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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계와 편견을 넘어서 : 우리시대 정치철학자들과의 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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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 : 곽준혁
  • 출판사 : 한길사
  • 발행 : 2010년 05월 18일
  • 쪽수 : 345
  • ISBN : 9788935662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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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 서평

    진정 자유롭고 행복한 정치적 삶의 구상

    후기 산업사회의 혼돈 속에서, 지구촌이 새로운 이념을 갈망하고 있다. 마치 지금 우리가 당면한 문제들이 과거에는 전혀 없었던 것처럼, 현상에 대한 이해에서부터 미래에 대한 전망까지 모두 새롭게 조명할 수 있는 판단기준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가 찾고자 하는 것이 전혀 새로운 것들인지, 그리고 우리가 원하는 것이 전혀 새로운 것인지를 속단하기는 아직 이르다. 기대하고 계획했던 일이 우연적인 사건으로 인해 실패할 때 느끼는 감정처럼, 완전히 새로운 것은 설렘보다는 불안으로 다가와 삶의 기쁨을 제공하는 새로운 가치가 되기는 힘들기 때문이다. 아울러 당면한 문제의 새로움이 던져주는 두려움에 더해 검증되지 않은 새로운 가치가 만들어낼 불확정적인 미래까지 기대할 정도로 모험심이 강한 사람들이 그리 많을 것 같지도 않다. 비록 무정형의 우연적 결합에 창조적 희열을 느끼는 사람도 있겠지만, 예측이 불가능한 삶의 지속을 행복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열정을 모두에게 기대하기란 참으로 어렵다.
    새로움이 던져주는 두려움과 기대의 길항은 새로운 이념적 지평을 제시하는 사람들이 당면하는 첫 번째 어려움이다. 서양 정치사상은 이러한 어려움을 철학적 성찰로 전환시키는 계기들로 점철되어 있다. 소크라테스를 죽음으로 몰고간 사유 중 하나가 옛 것들을 버리고 ‘새로운 신들’(kainous theous)을 소개한 것이었고(Apologia, 3b1-4), 신과의 새로운 약속을 위해 인간의 세계로 내려온 예수가 가이나(Kaynah)에서 최초로 기적을 보여주며 한 말도 “새(neos) 술은 새(kainos) 부대에 담아야”한다는 것이었다(Matthew, 9: 17). 또한 마키아벨리가 자신의 성취를 콜럼버스의 신대륙 발견에 비유해서 한 표현에서도 ‘새로운’(nuovi)이라는 말은 빠지지 않았고(Discorsi, proemio), 근대적 의미에서 ‘혁명’(rivoluzione)이라는 단어가 통용되기 이전 시기에 정치적 격변을 의미했던 말도 라틴어의 ‘새로운’(novus)이라는 형용사에서 파생된 ‘새로움’(novit?)이라는 명사였다. 물론 새로움이 가져다주는 긴장은 서양 정치사상의 전유물은 아니다. 『논어』의 「위정편」에서 공자가 말한 선생이 될 수 있는 조건의 하나가 바로 ‘옛 것을 익히어 새로운 것을 아는 것’(溫故而知新)이었고, 『예기』의 「학기편」은 새로움에 대한 회고적 성찰이 없는 지식을 피상적이라는 의미에서 ‘기문지학’(記問之學)이라고 부르기에 주저하지 않았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새로움이 던져주는 어려움, 그리고 이러한 어려움을 극복한 사람들에 대한 경외심이 철학적 성찰의 주요한 주제였다.
    결국 가치의 새로운 지평을 찾는 작업은 인간의 통제를 벗어난 것들에 대한 인간적 애환, 특히 결코 잡을 수 없는 ‘시간’(tempo)에 대한 고뇌를 담게 된다. 고대 그리스인들은 이러한 고민을 새로움을 의미하는 두 단어 속에 담아두었다. 하나가 ‘새로움’ 또는 ‘생소함’이라는 의미를 가졌던 카이노스(kainos)라는 단어다. 이 단어는 과거부터 존재했지만 아직 실현되지 못했던 것을 지칭하고, 그 결과 시간적 의미에서 발생했거나 선재했던 과거의 것들과는 다른 사물 또는 사건의 질적인 특성을 전달한다. 또 다른 하나는 네오스(neos)다. 이 단어는 전혀 존재하지 않던 바, 그래서 시간적으로 미래적 시점에 존재 또는 발생할 사물 또는 사건을 의미한다. 라틴어의 노부스(novus)와 뜻이 상응하는 이 단어는 젊음 또는 더 많은 가능성을 가진 무엇인가를 지칭하기도 한다. 이러한 용례에 기초해서 소크라테스의 죄목과 예수의 표현을 살펴보면, 새로움을 찾는 작업과 관련된 정치사상적 고민들이 다른 각도에서 정리가 될 수 있다. 소크라테스가 섬겼던 ‘새로운 신들’(kainous theous)은 당시에 전혀 존재하지 않았던 것이 아니라 이미 있었지만 실현되지 못했던 것들을 의미하고, 예수가 말했던 ‘새 부대’(kainos askos)도 실현되지 못했기에 생소할 수밖에 없던 과거의 약속을 의미하게 된다. 동일한 맥락에서 근대 정치철학의 길을 활짝 연 마키아벨리의 ‘새로운 방식과 질서들’(modi e ordini nuovi)은 고대 로마 공화국의 위대함을 부활시키려는 지난한 노력과 연관되게 된다. 동양의 ‘온고지신’이 전하는 지혜가 서양의 정치사상적 실천들 속에서도 발견되는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볼 때, 새로운 이념적 지평을 찾는 일은 최소한 세 가지 태도를 우선적으로 요구한다. 첫째는 주어진 모든 것을 의심하지만 진리가 존재한다는 사실 그 자체를 부정하지 않는 소크라테스적 회의주의(Socratic Skepticism)다. 일반적으로 소크라테스적 회의주의는 소피스트적 상대주의와 구별된다. 왜냐하면 소크라테스는 주어진 모든 것을 의심한다는 점에서 소피스트들과 유사하지만, 말로써 좌중의 지지만 얻으면 그것이 곧 진리가 될 수 있다는 편견(doxai)을 거부함으로써 대중의 의사와는 독립된 진정한 진리를 찾고자 노력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차이는 소크라테스의 대화(elengkhos)에는 모든 것을 안다는 소피스트들의 태도보다 ‘나는 아는 것이 없다는 것을 안다’(en oida oti ouden oida)는 태도가 전제되어 있다는 점에서도 비롯된다. 즉 소크라테스와의 대화에서 ‘알 수 없음’(aporia)은 치명적인 논리적 허점이나 논박에서의 패배를 의미하기보다 모든 것을 알 수 없는 인간의 한계에 대한 진지한 자각이 담겨 있고, 이러한 자각은 그의 질문에 대답하려는 사람들을 철학적 성찰의 길로 유도한다(Meno, 84a-c). 여기에 어떤 자명하고 절대적인 원칙을 통해 진리를 재단하려거나 이성적으로 상대방에게 무엇인가를 주입하려는 오만은 없다. 동시에 아무것도 선험적으로 주어진 것이 없기에 백지상태에서 좌중의 동의를 통해 진리를 구성하면 그만이라는 무분별함도 없다. 이성과 경험에 대한 무조건적 신뢰가 가져올 위험을 응시하면서도 의심이 진리에 대한 탐구 그 자체를 위협하지 않는 대화를 의도한 것이다. 이러한 소크라테스적 회의주의는 철인 왕이 아닌 사람들도 너무 늦기 전에 진리를 ‘알아차림’(anagnorsis)으로써 상황을 ‘반전’(peripeteia)시킬 수 있으며, 철인 왕이 될 수 없는 인간들의 대화도 진리에 다다를 수 있다는 믿음을 우리에게 심어준다. 아울러 진지한 성찰과 개방된 대화에 기초한 소크라테스적 회의주의는 불확실한 시대에 실현가능한 미래의 폭을 넓혀줄 수 있을 것이다.
    둘째는 관계적 가치에 대한 지적 호기심이다. 지금 우리는 가치가 세상을 바꿀 수 없다는 맹목적인 현실주의의 밀물 속에 살고 있다. 인식론적 차이에 대한 고민보다 현상에 대한 이념적이고 규범적인 판단부터 하고보는 습관이 결국 힘이 최고라는 생각으로 전환되었고, 다른 사람들에게 불편을 주지 말라는 교육보다 기죽지 말라는 훈육으로 자라난 세대의 힘에 대한 열망도 우려할 만한 수준이다. 권력만 잡으면 일정 기간 동안 세상을 뒤집어버릴 수 있다는 트라시마쿠스(Thrasymachus)적 망상이 미시적 삶의 공간 속에서도 자리를 잡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인식론적 차이에서 비롯된 방법상의 차이를 좌와 우의 잣대로 판단부터 하고보는 풍토, 경험적이고 역사적인 분석보다 자신들의 이념적 편견을 앞세워 다른 사람들에게 자신의 의견을 강요하는 일상이 지적 무관심을 부채질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식인조차 대중의 지적 무관심에 대한 고민을 다른 사람의 일로 미루고 있다. 대중에게 얼마만큼의 호소력이 있느냐에 따라 차별되는 지식의 가치 속에서, 가치가 연루된 대화를 기피하는 것이 곧 상대방에 대한 배려라는 분위기 속에서, 지식인들도 자신들을 무력하게 만드는 ‘희망 없는 현실주의’(realism without hope)의 잔인함에 길들여지고 있다. 결과는 참혹하다. 이견을 가진 상대방에게 일방적으로 묵인을 요구하거나, 다양성을 앞세워 의견의 충돌을 시장거래에서 발견되는 선호의 차이 정도로 간주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공화’를 이야기하지만 타인의 자의적 의지로부터 자유로운 시민적 조건이 공동체의 안위라는 이름으로 침해당할 수 있다는 고민은 극히 제한된 영역에서만 들려온다. ‘자유’를 지켜야 한다는 목소리는 크지만, 입장의 차이가 대화를 통해 극복될 수 있다는 신념, 그리고 이러한 극복은 단순히 이견을 무시하거나 인내하는 것이 아니라 각자가 심의를 통해 자신의 의사를 바꿀 때 가능하다는 관용의 정신은 찾아보기 힘들다. 이견을 가진 상대방의 의사에 대한 관심을 갖기 위해서라도, 그리고 이견이 있더라도 결정이 이루어지면 이에 대한 정치사회적 책임을 공유할 수밖에 없는 현실을 이해하기 위해서라도, 비관계적 무관심을 관계적 가치에 대한 지적 호기심으로 전환시킬 계기가 필요하다.
    셋째는 문화적 변용(cultural appropriation)에 대한 적극적 시인이다. 이것이 문화적 특수성 또는 상이한 문화 사이의 통약불가능성(incommensurability)이라는 개념을 가지고 정초적이고 본질주의적인 서구중심주의를 비판해온 노력이 무의미하다는 말은 아니다. 적극적 시인이 의미하는 바는 ‘순수한 혈통’이나 ‘순수한 문화’와 같이 어느 사회의 문화를 오직 하나 또는 일련의 불변의 전통으로 단순화하는 특수주의, 모든 전통은 한때 변혁이었다는 문화의 지속과 변화에 대한 지극히 자연스러운 인정조차 무시하는 전통주의, 그리고 상이한 문화와의 접촉을 통해 정치사회적 상상력이 예술적 창의력을 넘어설 수 있다는 사실을 부정하는 국수주의를 극복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자기 문제를 전달하지 못해 보편적인 문제를 오히려 특수한 문제로 축소시키는 폐쇄적 문화상대주의, 자기 문화의 전달을 통해 자부심을 느끼는 일상은 선전하지만 다른 문화로부터 배우는 데는 인색한 세계 전략적 민족주의도 극복의 대상이 된다. 대신 문화적 변용에 대한 적극적 시인은 다양한 문화 사이의 교류를 통해 새로운 상상력이 등장하고, 이러한 상상력이 과거에 연계된 현재를 새로운 미래의 가능성으로 바꿀 수 있다는 자각에서 출발한다. 서구의 르네상스 문화가 이미 존재했지만 실현되지는 못했던 과거의 회복과 여러 문화적 변용이 만들어낸 창의력이 만나 꽃을 피웠듯이, 19세기와 20세기 유럽의 예술이 이질적인 일본 미술을 통해 계발된 심미안과 기술로 안일한 재생산에서 탈피했듯이, 문화적 접촉과 변용이 새로운 생각의 조합을 제공할 수 있다는 믿음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공화주의 전통이 없다는 이유로 근대 서양의 문화적 산물로 채색된 민족주의가 전달하는 가치는 받아들이면서도 우리의 삶 속에 숨 쉬고 있는 ‘조국에 대한 사랑’(amore della patria)의 가치에는 무관심한 오류를 범하게 될 것이고, 자유주의가 최초부터 우리의 것이 아니라는 이유로 지금 서구 사회에서 들려오는 자유주의자들의 자성을 못들은 체 할 것이다. 만약 이러하다면, 우리의 현재는 다가올 것들의 잠재적 가능성을 통해 의미를 가질 기회를 상실하고, 우리의 고민은 인류의 보편적 기대를 충족시킬 수 없으며, 지금의 정치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려는 열정을 가진 사람들은 상상력의 나래를 펼 수 없을 것이다.
    인식의 전환은 경험적 연구만큼이나 이론적 탐구로부터 시작된다. 이론(theoria)이라는 단어가 ‘여행하다’, ‘보다’, 그리고 ‘해석하다’의 뜻을 가진 관찰자(theoros)라는 말에서 파생되었듯이, 현상에 대한 치밀한 분석만큼이나 주어진 현상을 새롭게 조명할 사고의 방식을 찾는 작업이 우선적으로 요구된다. 특히 기존의 제도를 수정하려 하거나, 새로운 것으로 대체하려는 사람들에게 이론적 탐구는 필수적이다. 델포이 신전에 신탁을 받으러 가는 사람처럼, 문제의 재생산을 막기 위해서는 직면한 문제에 대한 현상적 집착을 넘어 근원부터 찾아가는 노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보다 직접적으로 말하자면, 이미 익숙한 사고방식으로부터의 자발적인 일탈, 진지한 자기반성, 그리고 사려 있는 재해석의 반복적 수행 없이는 당면한 문제에 얽힌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문제를 통해 반영된 절박한 사회경제적 요구를 압도하는 것을 막을 방도가 없다.
    이러한 맥락에서 필자는 다섯 명의 이론가를 만났다. 석학이라는 말이 어떤 전형(eidos)을 찾아가는 길까지 보았다는 의미를 갖는다면, 그리고 우리가 말하고자 하는 지식(scientia)이 백과사전에서 찾을 수 있는 정보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면, 우리는 이들이 ‘안다’(oida)는 말이 진리를 힐끗이나마 ‘보다’(eido)의 의미를 갖는 이유에 대해 잘 아는 사람들이라 말할 수 있다.
    그러나 이들을 만난 이유가 단순히 그들의 학문적 역량이나 학계의 평판만은 아니었다. 정치권력으로부터 스스로의 본분과 비판적 견해를 지켜내는 이들의 학자적 의연함이 매력적이었고, 스스로가 경험하고 체득한 전통과 대립되고 상충하는 요구들을 수용하고자 몸부림치는 모습에서 배우기를 원했으며, 이러한 노력을 통해 만들어진 정치사회적 구상들이 우리의 이념적 지평(horizon)을 넓혀줄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공화주의자가 공화가 아니라 자유에 주목하고, 민족주의자가 영광이 아니라 공존을 열망하고, 급진주의자가 혁명이 아니라 절차에서 해답을 찾고, 자유주의 교육의 핵심이 시민적 덕목의 훈육으로 채워지며, 자유주의자가 경쟁이 아니라 재분배를 요구하는 모습에 우리 시대가 요구하는 관찰자(theoros)의 모습을 보았기 때문이었다. 또한 지금의 우리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을 대화에서 찾으면서도 대립되고 상충되는 사람들 사이의 대화가 폭력으로 귀결되지 않는 방법을 고민하는 신중함에 매료되었기 때문이었다.
    특히 대담의 앞뒤 글들이 이들의 고민을 살펴보는 시간을 제공하기를 원한다. 비지배 자유로 다져진 시민적 품위(decorum)에서 해답을 찾는 페팃(Philip Pettit)처럼 법치의 의미를 재고해보기도 하고, 시민적 신뢰를 통해 빚어진 시민적 책임성에 기대를 거는 밀러(David Miller)처럼 민족주의의 수정을 요청해보기도 하며, 중립적 제도에 대한 불신이 냉소적 허무주의로 귀결되지 않도록 오히려 시민적 견제력에 초점을 맞추는 무페(Chantal Mouffe)처럼 용기를 내보기도 하고, 것만(Amy Gutmann)처럼 개인의 자율성에만 초점이 맞추어진 자유주의와 정치공동체의 목적을 주입하는 공동체주의 시민교육에 담대하게 ‘아니오’라고 소리쳐보는 기회를 독자들이 갖기 원한다. 그리고 자유로운 선택만이 아니라 자유로운 선택이 가능한 조건을 공화주의자나 사회민주주의자보다 더 열심히 소리치는 너스바움(Martha Nussbaum)의 자유주의로부터 잊었던 자유주의의 혜안을 발견하기를 원한다. 만약 이 모두가 우리의 인문학적 상상력을 통해 진지하게 경험될 수 ?다면, 그래서 현재의 문제가 유발한 열정적 운동이 관찰자적 안목과 신중함을 통해 삶의 세계로 돌아오는 과정이 반복될 수 있다면, 새로운 제도를 가능하게 만들 정치적 상상력이 편견과 현실이라는 장벽을 넘을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그리고 이러한 과정을 통해 우리의 정치적 삶이 성찰과 진정성으로 더욱 건강해질 수 있다면, 우리의 고민을 통해 숙성된 이론들이 인류사회의 공영에 기여할 수 있는 터전도 넓어지리라 기대한다.

    마키아벨리가 베토리(Vettori)에게 보낸 편지가 필자의 책상 위에 있다. “나는 프란체스코 구이치아르디니를 사랑하네. 그리고 나의 조국(patria)을 내 영혼(anima)보다 사랑하네. 내 육십 평생의 경험으로 자네에게 말하네만, 지금보다 더 어려운 상황들(articuli)은 없었네. 평화는 필요하지만 전쟁을 포기할 수는 없고, 평화든 전쟁이든 어떤 것도 잘할 수 없는 군주를 우리가 모시고 있지 않은가”라는 말에서, 선생으로서 마키아벨리의 마지막 희망을 다시 보고 있다(Lettere, Aprile 16, 1527). 마키아벨리가 친구처럼 생각했지만 14년 연하인 구이치아르디니에게 조국의 미래를 걸었던 것처럼, 그리고 정치적으로 의견이 달랐지만 자기의 말을 이해할 수 있으리라 믿었던 유력한 가문의 자제에게서 조국의 희망을 발견했던 것처럼, 진지하고 차분하게 다른 나라의 소장학자에게 성의를 다해 대답해준 다섯 분의 학자에게 무엇보다 감사를 드리고 싶다. 그리고 게재되었던 글들을 다시 편집해서 출간하도록 허락해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등재학술지 『아세아연구』 편집위원회와 계간 『비평』 편집위원회, 출판시장의 흐름을 역행하면서까지 이 책을 출간하는 한길사의 김언호 사장과 박희진 편집장, 그리고 두 해에 걸쳐 국내외에서 여러 방식으로 진행된 원고를 읽어준 모든 분들께 감사를 드린다. 필자의 일천하고 부족한 지식이 우리가 진정 자유롭고 행복한 정치적 삶(vivere politico)을 구상하는 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다면 이 분들의 성의를 부끄럽게 만들지는 않으리라 생각한다.

    목차

    머리말 새로운 이념적 지평을 찾아서

    제1부 비지배 자유가 실현되는 이상적 공화국을 꿈꾸다
    : 필립 페팃 교수와의 대화

    페팃의 정치사상
    페팃 공화주의의 중요한 두 축
    비지배 자유 개념에 대한 논의
    공화주의 논쟁의 전개

    페팃과의 대화
    자유는 간섭의 부재가 아니라 지배의 부재
    철학적 이상 · 헌정적 이상 · 민주적 이상
    비지배 자유와‘가능성’이론
    시장에 적대적이지 않은 공화주의
    공화주의적 애국심과 민족주의
    삶의 일부로서의 시민 참여
    다문화 공존 및 빈곤 문제에 대한 입장
    다시 민주주의를 생각하다: 공화주의 이론이 지닌 함의

    공화주의와 한국사회
    ‘희망없는 현실주의’에 사로잡힌 한국 사회
    공화주의의 한국적 변용

    제2부 변화하는 세계, 민족주의는 아직도 필요한가
    : 데이비드 밀러 교수와의 대화

    밀러의 정치사상
    다양한 문화와 인종을 포용하는 민족성
    분배적 정의의 실현을 위한 원칙
    민족성과 지구적 정의에 대한 논의

    밀러와의 대화
    사회정의에 대한 다원주의적 접근
    사회정의의 전제조건으로서의 민족성
    민족적 정체성과 사해동포주의
    다문화 공존의 모색: 동화를 넘어 통합으로
    상속적 책임성에 대하여

    민족주의와 한국사회
    민족주의에 대한 새로운 인식의 전환
    민족주의 없는 애국심

    제3부 다양한 갈등이 표출되는 쟁투적 민주주의를 지지한다
    : 샹탈 무페 교수와의 대화
    무페의 정치사상
    급진적 민주주의 이론의 등장 배경
    쟁투적 민주주의로의 전환
    ‘민주적 리더십’의 고려가 없는 쟁투적 민주주의의 한계

    무페와의 대화
    기로에 서 있는 좌파: 진정한 진보적 대안은
    급진적 민주주의와 쟁투적 다원주의
    갈등과 쟁투적 민주주의
    민주적 실천에 필요한 삶의 양식: 민주적 개인성
    ‘적대감’을 쟁투로: 슈미트의 정치테제 평가
    쟁투적 시민성, 다원주의적 시민성

    민주주의와 한국 사회
    서로의 차이만을 확인하는 한국 민주주의
    갈등을 민주적으로 해결하려는 시민적 인내의 필요성

    제4부 민주적 시민은 무엇으로 교육되는가
    : 에이미 것만 교수와의 대화

    것만의 정치사상
    중도적 정치철학의 새 지평을 열다
    심의민주주의와 정체성 정치
    민주적 시민교육 이론의 실천

    것만과의 대화
    자유주의적 평등주의에 입각한 정의론
    다원주의 사회에서의 민주적 시민교육
    집단 정체성과 민주주의 정치의 관계
    정치철학자의 올바른 역할

    시민교육과 한국 사회
    다원성에 기초한 공공성의 형성
    갈등조정 매커니즘으로서의 심의민주주의
    비지배적 상호성에 기초한 시민교육

    제5부 문화적·정치적 경계를 넘어 인간의 삶을 생각한다
    : 마사 너스바움 교수와의 대화

    너스바움의 정치사상
    도덕과 이성으로 제한된 철학의 경계를 넘어
    인간의 흠결에 대한 철학적 성찰
    너스바움의 자유주의

    너스바움과의 대화
    가능성 이론: 사회정의에 대한 하나의 정치적 원칙
    올바른 종류의 애국심: 품위 있는 삶의 조건
    인간성의 인식과 교차문화적 감정
    여성과 가족은 중요한 정치적 문제
    자신을 성찰하고 타인을 상상하는 능력: 인문학의 중요성
    국가 역할의 복원

    자유주의와 한국 사회
    자유주의의 오랜 가치들
    진화된 자유주의에 대한 성찰

    참고문헌
    찾아보기

    저자소개

    생년월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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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치철학자이자 공화주의 이론가. 현재 중국 중산대학교(中山大學校) 철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영국 루틀리지(Routledge) 출판사의 "Political Theories in East Asian Context" 시리즈 책임 편집자를 맡고 있다. 미국 시카고대학에서 마키아벨리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고, 고려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경북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이탈리아 볼로냐대학 방문교수, 그리고 숭실대학교 가치와 윤리 연구소 공동소장을 역임했다.
    지은 책으로는 [마키아벨리 다시 읽기: 비지배를 꿈꾸는 현실주의자], [지배와 비지배], [경계와 편견을 넘어서] 등이 있고, 옮긴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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