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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 바닷가 길을 걷다 : 부산 달맞이고개에서 통일전망대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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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 서평

    부산-고성-두만강 녹둔도-블라디보스토크로 연결되는 동해 바닷가 길, 그 길에 발을 디뎌 호흡하자

    지구촌에 도보여행이 열풍처럼 번지고 있다. 어느 자연 과학자는 오늘 우리는 한 생을 살며 500년에 이루어질 변화를 겪어 내고 있다고 하였다. 그렇듯 격변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네 삶은 숨가쁠 수밖에 없다. 새롭게 변화를 몰고 다가오는 대상에 의지하여 시간을 건너고, 곧바로 또 다른 대상을 찾아 의지해야 하는 징검다리와도 같은 인연 쌓기에 몰두시키는 환경에 서있다. 이러다가 낙오되지 않을까.. 번뇌가 인다.

    그런 이유일 것이다. 야곱의 무덤을 찾아가는 순례자의 길이라는 스페인의 산티아고, 일본 에도시대의 옛길, 조선시대의 대동맥을 이룬 영남·삼남·관동대로 등 역사를 담은 길, 신앙의 성지를 찾아가는 길, 자연을 호흡하는 길을 따라 걷는 도보 여행객이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것은 어쩌면 잠깐이라도 허둥대던 삶의 무게마저 내려놓고 시멘트와 아스팔트로 정비된 길에서 벗어나, 자연 그대로인 흙 길에 발을 올려 흙과 호흡하며 걷고 또 걷노라면 망각하고 살아온 자신의 본모습 '진여'를 회복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바람에서 그 길에 서게 되었을 것이다.

    허준은 일찍이 "동의보감"에 "약보藥補보다 식보食補, 식보보다 행보行補가 낫다."는 문구를 남겨 어떠한 약과 음식보다도 걷기가 최고의 보약임을 알렸다. 하지만 현자인 그가 걷기를 육신의 보약으로만 말하였을까. 길을 나서면 발길을 올려놓은 그 땅에 뿌리를 내리고 일어났다 스러져 간 누대의 역사, 문화를 온몸으로 느끼고 호흡하게 되고, 자연스레 문명의 이기에 의지하여 채찍 가하듯 내달려온 삶의 여정에서 잃었던 자아를 회복하고 심신도 강건해지기에 이만 한 것이 어디 있겠는가 하는 생각이 아니었을까.

    오늘 이 책의 저자는 같은 취지로 제안을 한다. 나를 찾기 위해 나의 모태가 되어 준 국토를 걷자고. 어느 길이든 좋으나 이번에는 부산 해운대 달맞이 고개에서부터 두만강변 녹둔도까지 1400킬로미터에 이르는 세계 최대 바닷가 길을 걸어 보자고 한다. 동해 바닷가 길은 안타까운 녹둔도에서 다시 러시아 해변을 휘돌아서면 유럽과 아프리카의 케이프타운까지도 단숨에 이어진다. 동해 바닷가 길은 바로 그 여정의 원점이다. 관동팔경, 백두대간에 자리 잡은 설악·금강·두타산의 명산과 원산의 명사십리가 길 따라 알알이 박혀있고, 그 길은 시간의 공감을 마련하고 있다. 그렇게 망망대해로 펼쳐지는 태평양과 함께하는 동해 바닷가 길은 천하제일의 도보 답사지이다.

    이 책은 우리 땅 최고의 도보 순례자인 신정일이 총 18일에 걸쳐 부산 해운대 달맞이고개에서 출발하여 아름다운 동해 바닷가 길을 따라 통일전망대까지 걸으며 느낀 체험을 기록하고 있다. 저자는 그 길을 걸으며 한 순간 눈에 걸리는 풍경에 어린아이처럼 행복해하다가, 풍경을 이룬 파도가 되었다가 그 파도를 안은 바다가 되기도 하고, 매일 태어나고 스러지는 태양이 되기도 했던 가슴 벅찬 시간들을 기록하고, 그 순간을 앞서 체험했을 옛 사람들의 자취를 오롯이 옮겨놓았다. 저자는 지역별 특징과 명소 등을 친절하게 안내하고, 자신이 체험한 그곳에 대한 분위기와 느낌 등을 손에 잡힐 듯이 그려내어 독자에게 생생한 지식과 경험, 정보를 제공한다.

    길에서 길을 찾고자 떠날 준비를 하는 모든 이에게, 동해와 나란히 펼쳐진 여정은 시인 안현미의 말처럼 '새로운 시간을 만나는 길'이다. '역사에서 신라 화랑들의 순례길이 되었던 5000년 숨결이 서린 역사의 현장'이 도처에 산재해 있고, 빼어난 자연 풍광에 어린 전설과 설화의 보고寶庫이며, 앞서 그 길 위에서 이루어진 옛사람들의 곡절 어린 삶과 그러함에도 결코 풍류지도를 잃지 않고 실천했던 흔적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저자는 이 책에서 그러한 흔적을 문헌에서 찾고 길에서 느끼며 정리해 놓았다.

    독자는 저자가 들려주는 "삼국유사"에 실린 처용과 박제상의 이야기를 듣고, 문무왕 수중릉과 이견대, 호미곶과 칠포의 바위그림을 보며 포항을 지나 영덕에 들어서면 신돌석 의병장과 영해민란이라는 참혹하지만 의기를 되살려 주는 역사의 무대와 만나게 된다. 짐짓 관동팔경의 풍류를 흉내 내며 김일성 별장과 이승만 별장이 있는 화진포에 들어서서, 그곳에서 반세기 전 이 땅을 폐허로 만들었던 전쟁과 처절한 빈곤, 그리고 그 시간을 딛고 일어선 오늘 우리의 풍요를 반추하여 가노라면 어느새 나라의 끝자락에 펼쳐진 두만강에 이른다.

    그 길 따라 남겨진 고려 말의 이곡, 이색 등의 흔적을 밟다 보면, 조선시대 김시습, 양사언, 이언적, 이산해, 송강 정철, 박종, 겸재 정선, 송시열, 이산해, 허목, 김시습, 정철, 허균, 이이, 허난설헌, 신사임당 그리고 천문학자인 남사고와 의병장 신돌석, 동학의 1대 교주인 최제우와 최시형, 직업적 혁명가인 이필제와도 만나게 된다.
    어디 그뿐인가. 포구에서 포구로 이어지는 동해 바닷길에서 나그네들의 미각을 사로잡는 맛은 얼마나 많은가. 학꽁치, 멸치, 과메기(포항), 대게(영덕, 울진), 고포 미역, 오징어, 정어리, 청어, 명태식해(거진) 등 셀 수도 없는 식도락의 즐거움까지 누릴 수 있는 정보를 얻게 될 것이다.

    저자는 일출로 붉게 물드는 새벽을, 어스름한 해거름의 저녁을, 별이 떠오는 한 밤을 나그네가 되어 온몸으로 체험하며 걸었던 자신의 기록을 지도 삼아 떠날 것을 권유한다. 저자의 글을 지도 삼아 노선을 잡고, 천천히 묵언으로 평정을 찾아 걷다 보면 자연스레 우리의 들숨날숨이 대지의 호흡에 맞춰지고 우리도 자연과 하나를 이루어 존재함을, 그리고 거대한 자연의 관용과 배려로 우리네 삶이 이루어지고 있음을 절감할 것이다. 저자의 기록은 그 길로 인도하는 가이드이다.

    목차

    - 프롤로그

    [1] 첫 번째 구간
    1. 해운대→임랑해수욕장
    2. 임랑해수욕장→방어진항
    3. 방어진항→경주 입성
    4. 경주 양남면→포항시 대섬
    5. 포항시 장기현→포항 호미곶
    6. 포항 호미곶→두호동 포항창
    7. 포항 흥해→영덕 원척리
    8. 영덕 원척리→대진해수욕장
    9. 대진해수욕장→고래불해수욕장

    [2] 두 번째 구간
    1. 경북 울진→덕신리
    2. 산포리 신망양정→강원도 삼척
    3. 삼척 갈남리→동막리 대진항

    [3] 세 번째 구간
    1. 삼척 죽서루→묵호항
    2. 묵호항→강릉 경포대
    3. 강릉 경포대→쌍한정

    [4] 네 번째 구간
    1. 주문진항→양양
    2. 속초 설악산→고성 송지호
    3. 고성 화진포→통일전망대

    [5] 걸어가고픈 땅, 북녘
    1. 고성, 화담 서경덕의 자취를 더듬다
    2. 해금강, 바다에서 만나는 만물상
    3. 삼일포, 신선의 발길을 3일이나 묶어 놓은 선경
    4. 금강산, 산의 재자才子일만이천 봉
    5. 단발령, 금강산 전경을 마주하고 있는 고개
    6. 시중호, 모래톱에 피는 해당화
    7. 통천, 인어를 낚던 바다마을
    8. 안변 학포, 아름다움으로 중국 절강浙江의 서호西湖에 견줄 만하다
    9. 원산, 관북지방 해륙 교통의 요충지
    10. 명사십리明沙十里, 붉은 해당화 꽃주단
    11. 영흥만, 설화와 전설로 생명을 얻다
    12. 영흥군, 여진족 방어를 위해 축성한 삼관문
    13. 광포, 나라에서 두 번째로 큰 호수
    14. 흥남부두, 흥남철수작전지
    15. 홍원, 땅이 궁벽져 구름과 연기가 고색 짙다
    16. 북청, 인재를 배출하고 품어 준 땅
    17. 이원군, 진흥왕순수비인 마운령비
    18. 학사대, 만 권의 책을 쌓은 듯한 기암괴석
    19. 마운령, 관북의 관문
    20. 길주, 고구려 땅을 점령했던 여진을 정벌하다
    21. 칠보산, 개심사를 품은 함북의 금강산
    22. 경성, 동해안 최북단 항구 도시
    23. 경흥군, 한반도 동해 트레일 종착지
    24. 두만강, 중국, 러시아와 국경을 이루어 흐르는 강
    25. 녹둔도, 이제는 러시아에 귀속된 국토 최북단 모래섬
    26. 너무 아름다워 슬픈 길, 여정을 끝내며

    본문중에서

    동해 트레일을 하며 누리는 가장 큰 혜택은 맑은 날 세상에서 제일 붉게 타오르는 일출을 보며 하루를 시작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바다에서의 아침은 세상의 처음을 보는 것과 같다."는 알베르 카뮈의 말을 빌리지 않아도, 매일 저물고 떠오르는 태양을 볼 수 있다는 것은 일생을 통해 얼마나 큰 행운인가?
    (/ 본문 중에서)

    장기에는 유배객들이 많았다. "조선왕조실록"에 3,000번 이상 거명되는 우암 송시열宋時烈, 다산 정약용 등이 회한의 눈물을 흘렸던 땅이다. 송시열은 그 자신 비극적 죽음을 맞이하였을 뿐만 아니라 살아서는 아내를 임종하지 못하고 장례조차 참여할 수 없었으며, 세상을 먼저 떠나는 사위의 마지막도 볼 수 없었다. 사랑하는 가족들이 세상을 떠날 때마다 송시열은 유배지에서 통한의 세월을 보내고 있었다. 장기현에서 위리안치의 유배생활을 하고 있던 그에게 날아든 아내의 부음, 그 소식을 접하고도 애통한 마음만을 슬픈 제문에 실어 손자에게 보낼 수밖에 없었던 그였다.
    (/ 본문 중에서)

    영덕읍 노물리老勿里, 조선시대에는 물개를 잡아 나라에 진상했다는데 이제는 미역, 조개, 새우 등이 주로 잡힌다. 오늘 우리는 노물리의 아름다운 옛 지명, 예를 들어 방어가 많이 잡혔다는 방아짬, 돌매라는 사람이 미역을 따던 돌매방우, 상어 비슷한 어종인 지투가 많이 잡혀 붙었다는 지투짬 등을 통해 이 지역에 온갖 해산물이 풍부했음을 짐작한다.
    (/ 본문 중에서)

    죽서루는 객관 서쪽에 있다. 절벽이 천 길이고 기이한 바위가 총총 섰다. 그 위에 날 듯한 누를 지었는데 죽서루라 한다. 아래로 오십천에 임했고 냇물이 휘돌아서 못을 이루었다. 물이 맑아서 햇빛이 밑바닥까지 통하여, 헤엄치는 물고기도 낱낱이 헤아릴 수 있어서 영동 절경이 된다.
    (/ 본문 중에서)

    "사람이 넉넉함만 기다리나 어느 때 넉넉하리. 늙기 전에 한가해야 이게 바로 한가한 것." "순오지"에 실린 글처럼 늙기 전에 한가해야 쉬고 또 쉴 것인데, 사람들 대부분이 그 때를 알지 못하고 산다. 그래서일 것이다, 우리가 "살아 있을 때 나는 우주를 따르고 섬기며, 죽으면 나는 편히 쉰다(生吾順事設吾寧也)."라고 했던 횡거橫渠의 말을 따르며 사는 것도. 새삼 번뇌망상을 모두 내려놓고 오래도록 쉬고 싶지만, 가야 할 길... 아직 오지 않은 시간에까지 마음을 두어 일어난 이 번뇌를 떨치지 못하고 발길을 옮긴다.
    (/ 본문 중에서)

    낙조! 불그스레하게 물들어 가는 하늘 빛에 산 빛도 뒤질세라 붉게 물든다. 바다에 흔들리는 고깃배, 그냥 이 자리에서 그대로 꿈도 없이 잠들고 싶다.
    (/ 본문 중에서)

    온 감각을 열어 대지와 호흡을 나누며 살아 있는 관계를 맺어, 땅이 품어 온 무수한 시간의 역사를 끌어올려 기억하는 작업... 걷기란 그런 것이다.
    (/ 본문 중에서)

    저자소개

    생년월일 1954~
    출생지 -
    출간도서 52종
    판매수 9,253권

    문화사학자이자 도보여행가.
    사단법인 ‘우리 땅 걷기’ 이사장으로 우리나라에 걷기 열풍을 가져온 도보답사의 선구자다. 1980년대 중반 ‘황토현문화연구소’를 설립하여 동학과 동학농민혁명을 재조명하기 위한 여러 사업을 펼쳤다. 1989년부터 문화유산답사 프로그램을 만들어 현재까지 ‘길 위의 인문학’을 진행하고 있다. 또한 한국 10대 강 도보답사를 기획하여 금강·한강·낙동강·섬진강·영산강 5대 강과 압록강·두만강·대동강 기슭을 걸었고, 우리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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