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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강물은 속도를 겨루지 않는다 : 생각하는 우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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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 서평

    쉬어 가는 것이 오래 가는 것이다
    새삼스러운 풍경도 아니다. 돈 잘 버는 법에 관한 책을 지하철 안에서 펼치고 있어도 남세스럽지 않고, 더 이상 한 줌의 실리와 맞바꾸지 못할 것도 없다. 가만히 서 있으면 절로 뒤처지고 마는 '숨찬 공화국'. 남들보다 한 발 앞서가려 안간힘을 쓰다 보면 어느덧 삶은 차라리 악몽이 되어버린다. 하지만 다들 그렇게 아귀다툼하며 살지 않느냐고 안도하다가도, 물신(物神) 앞에 쉽사리 굴복한 텅 빈 마음이 금방이라도 부서질 듯 버석거리는 것이다.
    [흐르는 강물은 속도를 겨루지 않는다]는 길 위에 선 모든 이들을 위한 책이다. 그리스도교와 유대교, 이슬람교, 선불교의 전통에서 길어 올린 영적 스승들의 일화를 비롯하여, 동서와 고금을 막론하고 삶을 되돌아보게 하는 이야기들을 모았다. '생각하는 우화'라는 부제 그대로, 짤막하지만 오래 곱씹게 하고, 가르치려 하는 대신 생각에 잠기게 한다.
    물굽이에 이른 강물이 달음박질을 늦추듯, 먼 길을 가기 위해서는 숨을 고르며 쉬어 가야 하지 않던가. '나는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가' '나는 무엇을 찾고 있는가'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삶은 무엇인가'. 죽비소리처럼 그동안 쉬 지나쳤던 물음을 오롯이 떠오르게 하는 이 책은 지친 마음을 잠시 내려놓고 느린 발걸음으로 마음의 오솔길을 거니는 사색의 순간을 전한다.

    나는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가
    그렇게 이 책에 실린 이야기를 읽다 보면, 속절없이 아득해진다. 세상물정을 잘 안다고 자부하지만 실은 어리석기 그지없고 속물적이기까지 한 이야기 속 인물들이 바로 '나'이기 때문이다.

    한 여행자가 랍비를 방문했다.
    놀랍게도 그는 방 하나에 탁자 한 개, 의자 한 개, 침대 한 개,
    그리고 책 몇 권만 가지고 살고 있었다.
    "선생님, 선생님의 가구는 전부 어디에 있습니까?" 방문객이 물었다.
    "당신의 가구는 어디에 있나요?" 랍비가 되물었다.
    "제 가구요? 저는 방문객일 뿐입니다. 여행 중이거든요."
    그러자 랍비가 말했다.
    "저 또한 그렇습니다."
    ('여행자' 중에서/ p.13)

    그러나 하루하루 스스로를 저버리며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어느 시인처럼 세상을 '소풍'처럼 살다 가는 일은 너무 어려워 보인다. 하지만 우리는 기억하려 애쓸 수는 있다. 이를테면 골목을 뛰놀던 천진한 동심의 시절, 선한 이웃들의 눈물과 젊은 날 우리가 지키고자 했던 가치들, 고요한 강물처럼 우리의 마음을 다독이는 황금보다 더 빛나는 것들을 말이다.
    불교에서 이야기하는 '자아'라는 견고한 허상에서 벗어나는 일 또한 그렇다. 독일 태생이지만 동양의 선불교에 매료되어 불교를 공부했다는 저자의 이력에서도 엿볼 수 있듯이, 이 책에는 선승들의 일화가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이들이 전달하려 했던 '본디 나'란 존재하지 않는다는 심오한 깨달음에는 미치지 못하더라도, 내가 지닌 아집과 독선에 대해 생각해볼 수는 있을 것이다. 종종 눈에 띄는 맹목적이고 세속적인 신앙에 대한 은근한 비판 역시 이러한 맥락에서 읽을 수 있다.

    아일랜드 출신의 젊은 이민자가 뉴욕에서 자기가 다니는 교회의 목사를 찾아가 물었다.
    "목사님, 제가 뉴욕에서 고작 주급 15달러로 훌륭한 기독교인의 삶을 살 수 있을까요?"
    목사가 말했다.
    "물론입니다, 형제님. 그것이 그 돈으로 살아갈 수 있는 유일한 삶입니다."
    ('기독교인의 삶' 중에서/ p.21)

    '나'를 들여다보는 일은 어렵다. 타인의 욕망을 자신의 것인 양 속이고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삶은 무엇인가'를 묻는 이 책은 마음 깊은 곳으로 우리를 이끌며 잔잔한 울림을 준다.

    목차

    머리말느리게 걷는 걸음으로

    길 위에 서다
    여행자
    세상의 끝
    그다음에는?
    바보들의 도시
    민들레를 사랑하는 법
    세상을 구하는 길
    기독교인의 삶
    인간과 동물의 차이
    개와 고양이
    죽음 앞에서 중요한 것
    기독교인들의 통일
    고양이와 무사
    정원 일을 올바로 하는 법
    전문가
    장기 두는 사람
    천국 관광객
    누가 남는가?
    멜론 먹는 법
    훼방꾼
    자유로움과 벗어남
    천국의 입장료
    이름을 말하지 않고
    신들의 음식
    위험한 수도원
    지옥의 고통은 누구에게나
    사랑의 하느님께 보내는 편지
    인생 상담료
    감기 예방법
    검술의 명인
    사기꾼
    어떤 기적
    고통을 포기하시오
    아무것도 없다
    환영합니다
    웃음은 불멸한다
    옷이 학자를 만든다
    신부와 수녀의 탁구 게임
    현재를 보는 법
    좋은 소식, 나쁜 소식
    나스루딘의 설교
    장자의 꿈
    오해
    선문답
    선법과 도둑질
    백문이 불여일견
    붉은 카네이션
    깨달음의 속도
    그대로 믿기
    절집의 고양이

    머뭇거리다
    나는 어디에 있는가
    신뢰와 지혜
    5루피
    가장 잘 아시는 분
    내일 죽으마
    바람이 데려다주는 곳으로
    당신 말이 맞아요
    기적 위의 기적
    고행자와 생쥐
    스님과 도둑
    우는 여자
    명의의 조건
    참행복
    나귀의 변신
    자네는 아직도 안고 있는가
    그대로 두어라
    깨달음을 얻는 길
    진정한 부자
    무소유
    찹쌀떡과 부부
    피곤한 나무 기둥
    감사하는 마음
    오병이어의 기적
    지구 멸망의 날
    진정한 강자
    하느님의 섭리
    금발의 미녀
    말과 침묵의 조화
    민간요법 치료사
    도둑질
    직접 본 기적
    나도 모른다
    기도와 흡연
    죄악이란
    새옹지마
    깨어 있으라
    성급한 속죄
    무언
    모든 것을 아는 귀신
    목을 베라
    그렇게 되지 않기를!
    목적의식
    여섯 승려의 묵언수행
    가장 지혜로운 호랑이
    마지막 말씀
    절실할 때 오라
    칭찬할 만한 겸손
    묵언의 달인
    냄비의 탄생
    마음을 밝히는 독서
    스승의 귀걸이
    예리한 낫
    은자와 독재자
    선하신 하느님

    느리게 걷다
    옛날에는
    모든 것이 나에게 달렸다
    신부의 상상력
    무의미
    예쁜 여자
    금화 백 냥
    하느님의 친구
    신비의 제식
    문병 선물
    촛불을 들고 다니는 이유
    눈썹 하나 까닥 않고
    사람들이 고통을 겪는 이유
    너 자신을 위해
    하느님과 베드로의 골프 경기
    요코
    또 치즈빵이군
    조언
    정말로 중요한 것
    진짜 눈은 어느 쪽?
    현명한 바보

    최고가 아닌 것은 없습니다
    장자의 탄식
    꿈 또는 무효
    진실을 말하라
    도둑에게 내리는 축복
    맛 좋은 차
    하느님에게 가는 길
    달을 구하다
    왕의 말
    더 힘센 것
    암소와 자유
    게오르크 아저씨
    헛살다
    그래요
    질 좋은 시가
    손금 보는 여자
    간결하게, 더 간결하게
    부부 싸움
    아브라카다브라
    맛좋은 무
    병든 소
    성인의 고통
    인생철학
    인생은 샘이다

    본문중에서

    수도사 두 명이 고문서를 읽던 중 세상 끝에 가면 하늘과 땅이 신비스럽게 맞닿은 곳이 있다는 구절을 발견했다. 그곳에 이르면 문이 하나 있는데, 그 문을 두드리기만 하면 하느님이 계신 곳에 있게 될 것이라고 했다. 두 수도사는 그곳을 찾아가기로 마음먹었다.
    그들은 계속 동쪽을 향해 가면서 전 세계를 순례했다. 산과 숲을 지날 때에는 수많은 위험이 그들을 위협했고, 매혹적인 여자들이 두 사람의 계획을 방해하려고도 했다. 그러나 그들은 하늘과 땅이 맞닿은 그곳을 마음속에 그리며 온갖 역경을 물리쳤다.
    마침내 두 수도사는 문을 찾아냈다. 그들은 두려운 마음으로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안으로 들어가 고개를 들었다.
    두 수도사는 그들이 떠났던 수도원의 방에 서 있었다.
    ('세상의 끝' 중에서/ p.14)

    다도의 장인이 아들이 정원을 청소하고 물을 뿌리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잘못되었다." 아들이 일을 마치자 아버지는 근엄하게 말하고 다시 한 번 하라고 시켰다.
    한 시간 동안 힘들게 일을 한 뒤 아들이 아버지에게 가서 말했다.
    "아버님, 더 이상 할 게 없습니다. 계단은 세 번씩이나 닦았고, 석등도 청소했고, 나무에는 물을 주었고, 이끼에도 물을 뿌려서 모두 파릇파릇한 초록색으로 빛이 납니다. 바닥에 나뭇가지 하나, 나뭇잎 하나 없습니다."
    "어리석은 녀석, 정원 청소는 그렇게 하는 게 아니다."
    정원으로 나간 아버지는 나무 하나를 흔들어 잔디와 마당에 노랗고 빨간 잎사귀들을 뿌려놓았다.
    ('정원 일을 올바로 하는 법' 중에서/ p.33)

    저자소개

    마르코 알딩거(Marco Aldinger) [저] 신작알림 SMS신청 작가DB보기
    생년월일 1955~
    출생지 독일
    출간도서 0종
    판매수 0권

    1955년 독일에서 태어나 철학과 종교사를 전공했다. 동양의 선불교에 매료되어 불교를 공부하고 검도를 배웠으며, 현재 프라이부르크에 살고 있다. 지은 책으로 [무엇이 영원한 진리인가] [침묵의 얼굴] [남자의 창조-작은 깨달음을 위한 이야기들] [의식의 기분전환-지혜의 이야기들] 등이 있다.

    생년월일 1957
    출생지 서울
    출간도서 0종
    판매수 0권

    연세대학교 독어독문과를 졸업하고 독일 뒤셀도르프 대학에서 언어학을 공부한 뒤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면서 독일 인문사회과학서와 예술서, 그리고 소설을 우리말로 옮기고 있으며 제17회 한독문학번역상을 수상했다.
    옮긴 책으로 [음악과 음악가], [율리아와 동네 기사단], [공간적 전회], [나의 인생], [데미안], [소녀], [인간과 공간], [푸르트벵글러], [이탈리아 르네상스의 문화], [담배 가게 소년], [등 뒤의 세상], [청춘의 집, 아우어하우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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