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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라디노의 램프 [양장]

원제 : LA LAMPARA DE ALADI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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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 서평

    유럽을 넘어 국내에서도 이미 많은 팬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칠레 작가 루이스 세풀베다의 최신작 [알라디노의 램프]가 열린책들에서 출간되었다. 1989년 살해당한 환경 운동가 치코 멘데스를 기리는 장편 [연애 소설 읽는 노인]을 발표하며 전 세계 독자들을 매료시켰던 세풀베다는 환경 문제와 생태학에서부터 사회 비평까지 폭넓은 주제를 다뤄 왔으며, 다양한 장르를 모색함으로써 자신만의 독특한 문학 세계를 구축해 왔다. 이렇게 21세기 라틴 아메리카 문학을 이끌어 갈 중요 작가로 어느덧 견고히 자리 잡은 루이스 세풀베다의 이번 소설은 작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삼은, 여행가로서의 캐릭터가 돋보이는 단편 모음집이다.

    세풀베다, 쉼 없는 여행가

    루이스 세풀베다의 단편집 [알라디노의 램프](2008)는 [행동하는 작가] 세풀베다의 여행가적 면모가 생동하는 자전적 작품이다. 작가이기 이전에 지칠 줄 모르는 여행가로 알려진 세풀베다가 수년간 여행하는 가운데 만났던 여러 사람들과 장소에서 영감을 얻어 써 내려간 총 열두 편의 이야기들은 다분히 마술적이고 환상적인 색채를 풍기는 가운데 작가가 세계 각지를 누비며 직접 겪은 개인적인 경험들을 절묘하게 녹여 낸다. 세풀베다 본인의 경험담뿐만 아니라 여행 중 만난 사람들의 삶의 편린들을 다채롭게 담아낸 것이다. 예절 학교에서 만난 파트너에게 반한 열네 살 소년의 풋풋한 모습에서부터 이제 세상을 떠나고 없는 시인 친구들과의 에피소드, 이집트 알렉산드리아 호텔에서 우연히 만난 어느 그리스 여인과의 추억, 브라질 이파네마에서 맞닥뜨린 정체불명의 [죽음의 마리아]에 얽힌 사연, 실연의 아픔 후 독일 질트 섬으로 떠난 여행, 중남미 대륙의 에덴 항에서 만난 원주민들과의 우정 등 세풀베다와 연을 맺은 이들에게서 비롯된 다양한 이야기들은 우리들의 실제 삶과 맞닿아 있어 짧은 분량임에도 불구하고 그 깊이가 남다르다.
    또한 세풀베다는 이 열두 편의 이야기에서 평소 그가 촉각을 곤두세우던 정치 · 사회적 문제들을 두루 다루고 있다. 원제의 부제 [망각을 극복하기 위한 이야기들]에서 암시하듯, 이 단편들은 피노체트 군부 하에서 반독재 · 반체제 운동을 펼치다 1977년 망명해 고국 칠레를 떠난 이후 라틴 아메리카와 유럽 각지를 떠돌고, 그린피스 회원으로 활동하며 환경 문제에 지대한 관심을 보여 온 자신의 삶을 기억하고자 세풀베다가 택한 하나의 방식인 것이다. 칠레 군부에 의해 손가락 세 개를 잃은 [칠손이]의 이야기가 담긴 단편 [Z 호텔], 68 학생 운동에서 옛 사랑을 만나게 된 에피소드 [딩동! 딩동! 사랑이 찾아왔어요] 등에서는 세풀베다의 정치적 색채를 엿볼 수 있다. 한편 또 다른 단편들 [대성당의 재건축], [나무], [알라디노의 램프] 등에서는 아마존 밀림에서 벌어지고 있는 백인들의 만행, 원주민들의 피폐한 삶 등 환경 문제를 직시하는 시선이 드러난다.
    이렇듯 한눈에 소설이라 정의하기 어려운 모호한 성격을 띠고 있는 이 단편들은 또한 그간 세풀베다가 전작들을 통해 펼쳐 보였던 보다 긴 이야기들의 원형이 되는 작품들이기도 하다. [연애 소설 읽는 노인]의 기본 골격을 그대로 가져 온 단편 [대성당의 재건축], [감상적 킬러의 고백]에 수록된 단편 [악어]에 등장했던 야카레 종 악어를 다시 소재로 삼은 단편 [Z 호텔] 등은 평소 장르의 변화에 역점을 두었던 세풀베다의 풍요로운 작품 세계를 압축해 보여준다.

    끝없는 열정과 상상의 원천, 그 삶의 정수

    세풀베다는 이렇게 삶을 압축해 담아낸 이 특별한 단편들을 소중한 이들에게 바치고 있다. 각 작품의 문을 여는 헌사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그 대상으로, 이들은 작가의 추억 속 깊이 자리한 친구들이기도 하고, 혹은 여행 중 작가가 우연히 만난 사람들이기도 하다. 이런저런 경로를 통해 세풀베다의 마음에 둥지를 튼 이들은 크고 작은 에피소드 가운데 그들 각자의 인생을 살아낸다. 특히 삶 가운데 뜻하지 않은 순간에 불쑥 찾아오는 운명의 아이러니를 이야기 속에서 종종 보게 되는데, 얽히고설킨 이러한 운명의 아이러니는 [알라디노의 램프] 속 열두 편의 단편들을 보이지 않는 끈처럼 이어 주고 있다.
    또한 이 단편들을 통해 세풀베다는 지극히 평범한, 그러나 쉽게 잊고 마는 인생의 교훈을 그려 내고자 한다. 세계 각국의 그 누구나 삶의 무게를 감당하며 살아가는 모습은 같다는 사실이다. 어느 누구도 정답을 알 수 없는 인생의 고민과, 인간이라면 결코 벗어날 수 없는 끝없는 욕망, 그리고 누구나 막연히 품고 있는 희망을 이고 지고 살아가는 주인공들의 모습들을 보면서 우리는 그들의 삶을 긍정하고, 이어 우리의 삶을 긍정하게 된다. 세풀베다는 이렇게 우리네 삶과 닮은꼴인 또 다른 삶들을 펼쳐 보이며 모두 결국 [하나의 인간]임을 깨닫게 한다.

    [나의 모든 소설들은 소외된 자들을 얘기한다. 개인 전용기를 타고 다니는 돈 많은 사람들 이야기라면 다른 작가들이 있으니까. (중략) 소외에는 분명히 여러 가치들이 담겨 있다. 연대감과 의리는 소외된 자들에게 아주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이것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생존도 보장할 수 없다.]
    - 루이스 세풀베다

    해외 언론 리뷰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와 마찬가지로 칠레 작가 루이스 세풀베다 역시 삶의 진리를 순수하면서도 매력적으로 그려 낸다.
    - 리르

    루이스 세풀베다. 상상의 영역을 지치지 않고 말달리는 여행자.
    - 엘 파이스

    사회·도덕·정치를 향해 단 한 순간도 비판적인 자세를 포기하지 않으면서도 관용과 애정을 듬뿍 쏟아 내는 작가. 그의 단편들은 흥미진진하고 놀라운 이야기들로 가득하다.
    - 엘 문도

    가늘고 기다란 행운의 불꽃
    여든 살 넘은 늙은 용병에게는 여러 자식들, 그리고 카추핀이라는 충직한 개 한 마리가 있었다. 자식들은 그가 램프의 불꽃 귀신과 이야기를 나누고 나면 돈이 생긴다고 믿고 있다. 하지만 정작 비밀은 카추핀에게 있었다. 노인은 젊은 시절 주웠던 금화들을 카추핀의 몸속에 숨겨 두고, 자신만의 비법 아래 평생에 걸쳐 조금씩 금화를 빼내 식구들에게 선물하며 살아 온 것이다.

    미라마르 카페
    알렉산드리아의 한 호텔에 머물면서 겪었던 일화. 지중해가 내려다보이는 호텔 방의 발코니에서 샴페인을 마시며 카바피스 시인을 기리던 그는 옆방의 한 여인과 우연히 이야기를 나누게 된다. 그리고 다음 날 저녁 그녀와 미라마르 카페에서 만나기로 한다. 다음 날 그는 미라마르 카페를 찾아 바닷가를 헤매지만, 그런 카페는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

    Z 호텔
    페루와 콜롬비아, 브라질 세 나라의 국경이 접하는 지역의 밀림에 위치한 Z 호텔을 배경으로 한 이야기들. 칠레의 신문 기자이자 사진작가이며 화가였으나 군부에 의해 오른손이 통째로 잘려 나갈 뻔했다가 다행히 손가락 세 개만을 잃은 [칠손이], 나일 강에서 덩치 큰 악어를 들여왔던 모리슨 대령, 닭싸움꾼 마우리시오와 그의 애인 호세피나, 이민 5세대 중국인 벤저민 창, 실연의 아픔 때문에 40일 동안 대성통곡하는 덴마크인 등 여러 사람들의 사연과 추억이 펼쳐진다.

    죽은 시인들과의 저녁 식사
    어느덧 50세를 바라보는 주인공은 지인들과 함께 산티아고의 마지막 보헤미안풍 레스토랑에서 저녁 식사를 하던 중 세상을 떠난 친구들, 그리고 한 구두닦이 소년을 떠올린다. 종일 번 돈을 깡패들에게 털려 울고 있는 구두닦이 소년을 위로하고자 그들은 소년에게 여러 번 자신들의 구두를 닦게 하고, 결국 일당을 되찾아준다.

    가장 작은 이야기
    3쪽에 걸친 아주 짧은 이야기. 거울 앞에 선 한 남자가 자신의 모습을 비춰 보며 독백하는데, 왠지 자신감이 없어 보인다. 결국 마지막에 그의 정체가 밝혀지는데……. 세풀베다의 허를 찌르는 위트가 빛을 발하는 작품이다.

    마리아의 심장
    카니발로 유명한 브라질 이파네마에서 있었던 일화. 주인공과 동행한 독일 사진작가 기셀다가 브래지어까지 벗어 던지며 열심히 춤을 추고 있는데, 한 노인이 다가와 이상한 충고를 건넨다. [죽음의 마리아가 자신의 것을 원하고 있다]는 이 말의 의미는 시간이 흐른 후 주인공이 기셀다가 찍은 사진들을 살펴보던 중 서서히 밝혀지게 된다.

    딩동! 딩동! 사랑이 찾아왔어요
    주인공이 열네 살 때 다녔던 예절 학교의 마지막 수업에서 만난 한 소녀와의 사랑 이야기. 좌파 성향의 국립 고등학교에 다니던 그는 사립 고등학교 학생인 마를리에게 신분의 격차를 느끼지만, 그녀가 [딩동! 딩동! 사랑이 찾아왔어요]라는 노래에 맞춰 춤추는 모습에 반하고 만다. 그들은 다음 날 만나기로 하지만 결국 열여덟 살이 되어 참여한 68 학생 운동에서 극적으로 재회한다. 이후 만남과 헤어짐을 반복하며 청춘을 보낸 이들은 40대에 이르러서야 함께 하게 된다.


    실연의 아픔을 달래기 위해 함박눈을 맞으며 함부르크의 거리를 헤매던 주인공은 어느 기차역에 도착한다. 기차를 타고 질트 섬으로 여행을 떠난 그는 기차 안에서 추억 하나를 떠올린다. 절친한 친구였던 늙은 쿠르트의 아내 질케를 사랑했던 그는 남몰래 가슴앓이만 한다. 그러다 쿠르트가 암으로 세상을 떠나면서 아내를 행복하게 해 달라는 유언을 남긴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삶을 배신하지 않기 위해 사랑을 배신하는 쪽을 택한다. 그리고 친구가 묻혀 있는 섬을 찾아간다.

    복수의 천사
    한 여자의 살인 사건에 휘말린 주인공은 시신 안치소를 찾아가 시신의 신원을 확인하게 된다. 그런데 전혀 모르는 여자임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다이어리에 그의 이름과 전화번호가 적혀 있어, 그는 가장 유력한 용의자가 되어 경찰의 심문을 받게 된다. 이어 그 역시 정체불명의 남자로부터 생명의 위협을 받고, 결국 올리브색 바바리코트를 걸친 한 사나이에게 습격을 당하게 되는데…….

    대성당의 재건축
    [연애 소설 읽는 노인]의 주인공이었던 안토니오 호세 볼리바르 프로아뇨가 다시 등장해 아마존 밀림에서 벌어지고 있는 백인들의 만행을 고발한다. 그는 원주민들을 보호하고, 전쟁으로 폐허가 된 엘 이딜리오의 상황을 파악하고자 치과 의사와 함께 그곳을 찾아간다. 밀림은 지뢰밭이 되어 있었으며, 옛날 그곳을 찾아와 나뭇가지와 지푸라기로 대성당을 지었던 콜롬비아인의 아코디언만이 남아 있었다. 결국 이들 모두는 함께 힘을 모아 대성당을 다시 짓게 된다.

    나무
    레녹스라는 섬에는 나무 한 그루가 있다. 그 나무는 두 대양 사이에서 등대처럼 홀로 외롭게 서 있다. 옛날에는 스무 그루도 넘는 나무들이 있었지만 모두 바람에 쓰러지고 벼락을 맞아 이제 한 그루만이 남게 된 것이다. 그 나무는 언제 쓰러질지 모르는 채 그곳을 지키며, 그곳을 거쳐 갔던 사람들을 기억한다.

    알라디노의 램프
    팔레스타인 사람인 알라디노 가리브는 중남미 대륙 끝의 에덴 항에 도착해 원주민들에게 온갖 잡동사니를 판다. 그곳은 바다표범 가죽을 구하고자 몰려든 사람들로 북적거리지만 그들은 모두 불신과 가난의 늪에서 허덕이며 살아가고 있다. 알라디노는 불신이야말로 모든 불행의 씨앗임을 이야기하며, 한 원주민 여인에게 담요와 자기가 가지고 있던 램프를 넘겨준다.

    그 외 열린책들에서 소개한 루이스 세풀베다의 작품들

    연애 소설 읽는 노인 정창 옮김
    정글에서 연애 소설을 읽으며 마음의 안식을 구하는 노인. 그런 그 앞에 백인 노다지꾼들이 나타나 맹수 사냥에 협조하라는 압력을 가한다. 그들이 개발이라는 깃발을 앞세워 정글을 짓밟으면서, 노인은 평화로운 일상에서 멀어지기 시작하는데……. 루이스 세풀베다를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로 만든 대표작.

    그림 형제 최악의 스토리 권미선 옮김
    우루과이 동쪽 공화국과 칠레 남단의 세상 끝 마을에 사는 두 학자가 전설적인 쌍둥이 파야도르, 카인과 아벨 그림 형제의 일생을 추적해 나가는 이야기. 패러디와 의도적인 오용, 아귀가 맞지 않는 스토리 진행 등의 파격적인 스타일 속에 세풀베다 고유의 문제의식이 녹아 있다.

    소외 권미선 옮김
    소외되고 잊힌 것들에 대한 서른다섯 편의 이야기. 묵묵한 진실이 담긴 소시민의 일상, 유대인 수용소, 아마존의 환경 파괴, 세르비아 민족주의 등에 관한 이야기가 다양한 장소와 시대를 배경으로 펼쳐진다.

    핫 라인 권미선 옮김
    문명과는 거리가 먼 파타고니아에서 평화롭게 살아가던 시골 형사 카우카만은, 가축 도둑들을 체포하다 문제를 일으켜 수도인 산티아고로 쫓겨난다. 그곳에서 그는 성범죄 관련 기관에서 일하면서 자기와 비슷한 아픔과 소외감을 지니고 살아가는 택시 기사 아니타와 사랑에 빠진다.

    외면 권미선 옮김
    운명이 무정하게 비껴 나간 모든 인간에게 일어날 수 있는, 그리고 여러 사정으로 도리가 없었거나 피하고 싶지 않았던 실수와 파멸, 외면으로 점철된 상황들에 관한 스물일곱 편의 이야기.

    지구 끝의 사람들 정창 옮김
    유럽의 환경 운동 단체에 날아온 [파타고니아 앞바다의 고래들이 위기에 처해 있다]는 긴급 전문. 정치적 박해를 피해 조국을 떠난 [나]는 유년 시절의 꿈같은 추억이 생생한 칠레 남극의 바다로 돌아가 그곳에서 위대한 두 명의 인간을 만나게 된다.

    파타고니아 특급 열차 정창 옮김
    작가의 고향이자 지구의 최남단인 파타고니아 지방 사람들의 삶과 미덕과 전설. 할아버지의 고향 마르토스를 찾아 나서면서 얻는 깨달음. 과연 조국애가 그 땅에 사는 모든 생명들에 대한 애정 이상일 수가 있을까!

    감상적 킬러의 고백 정창 옮김
    한 치의 실수나 흕거도 남기지 않는 국제적 킬러. 표적을 쫓아 마드리드에서 터키를 돌아 멕시코에 도착한 그는 표적과 뜻하지 않게 대면하면서 일이 꼬이는 걸 느끼는데…….

    귀향 정창 옮김
    남아메리카에서 마르크스주의 게릴라 전사로 활동하던 후안 벨몬테는 현재 함부르크에서 스트립 쇼 클럽의 문지기로 지내고 있다. 어느 날 휠체어를 탄 노인이 제2차 세계 대전 때 나치가 칠레에 숨겨 놓은 금화를 함께 찾자는 제안을 하고 후안 벨몬테는 이 보물찾기에 뛰어든다.

    목차

    가늘고 기다란 행운의 불꽃
    미라마르 카페
    Z 호텔
    죽은 시인들과의 저녁 식사
    가장 작은 이야기
    마리아의 심장
    딩동! 딩동! 사랑이 찾아왔어요

    복수의 천사
    대성당의 재건축
    나무
    알라디노의 램프
    옮긴이의 말

    본문중에서

    그곳을 찾는 여행객들은 절대 설명될 수 없는 음모 비슷한 것에 휘말렸기 때문에 그곳의 주소는 밝힐 수 없다. Z 호텔이 [세 개의 국경]이란 의미의 트레스 프론테라스에 있었다는 것만 밝히겠다. 그 호텔이 아직도 그곳에 있을지 누가 알겠는가. 페루와 콜롬비아, 브라질의 허망한 국경들이 서로 맞닿아 있는 것을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 그곳에 Z 호텔은 가장 집요하고 의리 있는 손님에게 포위되어 있다. 바로 밀림이다. 밀림이 방들을 천천히 점령해 가고 있다. 그리고 나는 언젠가 그곳으로 돌아갈 꿈을 꾸기 때문에 현재형을 사용한다.
    ([Z 호텔] 중에서/ p.39)

    이파네마의 공기는 두 모금만 들이마셔도 곤드레만드레가 될 수 있다. 그리고 여기에 카차사 몇 모금을 더 추가하고 눈을 180도로 한 바퀴 돌리면 최고로 멋진 세상의 한복판에 와 있는 기분이다. 야한 티 팬티 외에는 아무 의상도 걸치지 않고 삼바의 리듬에 몸을 맡긴 채 시간을 잊고 한바탕 즐기자며 부추기는 창조물들의 아름다움이 부각되는 세상에 와 있는 기분이다.
    ([마리아의 심장] 중에서/ p.81)

    나의 열네 살은 이렇게 흘러갔고, 사회적인 변화를 외치는 세상 덕에 삶은 엄청난 모험들로 가득 채워졌다. 그녀를 다시 만났을 때는 어느 겨울 아침이었던 걸로 기억된다. 나는 열여덟 살로 학생 대표였으며, 68 학생 운동의 바리케이드에서 하루 24시간 대기하고 있었다. 우리는 대학이 앞장서 사회적 변화의 커다란 중심축이 되고, 대학을 노동자들에게 개방해 위대한 변화와 혁명의 심장이 될 수 있도록 개혁을 외치고 있었다. 이 모든 것은 당연히 정부에게 밉보였고 경찰은 학생들에게 법이라는 무거운 짐을 씌우려고 혈안이 되어 있었다. 산티아고의 겨울은 원래 끔찍한데, 일상적인 공해에 최루탄 가스와 총알들이 더해져 1968년의 겨울은 훨씬 더 끔찍했다.
    ([딩동! 딩동! 사랑이 찾아왔어요] 중에서/ pp.96~97)

    나는 혼자 떠들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나는 전 세계를 통틀어 그 지역을 가장 좋아한다고 말했다. 프리지아 연안의 고독은 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나라로 나를 데려다 주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누군가 나에게 고향이 그립냐고 물을 때마다 강하게 화를 내며 부인하던 그 그리움을 줄여 주기 때문이었다. 그러고 나서 나는 간단하면서도 울림이 큰 그곳 사람들의 이름이 좋다고 말했다. 남자들은 디르크, 얀, 외르크, 하르크이고, 여자들은 앙케, 엘케, 질케다. 그들 이름의 울림은 절벽에 부딪혀 산산이 부서지는 파도와 같은 리듬을 지닌 그곳의 방언 플라트와 잘 어울렸다.
    ([섬] 중에서/ p.123)

    알라디노 가리브는 자기 이름에 전혀 확신이 없었다. 그러나 마젤란 해협으로 모여드는 운하들의 미로를 항해한 후 에덴 항에 도착한 그 팔레스티나 남자에게는 무슨 이름이라도 있었을 것이다. 그는 땅을 채 밟기도 전에 플란넬 속바지와 얼음장 같은 남극 바람에도 끄떡없는 남방, 커다란 칠로에 섬의 최고급 천연 모 양말, 독일 바늘, 토메산(産) 실, 카웨스카르 원주민 여자들에게는 싸구려 잡동사니보다 훨씬 유혹적인 알록달록한 단추들이 들어 있는 보따리를 풀었다. 크로아티아인과 웨일스인, 칠레인, 그리고 어디 출신인지도 모르는 다른 사람들은 털이라고는 세 가닥밖에 없는 바다표범들이 새끼를 낳는 강어귀로 데려다 달라며 카웨스카르 원주민들에게 싸구려 잡동사니를 건네주었다. 갓 태어난 새끼들의 하얀 가죽은 그곳 해협의 맛난 해산물과 다른 어떤 보물들보다 그들을 훨씬 매료시켰다.
    ([알라디노의 램프] 중에서/ pp.215~216)

    저자소개

    루이스 세풀베다(Luis sepulveda) [저] 신작알림 SMS신청 작가DB보기
    생년월일 1949~
    출생지 칠레
    출간도서 11종
    판매수 2,886권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행동하는 지성. 1949년 칠레에서 태어났다. 피노체트가 정권을 장악하자 그는 당시 많은 칠레 지식인들이 그러했듯 오직 목숨을 잃지 않기 위해 망명해야 했다. 수년 동안 라틴 아메리카 전역을 여행하며 글을 쓰고 환경 운동을 펼치다가 파리를 거쳐 1980년 독일로 이주했으며, 1997년 스페인 북부 히혼에 정착했다.
    그는 소설을 비롯한 다양한 장르의 작품들을 발표하며 폭넓은 작품 세계를 펼쳐 왔다. 특히 환경과 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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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려대 서어서문학과를 졸업했으며, 스페인 마드리드 국립대에서 문학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경희대 스페인어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주요 논문으로 '황금세기 피카레스크 소설 장르에 관한 연구', '‘돈키호테’에 나타난 소설의 개념과 소설론' 등이 있으며, [납치 일기], [파울라], [아리아드네의 실], [달콤 쌉싸름한 초콜릿], [운명의 딸], [영혼의 집], [외면], [마녀들의 전쟁] 등을 우리말로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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