명했던 조방꾼 최씨의 별명은 벙어리였다. 그것은 이 은밀한 거래를 성사시키면서 그만큼 입이 무거웠기 때문에 붙은 별명이었다. 조방꾼들의 세계는 은밀한 만큼이나 큰 뒷돈들이 오가는 곳이었고, 그만큼 사람들의 흥미를 끌기도 했다. 한편 신출귀몰하는 강도와 도적 들이 등장해 민중의 영웅으로까지 불리기도 했다. 물론 그들은 분명 강도이고 도적이었다. 그러나 이들은 서양의 괴도 뤼팽만큼이나 재기 넘치고 기상천외했으며 대범하기까지 했다. 민중들은 이들을 의적이라 부르면서 가진 자들에 대한 적대감을 표출하기도 했다. 다른 한편으로 사람들의 고된 삶을 위무하는 데에 점복이 한몫을 하기도 했다. 예부터 황해도는 점쟁이의 고을로 유명했는데, 명복 유운태는 황해도 출신으로 전국적으로 유명한 장님 점쟁이였다. 서울의 유명 인사들도 황해도에 들를 일이 있으면 유운태를 만나 자신의 운명을 청해 듣곤 했다. 그의 점술은 단지 미래를 알아맞히는 것뿐만 아니라 점에 기대는 이들의 마음을 올바르게 이끄는 역할까지 도맡았던 것으로 유명했다.
    이처럼 도회지의 뒤편에서 벌어지는 여러 사건들은 당대의 시대 분위기와 사람들의 심리를 이해하는 데 유효한 자료들이 될 것이다.
    (/ 4부 '어두운 뒷골목을 사로잡았나니' 중에서)

    저자소개

    생년월일 1961.03.08~
    출생지 충남 청양
    출간도서 27종
    판매수 7,539권

    연세대학교 국문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성균관대학교 한문학과 교수로 대동문화연구원 원장을 맡고 있다. 제34회 두계학술상과 제16회 지훈국학상을 수상했다. 옛글을 학술적으로 엄밀히 고증할 뿐만 아니라 특유의 담백하고 정갈한 문체로 풀어내 독자들에게 고전의 가치와 의미를 전해왔다. 지은 책으로 『궁극의 시학』, 『문장의 품격』, 『벽광나치오』, 『담바고 문화사』, 『내 생애 첫 번째 시』 등이 있고, 옮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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