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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네상스 시대의 쇼핑 : 1400~1600년 이탈리아 소비자 문화

원제 : SHOPPING IN THE RENAISSANCE: CONSUMER CULTURES IN ITALY 1400-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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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 서평

    사치스러운 낭비와 패션에 연연하는 우리 시대의 상품문화를 촉발시킨
    르네상스 시대의 소비주의를 탐구하다


    생산과 소비는 경제 활동의 핵심 축이다. 그중 쇼핑이라는 형태로 이루어지는 소비는 실제 모든 사람이 삶을 영위하기 위한 기반이기도 하다. 근대적 쇼핑의 첫 장이라 할 수 있는 르네상스 시대 이탈리아의 도시들에서 이루어진 거래를 통해 현대의 쇼핑 문화를 짚어보는 일은 흥미롭다. 현대에 나타난 현상인가 싶던 일들이 이미 500~600년 전에 성행했다는 사실은 예나 지금이나 쇼핑이 중요함을 방증한다. 시기적절하고 독창적이며 매력적인 이 책은 르네상스 물질문화라는 분야에서 중산층에서 귀족에 이르는 여러 계급의 소비 성향, 식료품에서 골동품과 성유물에 이르는 여러 종류의 구매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측면을 아우르면서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고 있다.
    문서 기록과 문학 작품, 시각적 자료들을 놀라울 정도로 상세히 조합한 이 책은 쇼핑이라는 현대적 거울을 통해 르네상스 시대를 구체적이면서도 생생하게 증언한다.

    2001년 2월 영국의 예술가 마이클 랜디는 런던 중심부의 빈 백화점에서 퍼포먼스를 벌였다. 그는 친지와 동료 예술가, 거리에서 불러온 행인 등으로 구성된 관객들 앞에서 조수들과 함께 자신의 개인 소유물을 컨베이어 벨트 위에 올려놓았다. 가구, 레코드, 의류, 자동차 등은 기계화한 복잡한 벨트를 돌면서 처음에는 종류에 따라 분류되었다가 차례차례 절단되고 결국에는 완전히 분쇄되었다. 파괴 행위를 강조한 이 퍼포먼스는 소비주의 옹호자들에게 도전하고 구매욕과 소유욕을 강력하게 비판하는 것으로 보였다. 더욱이 조명이나 카운터, 디스플레이 등이 전무한 텅 빈 상점이라는 배경이 그의 퍼포먼스에서 중심적인 의미로 작용했다.
    랜디는 이 퍼포먼스 이후에 많은 관객들이 자신의 행위를 성인이나 성자의 행위와 동일시한다는 점이 놀라웠다고 말한다. 초기 기독교시대 이래로 재산을 처분하거나 나눠주는 행위는 금욕주의의 기본 덕목으로 여겨져 왔다. 그러나 아시시의 성 프란체스코가 부친의 유산을 거부한다는 뜻에서 입고 있던 겉옷을 걸인에게 건네주고 다른 옷까지 모두 벗어던지면서 강력한 이미지를 풍겼던 반면, 랜디는 새로이 수도회를 결성하겠다는 의도 따위는 전혀 없었다. 그는 예술 퍼포먼스라는 세속적인 행위를 통해 물질적인 재산에 집착하는 인간의 욕구와, 부와 번영을 찬양하는 현대 사회를 공격함으로써 요즘 들어 비중이 커져가는 한 논쟁의 일부가 되었다.
    오늘날 쇼핑, 즉 특정 장소에서 자신의 수입과 소비 가능한 물건을 교환하는 과정은 이익을 추구하는 권력인 동시에 사회를 위협하는 위험 행위로 간주된다. 대량생산된 상품의 구매 행위야말로 근대성의 특징이라고 주장해온 인류학자와 사회학자들은 이 행위의 의미를 면밀하게 검토해왔으며, 경제학자들은 개인 소비의 합리적인 양상에 대해 연구해왔다. 역사학자와 미술사가들 역시 공공 영역의 부상이나 소비대행인 등의 개념을 이용하여 변화하는 사회 행동과 새로운 건축 공간의 발전을 연관시키는 새로운 이론을 만들어내고 있다. 일부 학자들은 1930년대의 미국 쇼핑몰이나 1863년 세계 최초로 영국에서 개점한 휘틀리 백화점, 1869년 파리에서 개점한 봉마르셰 백화점 등을 근대 쇼핑의 기원으로 간주한다. 고정 가격제를 내걸고 월급을 받는 많은 점원을 고용하면서 쇼핑이라는 특정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건축된 이 건물들은 쇼핑의 본성을 그 근원부터 바꿔놓았다. 물건을 구매하는 행위는 일상의 소소한 일이자 여가 활동이 되었으며, 곧 여성들이 즐기는 활동으로 발전했다. 이러한 경향이 19세기 말과 20세기의 특징이라고 주장하는 이들이 있는 반면, 18세기 런던의 커피하우스나 18세기 파리의 포목상, 17세기 암스테르담의 지붕 덮인 시장(market hall)과 상업회의소 등에서 변화가 시작되었다고 주장하는 이들도 있다. 사람들은 이국적인 수입품을 전시하는 백화점의 둥근 쇼윈도가 구매자를 유혹하고 자본주의혁명을 촉발했으며, 결국에는 여성들을 가정에서 해방시켰다고 여긴다.
    최초의 근대 쇼핑지를 추적해보면, 중세 후기의 획일적인 과거를 배경으로 18~19세기에 쇼핑이 발전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산업혁명 이전의 사람들은 최소한의 수입으로 비교적 제한된 범위에서 지역별로 생산된 소규모의 물품을 구입했던 것으로 보인다. 한 가구의 수입이 생필품 이외의 물건을 소비할 정도가 되지 못했기 때문에 가정의 쇼핑은 주로 식료품 구입에 집중되었으며, 대부분의 물품이 자급자족의 목적으로 생산되었을 것이다.
    이러한 가정에 기초하여 18세기 소비재 위주의 대중 시장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었다. 특히 르네상스 학자들은 특권계층의 후원이나 국제무역에 관심을 보였다. 그런데 최근 들어 계몽시대의 급격한 소비자 증가 현상이 실은 훨씬 이전에 벌써 시작되었으며, 중심지도 런던이나 파리가 아니라 15세기 이탈리아였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1993년 경제사학자 리처드 골드스웨이트는 “르네상스 시대의 물질문화로 인해 처음 발생한 소비주의가 18세기에 들어서면서 혁명적인 단계에 이르렀고, 마침내 사치스러운 낭비와 패션에 연연하는 우리 시대의 상품문화로 절정에 달했다”고 주장했다.
    이탈리아 르네상스 소비자주의가 과연 근대 소비문화의 징조였을까, 아니면 중세에서 근대로 넘어가는 결정적인 순간이었을까. 1470년 페라라의 스키파노이아 궁에 그려진 프레스코화에 묘사된, 손님이 가득한 이 우아한 상점들이 새로운 형태의 활동을 대표하는 것일까 아니면 이전부터 지속되어온 전통일까? 비록 주변적이라 하더라도 이러한 묘사가 새로운 형태의 소비 행위를 지칭한다거나 또는 그러한 행위의 증거로 채택될 수 있을까? 이탈리아 르네상스를 경험하는 것이 15~16세기 피렌체에서 ‘우리 자신’의 시작을 찾아내는 과정이 되기는커녕, 과거에서 현재까지 일직선으로 내려오는 전통의 의미에 도전하는 일이 될 수 있다.

    과거의 사람들이 실제로 어떻게 쇼핑을 했는지에 대해 진보나 퇴보의 이분법 없이 평가하기란 쉽지 않으며, 르네상스 시대는 특히 그러하다. 1400년부터 1600년에 이르는 시기에 물건을 사고파는 일상적인 행위는 숙고를 요하는 특정한 순간이라기보다는 사회적 행위가 깊이 연루된 행동이다. 국제 무역상을 겨냥한 지침서가 원고와 인쇄물의 형태로 전해오긴 하지만, 상품의 가치를 평가하고 선택해서 흥정하고 신용 거래를 하고 최종적으로 값을 지불하는 일반 소비자의 능력은 문서화한 형식을 통해서가 아니라 대개 관찰과 실천, 경험을 통해 학습되는 법이다.
    다시 말해서 문서보다는 구두로 진행된 르네상스 시대의 구매 관행에 대한 연구는 산발적이고 정확하지 않은 여러 자료에 의거해서만 가능하다. 이 책에서 언급한 문헌 자료나 범죄 기록, 법령, 경매와 물가 목록, 가계부, 일지 등은 각기 고유의 목적과 형식이 있었다. 또 이런 자료들의 의미는 거의 고정되지 않았으며, 동일한 자료의 경우에도 시대와 장소에 따라 달리 인식될 수 있다.

    이 책은 르네상스 시장을 경험하기 위해 문화역사학자로서의 접근 방식을 채택했으며, 1400년부터 1600년까지 이탈리아 중부와 북부를 중점적으로 다룬다. 중계무역항 베네치아는 시의 소매상들이 도시민은 물론이고 해외 고객까지 상대하면서 상업적으로 발전하고 전문화했다. 또한 이탈리아반도의 북부와 중부 전역은 시골 깊숙이까지 뻗은 도로와 운하, 항구를 갖춘 대규모 혹은 중간 규모의 도시가 많았기 때문에 유럽의 다른 지역들에 비해 도시화가 훨씬 더 빨리 진행되고 있었다. 작은 마을의 주민들이 농산물 판매를 위해 큰 시장을 갖춘 읍으로 몰려들었던 영국과 달리, 이탈리아의 작고 외딴 시골이나 도시 공동체에는 이미 상설 상점과 정규 시장이 들어서 있었다. 예컨대 16세기의 토스카나 산간 마을 알토파시오에는 주민이 700명에 불과했는데도 제화공 다섯 명과 청과상 두 명, 도자기상인 한 명, 대장장이까지 있었다. 토스카나 카센티노 지역의 포피 시는 알토파시오보다 약간 크고 인구가 1450명이었는데, 1590년 당시 청과상 아홉 곳, 빵집 두 곳, 푸줏간 두 곳, 약국 세 곳, 포목점, 이발사, 재단사, 제화공, 모직과 가죽, 철 작업장, 도자기를 만드는 가마 등의 혜택을 누렸다. “건조한 언덕 위에 자리 잡은 포피 시의 이익과 혜택, 유지를 위해 타지인의 방문이 필요했기 때문에” 장날이면 시 의회에 의해 채무자들에게 완전한 면제권을 허용되던 시기에 위의 편의시설은 포피 시와 인근 의 많은 주민들에게도 도움이 되었다.

    르네상스 시대에 여러 사회계급의 사람들은 거리와 광장의 상점으로 나가 일상생활 또는 평생 한 번만 필요한 물건들을 어떤 식으로 구매했을까? 언제 어디에서 쇼핑을 했을까? 하인을 보내거나 집으로 배달시켰을까? 물건의 가격은 어떻게 알아냈을까? 구입한 상품이 만족스럽지 못한 경우에 반품할 수 있었을까? 적당한 가격에 상품을 샀는지, 아니면 바가지를 썼는지 어떻게 알아냈을까?
    이렇게 기본적인 질문들에 대답하기 위해 먼저 시장 참여 경험을 묘사하는 데 사용된 오래된 은유와 고정관념부터 알아본다. 2부에서는 이러한 태도가 이전의 르네상스 시대에 발전한 도시 지리에 미친 영향을, 그리고 3부에서는 일시적인 장과 경매, 복권을 다룰 것이다. 4부에서 소비자에 대한 조사는 정신·언어·시각 이미지가 어떤 식으로 물건을 사고파는 일을 영향을 주었는지에 대한 질문을 제기한다. 르네상스 시대에 한 가정에서 필요한 여러 유형의 쇼핑을 실제로 누가 수행했을까? 라이프사이클, 생활방식, 명예심, 가족의 위엄, 자존심 등은 공급과 구매에 어떤 식으로 영향을 미쳤을까? 마지막으로 겉으로는 매우 달라 보이는 두 종류의 상품, 즉 골동품과 면죄부를 집중 탐구된다. 이 두 상품은 차이에도 불구하고 당대 모든 상품의 시장가격에 대한 관념과 상품화의 개념 자체에 대한 극적인 도전이었다.

    목차

    감사의 글
    통화, 무게, 도량형에 대하여
    01 서론

    제1부 쇼핑을 보기
    02 시장과 은유
    03 쇼핑과 감시

    제2부 소비의 지리학
    04 시간
    05 장소

    제3부 구입과 흥분
    06 정기 시장
    07 입찰과 도박

    제4부 르네상스 시대의 소비자
    08 장터의 사람들
    09 이사벨라 데스테와의 쇼핑

    10 결론: 값을 매길 수 없이


    참고문헌
    그림 저작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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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소개

    에블린 웰치(Evelyn Welch) [저] 신작알림 SMS신청 작가DB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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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식스 대학교 예술사학과 부교수를 지냈으며, 현재 런던 대학교 퀸메리 캠퍼스 르네상스학 교수이다. 지은 책으로 [르네상스 밀라노의 예술과 권위Art and Authority in Renaissance Milan] [르네상스 이탈리아의 예술Art in Renaissance Italy]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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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대학교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서울대학교 언어교육원 선임연구원이며 역서로는 [긍정의 힘 축복편] [긍정의 힘 for Moms] [온가족이 함께 읽는 구약성서 이야기] [온가족이 함께 읽는 신약성서 이야기] [사랑의 역사] [메디치가 이야기] [피츠제럴드 단편선 2] [아틀란티스로 가는 길] [오두막], [이브]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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