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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사람으로 오해받는 남자 [양장]

원제 : L'HOMME QUE I'ON PRENAIT POUR UN QUT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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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정체성과 개성을 잃어가는 현대인들의 원형 상실을 그린
조엘 에글로프의 최고의 역작!

자아를 상실하고 익명성에 갇혀버린
자기 아닌 다른 사람으로 오해받는 한 남자의 페이소스를 그린 우화적 서사.



[장의사 강그리옹][해를 본 사람들][도살장 사람들]로 국내 독자들에게 호평받은 작가 조엘 에글로프의 새 장편소설 [다른 사람으로 오해받는 남자]가 현대문학에서 출간되었다. "프랑스 문단의 문제적 작가" "해학과 시적 표현 사이의 좁은 길을 걷고 있는 독특한 작가"라는 평가를 받으며 프랑스 문단의 주목을 받아온 조엘 에글로프는 이번 작품을 통해 더욱 기발한 상상력과 원숙한 작품세계를 선보인다.
[다른 사람으로 오해받는 남자]는 너무 평범한 외모 탓에 늘 자기가 아닌 타인으로 오해받는 상황에서 타인 행세를 하다가 결국 집과 이름뿐만 아니라 고유한 정체성까지 잃게 되는 한 남자의 이야기다. 삶의 방향 상실이 결국 자아 상실로 이어지는 과정을 그린 이 작품은 우화적 서사 형식으로 개인의 실존적 정체성에 대해 철학적 질문을 던진다. 타인의 시선에 의해 스스로의 정체성을 결정짓게 됨으로써 끊임없이 정체성의 혼란을 겪는 주인공의 행로는 현대사회의 익명성에 매몰되어 자아를 상실해가는 사람들에게 엄중한 경고를 보내는 동시에, 진정한 삶의 의미는 무엇인가에 관한 묵직한 화두를 천연덕스럽게 던지고 있다.

조엘 에글로프는 장지를 찾지 못해 길을 헤매는 장의사를 그린 [장의사 강그리옹]과 일식을 둘러싼 어처구니없는 소동을 묘사한 [해를 본 사람들], 자신이 도살장 짐승으로 변하는 악몽을 꾸는 도살장 사람을 주인공으로 하는 [도살장 사람들] 등, 언제나 새로운 주제의식으로 정면돌파해가는 전작으로 국내에서도 굳건한 독자층을 확보하고 있는 작가이다.
조엘 에글로프의 다섯 번째 장편소설 [다른 사람으로 오해받는 남자]는 제목 그대로 늘상 다른 사람으로 오해받는 남자를 화자로 내세운다. 이름, 나이, 직업, 외모 등 한 사람의 정체성을 구성하는 어떠한 요소도 분명히 제시되지 않은 주인공은 현실에 적응하지 못하고 매번 난처한 상황에 처하며 인생이라는 길에서 방향을 잃고 헤메인다는 점에서 작가의 기존 캐릭터들과 연장선상에 있다. 자주 가는 병실도 헛갈리고, 자기 집을 찾지 못해 남의 집에 들어가며, 자신의 집에서 울리는 전화기도 찾지 못하는 주인공을 비롯한 에글로프 소설 속 인물들에게 이 세계는 캄캄한 미로이며 산다는 것은 문자 그대로 암중모색이다.
[다른 사람으로 오해받는 남자]에서는 '길을 잃고 헤메는' 인물을 통해 삶의 비의를 모색해가는 에글로프 특유의 메타포가 더욱 묵직해져, 주인공이 단순히 삶의 방향을 상실한 차원을 넘어 이제는 진정한 자기 자신, 즉 자아를 잃어가는 지경에 이른다. 주인공은 자신의 의지와는 관계없이 타인에 의해 끊임없이 그 정체성을 도전받게 되고 지위가 변모하게 되면서 점차 주체가 해체되어 간다. 범죄자는 남자를 동업자로, 여자는 남편으로, 아이는 아버지로, 경찰은 수배자로 간주한다. 조엘로프가 그리고 있는 것은 결국 개인의 개성을 말살하는 현대사회라는 미로 속에서 길을 잃은 우리의 모습이다.
2006년 방한 당시 에글로프는 자신의 작품은 "그저 어디에서나 쉽게 마주칠 수 있는 평범한 사람들 속에 감춰진 작은 이야기"라고 설명한 바 있다. 평범한 인물, 사소한 에피소드 속에 인생에 대한 비범한 성찰을 담아내는 것이야말로 에글로프 문학의 요체이다. 그리고 이것이 바로 조엘 에글로프가 프랑스 문단에서 수많은 상과 찬사를 받으며 문학적 성취를 인정받는 이유일 것이다.


"날이 갈수록 다른 사람으로 오해받는 일이 자주 일어난다"라는 문장으로 시작하는 이 소설은 평범한 외모 탓에 자꾸 다른 사람으로 오해받는 남자가 겪는 크고 작은 에피소드를 그리고 있다. 남자는 동네 길에서 감방동기라고 자처하는 전과자를 만나는가 하면, 거리의 건달들에게 다른 사람으로 오해받아서 폭행당하며, 집을 잘못 찾아가는 바람에 아랫집 여자의 남편이자 아이들 아버지 노릇까지 하게 된다. 그리고 우편배달부가 편지를 잘못 배달한 연애편지를 받고서 자신에게 온 편지가 아닌 것을 알면서도 행복한 상상에 빠진다. 타인으로 오해받는 상황이 반복되면서 점점 자기 정체성을 잃어가던 남자는 심지어 자신의 집까지 빼앗기게 되는데...

본문중에서

날이 갈수록 다른 사람으로 오해받는 일이 자주 일어난다. 나와 마주치는 사람들은 예전에 언제, 어디에서, 어떤 상황에서, 어떤 계기로 만났는지 기억하지 못하면서도 나를 어디에서인가 예전에 보았다는 느낌에 빠진다. 얼굴도 도무지 모르고 이름도 마찬가지지만 나도 예의상 아는 척하며 기꺼이 기억을 되살리려고 애썼고 우리는 함께 인연을 맺었을 법한 장소와 상황을 이것저것 떠올려본다. 한참 후에야 우리 사이에 공통된 어떤 기억도 찾을 수 없다는 것을 확인하는 데 이르면 서너 번 어깨를 으쓱거리거나 몇 차례 머쓱한 미소를 나누고, 나는 그가 생각했던 사람이 아니어서 미안하다고 비굴한 사과를 한다. 그런 다음 우리는 좋은 하루를 보내라고 인사하고 각자의 길로 걸음을 계속한다. (중략) 가끔 나를 오인한 사람이 범상치 않고 오히려 평범함과는 정반대로 보이는 인물인 경우도 있다. 그런 사람은 기꺼이 사귀고 싶다. 나 자신이 아니라 차라리 오인된 사람이었다면 비록 잠깐일망정 무엇인가 덕을 볼 수도 있을 것 같다. 게다가 이토록 다정하게 다가오는 사람을 실망시킬 만큼 나는 매정하지도 않고 이런 드물고 드문 재회의 기쁨을 그에게서 앗아갈 권리가 내게 없다고 느낀 나머지 근처 술집으로 가서 카운터에 팔을 괴고 이를테면 소식이 끊겼던 그 세월 동안 서로 어떻게 변했는지 자세한 이야기를 나누게 된다.
(/ pp.7~9)

나를 바라보는 그녀의 스타일 때문에 처음부터 불편해진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녀를 귀찮게 했다는 단순한 사실만으로는 그녀의 그 냉혹한 표정, 눈에서 반짝이기 시작하는 그 눈물을 도무지 설명할 수 없었다. 마침내 그녀의 입이 열렸다. "이제야 돌아왔군"이라고 그녀가 냉랭하게 말했다. 나는 눈살을 찌푸렸다. "뭐라구요?"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이렇게 천연덕스럽게 돌아오다니." "네? 무슨 말인지?" 나는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하지만 그녀는 갑자기 울기 시작했고 나는 얼이 빠진 채 서 있었다. 나는 머뭇거리다가 손끝으로 그녀의 팔꿈치를 슬쩍 건드렸다가 결국 그녀를 품 안에 안는 것 외에는 다른 선택의 길이 없었다. 나는 그녀를 거실까지 데리고 가서 그녀의 소파에 앉으라고 권했다. 그녀가 도무지 눈물을 거두지 못해서 나는 물 한 잔을 가져와 그녀 곁에 앉았다. 다정하게 어깨를 감싸고 "자, 자.."라고 했다. 그녀는 무엇인가 내게 말하려 했지만 긴 한숨과 울음과 훌쩍거리는 소리 사이에 간간이 끊겨 나오는 단어들의 연속일 뿐 알아들을 수 없었다.
감정을 가라앉히는 데에는 그러고도 꽤 시간이 걸렸다. 그녀는 눈물을 훔쳤다. 목이 메거나 숨이 막히지 않고 말할 수 있는 상태가 되자 숨을 깊게 들이마신 후 내 눈을 빤히 쳐다보더니 마치 엄청난 은총을 내리듯 내게 다시 한 번 기회를 주겠다고 했다.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반박도 하지 않았다. 아마 그녀에게 폐를 끼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 p.118)

"당신은 무슨 일을 하는지도 모르면서 사는 거야"라고 그녀는 꼬집었다. 그것은 단지 한 번, 아니 기껏해야 두서너 번 아이들을 학교에서 데려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낮잠 자다가 제때 깨지 못한 것이 범죄라도 되는가? "도대체 정신을 어디에 두고 사는 거야?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라고 그녀는 되씹곤 했다. "제발 과장하지 마. 응?" 이런 욕을 먹는 이유는 예전에 딱 한 번 학교에서 우리 아이들이 아닌 다른 아이들을 집에 데려온 적이 있기 때문인데, 내가 보기에는 그 아이들도 아주 귀여웠다. 그게 자기가 낳은 아이가 아니더라도 별로 밑질 게 없었는데도 그런 것이 그녀에게는 중요했나보다. 그러나 그 아이들이 "아빠"라고 소리치며 냅다 뛰어와 내 품에 안긴 것이 내 잘못인가? 아이들이야 모두 생긴 게 비슷한데 집에 데리고 오면서 아이들을 돋보기로 검사라도 하란 말인가? 신분증이라도 보여달라고 해야 하나? 자기 아버지를 구분하지 못하는 아이들도 나만큼이나 욕을 먹어야 하지 않는가?
(/ p.135)

저자소개

조엘 에글로프(Joel Egloff) [저] 신작알림 SMS신청 작가DB보기
생년월일 1970~
출생지 프랑스 모젤
출간도서 0종
판매수 0권

1970년 프랑스 모젤 출생으로, 스트라스부르 대학에서 역사학을 전공했으며 파리 영화학교를 졸업했다. 이후 조감독과 시나리오 작가로 활동하다가 소설을 쓰기 시작한 그는 “다른 어떤 데에서도 볼 수 없는” 글이라는 상찬을 받으며 독자와 비평가들을 사로잡았다. 1999년 발표한 첫 소설 [장의사 강그리옹]으로 [알렝 푸르니에상]을 수상하였고, [해를 본 사람들]로 [에륵만 샤트라앙상], [내가 바닥에 주저앉아 했던 짓]으로 [블랙유머 대상], [도살장 사람들]로 프랑스 독자들이 직접 뽑는 권위 있는 문학상인 [엥테르 문학상]을 받았다. [도살장 사람들]이 희곡으로

펼쳐보기
생년월일 1956~
출생지 강원도 화천
출간도서 0종
판매수 0권

성균관대 불어불문학과를 졸업하고 프랑스 브장송 대학에서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숭실대 불어불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저서로 [꿀벌의 언어] [소설, 때때로 맑음 1]이 있으며, 역서로 밀란 쿤데라의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정체성], 다이 시지에의 [달도 뜨지 않은 밤에], 앙투안 콩파뇽의 [모더니티의 다섯 개 역설], 프레데릭 파작의 [거대한 고독] 외 다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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