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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밤 주제는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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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 : 이명인
  • 출판사 : 예담
  • 발행 : 2010년 09월 01일
  • 쪽수 : 258
  • ISBN : 9788959134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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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 서평

    소설가 이명인이 찾아낸 서툰 사랑, 더딘 사랑, 아픈 사랑...
    그러나 지독하게 아름다운 사랑

    "사랑한
    사랑하고 있는
    사랑할
    이 세상 모든
    연인들을 위하여"

    사랑 참 어렵다, 많이 힘들다
    그래도 우리는 사랑을 한다

    사랑은 그저 부드럽고 감미로운 것만은 아니다. 작은 새의 날갯짓처럼 쓸쓸하고 힘겹기도 하며, 넘어져 깨진 생채기처럼 쓰리고 아프기도 하다. 사랑하는 이에게 모든 걸 걸지 못하고 시린 사랑을 한 루 살로메를 보면 그렇고, 사랑하지만 일정한 거리 밖에서 연인의 등만 바라보아야 했던 캐서린 햅번 또한 그렇다. 하지만 60여 년을 함께 살고도 여든둘의 아내에게 다시금 애타는 빈자리가 생겼다고 고백하는 앙드레 고르, 사랑은 쉬워서 하는 게 아니라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한다고 한 로버트 브라우닝, 평생 처음처럼 변함없이 애틋하게 살아간 박수근 부부의 가슴 먹먹한 사랑에 우리는 다시 또 사랑할 힘을 얻는다.

    오늘밤 주제는 사랑
    이 책은 제목부터 '오늘밤 주제는 사랑'이라고 표방하고 나서서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소설가 이명인이 음악과 미술로 우리를 감동시킨 예술가와 늘 아름다운 모습으로만 기억되는 은막의 스타, 역사책에 나오는 위인, 세계를 쥐락펴락한 정치가, 그리고 '~주의', '~설'로로 이름이 알려진 학자들에게서 이런저런 사랑 이야기를 찾아냈다. 화려하지 않지만 은근히 가슴에 새겨지는 아름다운 사랑도 있고, 사무치는 그리움을 안고 평생 숨죽인 사랑도 있으며, 간절히 원했지만 슬픈 이별로 끝난 사랑도 있고, 저들은 좋았으나 주위 사람에게 상처를 준 아픈 사랑도 있다. 작가는 그들의 아름답고 슬프고 때론 처절하기도 한 다양한 '사랑'의 모습을 통해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사랑에 대해, 나의 사랑 모습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그래서 한눈에 반해 평생 남편을 위해 애인으로 엄마로, 부처로 살아온 백남준의 아내 구보타의 사랑을 보고 있노라면 '사랑이 얼마나 크기에 오만 가지를 다 품을 수 있을까' 하고 의문이 생기고, 겉에서 보기에 화려한 스타들의 가슴 아픈 숨은 사랑을 보면 '아무리 빛나는 별도 가까이 가보면 암석덩어리구나' 하고 씁쓸해진다. 그런가 하면 꼭 내 전부를 걸어야 사랑은 아니다, 세상의 모든 사랑이 순수한 열정 덩어리는 아니다, 일방적인 희생은 사랑을 고갈시킬 수도 있다라는 깨침과 함께 사랑할 때도 언제나 내가 독립된 주체가 되어야 함을 되뇌게 된다. 그리고 궁극에는 사랑은 한마디로 정의 내리기 어렵지만, 그래도 사랑이 있어 우리 삶이 살 만하다는 생각이 든다.

    장편의 작가 이명인, 사랑을 찾다
    소설가 이명인은 [먼 하늘 가까운 사람들](1992)로 등단한 이후 지금까지 [빼앗긴 들의 사람들](1994), [사랑에 대한 세 가지 생각](1997), [아버지의 우산](1999), [집으로 가는 길](2000), [치즈](2002), [낙타](2006), [은밀한 유산](2008) 등의 장편을 꾸준히 발표한 '장편의 작가'이다. 매번 소재와 주제를 달리하는 노력으로 새롭게 독자를 만나온 작가는 이번엔 소설이 아닌 사랑 에세이로 독자들에게 다가간다.
    작가는 사랑 고백이 이벤트가 되고, 인터넷이나 텔레비전에서 사랑 이야기가 쇼처럼 쏟아져 나와도 오래도록 우리 가슴을 울릴 수 있는 절절하고 아름다운 사랑을 전하고 싶어 찾아 헤맸다. 그리고 그렇게 찾아다닌 끝에 사랑은 절대적이고, 맹목적이며, 행복의 근원이며, 생명을 주고, 생명을 빼앗으며, 생명을 이어가는 '종교'라고 정의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종교와도 같은 사랑을 순수하고 고귀하게 지켜내기 위해서는, 화려한 빈 수레가 떠들고 요란 떠는 것에 마음을 빼앗기지 말고, 남의 가슴에 비수를 들이대고 쟁취한 사랑에 '운명' 운운하며 정당화하지 말라고 충고한다. 사실 평범한 사랑이 가장 어렵고, 그래서 가장 아름답기 때문이다.

    "운명적인 사랑을 기다리지 마라. 모든 운명이 아름다운 게 아니듯이 운명적 사랑 역시 그렇더라.
    지구를 통째로 들어 올릴 게 아니라면 남의 가슴에 비수를 꽂는 사랑은 하지 마라. 자기 가슴에 두 배의 비수가 꽂히더라.
    사랑도 결국 사람 사는 일의 일부더라.
    비 오는 이른 아침, 따스한 불빛의 쇼윈도 안에서 풍기는 빵 냄새처럼 뭇사람도 덩달아 행복한 그런 사랑이 하기도 좋고, 보기도 좋더라.
    이런 나의 말은 온당하지 않다. 왜냐하면 따스한 밥 한 사발도 되고, 화려한 만찬도 되는 숱한 사랑을 들여다보았으면서도 난 여전히 사랑이 무엇인지 모르기 때문이다.
    그러니 사랑할 수 있을 때 사랑하라. 사랑이 와도 식은 잿밥처럼 멀뚱해질 날도 있으리니."
    (/ '작가 서문' 중에서)

    목차

    사랑에 빠져들다

    얼음처럼 차가운 마음에 사랑이 오다 - 캐서린 햅번
    사랑은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나에게 찾아오는 것이다

    그 꽃이 증거다 - 엘리자베스 브라우닝
    작고 사소한 것들에 매혹당하는 일이 아름답고 멋진 사랑을 준다

    진정한 공리주의자의 사랑 - 존 스튜어트 밀
    사랑은 가로막는다고 멈출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순간이 억겁이다 - 김점선
    사랑은 벼락같이도 찾아온다

    결핍, 사랑이 앉다 - 운보 김기창
    덜어내고 채우는 균형 감각이 있는 사랑이 아름답다

    산을 넘고 바다 건너 운명을 만나다 - 찰리 채플린
    운명적인 사랑이란 낭만적이지만, 참으로 잔인하기도 하다

    애인이며 엄마였고, 부처였으며 그리고 해바라기가 된 여자 - 백남준과 구보타 시게코
    사랑이 얼마나 크기에 오만 가지를 다 품을 수 있을까

    사랑 참 어렵다, 많이 힘들다

    시리다, 그대의 사랑 - 루 살로메
    상처받기 싫어서 쿨한 척하는 것은 진짜가 아니다

    사랑에도 연료가 필요하다 - 존 레논과 오노 요코
    사랑은 사랑만으로 탈 수 없다

    정박하지 못한 호화 유람선 - 아리스토텔레스 오나시스 VS 임마누엘 칸트
    사랑에 대한 편견이 사랑을 막는다

    사랑은 그릇이다 - 조반니 카사노바 VS 샤를 보들레르
    육체와 정신의 절묘한 조화가 사랑이다

    느긋하게 정들어가기 - 장 가뱅 VS 마를렌 디트리히
    불안한 열정은 사랑을 아프게 한다

    우물쭈물하다 이럴 줄 알았지 - 버나드 쇼
    한마디로 정의하기 어려운 것, 그것이 사랑이다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사람의 다리는 두 개다 - 폴 뉴먼과 조안 우드워드
    사랑할 때 함께해야 할 것과 혼자 해야 할 것

    펄펄 뛰는 연어가 되어 - 조지아 오키프의 사랑
    사랑은 서로에게 에너지와 영감을 준다

    그 뿌리는 나였네 - 임방울 VS 타사 튜터
    내 전부를 걸어야 사랑일까-

    사랑은 어디에 머무나 - 괴테 부부 VS 케네디 부부
    세상의 모든 사랑이 순수한 열정 덩어리라는 건 오해다
    빛나는 별도 가까이 가보면 암석덩어리이다 - 샤르트르와 보부아르
    사랑할 때 공간의 의미

    그녀로 인해 맘껏 외로울 수 있었다 - 에드워드 호퍼
    사랑하는 이가 곁에 있어도 외로울 때가 있다

    사랑한다면 이들처럼 - 앙드레 고르
    일방적인 희생은 사랑을 고갈시킬 수도 있다

    사랑에 머물다

    그에겐 등대가 있었네 - 윈스턴 처칠
    진정한 격려와 충고를 아끼지 않는 것이 사랑이다

    사랑의 인사 - 에드워드 엘가
    사랑은 누군가에겐 삶 자체일 수도 있다

    안개 숲에서 만나다 - 마르틴 루터
    막막한 삶, 그래도 사랑이 있어 살 만하다

    스릴러를 사랑한 남자의 사랑 - 알프레드 히치콕
    평범한 사랑이 가장 어렵다, 그래서 가장 아름답다

    궁전을 짓고 그 안에 살다 - 카를 야스퍼스
    사랑은 얼마나 빨리 오느냐보다 얼마나 오래 머무르느냐가 중요하다

    사랑은 이발소 그림처럼 - 토머스 킨 케이드
    사랑이 좀 촌스럽고 통속적이면 어떠하리

    늘 그렇게 처음처럼 - 박수근
    누구나 변치 않는 사랑을 꿈꾼다

    본문중에서

    그 꽃이 증거다 - 엘리자베스 브라우닝
    그래서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한다

    ...사랑은 쉬워서 하는 게 아니다.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한다. 불가능할 것 같은데도 한다. 그래서 사랑에 눈이 있다는 것은 틀린 말이다. 그렇다고 로버트의 사랑이 눈먼 것이어서 엉뚱한 곳에 엎어진 것도 아니다. 운 좋게도 엘리자베스가 동정심에 빠진 사랑을 만난 것도 아니다. 그녀는 사랑과 꿈, 아픔과 슬픔, 고즈넉한 행복을 시에 녹였고, 로버트는 그런 시를 쓰는 여자를 사랑한 것이다. 엘리자베스는 무엇 때문에 사랑하지는 말라고 했지만, 로버트는 그녀의 시 때문에 그녀를 사랑했다. 그녀의 시를 사랑하면서 그녀까지 사랑한 것이다. 그러므로 그 여자가 장애인이라도 자기보다 여섯 살이나 많아도 못생겼어도 상관없었다.
    여타의 일처럼, 사랑 역시 본질로 냅다 진입하기도 하지만 사소한 부분에서 아주 천천히 스미어 심장까지 가기도 한다. 오히려 사소한 주변에서 시작하는 경우가 많을지도 모른다. 웃는 눈이 예뻐서 바라보다 사랑하고, 노래 소리에 넋을 잃고 있다가 사랑에 빠지기도 한다. 열심히 일하는 모습이 아름답다 생각하다 사랑에 빠지기도 한다. 이렇게 작고 사소한 것들에 매혹당하는 일이 아름답고 멋진 사랑을 준다. 또 사랑은 기이하게도 남들이 보지 못하는 틈바구니까지 샅샅이 뒤져서 기어이 꽃을 피우는 습성이 있다.
    그러므로 아흔아홉 가지가 못났다고 사랑을 할 수 없는 게 아니다. 아주 작은 틈바구니, 나도 모르는 나의 멋진 틈을 발견하고 살포시 내려앉은 사랑에 놀라 도망가지 않으면 사랑은 내 것이다. 보도블록 사이에 핀 예쁜 꽃이 그 증거다.
    (/ p.29)

    느긋하게 정들어가기 - 장 가뱅 VS 마를렌 디트리히
    불안한 열정은 사랑을 아프게 한다

    ... 매번 화려한 연인과 사랑하고, 언제든 헤어졌다 다시 그럴듯한 연애를 하는 사람은 겉보기에 멋져 보이지만, 정착하지 못한 불안은 어쩔 수 없다. 불안은 불안을 낳아서 진득하게 있으면 조바심이 난다. 그래서 평생 이 화려한 불안의 궤도를 벗어나지 못하는 사람도 있다. 한때 장 가뱅과 열을 냈던 마를렌 디트리히가 그랬다. 그녀는 죽을 때까지 탐욕의 바퀴를 벗어나지 않았으며, 알코올 중독의 폐인으로 1992년 아흔두 살에 삶의 종착역에 도달했다. 그녀가 탐욕의 바퀴에서 내리지 않은 것을 요즘엔 섹스 중독이란 질병으로 분류한다.
    반면 장 가뱅은 그 불안의 의미를 알았던 것 같다. 반복된 실패에도 거듭 단란한 가정을 꿈꾼 것으로 짐작해보니 그렇다. 그런데 한번 속도가 붙어 돌기 시작한 탐욕의 바퀴에서 내려오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을 것이다. 장 가뱅 역시 겨우 마흔 중반에야 그 궤도에서 내려오지 않았던가.
    느긋하게 정들어가며 사는 일은 시간의 숲을 산책하는 일이다. 그 숲은 살아 있는 유기체여서 늘 변하고 꿈틀거린다. 한때 상대의 자상함이 좀생이로 변질되고, 터프한 매력이 독선으로 변질되기도 하지만, 좀생이의 바탕엔 자상함이, 독선의 바탕엔 터프한 매력이 있다는 걸 잊지 않는다. 또 배가 나오기 시작하고 턱 선이 무뎌지고 피부에서 윤기가 가시는 것을 함께 겪으며 사는 일, 새물내 나는 옷이 내 몸에 자연스럽게 맞춰지듯 사람 역시 그렇게 되어가는 그 과정들은 소중하다. 사람이나 물건이나 느긋하게 정들어가는 일은 돈을 주고 살 수 없는 일이다. 돈과 권력과 미모와 젊음으로도 메워지지 않는 함께 공유한 모든 시간이다.
    (/ p.118)

    사랑은 어디에 머무나 - 괴테 부부 VS 케네디 부부
    세상의 모든 사랑이 순수한 열정 덩어리라는 건 오해다

    ...케네디는 섹스 중독자로서의 생활을 눈감아준 재클린을, 재클린은 대통령의 부인으로 살게 해준 케네디를 얼마큼 사랑했는지 알 수 없다.
    사랑은 어디에 머무는가. 온밤을 뜨겁게 보낼 여인의 배 위에 머무는가, 세상의 권력을 준 남성의 능력에 머무는가. 생각해보면 사랑이 느닷없이 찾아오기도 하지만 사랑할 만한 사람을 사랑하는 경우도 많다. 특히 결혼으로 이어지는 사랑은 더욱 더 그렇다. 어울릴 만한 사람을 만나서 약간 뜨거운 사랑을 나누고 결혼을 한다. 누구나 뜨거운 사랑을 원하지만 의외로 뜨거운 사랑은 소설이나 영화에만 넘쳐날 뿐이다. 심지어 빛나는 이십대가 다 지나도록 제대로 사랑 한 번 못해본 사람도 수두룩하다. 현실에서 드문 사랑이기에 영화나 소설에 넘쳐나는 건지도 모른다. 누구나 꿈꾸지만 가질 수 없는 많은 것처럼.
    때때로 사랑은 꽤나 이해타산이 빠르다. 그 이해타산이 상업적이나 정략적인 이해타산이라기보다는 자신에게 맞는 사랑이 무엇인지 본능적으로 알아차린다는 것이다. 사랑의 근본은 타인을 사랑하는 게 아니라, 자신을 사랑하는 것이 먼저이기 때문이다. 가끔 앞뒤 가리지 않고, 물인지 불인지 모르고 사랑에 매달리기도 하지만, 그 사랑 역시 무의식의 바탕에 자기애가 깔린 것인지도 모른다
    (/ p.164)

    늘 그렇게 처음처럼 - 박수근
    누구나 변치 않는 사랑을 꿈꾼다

    ... 박수근과 김복순은 결혼 전부터 그리고 결혼 이후 잠시 떨어져 사는 동안에도 엄청나게 많은 편지를 교환했다. 심지어 박수근이 평양에 있는 동안에는 하루에 몇 통씩 편지를 보내기도 했다. 오죽하면 우체부가 "참들 너무해요. 편지란 가끔씩 하는 거지 이렇게 매일 하는 사람이 어디 있어요"라며 타박을 할 정도였겠는가. 남편이 평양이 추워 견딜 수 없다고 하면, 아내는 눈에 병이 생길 정도로 밤새워 뜨개질을 해 보내주고, 남편은 다시 그 옷을 입은 사진을 부쳐주었다.
    편지만큼 자신의 속내를 속속들이 전할 매체가 또 있을까. 속속들이 자신의 마음을 주고받으니, '사랑'에 '하지만'이 붙을 짬이 없었을 것이다. '사랑'과 '하지만' 사이에는 이해 부족과 소통 부족이 있다. 사랑에서 이해는 접착제며 보존제다. 소통과 이해는 사랑을 견고하게 한다. 오랜 세월 앞에서도 굳건하다.
    가난했던 박수근의 아내가 둘째 아이를 낳았을 때는 대동아전쟁이 한창일 때여서 공출이 심했다. 쌀이 귀해서 그의 아내는 갓난아기를 업고 땡볕에 엎드려 나물을 캐야 했다. 그런데 어느 날 박수근이 아내를 위해 양산을 사왔다. 먹을 게 없어 젖도 제대로 나오지 않는 형편에 양산이라니. 아내는 추궁했고, 할 수 없이 박수근은 실토했다. "당신이 아이를 업고 뜨거운 햇볕 아래에서 다니는 게 너무도 가슴 아파서.... 이 양산은 어느 상점에서 훔쳐 온 것이라오." 연애할 때라면 누구나 그럴 수 있다. 그러나 첫애도 아니고, 둘째 아이를 업고 다니는 아내를 위해 밥도 아닌 양산을 훔쳐오고 싶은 남자가 박수근 외에 또 있을까. 오랜 세월이 지난 후 박수근의 아내는 '그 뜨거운 사랑을 생각하면 지금도 몸 둘 바를 모를 지경이다. 한없이 뜨거운 사랑...'이라며 여전히 눈시울을 붉혔다.
    신혼여행지에서 남편은 하모니카를 불렀다. 그 반주에 맞춰 노래를 부르던 신부는 아주 오랜 세월이 지난 뒤, 그 일이 꿈결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평생 이어진 고난과 역경에도 눌리지 않은 어여쁜 사랑이야말로 꿈같은 일이다. 이 처음의 애틋한 사랑은 둘이 사별하기까지 이어졌다.
    분명 무균질의 순도 높은 감정만이 사랑은 아니다. 하지만 사랑은 토 달기를 원하지 않는다. 사랑은 사랑으로 족해야 한다. 박수근의 사랑처럼.
    (/ 본문 중에서)

    저자소개

    생년월일 1960~
    출생지 전북 전주
    출간도서 0종
    판매수 0권

    전북 전주에서 태어났습니다. 1992년 [현대 소설]에 장편 [먼 하늘 가까운 사람들]로 작품 활동을 시작하였고, 1997년 제1회 탐라 문학상을 수상하였습니다. 장편소설 [아버지의 우산], [집으로 가는 길], [치즈], [은밀한 유산]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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