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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보전, 흥보가, 옹고집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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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역 : 정충권
  • 출판사 : 문학동네
  • 발행 : 2010년 08월 28일
  • 쪽수 : 464
  • ISBN : 97889546089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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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장단과 말맛의 향연, 판소리계 소설의 진수
화폐경제로 편입하던 조선 후기의 역동성!
놀보처럼 살면서 착한 흥보를 가장해야 하는 서글픈 우리의 초상을 보다


[흥보전]과[흥보가]그리고[옹고집전]은 권선징악, 개과천선이라는 고전 특유의 주제를 잘 구현하고 있다. 하지만 단지 그러한 주제에만 머물지 않는다는 점에서 이들 작품은 고전으로서의 문제성을 획득한다. 표면적으로만 보면 흥보는 착한 사람으로, 놀보는 우애도 모르는 악한 사람으로 그려져 있으나 이는 ‘어수룩하고 무능한 자’와 ‘약삭빠르고 유능한 부자’로 대비될 수도 있는 것이다. 이는 화폐 경제로 치닫던 당시 조선 후기 당대의 사회경제적 동향을 예리하게 포착하고 있다. 더불어 판소리계 소설 특유의 입담이 모국어의 향연처럼 풍성하게 펼쳐진다.
[옹고집전]또한 가난한 이웃을 박대하던 못된 부자 옹고집이 도승의 가르침으로 새 사람이 되어 착하게 살아간다는 도덕적인 주제를 내포한 이야기이다. 옹고집처럼 악한 사람이 부자로 등장한다는 점에서[흥보전][흥보가]와 비슷한 문제의식을 공유할 수 있다. 또, 새 사람이 된 옹고집이 자신의 재산을 이웃과 나누며 살아간다는 결말은 오늘날 부의 환원 문제를 생각하게 한다.

민중의 해학이 넘치는 적층문학
무엇보다, '흥보전''흥보가'는 재미있다. 시간이 쌓이고 민중의 입담이, 재치가, 지혜가 고스란히 쌓인 ‘적층문학’이기 때문이다. 이들 텍스트는 천연덕스러운의 재담과 놀라운 말의 향연으로 넘쳐난다.

“화초장 화초장 화초장 화초장 하나를 얻었다. 얻었네 얻었네 화초장 하나를 얻었네.” 도랑을 건너뛰다가, “아차 내가 잊었다. 초장 초장? 아니다. 방장(房帳) 천장 고추장 된장 구들장 띠장? 아니다. 아이구 이것이 무엇이냐?”
_[흥보가]에서 놀보가 흥보로부터 화초장을 받아 지고 오는 대목)
“꽁그락꽁 꽁꽁 꽁꽁 꽁꽁 꽁꽁 꽁그락꽁 꽁꽁, 소상에 반죽 꽁그락 꽁꽁꽁꽁, 열두 마디 꽁그락공 꽁꽁. 구름 같은 댁에 꽁그락꽁 꽁꽁”
_[흥보가]에서 놀보가 박을 탔더니 난데없이 초라니패들이 떼거지로 나와 각설이 타령조로 하는 말)

박 속에서 갖가지 비단이 나오는 대목, 강남 갔던 제비가 돌아오는 여정을 그린 제비 노정기 등 ‘장면의 확장’에 이를 때마다 이들 텍스트에서는 사람들이 알고 있는 온갖 보물이란 보물은 모두 다, 사람들이 머릿속으로 상상해온 먼 곳의 지명이란 지명은 모두 다 풀어서 부려놓는다. 이는 생래적으로 각인된 우리 모국어의 축제다.

권선징악을 넘어 우리 안의 흥보와 놀보를 다시 보다
흔히 우리는 '흥보전''흥보가'를 나쁜 형 놀보와 착한 동생 흥보의 이야기, 권선징악의 이야기로 이해한다. 하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선악의 모럴(moral)로만 작품을 판단할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된다. 오히려 흥보와 놀보는 우리 안에 공존하는 우리의 두 가지 모습이다. 자본주의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는 겉으로는 착한 사람 흥보를 가장한다. 그러나 기실은 성공을 꿈꾸고 부를 좇는 놀보처럼 살아가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흥보와 놀보의 캐릭터는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한 살아 있는 인물들이자 이런 이유로 '흥보전''흥보가'는 생생한 현재성을 지닌 고전으로서의 가치를 획득할 수 있는 것이다. 선이 결국 승리한다는 고전소설의 문법을 따른 '흥보전''흥보가'에서는 남쪽 나라의 제비가 찾아와 결국 착한 흥보가 부를 거머쥐게 되고 못된 놀보는 우애라는 천륜을 깨닫게 되었다. 그러나 착한 사람은 못 살고 못된 사람은 잘 사는 세상의 불합리가 소설에서처럼 간단히 해결될 수 없는 문제라면, 오늘날 우리는 우리 안의 흥보와 놀보를, 그리고 당대를 살아가는 또다른 수많은 흥보와 놀보를 어떤 시각으로 바라보아야 할 것인가.

반세기를 기다렸다!
최고의 학자들이 이 시대 언어로 새로 번역한 한국 고전의 감동

우리 안에 숨어 있던 원대한 상상력의 샘물
모두가 안다고 믿었지만 아무도 몰랐던 우리 고전의 세계

50년의 기다림, 5년의 기획, 이에 참여한 대한민국 최고의 석학 50인.
우리의 발견을 기다리며 웅크리고 있던 고전의 화려한 부활과 비상

문학동네 한국고전문학전집

이 시대, 우리 고전의 정의는 무엇인가? 우리가 다 안다고 믿고 한켠에 제쳐둔 이야기, 교과서와 시험에 등장하는 어려운 발췌문, 수없이 영화와 드라마로 변용되지만 정작 한번도 읽어본 적 없는 텍스트인가. 아니다. 고전은 우리의 발견을 기다리며 오랜 세월을 웅크리고 있던 가장 위대한 우리의 자산이다. 고전은 끝없는 상상력의 원천이며 우리가 간직해온 인물군상과 해학을 넉넉하게 품은 가장 재미있는 이야기이다. 당신은 아직 모른다. 그러나 당신은 알게 될 것이다. 오늘날의 언어로 다시 살아난 고전을 단 한 장만이라도 읽기 시작한다면…… “사람 생애 어려운 줄 모르고” 그저 착하기만 한 흥보의 해학, “차마 망극하여 죽어 이를 모르고자” 했던 혜경궁 홍씨의 한恨, 혹은 벌건 대낮에 사랑방 혹은 밭에서 뒹구는 조선시대 남녀상열지사를 접하는 순간, 당신은 낮게 탄식할 것이다. “어떻게 이런 세계를 몰랐던가, 이렇게 흥미로운 세계가 우리 안에 있었던가.”

반세기를 기다리고, 백 년 앞을 내다보다
지금껏 ‘고전’이라는 이름으로 출간된 책은 많았다. 그러나 이들 책의 한계는 어린이용이나 청소년용 도서로 제작되어 지나치게 축약되고 원전의 말맛을 잃거나 반대로 원문 그대로 출판되어 오로지 전문가용에 그쳤다는 점이다. 그러나 일제 강점기 전후 선학들의 업적 이후, 실로 50여년 만에 새로 발간됐다 칭할 만한 문학동네의 한국고전문학전집은 분명 남다르다. 기획 기간만도 장장 5년이라는 시간을 거쳐 탄생한 이 시리즈에는 대한민국 50인의 국어국문학, 한문학 석학이 참여했다.

독자를 위한 대중성과 연구자를 위한 깊이를 동시에 얻다
문학동네의 한국고전문학전집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대중독자를 위한 책인 동시에 전문 연구자를 위한 깊이 있는 주석과 해설을 겸비한 완결된 책이다. 문학동네의 한국고전문학전집은 언뜻 전혀 달라보이는 두 가지 목표를 모두 충족하기 위해 이원화전략을 취했다. 전집의 모든 시리즈를 ‘현대어역’과 ‘원본’으로 나누어 두 가지 버전으로 출간한 것이다.
우선, ‘현대어역’에서는 오늘날의 독자들을 위해 살아 있는 요즘의 언어로 최대한 쉽게 풀어 썼다. 그러면서도 옛날의 말맛과 문체를 살리기 위해 3년이 넘는 기간 동안 해당 책의 역주자는 물론 편집위원(심경호, 장효현, 정병설, 류보선), 편집부와 마지막에는 일반 독자(문학동네 독자모니터)의 의견까지 조율해 책으로 완성했다. 또한 독자들의 이해를 높이고 생생한 볼거리를 제공하고자 『한중록』에서는 16페이지의 화보와 함께 본문 중간중간마다 다양한 관련 사진을 넣었고, ‘한중록 깊이 읽기’를 통해 독자들이 알고 읽어야 할 오십여 가지의 역사적 해설을 덧붙였다. 여기에는 사도세자의 광증에 대한 치밀한 탐구부터 조선시대 궁녀에 관한 이야기나 영조가 먹었던 산삼 이야기까지 더해 『한중록』을 통해 기록된 역사 이면의 진실을 볼 수 있게 안내했다. 또한 중국의 역사와 실제 장소를 배경으로 한 『창선감의록』에서는 지도를 첨부했으며, 『서포만필』과 『홍길동전·전우치전』『조선 후기 성 소화 선집』에서도 생생한 화보를 수록했다.
한편 원본에서는 고전의 모든 이본을 집대성했다고 불러도 좋을 만큼 중점적으로 논의되는 고전의 이본들을 철저히 교감해 연구자를 위한 텍스트를 만들었다. 각 책마다 대표적인 저본을 정해 이를 다른 이본들과 비교분석하여 교감했다. 이 과정에서 이전의 역주본에서는 누락된 내용을 추가하고 잘못된 내용을 상당 부분 바로잡았다.

문학동네 한국고전문학전집을 펴내며
우리가 고전에 눈을 돌리는 것은 고전으로 회귀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한국의 고전은 고전으로서 계승된 역사가 극히 짧고 지금 이 순간에도 발견되고 있으며 심지어 어떤 작품은 저 구석에서 후대의 눈길을 간절하게 기다리고 있기도 하다. 우리의 목표는 바로 이런 한국의 고전을 귀환시키는 것이다. 그러니까 고전 안에 숨죽이며 웅크리고 있는 진리내용들을 다시 불러들이고 그것으로 이 불투명한 시대의 이정표를 삼는 것, 이것이 우리의 궁극적인 목적이다.
문학동네 한국고전문학전집은 몇몇 전문가의 연구실에 갇혀 있던 우리의 위대한 유산을 널리 공유하는 것은 물론, 우리 고전의 비판적·창조적 계승을 통해 세계문학사를 또 한번 진화시키고자 하는 강한 열망 속에서 탄생하였다. 그래서 문학동네 한국고전문학전집은 이미 익숙한 불멸의 고전은 말할 것도 없고 각 시대가 새롭게 찾아내어 힘겨운 논의 끝에 고전으로 끌어올린 작품까지를 두루 포함시켰다. 뿐만 아니라 한국 고전의 위대함을 같이 느끼기 위해 자구 하나, 단어 하나에도 세밀한 정성을 들였다. 여러 이본들을 철저히 비교하는 과정을 거쳐 정본을 획정했고, 이제까지의 모든 연구를 포괄한 각주를 달았으며, 각 작품의 품격과 분위기를 충분히 살려 현대어 텍스트를 완성했다. 이 모두가 우리의 고전을 재발명하는 것이야말로 세계문학의 인식론적 지도를 바꾸는 일이라는 소명감 덕분에 가능했음은 물론이다. 부디 한국의 고전 중 그 정수들을 한자리에 모은 문학동네 한국고전문학전집이 그간 한국의 고전을 멀리했던 독자들에게 널리 읽히고 창조적으로 계승되어 세계문학의 진화를 불러오는 우리의, 더 나아가 세계 전체의 소중한 자산으로 자리하기를 기대해본다.
-문학동네 한국고전문학전집 편집위원 (심경호, 장효현, 정병설, 류보선)

문학동네 한국고전문학전집 1차분 리스트

001. 서포만필 상
002. 서포만필 하
김만중 지음, 심경호 옮김

003. 한중록
004. 원본 한중록
혜경궁 홍씨 지음, 정병설 옮김

005. 숙향전·숙영낭자전
006. 원본 숙향전, 숙영낭자전
이상구 옮김

007. 홍길동전·전우치전
김현양 옮김

008. 흥보전·흥보가·옹고집전
정충권 옮김

009. 조선 후기 성 소화 선집
김준형 옮김

010. 창선감의록
이지영 옮김

본문중에서

중중머리(평·계면·섞임·흥나게)
흥보 문전 당도. 흥보 움막을 당도하야 집 처마 위아래로 이리저리 날아다니며 노는 거동 무엇 같다고 이르랴. 북쪽 바다에 산다고 하는 검은 용이 여의주를 물고 아름다운 빛깔의 구름 사이로 넘노는 듯. 단산에 머문다는 봉황이 대나무 열매의 씨를 물고 오동나무에서 넘노는 듯, 봄바람 속 노란 꾀꼬리가 나비를 물고 버들가지 사이를 넘노는 듯, 집으로 펄펄 날아들 제, 흥보집 처마 밑에 들어갔다 나왔다, ‘지지지지知之知之 주지주지主知主知 거지년지去之年至 래우지배來又之拜오 각지각지落之脚之 절지연지折至燕之 은지덕지恩至德之 수지차酬之次로 함지포지含之匏之 래지우지배來之于之拜오’. 빼드드드드…… 흥보가 보고 좋아라고 찬찬히 살펴보니 부러졌던 다리가 분명쿠나. 당사실로 감은 흔적이 아리롱 아롱허니 어찌 아니 내 제비랴. 천황天皇 지황地皇 인황人皇 후 유소有巢에게 나무를 얽어 집을 지으려고 네 갔더냐. 신혼부부가 첫날밤 지내듯 좋은 때인 강남시절江南時節을 갔다가 왔느냐. 얼씨구나 저 제비, 북녘 찬바람이 나그네의 창가에 몰아치는데 기러기 넋이 되어 평사낙안平沙落雁에 놀고 왔느냐. 강남에 너 보내고 청산으로 가서 두견새에게 네 소식 물으려 해도 소식 적적 막연터니, 네가 나를 찾아오니 어찌 아니 반가우랴. 저 제비 거동 봐라. 물었던 박씨를 흥보 부부 앉은 앞에 뚝 떨어뜨려, 때그르…… 두 날개 자르…… 펼쳐 이리저리 떠놀다가 흰 구름 사이로 날아간다.

아니리
흥보 마누라가 주워들고 보니 알 수 없는 괴상한 물건으로 생각하며,
“애겨, 무슨 글자 같은데, 여보 영감 여기 무슨 글자가 쓰여 있소.”
“어디 보세.”
흥보가 받아들고 보니, 갚을 보報 은혜 은恩 박 포匏 보은포報恩匏라.
“제비가 올 제 노정기路程記 적어가지고 왔나부네. 서울로 여산으로 공주로 노성으로 이리 온 게 아니라 은진으로 보은으로 옥천으로 이리왔구만. 보은 대추 좋다고 하는 말은 들었지만 박씨 좋다는 말은 못 들었는디. 이것을 보니 박씨로만 생각이 나네. 아무튼 심어보세.”
날을 가려 씨를 뿌리고 날을 보아 대장군大將軍 아닌 방方을 둥그렇게 깊이 파고, 오줌독에 담근 신짝을 많이 쟁기고, 흙과 재를 버무려 단단히 심었더니, 싹이 나는 것을 보니 박은 정녕 박이었다. 박 세 통이 열었는데 처음에는 종자種子만 보아기甫兒器, 김치 같은 것을 담는 작은 사발인 보시기만 화로火爐만 장단 북통만장단을 치는 북통 크기만 한 시간을 알리는 북통만, 밤낮으로 차차 크니, 약한 집이 무너질까 흥보가 걱정하여 단단한 장목으로 천장을 괴어놓고, 그렁저렁 팔월이 되었으나 추석에 먹을 것이 없어 흥보 부부 의논을 허다 설움타령이 되는데,

중머리(계면, 혹은 진양으로도 한다)
“가난이야 가난이야 웬수년의 가난이야. 우리 동네 사람들은 햅쌀 잡아 서리처럼 흰 쌀밥에 풋돔부그해 새로 나온 돔부. ‘돔부’는 ‘광저기’라고도 하는데, 콩과에 속하는 한해살이 덩굴풀 풋콩까서 밥을 짓네. 송편 찌네, 창 앞에서 대추 따고 동산에서 알밤 주워 선영 제사를 모신 후에 자식들을 곱게 입혀 선산 성묘를 보내는데, 가련한 우리 신세 먹을 것이 전혀 없네. 세상에 이리 죽는 목숨 밥 한 그릇 누가 주며, 찬 부엌에 굶은 아내 조강糟糠 꼴을 볼 수 있나.”
(/ 본문 중에서)

저자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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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대학교 사범대학 국어교육과 교수. 판소리 문학을 중심으로 하여 고전소설과 구비문학을 함께 연구하고 있다. 저서로 [판소리 사설의 연원과 변모][흥부전 연구][전통 구비문학과 근대 공연예술] 1, 2, 3(공저)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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