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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비극으로, 다음에는 희극으로 : 세계금융위기와 자본주의[양장]

원제 : FIRST AS TRAGEDY, THEN AS FARCE
소득공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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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 서평

    이 책은 ‘현존하는 가장 위험한 사상가’로 불리는 슬라보예 지젝이 미국발 세계금융위기와 이를 해결하기 위한 미국의 개입정책, 그에 대한 좌우파의 혼란스러운 입장과 태도 등을 특유의 도발적 시선으로 진단한 문제작이다(Firtst As Tragedy, Then As Farce, Veso 2009). 지젝은 이 책에서 21세기 서두에 벌어진 심상치 않은 두가지 세계사적 사건, 9 11테러와 세계금융위기를 맑스의 유명한 경구를 차용해 각각 비극과 희극으로 비유하며, 지금도 여전히 진행중인 금융위기 사태를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 또 사태에 대한 급진주의적 입장이란 어떤 것이어야 하는지를 진지하게 따져본다. 한편 책 곳곳에서 모습을 드러내는 지젝만의 씨니컬한 풍자는 흥미진진함을 배가시키는 보너스다.

    세계금융위기의 역설 1: 우리는 마치 자유로운 듯이 살도록 강요된다
    써브프라임 사태, 리먼브라더스 부도 등 금융 신자유주의로 인해 발생한 미국발 금융위기는 정말로 예측 불가능한 사건이었을까. 잘 알려져 있듯이 폴 크루그먼이나 조지프 스티글리츠 같은 경제학자들만이 위기 이전부터 금융붕괴를 경고해온 것은 아니다. 2000년 이후 계속되어온 반세계화시위 역시 끊임없이 금융 신자유주의의 위험에 대해 외쳐왔다. 그러나 돌아온 것은 의도적이고 폭력적인 탄압이었고, 일말의 경청할 가치도 없는 것처럼 이들의 주장은 은폐되었다. 게다가 막상 위기 이후 문제를 일으킨 주범으로 지목된 거대 금융기관들은 비록 ‘도덕적 해이’에 대한 비난을 받기는 했어도, 오바마정부의 구제금융안을 통해 손실을 입지 않도록 최대한 보호되었고 따라서 이윤을 유지할 수 있었다. 오히려 위험에 노출된 이들은 금융붕괴로 인해 직업과 저축을 잃은 수많은 노동자들이었다. 이들이 실질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으며 “맹목적 운명”처럼 전가된 위험을 받아들이는 수밖에 없었다. 우리는 경제적으로 자유로운 선택이 보장된 것처럼 ‘믿는’ 사회에 살고 있지만 결국 소수만이 선택하기(choosing)를 하고 나머지 사람들은 위험을 무릅쓰기(risking)를 한다. “우리는 마치 자유로운 듯이 살도록 강요”당하며 살아갈 뿐이다.

    세계금융위기의 역설 2: 자본주의적 사회주의?
    더욱 역설적인 상황은 미국 보수 공화당 세력이 국민의 세금으로 재벌들을 살리려는 오바마정부의 구제금융안을 두고 “비(非)미국적인 사회주의적 조치”라고 비난하며 국가의 개입방침에 반대했다는 점과 금융경제와 실물경제를 가상과 실제의 대립구도로 왜곡, 분리하며 실물경제를 되살리자는 주장을 했다는 점에서 벌어진다. 그러나 보수 공화당의 이러한 모순적인 반발은 지젝이 보기에는 논리적 필연성을 가진다.
    우선, 지젝이 보기에 보수 공화당 논리의 무엇이 모순적인가? 부자가 망하지 않도록 돕는 조치에 ‘사회주의’라는 명칭을 가져다 쓰는 것, 마치 자본주의 체제를 유지하기 위해 광범위한 국가개입이 이루어져오지 않았던 것처럼 국가의 개입을 비난하는 것, 월스트리트의 붕괴는 거기서 그치지 않고 서민경제의 파탄으로 이어질 것이 분명한데 월스트리트와 중산층을, 금융경제와 실물경제를 분리시키는 것 등이다. 또한 이것은 왜 필연적인가? “현재의 위기에 있어 지배이데올로기의 중심과제는 붕괴의 책임을 세계자본주의 체제 자체가 아니라 부차적이며 우연적인 일탈들(거대 금융기관의 타락)에 돌리는 서사를 강요하는 것”(43면)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월가를 비난하고 구제금융안을 저지하려는 포퓰리즘적 보수파들은 그저 위선적인 것만은 아니다. 구제금융안을 둘러싼 미국 내 진보진영의 반응은 좀더 혼란스러웠다. 마이클 무어처럼 구제금융안을 “세기의 강도짓”이라고 비난하는 이들도 있었으나 오바마정부를 지지해야 했던 민주당과 은행 국유화를 해법으로 믿는 일부 진보인사들은 금융지원을 적극 지지했다. 좌파와 우파가 묘하게 뒤바뀐 대극을 이루는 지점이다(311면).
    지젝은 이러한 “좌파의 (자유주의적) 관점과 보수적 공화당원의 (도덕주의적) 관점 사이의 예기치 못한 중첩”(30면)이 이데올로기적 혼선에서 비롯하며 결국 위기의 본질을 제대로 간파하지 못한 데서 생겨났다고 본다. 자본주의는 자신 안에 언제나 위기를 내포하는 형식이다. 즉 자본주의 체제에서 정치(국가)와 경제(시장)는 애초부터 대립될 수 없으며 오히려 국가는 자본의 순환이 원활하게 유지되도록 하는 상부구조라는 것과 금융순환은 실제의 재화가 생산되고 팔리는 ‘부재하는 현실’을 전제한다는 점에서, 중요한 것은 금융경제와 실물경제의 분리나 국가의 개입이 옳으냐 그르냐 같은 논쟁이 아니라 국가가 누구를 위해 어떤 방식으로 개입해야 하는가를 집요하게 물어야 하는 것이라고 보는 것이다. 자유주의와 도덕주의는 따라서 지젝 식 표현에 따르면 본질을 흐리는 외설적 ‘공갈’에 불과하다. 게다가 이러한 거짓 선전은 자본주의 이데올로기를 더이상 도전을 받지 않아도 되는 탈이데올로기화된 자연(유토피아) 그 자체로 받아들이도록 하는 데 일조한다.

    수수하게 차려입은 ‘쿨한’ 자본가와 인간의 얼굴을 한 포스트모던 자본주의
    지젝은 “오늘날의 시대는 끊임없이 자신을 탈이데올로기적인 것으로 선포하지만 이데올로기의 이러한 부정은 우리가 그 어느 때보다 이데올로기에 깊숙이 파묻혀 있다는 데 대한 궁극적 증거를 제공할 뿐”(78면)이라고 말한다. 지젝이 일례로 드는 마틴 루서 킹에 대한 자유주의적 전유는 전형적인 이데올로기 공작으로, 즉 마틴 루서 킹의 ‘나는 꿈이 있습니다’라는 연설은 감동적인 수사로만 남아 있을 뿐 정작 그의 꿈이 무엇이었는지는 이제는 아무도 알려고 들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68혁명의 정신 역시 ‘자본주의의 새로운 정신’으로서 재전유되었다. 소외된 소비는 스타벅스 커피를 마시면서 공정무역을 실현하는 데 참여하는 착각으로서 해결된 듯하나, 스타벅스가 공정가격을 어기고 더 비싼 가격으로 커피를 판매한다거나 반노조운동에 관여하고 있다는 사실 여부는 스타벅스가 자유주의자들 사이에서 계속 인기를 누리는 데 크게 관계가 없다. 상품에 덧씌워진 진보적 색채에 만족하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소외된 노동은 집단지성의 지적 노동으로 전환되어 노동의 소외가 폐기된 개념인 듯 보이나 실제로 사적 자본에 종속된 노동이라는 점에서는 여전히 소외를 벗어나지 못한다. 한편 자본가의 재산축적 또한 자유의지가 발현된 성공으로 뒤바뀌어 빈곤과 질병을 퇴치하기 위해 전세계에서 가장 많은 기부를 하는 수수한 차림의 빌 게이츠와 같이 새로운 유형의 선하고 ‘쿨한’ 자본가를 선망과 존경의 대상으로 여기게 되었다. 그러나 빌 게이츠의 사회적 자본 독점은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이러한 자유주의적인 이데올로기 탈색은 좌파를 비롯한 진보세력이 처한 새로운 곤경의 현주소를 잘 보여준다.

    “잃을 것은 족쇄밖에 없는” 시대는 지났다, 우리는 모든 것을 잃을 위험에 처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리스의 경우가 보여주듯이 금융붕괴는 세계적 차원에서 아직도 진행중인 현재의 위협이며, 이는 힘없는 자들을 끝없이 배제하고 착취하는 현실로 나타난다. 그러나 지젝은 현재의 위기가 변혁의 호기라기보다는 오히려 보수적 질서를 강화하는 계기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위기들은 사람들을 뒤흔들어 자족성에서 벗어나게 하고 그들로 하여금 자기 삶의 근본원리에 의문을 제기하도록 강제하는 게 사실이나 가장 자발적인 최초의 반응은 패닉이며 이는 ‘기본으로 돌아가기’로 이어진다. 지배이데올로기의 기본적 전제들은 의문에 붙여지기는커녕 훨씬 더 극렬하게 재언명된다. 그러므로 위험스러운 점은 현재 진행되는 붕괴가 나오미 클라인이 말한 ‘충격 원리’(shock doctrine)와 비슷한 방식으로 이용될 것이라는 데 있다. (40~41면)

    금융위기가 발휘하는 일차적 효과는 자본주의 자체에 대한 의문이라기보다 더 심도있는 ‘구조조정’을 강제하기 위한 이데올로기적 초석을 닦는 것이 될 것이라는 말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자본주의 체제 ‘자체’의 문제점을 거론한다는 것, 즉 좌파로 처신한다는 것은 지젝이 여러 차례 강조하듯이 역사의 ‘객관적 경향’을 따르는 것, 역사적 필연성의 기차에 올라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필연을 거부하는 것을 의미한다. 다시 말해 그것은 “순수한 주의주의” 즉 “역사적 필연을 거슬러 행동하려는 우리의 자유로운 결정”(303면)이다. 그리하여 지젝에게 정신분석학적 의미의 ‘주체’는 프롤레타리아의 또다른 이름이 된다. 따라서 그가 보기에 “몫이 없는 부분”(랑씨에르)이자 ‘배제된 자’들인 “우리가 그토록 기다리던 사람들은 바로 우리”라는 점을 깨닫고 “대타자란 없다는 것을 전면적으로 받아들이는 법을 배울” 때 ‘출구 없음’의 문제, 즉 자본주의의 전지구적 패권이라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것이다(319면). 결국 지젝이 강력하게 주문하는 것은 주체의 전면적 재무장이다.
    체 게바라가 그 모든 것이 될 수 있으며 따라서 아무것도 아닌 포스트모던 자본주의의 해괴망측한 아이콘이 되어버린 시대, 자본주의 이후를 함부로 상상할 수 없는 은밀한 프랜씨스 푸쿠야마들의 시대를 사는 우리에게 지젝의 이러한 ‘출구전략’은 그래서 심각하고 도발적인 제안일 수밖에 없다.

    목차

    서론 첫 십년의 교훈

    1부 멍청아, 그건 이데올로기야!

    자본주의적 사회주의?
    충격요법으로서의 위기
    대적 선전(對敵 宣傳)의 구조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자본주의의 ‘새로운 정신’
    두가지 물신주의 사이에서
    다시 공산주의다!

    2부 공산주의적 가설

    공통적인 것의 새로운 인클로저
    사회주의냐, 공산주의냐?
    ‘이성의 공적 사용’
    … 아이띠에서
    자본주의적 예외
    아시아적 가치에 입각한 자본주의: 유럽의 경우
    이윤에서 세(貰)로
    ‘우리가 기다리던 사람들은 바로 우리다’

    옮긴이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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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소개

    슬라보예 지젝(Slavoj Zizek) [저] 신작알림 SMS신청 작가DB보기
    생년월일 1949~
    출생지 슬로베니아 류블랴나
    출간도서 59종
    판매수 10,150권

    1949년 슬로베니아에서 태어났다. 대학에서 철학 및 사회학 등을 전공하고, 류블랴나대학 사회학연구소 연구원을 거쳐 철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라캉 연구로 두 번째 박사 학위를 받았다. 1990년 슬로베니아에서 최초로 자유선거가 시행되었을 때 대통령 후보로 출마하기도 했다. 단순한 지식인이라기보다는 실천하는 이론가이다. 지은 책으로 [삐딱하게 보기], [이데올로기라는 숭고한 대상], [이라크 : 빌려온 항아리], [시차적 관점], [그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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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뉴욕주립대학-버팔로에서 로런스 연구로 영문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서울여대 영어영문학과 교수로 재직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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