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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 : 손아람
  • 출판사 : 들녘
  • 발행 : 2010년 04월 26일
  • 쪽수 : 444
  • 제품구성 : 전1권
  • ISBN : 97889752785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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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 서평

    진실이 말소된 페이지]로 ‘지독한 청춘’을 증언했던 작가, 손아람
    [소수의견]으로 대한민국의 사법체계를 심판하다


    ‘21세기 낙원구 행복동’에서 벌어진 첨예한 대립
    서울 도심의 재개발 구역, 경찰과 철거민이 대치 중이던 낡은 건물에 별안간 경찰의 진압이 개시된다. 갑작스런 충돌로 사상자가 발생한다. 망루에서 저항하던 16세 철거민 소년과 진압 중이던 20대 초반의 전경이 목숨을 잃는다. 소년의 아버지, 박재호는 특수공무집행방해치사 혐의로 구속기소된다. 아들의 구타 장면을 목격한 박재호가 우발적으로 전경을 살해한 것이다. 박재호는 항변한다. 전경들에게 둘러싸여 구타당하고 있는 아들을 구하려는 생각밖에 없었다고. 그러나 검찰은 아들을 죽인 건 전경이 아니라 철거용역업체 직원이었다며 공무 중인 공무원을 살해한 박재호에게 중형을 구형할 태세다.
    [소수의견]은 직접적으로 거론하지 않지만, ‘2009년 용산 참사’를 연상시키는 소설이다. 작가는 현실을 반영하지만, 소설 자체를 현실과 동일시하지 않는다. 단순히 현실을 고발하는 차원을 넘어서 독자들에게 묵직한 메시지와 화두를 던진다. 개인과 국가라는 거대권력, 구체적으로 보자면 국가의 개발논리와 생존권을 지키려는 개인의 대립에 돋보기를 들이대며 묻는다. 과연 이 대립은 공정한 게임인가? 법으로 해결할 수 있는 사건인가? 국가의 사법체계와 법은 과연 진실을 밝혀내어 정의를 대변할 수 있는가?
    작가는 소설의 모태가 된 ‘용산 참사’에 상상력을 보탠다. 실제로 참사 이후 철거민 유족들과 국가 간의 법적 공방은 1년여 동안 지난한 과정을 거쳐 중간에 합의를 보게 되었지만, [소수의견]에서는 법원의 판결을 받기까지의 과정과 그 이후를 그린다. 그 과정을 들여다보면 국가의 법규 시스템이 1970년대 이후 도시 빈민과의 대립을 통해 얼마나 세세하고 정교하게 보완되어 개인을 옥죄는지 생생하게 드러난다.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이 1970년대 산업화와 개발논리에 밀린 도시 빈민의 참상을 우화적으로 그려냈다면, [소수의견]은 한 세기가 지나도록 여전히 미해결로 남은 ‘낙원구 행복동’의 실상과 각종 법규로 업그레이드된 국가 권력의 실체, 그리고 개인과 조직(국가)의 허구적인 관계를 그리는 데 집중한다.

    프레드릭 제임슨(Fredric Jameson)이 언급했듯이, 텍스트는 현실의 모순에 대한 상상적 해결이다. 여기서 “해결”을 “저항”으로 바꿔서 이해해도 무방할 것이다. 저항은 현실의 모순을 해결하기 위한 전 단계이므로. 손아람의 [소수의견]은 무대를 이용하여 용산에서 벌어진 폭력과 은폐를 조롱하는 훌륭한 풍자극이다._‘작품해설’에서

    ‘진실을 대변할 수 없는 법’으로 진실을 밝혀내라
    주인공 ‘나’는 서른일곱의 나이에 사법연수원 졸업을 앞두고 있지만, 여전히 진로를 정하지 못한 상태다. 법조인으로서의 정체성을 찾지 못한 채 국선변호사로 첫발을 내딛는다. 그리고 “민변을 유령처럼 떠돌던 사건”(58쪽)을 맡게 된다. 구치소에서 박재호를 면회하고 본격적으로 변호를 준비하면서 ‘나’는 ‘언어의 미로’ 속을 방황하게 된다. 소설은 국가를 대변하는 검사 측과 박재호를 변호하는 변호팀의 논쟁이 주축을 이룬다. 집요한 검사, 암묵적으로 조속한 해결을 종용하는 권력자들, 개발 이권에 눈이 먼 지역주민들은 진실을 원하지 않는다. 그들이 원하는 것은 법 테두리 안에서의 승리이다.
    작가는 법과 진실의 충돌 지점을 심도 있게 고찰한다. 진실이 먼저인가, 승소가 우선인가? 과연 법이 정의를 대변할 수 있는가. 작가는 이러한 의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사법체계 자체를 심판대에 올려놓는다. 그리고 소설의 곳곳에서 법의 모순과 맹점을 파헤친다.

    매스컴을 타고 철거민 박재호의 법적 공방이 유명해지자 자신의 정치적인 이력으로 이용하려는 거대 법무회사의 대표가 나타나 ‘나’의 변호사 지위를 가로챈다. ‘나’는 국선변호사로 다른 사건의 변호를 맡게 됐는데, 아이러니하게도 은평구 뉴타운의 재개발과 관련이 있다. 기초공사 현장에서 시체가 나왔는데, ‘나’는 살인을 교사한 범죄조직의 두목을 ‘공소시효 만기’를 이용하여 무죄 판결을 이끌어낸다. 진실은 법정에서 한낱 말장난으로 엄폐되고 만다.
    다시 맡게 된 박재호의 변호에서도 법의 허상은 여실히 드러난다. 법원에서 진실은 이미 엎질러진 사건을 얼마만큼 포장하고 말로 의미를 집어내느냐로 판명될 뿐이다. “나는 법을 가르쳤는데 학생들은 법이 쌓아놓은 성에서 물샐 틈을 찾는 법을 배우고 졸업하지”(26쪽)라는 사법연수원 교수의 자조적인 푸념은 법체계와 법조인들의 위선을 질책한다. 법정에서 벌어지는 국가와 개인의 대립 또한 예외가 아니다.
    검찰 측은 법의 테두리 안에서 유리한 증거와 설정을 토대로 변호인을 압박하거나 국가의 실체를 눙치듯 흐리며 교묘한 언변으로 진실의 본질을 비껴나려고 한다.

    그러나 진실을 밝혀내고 인정받을 수 있는 방법은 법을 통한 판결밖에 없다. 권력에 의해 진실이 왜곡되는 틀 속에서는 계란으로 바위를 치는 것과 같지만. 그러나 ‘나’는 역사적으로 볼 때 소수의견이 점차 상식적인 법의 판례를 이끌어왔다는 점에 희망을 걸고 법정 투쟁에 임한다. 작가는 간결하고 건조한 문체를 사용하여 인간성과 진정성이 사라진 세상과 ‘공평과 정의’라는 단어로 포장된 법체계의 허상을 고발한다. 무색무취한 법정에 달린 유리창을 통해 한 줄기 빛이 새어들듯 작중인물에 대한 작가의 따뜻한 시선을 감지해내는 일은 독자의 몫이다.

    목차

    [1] 기산일
    1. 공소시효

    [2] 기산이로부터 7개월 전
    1. 사법연수원
    2. 국선전담변호인
    3. 재정신청
    4. 사실관계
    5. 소수의견
    6. 관할이전
    7. 증인
    8. 국민참여재판 배심선정기일
    9. 긴급체포
    10. 국가소송 변론기일
    11. 국민참여재판 공판준비기일
    12. 해임

    [3] 기산일
    1. 공소시표
    2. 변호사징계위원회
    3. 형사대법정 417호
    4. 공판기일 제 1일
    5. 양형거래
    6. 공판기일 제 2일
    7. 압수수색
    8. 공판기일 제 3일
    9. 최후진술
    10. 평의
    11. 선고
    12. 기자회견

    [4] 기산일로부터 6개월 후
    1. 국정조사
    2. 기일

    - 부록
    1. 용어
    2. 도해
    3. 문헌, 법령 및 판례

    - 말
    - 작품해설 / 지옥을 완성하는 것은 언제나 살아남은 자들이다

    본문중에서

    “올리버 홈즈 전 미국 연방대법관 이야기를 해볼까요? 그 사람은 재직기간 동안 연방대법원 자료실에 파격적인 소수의견들을 산더미처럼 쌓아놨습니다. 한때는 그가 정신병자라고 생각한 사람들도 있었죠. 하지만 시간이 흐르고 시대가 변하자 그가 내놓은 소수의견들의 대부분은 미국 연방대법원의 주류적 입장이 되었습니다.”
    “박재호 씨에게 소수의견은 별 의미가 없을 텐데요.”
    “어차피 이 국가배상청구소송은 여론을 환기하려는 목적으로 시작하는 거잖아요? 저는 시대에 대해 이야기하려는 거예요. 소수의견을 판결로 이끌어내기 위한 실질적 조건은 세 가지로 정리해볼 수 있지요. 국민의 법감정에 기반한 강력한 여론의 지지, 유능한 변호사, 그리고 시대의 변화. 우리는 적어도 한 가지 이상은 갖췄죠. 제가 기각된 스물네 건의 판결에 관여한 대법관 목록을 작성해봤습니다. 어떤 결과가 나왔는지 맞춰 보세요.”(……)
    “그들 중 현재까지도 남아서 재직 중인 대법관은 딱 한 명입니다. 천인환 대법관. 유력하게 다음 대법원장으로 거론되는 인물이죠. 기각된 부작위 국가배상 사건에 소수의견을 자주 썼더군요. 시대가 바뀐 거예요. 이제 소수의견이 자기 자리를 찾을 때가 된 겁니다.”
    우리는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소수의견이 자기 자리를 찾을 때. 달이 해가 되는 때. 늙은 나무의 그늘로부터 새싹이 돋아나는 때. 나는 가슴 한구석을 저리게 찔러대는 그 말을 몇 번이나 되뇌었다.
    (/ pp.104~105)

    주민이 대석을 바라보고 물었다.
    “저나 윤 변호사님은 형법을 전공했으니 손해배상 사안의 실제에 대해서는 장 변호사님이 더 잘 아시겠지요. 만약 장 변호사님이 이 사건을 맡는다면 어떻게 하실 겁니까?”
    그 말을 듣고 대석은 미간을 찌푸렸다. 아마 ‘어떻게 할 건지’보다는 ‘이 사건을 맡는다면’을 고민했을 것이다.
    “단지 여론을 환기하려는 목적이라면 청구배상액은 크게 의미가 없지요. 청구금액이 너무 크면 판사에게 심적 부담만 안겨줄 겁니다. 판사가 청구를 인용한다 해도 철거민들의 농성 자체가 불법했기 때문에 배상금은 어차피 상당액 과실상계될 테죠. 저라면 100원을 청구하겠네요.”
    주민이 탄성을 냈다.
    “대단히 멋진 아이디어예요.”
    동의한다. 진심으로, 멋진 아이디어였다. 이 전략은 시어도어 루즈벨트 미국 대통령의 1달러 소송에서 유래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것은 법정의 시위이다. 이것은 정의의 청구이며, 이것은 소송을 탐욕으로 깎아내리는 자들에게 내리는 묵언이다. 마음이 기울어도 배상의 형평을 저울질해야 하는 판사와 자극적인 소재를 찾아 헤매는 언론 모두에게 호소력을 가질 혜안이었다.
    (/ p.106)

    “국가의 목소리를 들어본 적 있습니까? 국가의 손을 잡아본 적 있습니까? 아니면 국가의 심장소리를 들어본 적이 있습니까? 두 변호사님은 국가란 적과 싸우시나 봅니다. 하지만 그건 실체가 없는 적이요. 적의 이미지만 있고 실체는 없을 때 증오는 발산되기 마련이지. 한때 사람들은 그렇게 마녀를 잡지 않았소? (…) 내 개인적인 의견이라고 생각하든 국가의 의견이라고 생각하든 상관없소. 하지만 내 약속하되, 박재호 씨는 충분한 보상을 받게 될 거요. 아들의 목숨을 대신할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100원보다는 훨씬 큰 금액이 될 테니.”
    (…)
    나는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이어갔다.
    “국가는 실체가 아니라고요? 해부당할 차례를 기다리는 실험용 개구리처럼 겁을 잔뜩 집어먹고 서둘러 검사님께 지원요청을 한 사람은 누굽니까? 정말 실체가 없는 존재입니까?”
    (/ pp.171~173)

    “뒤통수를 각목으로 때리면 사람이 죽을 수도 있다는 사실은 누구나 예견 가능합니다. 경찰은 그래서 헬멧을 씁니다. 근데 왜 하필 피해자 김희택이 헬멧을 벗은 때를 노려서 때렸을까요?”
    박재호는 발언권을 얻기도 전에 외쳤다. “죽일 생각은 없었습니다. 전 제 자식을 구해야 했단 말입니다. 그냥 손에 잡힌 것을 막 휘둘렀을 뿐이라고요.”
    “왜 하필 헬멧을 벗은 피해자의 뒤통수였죠? 헬멧을 쓴 다른 경찰을 때리거나, 다리나 옆구리를 때려도 되지 않았나요? 각목이 우연히 머리에 맞았단 말인가요?”
    “저는 정신이 없었단 말입니다. 그 전경이 왜 헬멧을 벗어 들고 있었는지 제가 어떻게 알겠습니까.”
    박재호는 울먹이려 했다. 검사는 차가운 눈빛으로 박재호를 내려다보았다. 그때 난 깨달았다. 잡혔다.
    “정신이 없었다면서요? 그런데 피해자 김희택 씨가 헬멧을 벗어서 들고 있었다는 사실은 알고 계셨단 거네요? 머리를 노려 때린 행동이 정당방위라는 겁니까?”
    박재호는 대답하지 못했다. 나는 나에게 중얼거렸다. 이런 바보. 병신 같은 놈. 나가 죽어.
    헬멧. 생각해보지도 못했다. 대책을 세워놨어야 했는데.
    (/ pp.287~288)

    저자소개

    생년월일 1980~
    출생지 서울
    출간도서 12종
    판매수 3,535권

    작가. 저서로 [디 마이너스] [소수의견] [진실이 말소된 페이지] 등이 있다. 영화 [소수의견]으로 제36회 청룡영화상 각본상, 제24회 부일영화상 각본상을 받았다.

    언론사 추천 및 수상내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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