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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그네스 [양장]

원제 : AGN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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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 서평

    프랑스, 영국, 스페인 등 전 세계 20여 개국 번역, 출간!스위스 문단의 독보적인 스타일리스트 페터 슈탐의 데뷔작

    1998년 서른다섯 살이 되던 그해, 수년간 세계 여러 나라를 떠돌다가 고향 스위스로 돌아와 자유기고가와 방송작가 일을 하고 있던 페터 슈탐은 중대한 결심을 하고 소설을 한 편 썼다. '아그네스'였다. 그리고 이 한 편의 소설로 그는 ‘완벽하다!’ ‘교체 불가능한 새로운 목소리의 출현’이라는 평을 받으며 화려하게 데뷔한다. '아그네스'는 단순히 탁월한 데뷔작으로만 그치지 않았다. 이후 발표한 작품들에서 현대인의 고독과 소통의 어려움, 상실과 좌절, 자유와 불안, 행복, 사랑, 죽음 그리고 덧없음 등의 주제를 다루면서 새로운 감동을 끌어내온 페터 슈탐 문학의 원형이자 정수로서 독자들에게 각인되었던 것이다. 또한 그가 ‘체호프와 카버의 뒤를 잇는 문체적 금욕주의자’ ‘스위스 문단의 독보적인 스타일리스트’라는 별칭을 얻고, 세계적인 명성을 얻게 된 데는 데뷔작 '아그네스'의 공이 실로 컸다.

    '아그네스'는 시카고를 배경으로 중년의 스위스인 남자 ‘나’와 이십대 초반의 미국인 여자 아그네스의 만남과 사랑, 그리고 파국의 과정을 서른여섯 개의 장으로 쓴 소설이다. 첫 장과 마지막 장은 연대기적 순서에서 벗어나 시간적으로 ‘현재’에 위치하며, 과거시제로 표현된 서른네 개의 장은 4월부터 1월 초까지 약 9개월 동안의 사건에 대한 화자의 회상으로 구성되어 있다. 1장에서 ‘나’는 다짜고짜 아그네스의 죽음을 알린다. 그리고 2장부터는 스위스인 저술가인 ‘나’와 시카고 대학에서 물리학 박사 논문을 쓰는 아그네스의 만남 그리고 두 사람의 관계 변화가 묘사된다.

    연인과의 거리를 좁히기를 원하는 아그네스는 스위스인 남자친구가 한때 소설가를 꿈꿨던 사람임을 기억해내고 그에게 ‘당신과 나의 사랑 이야기’를 쓰라고 제안한다. 모든 이야기가 있는 그대로 쓰여야 한다는 조건하에서 그는 아그네스를 관찰 대상으로 삼기 시작하고, 창조의 세계와 그 안에서의 전능함에 탐닉한 두 사람의 놀이는 거부할 수 없는 현실이 개입되면서 점점 치명적 유희로 변질된다. 페터 슈탐은 이 작품으로 라우리스 문학상(1999)을 받았고, 프랑스, 영국, 스페인, 중국 등 20여 개국에 번역, 출간되었다.

    '나에 대한 소설을 써. 당신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 수 있게.'

    처음 대화를 트고 여러 날 동안 도서관에서만 만나던 아그네스와 ‘나’는 대학 근처 식당에서 함께 저녁을 먹으며 죽음 등의 주제에 대해 진지한 대화를 나눈다. 그리고 두 사람은 당연하다는 듯 ‘나’가 머무르는 고층아파트로 향한다. 며칠 후에는 아그네스의 초대를 받은 그가 그녀의 집을 찾아간다. 얼마 후 아그네스와 동거하게 된 ‘나’는 사랑이 수반하는 종속 상태를 흔쾌히 받아들이며 이 관계에서 설렘과 경외감마저 느낀다.

    두 사람의 관계는 빠르게 발전하지만 긍정적인 색채로만 지속되지는 않는다. 폐쇄적인 두 영혼이 타자와 관계를 맺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런 어려움은 두 사람의 대화에서 점차 드러난다. 아그네스와 ‘나’의 대화는 (유심히 읽어보면) 대화라기보다 서로 연결되지 않는 말의 교환에 가깝다. 참된 의미의 소통이 이뤄지지 못한 채, 대화의 초점이 어긋나거나 상대방의 말을 비껴가고 회피하려 드는 경우가 허다한 것이다. 이러한 태도는 일인칭 화자인 ‘나’에게서 특히 자주 나타난다. 이런 상황을 아그네스는 고통스럽게 의식하지만 그녀 역시 적극적인 소통의 능력은 없어 보인다. 그리하여 두 사람은 연인으로서 함께 동거를 하면서도 내적으로 공허감에 차 있으며 그것을 극복하지 못한다. 이런 와중에 아그네스는 ‘나’가 한때 소설가를 꿈꿨던 사람임을 떠올리고 ‘나’에게 ‘당신과 나의 사랑 이야기’를 쓰라고 제안한다.

    '나에 대한 소설을 써.' 그녀가 말했다. '당신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 수 있게.'
    '어떤 이야기가 나오게 될지 나도 몰라.' 내가 말했다. '나는 이야기를 전혀 제어할 수 없어. 어쩌면 우리 둘 다 실망하게 될 거야.'
    (/ p.63)

    ‘나’는 처음에 주저하지만 아그네스의 욕망을 채워주고 또 자신에게 아직 작가적 재능이 남아 있는지도 확인하고 싶어 그 제안을 받아들인다. 이때 아그네스는 ‘모든 것이 사실에 부합해야 한다’는 조건을 내건다. 그리하여 ‘나’는 두 사람의 이야기를 쓰기 시작하고 아그네스와 함께 내용을 확인하고 수정한다. 이러한 놀이는 연인의 결속을 더욱 강하게 할 것처럼, 적어도 둘의 관계에 해롭지는 않을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나’가 아그네스를 글쓰기의 관찰 대상으로 삼는 순간부터 두 사람 사이의 거리는 오히려 점점 멀어진다. 그가 아그네스와의 현실적 사랑 대신 점점 글쓰기의 세계에 몰입하기 때문이다.

    아그네스에 대한 내 사랑은 변했다. 그 사랑은 내가 전에 경험했던 것과 달랐다. (……) 나는 아그네스를 관찰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내가 그녀에 대해 아는 것이 얼마나 적은지 깨달았다.
    (/ pp.77~78)

    이야기가 ‘현재’를 추월한 시점부터 ‘나’는 ‘창조의 세계’와 그 안에서의 전능함에 탐닉하고, ‘나’는 자유롭게 그럴듯한 이야기를 지어내면서 ‘사실에 부합해야 한다’는 조건에 따라 현실의 아그네스를 규정하려 든다. 그러나 두 사람의 놀이는 유쾌하게 지속되지 못한다. 허구의 세계에 질질 끌려 다닐 리 없는 현실이 아그네스의 임신이라는 형태로 반격을 가하기 때문이다. 한 문장 한 문장 써내려갈 때마다 그녀는 점점 흐릿해졌다!

    이 일로 아그네스는 ‘나’의 곁을 떠난다. ‘나’는 이별에 큰 당혹감을 느끼지만, 아그네스를 되찾으려는 노력은 별로 하지 않은 채로 루이즈라는 여자와의 우연한 관계에 스스로를 내맡긴다. 그리고 계속 쓰고 있는 이야기 속에서만 키치에 가까운 행복의 결말을 모색한다. 하지만 이런 허구적 사랑은 다시금 현실에 의해 깨진다. 아그네스가 아이를 유산한 것이다. 그녀가 아프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나’가 내뱉는 독백은 현실에서 확고한 관계를 유지할 능력이 없는 자의 내면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지금 아그네스에게 가면 영원히 그녀와 함께 있어야 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분명 아그네스를 사랑했고 그녀와 함께 있으면 행복했는데도 왜 그런 생각이 드는지는 설명하기 어려웠다. 나는 그녀가 없을 때만 자유로움을 느꼈다. 그리고 내겐 언제나 자유가 행복보다 더 중요했다.
    (/ p.140)

    자유의 상실을 뜻하는 관계의 긴밀한 결속에서 두려움과 위기를 느끼는 ‘나’, 그렇기에 허구의 대안적 사랑으로 자꾸만 도망치려 하는 ‘나’는 오랜 망설임 끝에 아그네스에게 찾아가고, 그녀는 다시 ‘나’의 집으로 돌아온다. 두 사람의 관계가 전과 같을 수 없음에도 아그네스는 ‘나’에게 오직 당신만을 사랑한다고 말하며 소설 쓰기를 중단해달라고 요구한다. 그녀는 두 사람의 사랑이 시뮬레이션으로, 가상으로 전락하는 것을 더이상 견딜 수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나’는 현실의 불편한 사랑에 힘들어하며 글쓰기를 포기하지 않는다. 심지어는 자신이 이야기 속에서만 살고 있다는 느낌을 받기도 한다. 그리고 행복은 좋은 이야깃거리가 아니라 생각하면서 눈 속에서 아그네스가 자살하는 장면으로 이야기를 결말짓는다.

    하지만 다소 양심의 가책을 느낀 ‘나’는 행복한 결말도 마련한다. 다음 날 ‘나’는 이 결말을 원고 끝에 묶어 아그네스에게 선물로 주고는 외출하며 사랑하지 않는 여자 루이즈를 만나 그녀와 관계를 맺는다. ‘나’가 집에 돌아오자 컴퓨터가 켜져 있고 모니터에는 그가 숨겨둔 결말이 떠 있다. ‘나’는 아그네스가 (언젠가 둘이 하이킹을 다녀왔던) 국립공원으로 자살을 하러 간 것이라 확신한다. 그러나 ‘나’는 아그네스를 애써 찾아 나서지도 않으며 그저 이렇게 독백할 뿐이다. '아그네스는 죽었다.'

    소설의 결말에서 아그네스는 컴퓨터를 켜둔 채 겨울 외투 한 벌만 걸치고 사라진다. 그리고 ‘나’는 그녀가 죽었다고 믿는다. 그러나 현실의 아그네스가 어떤 선택을 했는지 독자는 알 수 없다. 자살로 마무리되는 숨겨둔 결말을 읽고 아그네스는 죽음에 대한 자신의 은밀한 충동과 욕망에 대한 당위성을 발견했을 수도 있다. 아니면 사랑의 실패와 연인에 대한 실망이 그녀를 자살로 이끌었을 수도 있다. 아니면 그저 ‘나’를 떠난 것이거나, 자신을 사랑했던 허버트란 친구에게 찾아간 것일 수도 있다. 결말은 열려 있다.

    '행복은 점으로 그리고 불행은 선으로 그리는 거야.'

    분명한 것은 이 이야기에서 하나의 사랑이 죽음을 맞았다는 점이다. 두 사람은 행복한 순간을 경험하지만 결국 그 행복을 유지하지 못하고 서로 비껴간 것이다. 이때 소설 곳곳에서는 아그네스와 ‘나’라는 두 인물의 내면이 행복을 지속하기에 적합하지 않다는 사실이 암시된다. 안타깝게도 우리의 내면 역시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우리의 내면 역시 복잡한 감정으로 채워져 있고, 삶의 조건 또한 녹록치 않아 사랑의 행복한 순간을 이어가기란 쉽지 않은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아그네스가 쇠라의 그림 [그랑드 자트 섬의 일요일 오후]를 보고 내뱉는 말, 이를테면 그녀의 행복론은 암시하는 바가 크다.

    '행복은 점으로 그리고 불행은 선으로 그리는 거야.' 그녀가 말했다. '당신이 우리의 행복을 묘사하고 싶다면 쇠라처럼 무수히 많은 점들로 그려야 해. 그리고 그 행복은 거리를 두어야만 볼 수 있을 거야.'
    (/ p.89)

    아그네스는 인상파 화가의 점묘법에서 행복은 점으로만 존재할 수 있다는 절묘한 착안을 한다. 여기서 점은 선과 대비되어 시간적 의미를 획득한다. 흔히 선으로 묘사되는 시간의 흐름 속에서 행복이란 짧은 순간으로, 다시 말해 점으로 존재한다는 것이다. 이 대목은 소설에서 아그네스와 ‘나’의 행복한 생활도 점일 수밖에 없음을 보여주는 복선으로 기능하고 있다.

    페터 슈탐은 행복과 사랑은 덧없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이것이 덧없음의 총화인 죽음과 더불어 삶의 본질을 규정한다. 그러나 비록 짧은 순간일지라도, 빵에 버터를 바르는 것처럼 사소한 것일지라도 우리 삶엔 엄연히 사랑과 행복이 존재한다. 그리고 우리는 그 덧없음을 한탄하고 절망하는 가능성 말고도 그 순간만이라도 만끽하고 그 순간이 지나가는 것을 순연히 받아들이는 가능성도 갖고 있다. 작품에서 아그네스가 ‘나’에게 들려준 허버트란 친구의 묘한 경험, 허버트와 어느 여인의 섬광 같은 만남에 관한 이야기가 보여주듯 말이다.

    그는 문장에 문장을 잇는다. 병렬적으로, 거의 소리 없이, 마치 이야기에 손을 대지 않으려는 듯. 심지어 이렇다 할 알레고리도 없이. '아그네스는 죽었다. 한 편의 소설이 그녀를 죽였다. 그녀가 남긴 것은 그 소설뿐이다.
    ' 디 벨트

    페터 슈탐은 잘 알려진 것을 새롭게 이야기하는 데 만족하지 않는다. 그의 소설은 문학의 권력에 대한 당혹스러운 우화이기도 하다.
    프랑크푸르터 알게마이네 차이퉁

    '아그네스'가 그의 데뷔작이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 별다른 기교 없이도 대단히 뛰어나다. 다시 말해 완벽하다. 스위스 문학은 이 교체 불가능한 새로운 목소리의 출현을 축하해도 좋을 것이다.
    포커스

    본문중에서

    "행복은 점으로 그리고 불행은 선으로 그리는 거야." 그녀가 말했다.
    "당신이 우리의 행복을 묘사하고 싶다면 쇠라처럼 무수히 많은 작은 점들로 그려야 해.
    그리고 그 행복은 거리를 두어야만 볼 수 있을거야."
    (/ 본문 중에서)

    저자소개

    페터 슈탐(Peter Stamm) [저] 신작알림 SMS신청 작가DB보기
    생년월일 1963
    출생지 스위스 바인펠덴
    출간도서 4종
    판매수 125권

    1963년 스위스 투르가우주 쉐르칭엔에서 태어나 바인펠덴에서 자랐다. 실업고등학교에 다니는 동안 아버지를 도와 부기원으로 일하며 대학입학자격시험에 통과했다. 취리히대학교에서 영문학을 전공하다 한 학기 만에 중단하고 뉴욕으로 건너가 심리학, 정신병리학 등을 공부하며 심리치료 클리닉 여러 곳에서 실습생으로 일했다. 뉴욕에 이어 파리, 스칸디나비아 등지에 체류 후 1990년 스위스로 돌아왔고, 빈터투어와 취리히를 오가다 빈터투어에 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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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년월일 1964~
    출생지 서울
    출간도서 0종
    판매수 0권

    1964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연세대학교 독어독문학과를 졸업하고 독일 베를린 자유대학에서 독문학과 철학을 전공하여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현재 한국해양대학교 국제해양문제연구소에 HK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 "아비투어 철학 논술" 시리즈가 있고, 옮긴 책으로 [세계 철학사], [데리다-니체, 니체-데리다], [우리의 포스트모던적 모던], [곰브리치 세계사], [거짓말을 하면 얼굴이 빨개진다], [꿀벌 마야의 모험], [카라반 이야기], [크라바트]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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