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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부시인의 행복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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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 서평

    책을 읽어라/ 선배를 찾아가라/ 작물을 가꾸어라/ 가난하고 불편하게 살아라/ 밥상을 소박하게 차려라/ 배우고 싶은 것을 배워라/ 계획을 세워라/ 모임을 만들어라/ 병문안을 미루지 말아라/ 손님을 잘 맞아라/ 아는 척하지 말아라/ 일지를 적어라/ 몸을 보살펴라/ 사람관계를 잘 풀어라/ 마음을 다스려라/ 도구를 잘 관리해라/ 주위를 깨끗하게 유지해라/ 무리하게 돈을 빌리지 말아라/ 때를 놓치지 말아라/ 시간계획을 잘 세워라/ 인사를 잘해라/ 기쁜 마음으로 일해라/ 늘 공부해라

    이상은 귀농을 꿈꾸는 후배들에게 주는 저자의 자상한 조언의 일부이다. 슬쩍 훑어보기만 했을 때에는 의아할 수도 있고, 잔소리처럼 보일 수도 있을 테지만, 세세하고 구체적인 충고는 농사를 지으며 기쁘고 보람된 삶을 꾸리고 있는 저자의 실제 경험에서 우러나온 것이기 때문에 현실의 실감이 있고, 또 실제로 유용하다.
    오늘날 농부시인으로 불리는 저자 서정홍은 본디 노동자시인으로서 세간에 알려졌다. 1990년 마창노련문학상, 1992년 전태일문학상을 수상한 이력에서 알 수 있듯이, 노동자로서 든든하게 두발을 딛고 이 땅의 일하는 사람의 문학, 일하는 사람을 위한 문학에 독자적인 기여를 해왔다. 그런 그가 도시생활을 정리하고 시골로 내려가 농사를 지으며 ‘시골예찬’에 침이 마른다. 왜 그런 것일까?
    우리는 도시에서 다람쥐 쳇바퀴 돌듯 쉬지 않고 부지런히 살고 있다. 그런데 생활은 안정감이 없고 마음은 공허할 뿐이다. 사람과 사람이 서로 의지하고 나누고 섬기는 게 아니라 서로 헐뜯고 속이고 견주어야 버틸 수 있는 세상, 사람답게 살려고 하면 할수록 사람대접을 받을 수 없는 도시 삶의 진상, 도시생활의 한계를 깊이 깨달았기 때문이다. 사람과 자연을 해치지 않고 정직하게 사는 길을 농사꾼의 삶에서 찾았기 때문이다. 저자의 용기 있는 귀농 결행은 그 자신과 가족의 자유롭고 행복한 삶으로 귀결되었다. 그것은 저자의 큰아들의 육성에서 감동적으로 확인된다. “내게는 처음으로 정말 고향이라고 부를 수 있는 곳이 생겼다. …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것을 얻었다. … 우리 아버지는, 우리 어머니는 농부이시다. 그리고 나는 자랑스런 농부의 아들이다.”

    놀랍게도 스위스는 국토의 95퍼센트를 식량확보 및 경관을 위하여 개발하지 못하도록 정책적으로 보호하고 있다고 한다. 독일정부 역시 에너지, 식량, 일자리, 국민산업 등 실용적 차원에서 농업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우리가 이른바 ‘선진국’으로 알고 있는 나라들은 실상 모두 하나같이 ‘농업국가’라는 사실을 사람들은 인식하지 못한다. 위태롭기 짝이 없는 20퍼센트 대의 식량자급률에도 경각심을 갖기는커녕 농업을 악화일로로 열심히 몰아넣고 있는 나라는 지구상에서 우리나라가 제일이다.
    농부를 귀하게 여기고, 농사를 짓는 사람이 늘어야 하는 ‘합리적’이고 ‘실용적’인 이유는 따져보면 매우 많이 있다. 그러나 저자는 같은 이야기를 시인답게 서정적이면서도 순한 우리말로 풀어 독자를 설득한다. “나무 그늘 아래에 앉아보면 누구나 느낄 수 있습니다. 흙이 있어 나무가 있고, 나무가 있어 우리가 숨 쉬고 산다는 것을 말입니다.” 스스로 행복하고 자유롭게 살기 위하여, 아이들에게 떳떳하기 위하여, 흙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저자의 말은 이성 이전에 감성으로 호소하고 있다.

    이 책에는 저자가 실제 강연한 내용과 또 강연을 들은 아이들과 주고받은 편지들이 솔직하고 생생한 목소리를 담아 그대로 실려있다.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준열하면서도 자애롭게 하나하나 세상의 이치를 밝혀주는 그 글들은 우리가 사실은 마음속에서 늘 그리워하는 아버지의 목소리고, 스승의 목소리이다. 독자는 저자의 아이들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잘 느낄 수 있는데, 그것은 아마도 그가 이 비뚤어진 세상을 바로잡을 주인공, 희망으로서 아이들을 아끼기 때문일 것이다.

    저자는 일하는 사람들이 글을 써야 한다는 신념을 갖고 있다. 일하는 사람들이 사용하는 살아있는 말이 글쓰기에 널리 사용되어 우리말을 살리기 위해서이고, 또한 일하는 사람들이 생각과 삶을 나눌 때에 일하는 사람을 귀하게 여기고 공경하는 문화가 만들어질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글은 자신의 삶을 가꾸는 행위이며, 서로 생각을 나누고 사람을 만나는 통로이다. 시인은 나비넥타이를 매고 하얗고 가느다란 손가락에 담배를 끼우고 있는 사람이 아니다. 진정한 시인은 정직한 농사꾼의 모습, 노동자의 모습을 하고 있다.

    시인 서정홍이 산문으로 풀어내는 자신의 삶과 신념, 농업과 우리의 미래에 대한 희망과 진단을 이 좁은 지면에 간단하게 요약하는 것은 가능하지 않다. 여기서 전달할 수 있는 것은 그가 책의 말미에 인용하고 있는 북미 인디언의 시에서도 잘 드러나는 그의 마음자세일 뿐이다.

    내 뒤에서 걷지 말라
    난 그대를 이끌고 싶지 않다
    내 앞에서 걷지 말라
    난 그대를 따르고 싶지 않다
    다만 내 옆에서 걸으라
    우리가 하나가 될 수 있도록

    추천사


    서정홍은 평화로운 생명세상을 꿈꾸는 농부이며, 사람 냄새 흙냄새가 진하게 배인 아름다운 서정시를 쓰는 시인이다. 합천 황매산 자락 그의 집에, 방학 때마다 학생들과 함께 다녀오는 것이 근래 내게는 빼놓을 수 없는 ‘일’이 되었는데, 생명을 가꾸는 삶의 참된 의미와 이미지를 아이들이 마음에 새길 기회를 주기 위해서다.
    무한경쟁 궤도 위에서 자신을 돌아보거나 내일을 꿈꿀 여유가 없는 이 땅의 아이들에게, 사람답게 사는 길을 제시해 주고 싶은 나와 같은 교사들에게, 새로운 삶의 패러다임을 꿈꾸는 모든 이에게, 시인의 육성은 마른 논을 깨우며 쏟아지는 소낙비가 될 것이다. 나를 세우는 힘이 내 안에 있듯이, 따뜻하고 아름다운 세상을 만드는 힘은 그런 세상을 꿈꾸고 실천하는 사람의 싱싱한 철학에서 나오는 것이므로.
    ―배창환(시인, 교사)

    서정홍 시인의 글을 보면 괜스레 눈물이 난다. 사람답게 사는 게 뭔지 온몸으로 보여주면서도 참 겸손하다. 땅바닥 흙을 닮았다. 우리 가슴 깊이 억압된 그 무엇을 어쩌면 이리도 자연스레 잘 삭은 거름처럼 드러낼 수 있을까? “농사짓고 살면서 비로소 사람으로 사는 기쁨, 서로 나누고 섬기는 가운데 가슴에 차오르는 기쁨도 알게 된” 농부 서정홍의 삶과 글은 돈과 기계, 권력과 물질, 지위와 외양만 추구하는 오늘날 병든 사회에 꼭 필요한 보약이다.
    ―강수돌(고려대 교수, 조치원 전 마을 이장)

    목차

    머리말 서로 나누고 섬기며

    1부 농부와 밥상
    별을 노래하는 농부
    농부의 아들
    소농 그리고 희망
    유기농산물을 아십니까
    황금보다 귀한 똥
    거룩한 밥상 앞에서

    2부 농부와 생명
    흙 한 줌에 깃든 우주
    어머니 품처럼 따뜻한 논
    무기보다 소중한 식량
    사람과 자연을 죽이는 농약
    미래에 희망이 있느냐고 물으시면
    아이들을 자연의 품으로
    하늘이 내려준 밥
    대안학교가 가야 할 길
    먼저 나를 바꾸어야
    사람을 만나 사람이 되고

    3부 농부와 시인
    농부와 시인
    정말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배창환 시인
    친구를 보내며
    좋은 시는 어디서 나오나
    농사꾼의 모습, 시인의 모습
    일꾼의 꿈을 키워가기를
    삶을 가꾸는 시 쓰기
    삶을 가꾸는 동시 쓰기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4부 농부와 희망
    참꽃이 필 때
    어둠을 한탄하기보다 촛불을 들자
    삶과 죽음을 넘나들며
    생명의 땅, 쿠바를 다녀와서

    5부 농부가 되는 길
    생태귀농을 꿈꾸는 벗들에게

    본문중에서

    농부를 인류의 건강뿐 아니라 파괴된 지구를 치유하고 살리는 영웅이라 합니다. 그런데 지구를 살리는 ‘영웅’인 농부들의 현실과 미래는 어떻습니까? 옛날에는 농부가 되면 삼대가 가난하게 살 각오를 해야 한다고 했습니다만, 지금은 삼대가 아니라 영원히 가난하게 살 각오를 해야 합니다. 더구나 유기농법을 하려는 농부들은 더욱더 큰 각오를 해야 합니다. 그런 줄 잘 알면서도 농부들은 땅을 버리지 못하고, 아니 버릴 수가 없어서, 오늘도 땅을 갈고 씨를 뿌리는 것입니다. 그게 농부의 마음입니다.
    (/ p.11)

    밥상 위에 밥 한 그릇이 올라오려면 만물이 하나가 되어야만 합니다. 그래서 밥 한 그릇은 자연과 사람이 한데 어울려 만든 성스럽고 거룩한 ‘마무리’이며 ‘미래’입니다. 밥 한 그릇 속에는 깊은 우정이 있고, 서로를 위로하는 따뜻한 사랑이 있고, 평화가 있습니다.
    (/ p.39)

    살아가다 보면 무슨 일이든 마음먹은 대로 되지 않을 때가 더 많습니다. 그럴 때는 흙을 한 줌 손에 쥐고 흙냄새를 맡습니다. 사람의 능력으로는 도저히 그려낼 수 없는 신비스런 흙냄새가 몸속으로 깊이 들어와 뒤틀린 마음을 바로잡아 줍니다. 맨발로 논둑을 걷거나 산길을 걷다 보면 온몸에 깃든 병이 다 나을 것 같습니다. … 아, 흙이 바로 나였구나! 아니, 내가 흙이었구나! 왜 그걸 모르고 살았단 말인가!
    (/ p.47)

    도시는 사람과 사람을 나누고, 사람과 자연을 나누어 놓은 어둡고 슬픈 곳이라, 머물면 머물수록 자기도 모르게 몸과 마음에 깊은 병이 듭니다. 내가 병들면 따라서 모든 생명이 병듭니다. 도시는 어쩔 수 없는 처지 때문에 잠시 머물다 가는 곳이지, 절대 오래 머물면 안 되는 곳입니다. 이제 아이들 손을 잡고 돌아가야 합니다. 아이들이 자연의 품 안에서 무럭무럭 잘 자랄 수 있도록 어른들이 그 터전을 마련해 주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 p.69)

    남의 자식은 돈벌이 안 되고 힘든 농촌에 들어가서 농약과 화학비료를 쓰지 않고 건강한 곡식을 생산해 주는 농부가 되면 좋지만, 내 자식은 도시의 빌딩 사무실 회전의자에 앉아 편안하게 살면 좋겠다는 어리석고 비겁한 생각으로 가득 차 있다면, 우리 앞에 기다리는 것은 캄캄한 어둠과 비참한 죽음뿐입니다. 자연은 머지않아 이런 인간들의 이기심과 탐욕을 그대로 두지 않을 것입니다. 결국 아이고 어른이고 다시는 빠져나올 수 없는 깊은 구렁텅이로 들어가게 될 것입니다.
    (/ p.81)

    오늘부터는 아이들이 무엇을 바라는지 귀담아들어 주시기 바랍니다. 아이들 마음속에 ‘본디 있던 것’이 다 들어 있으니 정답도 그 안에 들어 있습니다. 농촌과 환경과 교육을 살리는 길도, 모든 생명과 사람을 살리는 길도, 모두 그 속에 있습니다. 아이들은 살아 있는 스승입니다. 아이들이 행복하다고 느끼는 세상이야말로 참 살맛나는 세상이기 때문입니다. (85쪽)
    일하는 사람마다 자기가 살아온 이야기를 써 두었다가 유산으로 남겨 두면 좋겠습니다. 권력이나 재산은 물거품처럼 사라지는 것이지만 시련과 어려움을 딛고 살아온 이야기는 훌륭한 유산이 되리라 믿기 때문입니다. ‘일하는 사람들의 글쓰기’는 세상을 바꿀 수 있는 큰 힘이 될 뿐 아니라 역사가 되기도 합니다.
    (/ p.145)

    저자소개

    생년월일 1958.05.05~
    출생지 경남 마산
    출간도서 26종
    판매수 7,852권

    1958년에 출생. 황매산 기슭 작은 산골 마을에서 농사짓는 틈틈이 시를 쓰는 농부 시인입니다. 자연 속에서 자연스럽게 살아가는 것이 가장 좋다는 걸 깨닫고 농부가 되었고, 땀 흘려 일한 경험을 담아 참된 글을 쓰는 데도 힘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그동안 쓴 책으로 동시집 [윗몸일으키기], [우리 집 밥상], [주인공이 무어, 따로 있나], 시집 [58년 개띠], [내가 가장 착해질 때] ,[밥 한 숟가락에 기대어] , 산문집 [농부 시인의 행복론], [부끄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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