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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걷고 싶은 길 2 : 규슈·시코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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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풍경에 취해 걸음이 절로 느려진다. 도대체 누가 이런 길을 만들었을까?”
도보여행가 김남희가 2년 만에 펴낸 걷기여행 신작


북으로 홋카이도에서 혼슈·규슈·시코쿠를 거쳐 남으로 오키나와에 이르기까지, 2년에 걸쳐 일본 최고의 걷기 여행 코스들을 찾아 헤맨 도보여행가 김남희의 신작. 한 나라에 대한 여행기로서는 이례적으로 2권으로 묶어내야 했을 만큼 일본 열도 전역의 주요 트레킹 코스를 총망라했다. 김남희 특유의 감성이 물씬 풍기는 유려한 문체와 정감 넘치는 입담으로 마치 일본의 시골길을 직접 거니는 듯한 풍성한 행복감을 안겨준다.
최근 홍수처럼 쏟아져 나오고 있는 일본 여행기들이 주로 접근이 용이한 유명 도시나 관광명소를 무대로 하는 데 반해, 이 책은 일본의 다양한 풍경을 탐색해 들어간다. 보통 일본 하면 도쿄, 홋카이도 하면 삿포로를 떠올리기 쉽지만, 이 책에 그런 유명 도시는 등장하지 않는다. 잘 알려진 곳보다는 덜 알려진 곳들을 찾고 싶었고, 도시보다는 자연과 전통이 살아 있는 곳을 소개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일본을 여행한다는 건 진한 화장을 한 게이샤의 무표정한 얼굴 너머를 들여다보려는 일 같았다. 몸에 밴 친절과 예의 속에 감춰진 진심을 들여다보고픈 갈망. 그런 내 시도는 때로는 성공했고, 때로는 실패했다. 길 위에서 만난 일본은 매혹적이었다. 사람들은 상냥했고, 음식은 담백했고, 시골 마을 구석구석에 전통문화가 살아 있었다. 무엇보다 놀랍도록 잘 보존된 자연 환경이 부러웠다. 여행을 할수록 나는 이 나라가 좋아졌다. 가까이에 이토록 사랑스러운 이웃이 있다니, 이토록 거대한 자연이 남아 있다니…….
(/ 프롤로그 중에서)

처음엔 사전 준비 없이 그냥 가볍게 떠난 여행이었다. 시코쿠만 걸을 작정이었다. 그러나 길 위에서 본 일본은 그동안 알던 것과는 사뭇 달랐다. 작가는 자기도 모르게 일본의 매혹적인 풍경들에 빠져들었고, 그러다 보니 2년 사이에 아홉 차례나 일본을 드나들게 되었다. 정작 오랫동안 꿈꿔온 중남미 여행 계획은 뒷전으로 미룬 채.
홋카이도에서는 꽃의 부도(浮島)라 불리는 ‘레분토’, 일본의 마지막 비경으로 세계적인 불곰 서식지인 ‘시레토코’, 일본에서 가장 예쁜 마을로 꼽히는 ‘후라노’와 ‘비에이’를 돌며 천상의 화원이 선사하는 황홀경에 빠져들었다. 혼슈에서는 3천 미터급 봉우리들이 우뚝 솟은 북알프스 ‘다테야마’, 후지산의 경이로운 면모를 재발견하게 해주는 ‘묘진가타케’와 ‘미쓰토게야마’(하코네)를, 규슈에서는 수령 1천 년이 넘는 삼나무만 2천여 그루가 살고 있는 ‘야쿠시마 섬’ 등을 오르며 자연의 장대한 야성미에 흠뻑 젖었다.
어디 자연뿐인가. 도시 전체가 미적 품격을 갖춘 ‘마쓰모토’, 세월을 거슬러 에도 시대로 돌아간 듯한 역참 마을 ‘쓰마고’와 ‘마고메’, 일본 정원의 교과서로 불리는 소겐치 정원이 있는 ‘덴류지’와 대나무숲길 ‘지쿠린’, 주민들이 살기 좋은 마을이 훌륭한 관광지가 된다는 것을 보여주는 ‘유후인’, 소박하면서도 기품이 있는 ‘이시다다미 돌길’(오키나와), 스페인의 산티아고 순례길에 비견되지만 오셋타이라는 특유의 공양 전통이 살아 있는 ‘시코쿠 순례길’ 등은 일본 문화의 단아하면서도 웅숭깊은 매력으로 여행자를 매료시켰다.
“자, 이래도 일본에 안 갈 테야?” 하고 유혹하듯 작가가 조곤조곤 들려주는 얘기에 귀를 기울이다 보면, 지금이라도 당장 공항으로 가 일본 행 비행기를 타고 싶은 충동이 일게 될 것이다. 일본의 역사와 문화에 관한 꼼꼼한 성찰, 걷기 여행에 관한 빛나는 아포리즘은 덤이다.

목차

1부 규슈 -신들의 정원
신들의 세계를 허락 없이 기웃거리다 _ 야쿠시마
일본 최고의 관광지가 이토록 소박하다니 _ 유후인

2부 오키나와 -상처 받은 낙원
일본 속 이방인의 나라 _ 오키나와 본섬
남쪽으로 튀어 _ 이시가키 섬과 이리오모테 섬

3부 시코쿠 -천 년의 옛길
미운 나를 버리고 새롭게 채워 돌아가기를 _ 1번 료젠지~11번 후지이데라
순례자의 지팡이가 되어주는 사람들 _ 12번 쇼산지~23번 야쿠오지
길 위에선 만남도, 헤어짐도 잠시 _ 24번 호쓰미사키지~30번 젠라쿠지
일본에 끌리는 내 마음은 아직 반쪽짜리 _ 31번 지쿠린지~40번 간지자이지
가슴속 번민과 질문을 길 위에 잠시 내려놓고 _ 41번 류코지~74번 고야마지
순례길은 끝나도 인생길은 계속된다 _ 75번 젠스지~88번 오쿠보지

본문중에서

다카쓰카 산장에 짐을 내려놓고 조몬스기를 만나러 간다. 7200년간 살아왔다는 조몬스기. 야쿠시마의 최고령 산신목 조몬스기는 뿌리 둘레만 43미터, 몸통 둘레 16.4미터, 높이는 25.3미터에 달한다. (…중략…) 가만히 나무를 바라본다. 가까이 귀를 대면 깊고 푸른 나무의 숨소리가 들려올 것만 같다. 이 나무가 살아온 수천 년의 시간을 생각해본다. 이 섬의 삼나무들은 느리게 자라난다. 다른 섬의 삼나무들이 30년이면 자랄 높이에 다다르기 위해 이 섬의 삼나무들은 300년의 시간을 필요로 한다. 더디 자라는 만큼 그들은 오래 살아남는다. 오래 가기 위해서는 느리게 가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던 걸까. 왕복 아홉 시간을 걸어 이 나무를 만나고 돌아가는 동안 사람들은 잠시나마 세상의 시간 따위는 잊어버린 채 이 숲의 시간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수십억 년에 걸쳐 이루어진 지구의 모든 것들을 백 년도 되지 않아 소진해버리는 우리들. 후손도, 미래의 삶도 생각하지 않는 이토록 짧고 허망한 시간 개념이라니. 조몬스기가 우리에게 전해주는 것은 그토록 느리게 흘러가는 지구의 시간을 잠시나마 호흡하는 법이 아닐까.
(야쿠시마 중에서/ pp.22~23)

평화운동에 관한 책 출간을 앞두고 원고 마무리 작업을 해야 하는 우시 상은 집으로 돌아가고, 나는 이시다다미 길로 향한다. 슈리 성에서 이어지는 이 돌길은 16세기 초반에 슈리 성 입구를 기점으로 무역항이던 나하까지 이어지는 간선도로로 만들어졌다. 당시에는 10킬로미터에 이르렀지만 전쟁으로 다 부서지고 지금 남은 길은 가파른 골목길 238미터에 불과하다. 500년의 세월을 건너온 바닥돌은 석회암이다. 수많은 이들의 발길에 다듬어져 매끈해진 돌이 지나온 세월을 말없이 증거한다. 비 오는 날 걸으면 미끄럽겠지만, 계속 내리막이라 걷기에 무리는 없다. 이끼 낀 돌바닥과 푸른 담쟁이가 우거진 돌담길, 한적한 주택가, 가끔씩 만나는 늙은 나무들과 우타키. ‘일본의 길 100선’에 선정된 산책로답게 소박하면서도 기품이 있다. 무엇보다 사람들이 거주하는 곳이라 더 정겹다. 모든 게 새것이어서 슬픈 오키나와이기에 이 옛길과의 만남이 더 애틋하다.
돌길 초입에 테라스가 딸린 전망 좋은 카페가 보여 들어선다. 햇살이 빛나고 서늘한 바람이 불어오고, 눈앞에는 벚꽃이 피어 있고, 오키나와 시내가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손님이 빠져나간 한가한 카페에서 책을 읽고 엽서를 쓴다. 얼마나 오랜만에 느끼는 여유인지…….
(오키나와 본섬 중에서/ p.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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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소개

생년월일 1971~
출생지 삼척
출간도서 14종
판매수 17,752권

여행가. 다른 나를 찾고 싶다는 갈망, 더 많이 감사하고, 좀 더 겸손하고, 더 자주 웃는 자신을 보고 싶어 여행을 떠난다. 그리고 그 여행길에는 항상 책이 있었다. 멀리 갈 수 없을 때도 책을 읽고, 멀리 떠나가서도 책을 읽는 그녀는 ‘여행은 몸으로 읽는 책, 독서는 앉아서 하는 여행’이라 말한다. 너무도 매혹적이라 책을 읽다 그곳으로 향하게 만든 책, 삶을 바꾸는 한 번의 여행에 관한 이야기, 오롯이 책을 위해 떠나는 여행…. 이 책은 그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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