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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타 석가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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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부처님의 전기를 법정 스님의 번역으로 읽는다

법정스님이 40대에 불임암에서 번역한 부처님의 전기다. 불교와 인도철학에 정통한 와타나베 쇼코 박사가 집필했다. 석가모니의 일생과 그가 살아가는 시대의 사회상, 종교, 사상계의 움직임, 재가신도들의 생활규범이 자세히 언급되어 부처의 전기 중 가장 탁월한 작품으로 꼽힌다. 법정스님은 이 책을 아주 이상적인 불교 입문서라 칭했다. 서문은 법정 스님이 입적 2주전에 병실에서 구술하여 완성하였다고 한다.

출판사 서평

가장 뛰어난 부처의 전기를 법정 스님의 탁월한 번역으로 읽는다.
법정 스님이 40대에 불일암에서 열정을 바쳐 번역한 불타 석가모니의 구도 일대기
법정 스님이 입적 2주 전 병실에서 서문을 구술하여 완성한 불교 입문서이자 인생 지침서


“불타를 어떻게 보는가 하는 것은, 불교 전체에 대한 태도를 결정하는 데 매우 중요한 일이다. 전기를 한 권의 책으로 정리하는 이상 어느 정도까지는 저자의 입장이 드러나겠지만, 나는 될 수 있는 한 공평하게 쓰려고 했다.” -저자 와타나베 쇼코
“그 사람을 모르고 그의 사상이나 가르침을 이해하기는 어려운 일이다. 불타 석가모니의 경우처럼 그의 삶이 곧 그의 사상을 나타낸다면 더욱 그렇다. 그가 한평생을 어떻게 살았으며, 그 시대와 사회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가가 곧 그의 가르침을 이해하는 열쇠이다. 그리고 그를 어떻게 보는가 하는 문제는 불교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출발이 될 것이다.” -역자 법정 스님
[불타 석가모니]는 세상에 나온 부처의 전기 중에서 가장 탁월한 작품으로 꼽히는 명작이다. 법정 스님은 1975년 이 책을 처음 번역했고, 2010년 봄 입적 직전에 이 책이 다시 세상에 출간되기를 원하면서 서문을 구술해 받아 적게 했다. [불타 석가모니]는 단순히 부처라는 한 성인의 생애에 대한 기술을 뛰어넘어 인간이 삶의 방향점을 어디에 두어야 하는가를 제시해 주는 중요한 작품이다. 저자의 고대 인도철학과 문화에 관한 해박한 지식이 법정 스님의 차분한 번역과 어우러져 읽는 즐거움과 깊이를 더한다. 저자의 진솔하고도 진지한 접근이 조금도 원형을 다치게 하지 않고 아주 평이한 우리말로 옮겨졌다.

불교 공부가 이 책에서부터 시작된다.
부처를 이해하는 것은 곧 나의 삶의 방향을 설정하는 일


불교는 불타 석가모니의 가르침을 배우고 따르는 종교이다. 따라서 그의 생애가 곧 불교의 원형이다. 불교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무엇보다도 먼저 불타 석가모니의 생애를 알아야만 한다. 불교의 문제점인 기복 신앙과 잘못된 믿음들은 부처의 생애와 사상에 대한 이해 부족에서 비롯된 것이 많다. 지난 2천5백 년간 인류의 스승으로서 많은 사람들을 깨달음으로 인도한 불타 석가모니가 어떤 생을 살았으며 또 그의 가르침이 무엇이었는가에 대해 정확히 이해하는 것이 진정한 불교 공부의 시작이다.
힌두어, 산스크리트어, 팔리어에 능통한 일본의 대표적인 불교학자 와타나베 쇼코는 평생에 걸친 그의 불교 공부의 절정이라고 할 수 있는 [불타 석가모니]를 탄생시켰다. 여타의 불타 전기 중에서 가장 탁월한 작품으로 꼽히는 이 책은 방대한 자료들을 뒤져 가면서 불타의 일생에 일어난 중요한 사건들을 종교적이면서 실증적이고 객관화된 시선으로 섬세하게 기록하고 있다. 부처의 전기이면서 단순한 한 위인의 생애에 한정되지 않고, 마치 한 권의 흥미진진한 문명발달론을 읽는 것처럼 부처가 살았던 시대의 사회상과 당시 사상의 흐름, 문화적인 경향에 대해서도 다루고 있다.
뿐만 아니라 뛰어난 제자들에 관한 이야기와 재가불자들과의 교류, 계율이 탄생하게 된 시대 상황에 대해서도 매우 자세하게 알 수 있다. 저자는 어떤 지역을 거론할 때는 반드시 답사를 거치는 치밀함도 보인다.
부처를 이해하는 것은 곧 나의 삶의 방향을 설정하는 일이다. 불교 연구에 한평생을 바친 저자는 불교의 근본을 ‘게으름 없는 정진’이라는 한마디로 요약하고 있다. 부처의 마지막 유계도 이것이다.
“비구들이여, 너희들에게 할 말은 이렇다. 모든 현상은 변천한다. 게으름 없이 정진하라.”

내용과 구성
450쪽에 달하는 [불타 석가모니]는 총 38장으로 이루어졌으며, 각 장마다 부처의 삶에 일어난 중요한 일들을 다루고 있다. [자타카]에 등장하는 그의 전생 이야기로부터 시작해 이 생에서의 탄생, 성장, 결혼, 출가, 고행, 그리고 깨달음, 가르침, 열반에 이르기까지 다음 장으로 넘어갈 때마다 부처의 전체적인 삶을 구성하는 핵심적인 사건들이 상세한 해설과 함께 영화처럼 펼쳐진다.
1장에서부터 8장까지는 태어나서 출가하기까지의 과정이다. 그의 위대한 깨달음이 결코 이번 생에서의 노력만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수많은 전생에서부터 쌓아 온 덕과 지혜의 결과임을 알 수 있도록 그의 전생 이야기가 먼저 등장한다. 그리고 그의 의식에 뿌려진 그 전생의 씨앗들이 작용해 어린 나이에 이미 삶의 본질에 대해 고뇌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9장에서부터 12장까지는 안락한 왕궁의 삶을 떠나 출가한 뒤 당대의 유명한 영적 스승들을 찾아다닌 이야기이다. 또한 그들 밑에서 어떤 공부를 했으며, 왜 다시 홀로 이탈해 고행을 계속했는가의 풍경들이 그려진다. 삶과 죽음에 대한 깊은 고뇌로 자신에게 파고든 영혼의 질식 상태를 절감하였기에 그는 어떤 뛰어난 스승의 문하에서 공부하더라도 쉽게 그들의 피상적인 이론과 수행의 경지를 뛰어넘는다. 그것이 그에게 운명 지워진 고독이다. 그러한 사람은 무리를 떠나 홀로 추구할 수밖에 없다. 이제 그가 싸워야 할 대상은 인간이 아니라 환영으로 나타나는 마라(마귀)이다. 이 마라는 곧 자기 자신이다.
13장에서부터 16장까지는 명실공히 부처로서의 새로운 탄생이다. 그는 자신과 모든 생명 가진 존재를 괴롭히는 생사의 윤회를 끊고 다시는 태어남도 죽음도 없는 경지에 도달한다. 대지의 신이 그의 깨달음을 입증한다.
17장에서부터 34장까지는 궁극의 깨달음에 이른 부처가 세상 사람들에게 그 진리를 설하는 과정, 그리고 이 가르침으로 인해 북인도 대륙에 꿈틀거리며 일어나기 시작한 새로운 수행 단체의 형성 과정이 생생하게 그려져 있다. 그의 가르침의 핵심은 무엇이며, 어떤 구도의 물결이 그를 중심으로 펼쳐졌고, 이들을 한 공동체로 묶어 줄 계율들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가 치밀한 고증과 함께 설명된다. 사변적인 종교가가 아니라 시대의 모순을 뒤엎고 새로운 운동을 일으키는 혁명가로서의 모습이 우리 눈앞에 다가온다.
마지막 35장부터 38장은 한 위대한 성인의 최후를 위한 장이며, 다시는 윤회하지 않는 니르바나(열반)에 들어가는 과정이 그려져 있다. 그는 앞으로 교단을 어떻게 이끌어 가면 좋으냐는 제자 아난다의 질문에 이렇게 답한다.
“아난다야, 현재도 내가 입적한 뒤에도 자신을 등불 삼고 의지처로 삼아 남에게 의지하지 말라. 진리를 등불 삼고 의지처로 삼아 다른 것에 의지하지 않고 살아가는 그런 사람만이 수행에 열정을 가진 수행승으로서 내 뜻에 가장 맞는 사람이다.”

목차

다시 책을 펴내며
불타의 생애를 옮기고 나서
이 책에 대하여
1 전생 이야기
2 부처님의 탄생
3 태자의 입성
4 태자의 환경
5 태자의 교육
6 태자의 결혼
7 태자의 명상
8 태자의 출가
9 출가 직후의 태자
10 보살의 종교 체험
11 6년 고행의 모습
12 이상을 향한 정진
13 부처로서 출발
14 악마의 항복
15 성도의 임박
16 부처님의 출현
17 최초의 설법
18 성스러운 중도
19 타오르는 불
20 승단의 출현
21 마하가섭과 그의 아내
22 계율이 제정되기까지
23 우안거 규정
24 부처님의 귀성
25 석가족의 잇따른 출가
26 부처님 선교의 근거지
27 물싸움과 부왕의 죽음
28 여성 출가의 문제점
29 불교와 동시대의 종교
30 사악한 박해
31 손가락을 자른 청년의 출가
32 분쟁을 수습하는 부처님
33 부처님과 데바닷타
34 영취산의 설법
35 파탈리 마을의 최후 설법
36 입적 전의 일들
37 조용한 입적을 앞두고
38 생애를 마치다

본문중에서

소년 태자의 나무 아래서의 명상
어느 해 봄, 아버지 슛도다나왕은 예년과 같이 많은 신하들과 함께 농경제를 지냈다. 이 의식에는 태자도 참석해 농부들이 일하는 모습을 신기한 듯 바라보고 있었다. 흙과 땀에 젖어 헐떡거리며 일하는 농부들의 모습이 태자의 눈에는 애처롭게 비쳤다. 그보다도 태자의 마음에 더 큰 충격을 준 것은 가래로 파헤친 흙 속에서 벌레가 꿈틀 나타나자 어디선지도 모르게 새가 날아와 벌레를 쪼아 먹는 것이었다. 산 것끼리 서로 잡아먹지 않고는 살아갈 수 없는 참혹한 사실을 바로 눈앞에서 본 태자는 더 이상 견딜 수가 없어 가까운 숲에 들어가 나무 아래 앉아 깊은 생각에 잠긴다. 이와 같은 소년 태자의 설화는 나무 아래서의 명상에 대해 적고 있는데, 이것도 오랜 옛날부터 내려온 인도 전통 가운데 하나다. 이를테면 비非바라문 사회에서 널리 행해진 종교 수행의 한 방법인데, 훗날 지극히 일반적으로 보편화되었다. 이론상으로는 어디에 앉아도 상관없을 텐데, ‘나무 아래서’라는 말을 자주 쓴다. 나무 아래서의 명상은 배후가 안정된다는 뜻도 있겠지만, 나무에 신이 깃들여 있어 수행자의 몸을 지켜 준다는 의미도 있다. 훗날 부처가 보리수 아래 앉기 전에 그 나무에 예배했다는 기록도 이런 뜻이다.
(/ pp.53~54)

지금 병에 걸리지 않았다고 뽐내는 어리석은 사람
태자는 이렇게 생각했다.
“어리석은 사람은 자기도 병에 걸리고 병을 피할 수 없는데도, 남이 병에 걸린 것을 보면 싫어하면서 자신의 일을 돌이켜 보려 하지 않는다. 그러나 나는 나 자신도 언젠가는 병에 걸릴 것이고 병을 피할 수 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으므로 남이 앓는 것을 보고 싫어하지 않는다. 나 자신도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지금 병에 걸리지 않았다고 뽐내는 사람은 반드시 자멸하고 만다. 또 어리석은 사람들은 자기도 노인이 되고 늙음을 피할 수 없는데도, 남이 늙는 것을 보면 싫어하면서 자신을 돌이켜 보려고 하지 않는다. 그러나 나는 나 자신도 언젠가는 노인이 될 것이고 늙음을 피할 수 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으므로 남이 늙는 것을 보더라도 싫어하지 않는다. 나 자신도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지금은 젊고 앞길이 창창하다고 뽐내는 사람은 반드시 자멸하고 만다.”
(/ pp.79~80)

인도에서의 인생의 네 시기와 걸식 생활기
인도에서는 예전부터 인생을 네 시기로 나눈다. 첫째는 학생기學生期로 스승의 집에 살면서 <베다>와 그 밖의 성전을 배운다. 이 시기가 끝나면 두 번째는 가주기家住期인데, 집에 돌아와 결혼하고 가정생활과 사회생활을 해 나간다. 이렇게 살다가 사내아이가 태어나 성장하면, 아버지는 가산을 아들에게 넘겨주고 숲 속에 들어가 검소한 종교 생활을 한다. 이것이 세 번째 임주기林住期다. 그리고 네 번째 유행기遊行期가 되면 모든 집착을 떨쳐 버리고 홀가분하게 집이나 소유물 없이, 머리와 손톱과 수염을 깎고 바리때와 지팡이와 물병만을 가지고 걸식으로 생활을 한다. 인도에서는 옛날부터 이처럼 종교적인 의미를 가진 걸식 습관이 있었기 때문에 그런 생활을 당연한 것으로 알았다. 그리고 걸식을 하는 수행자는 세상 사람들에게서 존경을 받는다.
(/ pp.93~94)

태자의 출가 결심
태자는 성의 북문으로 나갔다. 이번에는 정거천인이 출가사문의 모습을 하고 나타났다. 머리와 수염을 깨끗이 깎고 감색 가사를 몸에 걸친 채 지팡이를 짚고 있었다. 눈으로는 높지도 낮지도 않은 곳을 똑바로 보면서 당당하게 걸어간다. 이 모습을 본 태자는 그가 곧 출가사문임을 알아차리고 설렌다. 깊은 존경의 뜻을 품고 마차에서 내려 그 앞에 공손히 인사를 드리고 물었다.
“출가에는 어떤 이로움이 있습니까?”
“나는 일찍이 집에 있을 때 생로병사에 관한 것을 직접 겪어 보고 모든 것이 덧없음을 알았습니다. 그래서 친족을 떠나 쓸쓸하고 고요한 곳에서 수행을 쌓아 이 고뇌에서 초월할 수 있도록 힘써 왔습니다. 내가 수행하는 것은 맑고 성스러운 길입니다. 나는 바른 법을 실천하고 관능을 이기고 큰 자비를 일으켜 사람들에게 안심을 줍니다. 생각과 행동이 조화를 이루어 중생을 보호하고, 세간의 더러움에 물들지 않으며 영원히 해탈할 수 있었습니다. 이것이 출가의 법입니다.”
출가사문은 이와 같이 대답했다.
이 말을 들은 태자는 생각했다.
‘이 길이야말로 내가 찾던 길이다. 자, 이 길로 가기로 하자!’
(/ p.83)

태자의 출가 선언
태자가 마침내 출가할 결심을 굳히고 부왕을 찾아간다. 그리고 자신의 뜻을 분명하게 말한다. 부왕은 태자의 이 말을 듣고 다음과 같이 부탁한다.
“네 소원은 무엇이든 다 들어줄 테니 제발 이 궁전에 머물러 있어만 다오.”
그러자 태자는 이렇게 말한다.
“제가 찾는 것은 늙음과 질병과 죽음을 초월하는 길입니다. 이것을 이루지 못한다면 죽은 후에라도 다시 태어나는 운명을 벗어날 수 없습니다. 여기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해 주십시오.”
이 말을 들은 왕은 태자의 소망을 풀어 주기에는 자신이 너무 무력하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 p.97)

마라의 유혹과 보살의 답변: “너의 9가지 군대와 싸우겠다.”
6년 동안 고행하는 보살의 신변을 엿보며 틈만 노리던 마라는 끝내 그 목적을 이룰 수가 없었다. 마라는 다음과 같이 부드러운 말씨로 보살을 유혹한다.
“세상에서 목숨처럼 소중한 건 없소. 목숨이 있어야만 수행도 할 수 있소. 당신 같은 수행 방법으로는 천에 하나도 성공할 가능성이 없소. 마음을 억제하거나 번뇌를 끊어 버리는 것은 애초부터 무리한 일이오. 그런 짓은 그만두시오. 훨씬 즐거운 방법이 얼마든지 있지 않소. 바라문이 하는 것처럼 불을 섬기고 제물을 바치면 얼마든지 공덕이 쌓일 것이오.”
이 같은 마라의 유혹에 대해서 보살은 다음과 같이 대답했다.
“마라여, 내가 구하는 건 단순한 이익이 아니다. 목숨은 언젠가 죽음으로 끝날 것이니 나는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강물이 아무리 많아도 쉴 새 없이 바람이 불면 마침내 말라 버리듯이, 고행을 계속하면 육체나 피는 마르지만 내 마음만은 항상 고요히 가라앉는다. 나는 의욕과 노력과 정신을 통일한 의지를 갖추고 있다. 게다가 지혜도 있다. 헛되이 살아서 무엇할 것인가. 나는 용감한 군인처럼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너와 결전을 하리라. 나는 너의 군대를 잘 알고 있다. 제1군은 애욕이다. 제2군은 의욕 상실이고, 제3군은 주림과 목마름이며, 제4군은 갈망이다. 제5군은 비겁이고, 제6군은 공포이며, 제7군은 의혹이고, 제8군은 분노다. 그리고 제9군은 슬픔이다. 그 위에 명예욕까지 갖추고 있다. 자 어떠냐? 나는 너의 군대와 싸우겠노라. 나는 바르게 생각하고 바르게 알고 있다.”
이러한 보살의 말을 들은 마라는 맥없이 물러갔다.
(/ pp.136~137)

늙음과 죽음을 없애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무명을 없앤다는 것
‘연기’라는 말은 여러 가지 의미로 널리 쓰이는데, 그 기본적인 것이 십이인연이다. 십이인연은 우리들 인간의 상태, 요즘 말로 하면 ‘실존’에 대해 설명한 것이다. 우리는 누구를 막론하고 태어나고 늙고 죽어 간다. 이것은 일반적인 진리인 동시에 또한 우리들 개개인의 운명이기도 하다. 우리들의 인생 문제, 자신의 근본 문제에 생각이 미칠 때는 언제나 이 벽에 부딪친다.
보리수 아래서 좌선해 최고의 진리를 탐구한 싯다르타에게도 역시 이 문제를 해결하는 일이 최후의 열쇠였다. 늙고 병들고 죽는다는 사실은 무엇에 의해 생기는 것일까. 그것은 ‘태어난다’는 사실을 원인으로 일어난다. 그리고 그 원인을 점점 거슬러 올라가면 마침내 무명無明(진리를 깨닫지 못한 마음 상태)을 발견하게 된다. 그 무명이 근원적인 원인이다. 그는 이와 같이 살펴 나갔다. 그리고 다음으로 이렇게 생각해 나간다.
늙음과 죽음을 없애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태어나지 않으면 늙음과 죽음은 없다. 그럼 태어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생존有이 없으면 된다. 이와 같이 생존에서 시작해 집착, 갈망, 접촉, 여섯 감각, 모양과 물체, 인식, 현상, 무명에까지 거슬러 올라가 결국은 무명이 없어지면 현상도 없고 현상이 없으면 인식도 없다는 식으로, 태어나지 않으면 늙음과 죽음도 없다. 이렇기 때문에 무명을 없애 버리는 것이 인생의 문제를 마지막으로 해결하는 길이다.
(/ pp.175~176)

입적 앞둔 부처님과 아난다의 대화:
“죽지 말았으면 좋겠다 생각하는 것은 부질없다.”
사라나무 숲에 모로 누운 부처님 곁에 있던 아난다는 슬픔을 이기지 못해 그 자리를 떠나 나뭇가지를 붙들고 울고 있었다.
“나는 아직 수행 중에 있는데 나를 가엾이 여기시는 부처님은 입적하시려고 한다.”
아난다가 곁에 없는 것을 안 부처님은 한 비구를 시켜 그를 불러오도록 했다. 아난다가 돌아오자 부처님은 다음과 같이 말씀했다.
“아난다야, 한탄하거나 슬퍼하지 말라. 일찍부터 가르쳐 준 바와 같이 사랑하는 사람, 친한 사람과는 헤어지지 않을 수 없다. 태어난 모든 것은 반드시 죽지 않을 수 없다. 죽지 말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것은 부질없다.”
(/ pp.425~426)

부처님의 입적: “모든 현상은 변천한다. 게으름 없이 정진하라.”
부처님은 비구들을 둘레에 모이게 한 다음 말씀하셨다.
“비구들이여, 누구든지 부처건 진리이건 교단이건 도건 수행 방법이건, 의문이 있는 사람은 서슴지 말고 물어라. 뒷날에 가서, ‘여래가 세상에 있을 때 물어보았더라면 좋았을 것을.’ 하고 후회하지 않도록 지금 물어라.”
부처님은 몇 번이고 말씀했지만 누구 하나 질문하는 이가 없어 거기 있는 5백 명의 비구들은 적어도 흔들리지 않는 확신에까지 이르고 있었다는 것이 밝혀졌다. 그때 부처님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그럼 비구들이여, 너희들에게 할 말은 이렇다. 모든 현상은 변천한다. 게으름 없이 정진하라.”
이것이 여래의 마지막 말씀이었다고 경전은 기록하고 있다. 무상이요, 무아요, 고요, 하는 것은 단순한 이론이 아니다. 오히려 불교의 근본은 ‘게으름이 없는 정진’이라는 한마디에 요약된다. 부처님이 이 세상에 남겨 놓은 이 짤막한 말 속에는 무한한 교훈이 담겨 있다.
(/ pp.433~434)

저자소개

생년월일 1932~2010
출생지 전남 해남
출간도서 36종
판매수 313,352권

스님. 수필가. 전라남도 해남 출생. 1955년 통영 미래사로 입산하여 1956년 당대의 고승 효봉을 은사로 사미계를 받고 1959년에 28세 되던 해 통도사에서 비구계를 받았음. 1992년 출가하는 마음으로 불일암을 떠나 강원도 산골 오두막에서 혼자 살아왔음. 1996년 서울 도심의 대중음식점 대원각을 시주받아 이듬해 길상사로 고치고 회주로 있었음. 2003년부터 강원도 산골의 오두막에서 문명을 멀리하고 살던 중 폐암이 발병하여 2010년 3월 11일 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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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저명한 불교학자. 동경대학교 문학부 인도철학과에서 인도철학 및 불교를 전공했으며, 졸업과 동시에 독일에 4년 동안 유학했다. 귀국 후 동양대학 문학부 교수와 불교연구소 연구원으로 일했다. 언어에 뛰어난 재능을 가지고 있어서 힌두어와 팔리어에 능통했으며, 불교와 인도 사상 전반에 걸친 연구에 불후의 업적을 남기고 1977년 세상을 떠났다. 대표적인 저서로는 [불타 석가모니] 외에 [불교사의 전개] [불교의 자취], [불교], [경 이야기], [법화경 강화], [유마경 강화], [석존을 따르는 여성들] 등이 있다. 타고르 시집 [기탄잘리]와 [자타카]를 일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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